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 시대가 도래하면서 평생 약 70년을 일해야 하는 '위기'에 처했다. 그런데 과연 하나의 직업으로 그 긴 세월을 버틸 수 있을까? 현재의 중·고생들이 직장 생활을 할 때쯤에는 직업을 5번 이상 바꾸게 될 것이라는데, 문제는 새 직장이 이전 직장과 비슷하리라는 보장이 없다는 점이다. 생각해 보면, 현재 직장 생활을 하는 나에게도 해당하는 이야기이다. 당장 하고 있는 일을 관두면 지금과 비슷한 일을 하게 된다고 보장할 수 있을까? 통섭형 인재란 단순히 '이상적인 인재상'이 아니라 현재와 미래를 살아가기 위한 필요충분조건에 더 가까워 보인다. 

미국의 인사관리 컨설턴트 신시아 샤피로(Cynthia Shapiro)의 말처럼 어느 한 곳에만 집중하는 레이저 빔이 아니라 360도 회전할 수 있는 전구형 인재를 요구하는 시대이다. 「생각의 탐험」은 그러한 시대적 흐름에 맞춰 최재천 교수가 청소년을 대상으로 준비한 도서라고 한다. 이 책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뉘는데 Part 1은 자연과 관련된 의제들로 채워져 있고, Part 2는 통섭과 교육 등 청소년들이 미래를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를 다룬다. 특히 중학 교과서에도 다루는 기후 변화나 그린 비즈니스, 반려동물 등이 포함되어 있어 부담 없이 '생각의 탐험'을 즐길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또,책 맨 뒷부분에 독자들을 배려해 '통섭형·융합형 인재를 위한 생각 노트'를 별도로 마련한 점이 인상적이다. 다만, 각 의제별 해당 페이지를 표기해 주었더라면 더 좋았을 것 같다. 이야기 한 꼭지를 읽고 바로 그 내용을 요약하고 스스로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을 갖는 것도 이 책을 효과적으로 읽는 또 하나의 방법이지 않았을까?

 

 

 

 

 'Thinking Explore 1 인간이란?'에 해당하는 생각 노트

 

 

'Thinking Explore 3 환경과 기후 변화'에 해당하는 생각 노트

 

 

아쉬운 점은 사진이나 시각적 자료가 없다는 점이다. 황금두꺼비(golden toad)의 멸종이라는 하나의 현상에서 생물 다양성과 기후 변화로 이야기를 전개해 나갈 때 황금두꺼비의 사진을 한 장 실었더라면 금상첨화가 아니었을까?컬럼비아 대학의 딕슨 데스포미어(Dickson D. Despommier) 교수가 계단식 논을 보고 미래농업의 대안으로 고안해 낸 '수직 농법(Vertical Farming)'은 국내 여러 언론과 미디어에서도 소개된 바 있는데 정말 사진 한 장만 첨부됐더라면 더 좋았을 것 같다.

 

또, 교과서에도 수록된 일상과 밀접하게 관련된 여러 키워드(예를 들어, 생물 다양성, 생태 효율, 생태발자국, 생태 엇박자, 로컬 푸드, 호모 심비우스 등 ...)들을 책 맨 뒷부분에 인덱스로 처리해주었더라면 책의 메인 타깃인 중고생들에게 학습적으로 더 도움이 되었을 것 같다. 

 

'생태계를 건강하게 이끌어야 우리 인간도 건강해지고, 진정한 의미의 복지를 이끌어낼 수 있다. (p. 69)'는 최재천 교수의 주장이 다른 어느 때보다 더 와 닿는다. 메르스나 지카 바이러스처럼 감염병이 유행하면서 정부와 질병관리본부의 대응과 역할이 중요해지는데, 정말이지 말로만 선진국이라고 외칠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선 대응 복지 시스템으로 효과적으로 옮겨갈지를 고민하는 게 좀 더 건설적이지 않을까 싶다. 

 

참, Part 2 기획 독서에서 '통섭적 삶에서 필요한 독서는 취미 독서가 아니라 기획 독서이다'라고 주장하며 거짓말로 은행에 돈을 빌려 크게 성공한 어느 '정신 나간 사람처럼 보이는 유·명·인'에 대한 짤막한 언급에서 혹시라도 '그 유명인'이 앞으로 더 유명해지면 어쩌나 하는 '괜한' 우려로 최재천 교수와 함께 떠난 「생각의 탐험」을 마친다. 

만약 자녀에게 오락기를 사줬는데, 아이가 '하라는(?)' 오락은 안 하고 게임기를 분해해 직접 새로운 게임을 만들어보겠다고 하면 부모는 어떻게 반응해야 할까? 설상가상, 한 달 넘게 게임기를 붙들고 있던 아이가 결국 게임팩을 새로 만들어낸다면 부모는 대체 어떤 기분이 들까?

 

1984년, 컴퓨터 마니아였던 치과 의사와 정신과 의사 사이에서 태어난 한 사내아이는 역사상 최단 시간에 억만장자가 되었다. 그로부터 약 30년이 지난 2015년 12월 어느 날, 한 아이의 아버지가 된 그는 전 재산의 99%(한화 약 52조)를 기부하겠다고 밝혀 전 세계를 놀라게 했다. 그의 이름은 마크 저커버그(Mark Zuckerberg), 바로 페이스북의 창업자이다. (Zuckerberg의 모음 u는 '우'보다 '어' 소리에 가까워 '주커버그'보다는 '저커버그'라고 표기하는 것이 적절하다. 다만, 우리나라에서는 이 두 가지가 혼재된 상황이다.)

