루쉰 소설집 책 <아Q정전>을 읽었습니다.

<광인일기> <쿵이지> <약> <고향> <아Q정전> <복을 비는 제사> <술집에서>

<비누> <홍수를 다스리다> <관문 밖으로> 이렇게 10편의 작품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가장 유명한 소설은 <아Q정전>이지만 전 개인적으로 <고향>이라는 소설을 참 좋아했고

이번에 읽으면 <관문 밖으로>를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광인일기>

 

과거의 틀속에서 새로움을 두려워하는 사람들과

변화를 받아드리고 싶어한 사람들이 기존의 사람과 생기는 다툼

그리고 그 속에서 생겨나는 불신, 증오, 안타까움을 이야기를 합니다.

1930년 새로운 문명속에서 정신적 혼란기의 중국의 분열을 잘 표현한 작품입니다.

지금도 변화되는 세상속에서 대중들은 분열하고 그 속에서 여러 감정과 사건이 발생하죠.

그것을 안타까워하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죠.

 

<쿵이지>

 

쿵이지를 읽으면서 혼혈에 대한 우리 생각을 많이 하게 됐습니다

제가 몇번 언급드린 코시안 문제.. 어쩌면 1930년에 쓴 루쉰의 아픔은 지금 적어도 동아시아 문화권에서는

풀어내지 못하는 문제 같습니다.

아직도 혈족의 세상을 벗어나지 못하는 우리의 모습이 안타깝네요.

 

<약>

 

좀 무서운 소설이기도 합니다.

<광인일기>에서 이미 인육이야기를 통해 기존의 부도덕성의 소재로 사용했는데

<약>에서는 생존에 대한 욕망과 비둘어진 도덕성을 이야기하는 하는데 사용합니다.

살아가는 것에 대한 욕망이 과연 옳은 것인가... 특히 돈으로 말이다.

얼마전에 영화 <바비>를 보고 참 많은 생각을 했었는데..

이 소설의 영향이 있었습니다.

 

<고향>

 

좋아하는 소설이기도 한데 30살에 다시 읽어보니 정말 처연하네요.

저는 고향이 서울인데도 소중한 곳들이 없어지는 것이 아쉬운데 고향에 추억이 많은 분들은

변해가는 세상이 참 무심하게 느껴지실 것 같습니다.

제가 정리하기보다 책에서 좋았던 구절을 소개시켜드리는 것으로 대체해보겠습니다.

 

아! 이것이 내가 이십 년 동안 늘 그리워하던 고향이란 말인가?

내 기억 속의 고향은 전혀 이렇지 않았다. 내 고향은 훨씬 더 좋았다.

하지만 그 아름다움을 기억해내고 그 좋은 점을 말로 표현하려 하자

그 모습은 사라져버리고 그것은 표현할 말도 사라져버렷다.

원래부터 이랬던 것 같다. 그래서 나는 스스로 변명햇다.

고향은 본래부터 이런 곳이었다고-

진보도 없지만, 내가 느낀 바와 같은 슬픔도 마찬가지로 없는 것인지 모른다.

그것은 단지 나 자신의 마음의 변화일 뿐이다.

나의 이번 귀향은 본래 아무런 즐거운 마음도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 49 ~ 50 -

 

나는 희망한다. 그들은 더 이상 나처럼, 사람들끼리 격절되지 않기를.............

그러나 나는 또한, 그들이 한마음이 되려고 하다가

그 때문에 나처럼 괴롭고 떠도는 삶을 사는 것은 원하지 않고,

그들이 룬투처럼 괴롭고 마비된 삶을 사는 것도 원하지 않으며,

다른 사람들처럼 괴롭고 방종한 삶을 사는 것도 원하지 않는다.

그들은 마땅히 새로운 삶을 살아야 한다. 우리가 아직 살아보지 못한 삶을.

희망을 생각하자 나는 갑자기 무서워졌다.

룬투가 향로와 촛대를 달라고 했을 때 나는 그가 우상을 숭배하면서

언제나 그것을 잊지 못한다고 생각하고 몰래 그를 비웃었었다.

지금 내가 말하는 희망이라는 것도 나 자신이 만들어낸 우상이 아닐까?

다만 그의 소망은 아주 가까운 것이고 나의 소망은 아득히 먼 것이라는 것뿐이다.

(...중략...)

