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존감'으로 뉴스를 검색하면 인간관계에서부터 가정, 교육, 연애, 스포츠, 그리고 정치까지 다양한 결괏값이 나온다. '자·존·감'이란 말이 들어가지 않을 때가 없는 것 같다. 정말 문제는 자존감일까?

 

 출처: counselling-chorley.org.uk

자존감이란
'자신을 어떻게 평가하는가'이다.

 

'정신 건강의 척도'라고도 불리는 자존감은 흔히 '자신을 사랑하는 정도'로 여겨지는데, 자존감에는 아래와 같은 세 가지 기본 축이 있다.

자기 효능감: 자신이 얼마나 쓸모 있는 사람인지 느끼는 것
자기 조절감: 자기 마음대로 하고 싶은 본능
자기 안전감: 안전하고 편안함을 느끼는 것으로 자존감의 바탕

 

 

많은 이가 저마다 가장 보기 좋아 보이는 삶의 단면을 SNS에 공개한다. 이를 허세라고 부르든 표현의 자유라고 부르든 진짜 문제는 이런 (대체로 설정됐거나 의도된 상황에서 찍은) 사진을 본 주변인들이 상대적 박탈감이나 우울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는 데 있다 (예전에 한 여론조사에서 전체 응답자의 60% 이상이 타인의 SNS를 보고 박탈감을 느낀다고 답했다). 가뜩이나 한국 사회에서는 체면이나 남의 이목에 많이 집착하니 스트레스가 더 클 것이다. 만약 당신이 '이런 일로' 상대적 박탈감이나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다면, 당신은 자존감이 높은 사람이라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철학자 마르틴 부버(Martin Buber)는 '나라는 인간은 이 세상에 단 한 사람뿐이고, 자신과 똑같은 존재가 세상에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하며, 만약 똑같은 존재가 있는 이가 있다면 그 사람은 존재할 필요가 없다.'고까지 말했다. 모두가 다른 존재이므로 행복 요소도 다를 수밖에 없다. 자존감이란 '자신에 대한 평가'라고 하는데, 그럼 남의 잣대로 나를 평가하는 것이 과연 무슨 의미가 있을까? 애초에 평가 기준이 잘못됐는데 그걸로 우울해 하고 또 스트레스를 받는다면 그거야말로 너무 '우울하다.' 

 

저자는 며칠 전에 문화일보와 인터뷰를 가졌다(아래 링크 참고). 프롤로그에도 밝히듯, 본인도 예전에는 자존감이 낮았지만, 자존감을 회복하면서 행복해졌단다. 불행하다고 느낄 때는 자존감이 낮았고, 행복하다고 느낄 때는 자존감이 높았으니, 자존감 회복이란 결국 행복해진다는 말과 같다.

 

  
윤홍균 “한국인 자존감은 위기상황…무조건 자신을 사랑하라”
- ‘자존감’ 돌풍 일으킨 윤홍균“내가 가장 훌륭하다 생각하며 아침마다 걸으면서 훈련을”요즘 서점가에서 윤홍..
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16101201032512047001

 

<르 파리지엥> 선정 '2014년 최고의 책'으로 꼽혔던 소설가 그레구아르 들라쿠르의 「행복만을 보았다」에 이런 문구가 있다. '사람들이 널 아무리 아프게 해도, 네가 그 상처를 더 헤집어 놓아서는 안 된다'고. Part 6 '자존감 회복을 위해 극복할 것들'을 약간의 문학성을 가미해 한 문장으로 요약하라면 그 말로 대신하겠다.

 

 

저자의 의견에 쉽게 동의하지 않게 되는 부분도 있기는 하다. Part 3 '자존감이 인간관계를 좌우한다' 중에 '나는 대한민국의 직장인들이 직장과 직업, 꿈을 좀 더 명확하게 구분했으면 한다. (p. 89)'라는 대목이 나온다. '사축'으로 살지 말라던 도서들이나 「강신주의 다상담」에서도 볼 수 있는 내용이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직장과 인생의 분리'란 결코 쉽지 않을뿐더러('쉽다 어렵다'가 아니라 '가능과 불가능'으로 얘기해야 하지 않을까 싶을 정도다) '을'만의 다짐으로 될 일도 아니다. '퇴근 후 회사 생각 금지'란 문구를 접할 때마다 답답하다. 갑이 먼저 나서야 하는 일이고, 조직 내부에 능동적으로 변화하려는 의지가 있어야만 하는 문제라고 본다.  

