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을 둔 부모가 꼭 읽었으면 하는 책이다. 이 책을 읽으면 부모는 자식을 꼭 안고 싶어진다. 그만큼 책 <낙타>는 짠하다. 저자 정도상 작가도 책 앞머리에 '이 소설을 지상의 모든 부모와 자식에게 그리고 상처받은 사람들에게 바칩니다'라고 썼다.
저자는 2005년 몽골에서 5천 년 전 흉노족이 남긴 암각화를 보았다. 돌아온 후 아들과 다시 한번 암각화를 보러 가기로 약속했다. 중학교 2학년이던 아들은 미술입시학원을 다녔는데 그림이 잘 그려지지 않아 고민 중이었다. 그 아들은 '단테의 신곡을 따라 여행하고 싶다. 생을 리셋(Reset)하고 싶다'는 짤막한 유서를 남기고 세상을 등졌다.
저자가 아들을 잃은 아비의 가슴을 부여잡고 쓴 소설이 이 작품이다. 소설에서 주인공 '나'는 죽은 아들과 암각화를 보러 떠난다. 낙타를 타고 초원, 황무지, 사막을 지난다. 그 과정에서 유목민을 만나고 주술사도 접한다. 아들과 수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온갖 경험을 한 부자는 마침내 암각화를 본다. 그리고 아들은 아빠에게 이렇게 말하고 하늘로 떠난다. "이제 가야 해. 여행 즐거웠어. 아빠."
실제로 아들을 잃은 저자는 아들과 여행을 떠나고 싶었나 보다. 이미 이승을 떠난 아들과 여행을 떠나는 이야기가 이 책의 줄거리이다. 글은 슬프지 않고 유쾌하다. 약간 앞뒤가 맞지 않는 부분도 있지만 무시할 만 한다. 그저 슬슬 책장을 넘기면 된다. 마지막 장을 넘기면 다시 읽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 책을 다 읽고 나면 애잔함이 가슴을 후벼 판다.
또 이 책의 문장은 하나하나가 명문장이다. 아마도 저자는 이 책을 쓰며 아들을 떠올렸을 터이다. 그러니 허투루 쓴 문장이 있을 리 없다.
"유목민들이 나그네에게 왜 친절한지 알아?" 내 물음에 규는 고개를 흔들었다. "저들도 언제든지 나그네가 될 수 있으니까." (34쪽)
수세식 변기를 문명이라고 부르고, 칸막이도 없이 아무 데서나 용변을 보는 걸 야만이라고 부르지만 그건 우리 입장에서 말하는 것일 뿐이야. (35쪽)
"엄마는 젖이 아주 많아. 내가 먹고도 남지. 그래서 사람들한테 나눠주는 거야. 사람은 거꾸로 생각해. 우리는 사람들한테 젖과 살을 줘서 배를 불리고, 털을 줘서 옷과 실을 짜게 하고, 가죽을 줘서 신발과 옷을 만들게 하지. 마지막으로 뼈는 바람한테 주고. 그런데 사람은 우리에게 주는 게 없어. 가져가기만 할 뿐이야. 우리가 먹는 풀은 대초원이 준 거야. 우리 양들이 사람을 먹여살리는 건데, 사람이 우리를 먹여살린다고 하지. 사람들은 참 뻔뻔해. 뭐 그래도 하는 수 없지만 말이야. 우리야 워낙 약한 존재니까. 그래도 우리가 사람을 기르는 거야." (37쪽)
"규가 학교와 학원에서 대학입시에 생을 걸고 있을 때, 몽골의 아이들은 말고삐를 자고 초원과 황무지와 사막과 그리고 짐승들을 배웠다. 규가 손전화와 MP3 그리고 컴퓨터를 갖고 놀고 있을 때, 몽골의 아이들은 말을 타고 낙타를 몰며 놀았다. 규가 게임 모니터와 텔레비전에 빠져 있을 때, 몽골의 아이들은 초원의 지평선과 사막의 모래폭풍을 보았다." (39쪽)
인간은 포기해야 할 때 포기할 줄을 몰라 좌절을 경험한다. (50쪽)
죽은 마음으로 아침에 일어나고, 밥 먹고,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고 출근하고, 직장에서 일을 하고, 친구들과 술 마시며 놀고, 다시 집으로 돌아와 죽은 마음으로 잠이 들지. 죽었는데 살아 있다고 착각하는 게 인간이야. (20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