희망은 원래 있다고 할 수도 없고, 없다고 할 수도 없다.

그것은 지상의 길과 같다.

사실은, 원래 지상에는 길이 없었는데,

걸어 다니는 사람이 많아지자 길이 된 것이다.

- 63 ~ 64 -

 

<아Q정전>

 

가장 유명한 소설이고 구성도 좋은 소설인데 그렇게 끌리는 소설은 아닙니다.

시대적으로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도 있는 것을 감안해도 매력을 잘 못 찾겠네요.

루쉰의 글을 읽으면서 내부적으로 회상의 글들에 대해서는 매력을 느끼지만

외부세력에 대한 이야기를 쓰는 부분에서는 고개를 가우뚱해지는 것의 제 성향일지도 모르겠네요.

 

<관문 밖으로>

 

근래 동양철학자들의 차이를 고민한 적이 있어서인지 책 속에 있는 소설 중에 가장 눈에 들어오네요.

사상의 차이로 잔인하게 서로를 배신하고 이익을 향해가는 모습...

노자와 공자의 대화 그 속에서 진리를 찾아가는 모습.. 그리고 얻은 진리로 인해 서로를 떠나야하는 현실..

도망치듯 떠나는 노자의 모습이 우리 사회를 버리고 떠난 지식인들의 모습과 오버랩이 되네요

 

자네의 말은 발자국과 같은 것이야.

발자국은 신발이 만든 것이지만,

발자국이 바로 신발인 것은 아니지 않은가?

- 217 -

 

성(性)은 고칠 수 없고, 명(命)은 바꿀 수 없고,

시(時)는 멈출 수 없고, 도(道)는 막을 수 없어.

- 217 -

 

우리는 여전히 도가 다르다.

설사 같은 한 켤레의 신발이라 할지라도,

내 것은 사막으로 가는 것이고 그자의 것은 조정으로 오르는 것이다.

- 220 -

 

노자는 또 웃고서 경상초에게 입을 벌려 보였다.

"봐라, 내 이빨이 아직 있느냐?" 그가 물었다.

"없습니다." 경상초가 대답했다.

"혀는 아직 있는가?"

"있습니다."

"알겠느냐?"

"선생님의 뜻은, 단단한 것은 빨리 없어지지만 부드러운 것은 남는다는 것입니까?"

"네 말이 맞다."

- 221 -

 

 

 

 

인터파크 북앤 기자 활동해서 공짜로 받은 책 <굿바이 심리 조종사>를 읽었습니다.

심리학 책을 즐겨 읽지 않은데 제가 싫어하는 스타일을 거의 모두 가지고 있는 책이었습니다.

 

일단 결론은 흐지부지이고 나열이 너무 많습니다.

대부분 심리학 책들이 어쩔 수 없이 케이스를 보여주면서 이런저런 결론과 해법을 제시합니다.

근데 그 해법끼리도 모순이 경우가 많고 사실 그걸 모두 알고 있는데 실행하기가 힘든데

추상적인 이야기를 하면서 마치 자신이 그걸 다 해결할 수 있다는 글을 씁니다.

이 책도 그런 성향을 그대로 가지고 있습니다.

 

가장 단적인 예가 이기적인 사람을 비판하면서 자기 목소리를 들고 행동해라..

도대체 어떤 게 맞나요? 이기적인 사람과 자기 목소리를 듣고 행동하는 것의 차이부터 설명해줘야 하는데

마치 이건 순수하게 다르다는 건데 결국 이대로 하면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게 정답처럼 보이기만 합니다

 

그리고 이런 심리학에서 좀 아쉬운 것은 감정에 대해서는 너무 등한시적으로 이야기를 풀어내는 것입니다.

행동들은 어쩌면 대부분 패턴화 할 수 있지만 감정마저도 그럴 수 있다에는 좀 의심스럽습니다.

이런 것은 이런 행동을 하는데 그건 이런 것입니다.

같은 행동도 다른 감정에서 시작하는데 그런 부분을 잘 설명을 안합니다.

이 책도 그렇다. 정신분석이 심리학보다 매력적인 것은 이런 부분인 것 같습니다..

 

거의 웬만하면 심리학 책을 안 읽는데 역시 읽지 않는 게 내 정신건강에 좋다는 좋은 교훈(?)을 얻은 책이었습니다.

 

 

김구라의 책 <독설 대신 진심으로>를 읽었습니다.