 

많이 알려진 대로, 저커버그의 부모는 유대계 미국인으로 그들만의 전통적인 '하브루타(havruta - 대화와 토론을 통해 생각하는 법을 가르치는 유대인의 교육법)' 방식으로 자녀들을 가르쳤다. 어려서부터 컴퓨터를 마음껏 가지고 놀 수 있었던 넉넉한 가정환경과 대화와 토론을 중시하는 교육관은 아이의 사고력과 상상력을 또래보다 유난히 발달시켰고, 오늘날의 마크 저커버그를 만든 비결이 되었다. 어린 아들이 컴퓨터에 흥미와 재능을 보이자 개인 교사를 고용하고, 대학 사설 강좌를 신청하는 등 열의를 보인 저커버그의 부모의 모습은 인상적이다.

 

 

2010년에 개봉했던 영화 <소셜 네트워크 (The Social Network)>로 마크 저커버그가 페이스북을 어떻게 만들었는지 대략적으로나마 알게 되어서 그런지, 개인적으로는 유년기를 다룬 1~2장이 더 흥미롭게 읽혔다. 한 개인이 훌륭하게 성장하기까지 부모의 역할과 책임이 얼마나 절대적인지 새삼 깨닫게 된다. 자녀의 재능을 발굴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고, 설사 아이가 원하는 직업이나 장래희망이 부모의 바람과 다르더라도 아이의 재능과 흥미를 존중하며 이를 더 계발할 수 있도록 전방위로 돕는 부모의 모습이 아마도 현시대에 필요한 부모상이 될 듯하다.

 

 

 

마크 저커버그는 '10명의 사람이 연결되면 1명의 가난한 이를 도울 수 있다'는 생각으로 구글과 마찬가지로 특히 개발이 덜 된 국가에서 무료로 인터넷을 서비스하는 사업 비전을 갖고 있다. 더 많은 사람이 인터넷으로 연결될수록 세상이 더 나아질 거라는 그의 믿음 대로 앞으로의 세상이 펼쳐질지 궁금해진다. 
 

 

이 책은 포털 사이트의 글쓰기 모임 카페 회원들이 ‘좋아하는 일로 (말 그대로) 먹고사는’ 10인을 인터뷰한 글을 모은 것이다. 기자, 교사, 프로그래머, 변호사 등 다양한 전문직 종사자들이 안락한 삶을 내던지고, 새로운 분야로 뛰어들어 마침내 자리를 잡기까지의 힘겨운 과정을 들려주는 당사자가 바로 그들이다. 책날개에 적힌 저자 소개를 읽고 나니, 인터뷰를 담당한 저자들 역시도 ‘좋아하는 일로 먹고살기 위해 고군분투 중’인 점이 더욱 흥미롭다. 다만, 인터뷰이와 인터뷰어의 관계를 더 강조하고, 둘의 조합으로 얻을 수 있는 이야기를 인터뷰에 보탰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구성상의 아쉬움은 남는다. 그 조합에 대한 뒷이야기를 살짝 보탰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10인의 이야기를 읽고 나서 마음이 무거워지는 건, 가까스로 용기를 내 익숙해진 삶을 내던질 수 있다 쳐도, 정작 내가 그들처럼 ‘하고 싶은 일’을 아직 찾아내지 못했다는 내가 감당해야 할 '내 현실'의 한계 때문이다. 모든 것을 원점에서 다시 시작해도 좋을 만큼, 당장에라도 하고 싶은 일이 있다는 것은 (최소한) 새로운 곳으로 떠날 수 있는 차편은 확보한 셈이 아니겠나. 지긋지긋한 회사생활을 내려놓지 못하고 있는 건, 알량한 월급이나 체면이 아니라 저쪽 어딘가에서 가슴을 요동치게 만드는 일을 아직 내가 발견하지 못했기 때문이겠지만,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를 알아내기 위해 치열하게 분투 중이라던 책의 어느 구절을 돌이켜 보면, 결국 이 모든 것이 나와 이들 10인의 차이이고, 그래서 그들이 말하는 '삶의 기쁨'이 지금 이 순간 내 곁에 없다 생각하니, 이른 봄 후둑후둑 떨어지는 빗소리가 더 처연하게 들려온다.

 

 

잡지 기자에서 셰프가 됐다고 추천사를 남긴 박찬일 분의 말처럼 '세 번째 일을 준비해야겠다는 충동'이 이번에는 부디 내 안에 오래오래 남아 있기를 바란다. 그러고 보니, 멀쩡히 다니던 회사를 때려치우고, '하고 싶은 일은 한번 해 보고 죽어야지!' 않겠냐며 나름 의기양양하게 이 길로 들어선 지도 어영부영 10년이 다 되어간다. 돌이켜 보니 어느새 일상의 칼날은 놀랄 만큼 무뎌졌고, 시계추는 마침내 느려지다 못해 멈춰버린 듯하다. 인제주(Inn Jeju)의 그녀 말대로, 꿈을 현실과 일로 맞바꾸던 그 과정에 재미가 다 소진된 건지도 모르겠어서 이 책을 읽는 내내, 그리고 읽고 난 후에도 계속 ‘어떻게든 답을 내줄 그 일’을 고민하게 된다. '과거와 현재를 되돌릴 수는 없더라도 원하는 미래로 옮겨갈 수는 있고, 그걸 지금 하는 게 삶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는 그녀의 말은 또 왜 그리도 멋스러운지. 너무도 성급히 세상을 떠나버린 프린스의 노랫말처럼, 여기 이곳에 우리가 모인 이유도 그 때문이었던 것을...  We are gathered here today to get through this thing called LIF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