원래 자기개발서를 정말 안 좋아하는데 김구라의 자기개발서는 다르겠지하고 읽었는데 역시 김구라네요.^^

자기 개발서들이 희망을 주고 착한 척하는 글이 많은데

김구라 자기 스타일대로 자기개발서를 썼네요.

전문작가 아니기에 좀 투박한 글이 보이지만 그런 게 또 매력인 책이네요.

 

저라는 사람 자체도 워낙 세상의 허례허식을 크게 안 좋아하고

자유롭기를 원하면서 부정적인 사람이라서 몇마디가 좀 인상적이었어요.

 

이경규 선배의 쿨함을 가장 명쾌하게 정리한 사람은 이경실 선배다.

"경규 오빠는 남의 경조사에도 안 가지만 자기 경조사에도 남을 안 불러. 그래서 좋아."

다른 사람 경조사에 안 간다는 건 방송에서 웃기려고 한 과장이겠지만

여하튼 이경규 선배가 허례허식을 싫어하는건 확실하다.

- 40 ~ 41 -

 

회사 입사한 후로 참 경조사가 많아진다. 어떤 경조사는 가고 싶지만 가기 싫은 경조사가 더 많았습니다.

특히 정말 평소에 말 한번 제대로 안 걸던 사람에게 받는 청첩장은 받고도 참 어이가 없었습니다.

난 솔직히 그냥 안 주고 안 받는 게 더 편합니다.

결혼식에 간 이유만으로 결혼 후 연락도 안하는 사람들한테 연락하는 것도 웃기고,

솔직히 우리나라의 결혼은 봉투, 식사, 사진 이 세가지 밖에 남는 게 없는 결혼식입니다.

외국처럼 가족과 친구들의 축제같은 개념도 아니고 그냥 얼굴도장 찍으러 삽니다.

남들 하니까 다 하는 참 이상한 제도 전 별로네요.

 

회자정리라는 말이 있다.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도 있다.

- 160 -

 

이 책 아니어도 많이 본 말인데 요즘 이 말을 잊고 산 것 같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만남은 어쩌면 다른 헤어짐에 대한 보상이고 또 다른 헤어짐을 준비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하거만

회사 다닌지 오래 돼지 않았지만 3년이라는 시간이 우습게도 주변사람들과 거리를 멀게 하는 상황을 만들었습니다.

처음에는 나나 친구들이나 서로 아쉬워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니 서로 멀어진다는 것을 두려워했던 것 같습니다.

상황이 바뀌고 서로가 느끼는 감정이 다른 데 서로가 자기 이야기만 하고 있었으니 멀어질 수 밖에 없었던 것 같습니다.

 

얼마 전에 친한 과장님과 회식이야기를 하면서 자신이 신입사원에는 회식이 싫었는데

지금은 막상 만날 친구들도 별로 없고 별로 싫지는 않다고..

저도 그렇더라고요. 물론 직급차가 좀 나는 분들과는 불편한 거는 사실이지만

친한 책임님(과장급), 비슷한 직급 사람들하고 술 한잔하면서 이야기하는 것이 좋아지고 있으니까요.

얼마전에도 회사 친구와 재수씨와 3명이서 퇴근하면서 술한잔 하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하는데 좋더라고요

떠난 것을 아쉬워하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그것만 바라보고 주변에 소중한 것을 놓치고 싶지 않습니다.

회사던 어디던 내가 있는 공간도 다 사람사는 세상 아니겠습니까?

 

왜 이렇게 착한 척하고 그래

- 7 -

 

책 서문에 김구라씨가 마지막으로 적은 글입니다.

앞서 말한 것처럼 전 네거티브한 사람입니다. 김구라씨보다는 덜 한 것 같지만..^^

사람은 모두 똑같은 사람이 될 수 없고 자신의 스타일에 맞춰 세상을 살아가야 합니다.

착한 사람 신드롬이라도 있는 것처럼 사람들은 착한 척을 하려고 합니다.

근데 그런 세상은 재미없지 않을까요?

비난과 부정적인 시선과 말도 단체속에서 긍정적으로 발휘할 수 있는 노력을 해야하는데..

언제부터인가 남들하는 것 따라하는 것에만 익숙해지려고 하죠.

 

이 책에서 적어도 한 글귀는 박힐 것 같습니다.

나 요즘 안 어울리게 너무 착한 척 하고 있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