 

참, '걷기' 열풍은 이 책에서도 이어지고 있어 흥미롭다. '걷지 않으면 내 두뇌가 잠든다'고 말한 몽테뉴를 비롯해 많은 철학자가 '걷기(또는 산책)애호가'였는데, 결국 걷기가 몸과 마음을 모두 건강하게 하는 최고의 보약인가 보다. 저자가 말하기를, 부정적인 생각의 회로가 우리를 괴롭힐 때는 뇌의 양쪽을 번갈아가면서 자극을 주는 양측성 자극 운동을 하는 게 좋은데 걷기가 바로 대표적인 양측성 자극 운동이라고 한다. 참고로, 자유형, 배영은 양측성 자극이지만 접영이나 평영은 아니고, 복싱은 양측성 자극이나 골프나 공 던지기는 아니라고. 저자는 걷기 외에 '나비의자 기법'이라는 것을 추천한다. 아무래도 조만간 '걷기'를 다룬 책을 읽어야겠다. 

 

아무쪼록 디자인에서부터 구성까지 전반적으로 따뜻하고 친절한 느낌을 자아낸다. 문장은 술술 읽히고, 누구나 한 번쯤 고민해 볼 만한 문제들을 다 모아두었다. 또, '하루에 하나, 나를 사랑하게 되는 자존감 회복 훈련'이라는 부제에 맞게 한 꼭지가 끝날 때마다 '자존감 향상을 위해 오늘 할 일'이라는 코너를 마련해 독자의 참여를 유도한 것도 좋은 선택이었던 것 같다. 한 마디로 '바닥난 자존감을 높여주는 자존감 회복 연습을 위한 워크북'이랄까?

                            목차를 보면 알 수 있듯이, 누구나 한 번쯤 고민할 만한 것들이다.

 

프레지던트 힐러리
원제: Hillary Rodham Clinton: A Woman Living History
(움직이는 서재 청소년 롤모델 시리즈 08)

 

 

그는 42대 미국 대통령 부인이다. 뉴욕주 상원의원에서 미 국무부 장관을 거친 그는 이제 영부인이 아니라, 직접 미합중국의 45대 대통령이 되고자 한다. 그의 이름은 힐러리 로댐 클린턴(Hillary Rodham Clinton)이다. 이 책은 힐러리 로댐 클린턴의 유년 시절부터 삶, 정치적 이념의 동반자인 빌 클린턴과의 만남을 거쳐, 정치인 힐러리의 행보와 비전을 담고 있다. 총 4개 부분으로 나뉘는데, 1부는 유년기에서부터 웰즐리대학 재학시절, 2부는 예일대 로스쿨 재학시절과 빌 클린턴과의 만남과 결혼, 그리고 딸 첼시의 탄생, 3부는 클린턴의 당선과 의료보험제도 개혁을 위한 특별위원회 책임자로서의 역할과 결과, 그리고 4부는 대권 도전을 다룬다.

 

 

 

힐러리가 열두 살이었을 때 미국과 소련은 이미 치열한 우주개발 경쟁을 벌이고 있었다. 1957년에 소련이 세계 최초로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1호를 발사하면서, 그로부터 몇 개월이 지난 58년 1월에 미국도 익스플로러 1호 발사에 성공했다. 텔레비전으로 인공위성 발사 소식을 접한 꼬마 힐러리는 우주비행사가 되고 싶다며 NASA에 편지를 써 보내지만 NASA는 '여자는 우주비행사가 될 수 없다'는 답변으로 힐러리의 꿈을 좌절시켰다. 그 후, 핵물리학자나 과학 선생님을 꿈꾸지만, 수학 과목에 취약해 이내 포기한다. (실제로 NASA는 1978년에 처음으로 여성 우주비행사(후보)를 고용한 것으로 알려졌으니, 힐러리가 우주비행사가 되고 싶다는 꿈을 꾸고 나서 20년이 더 흘러서야 드디어 여성에게도 기회가 주어졌다.) 그런데 만약 힐러리가 우주비행사나 핵물리학자가 됐다면, (힐러리를 만나지 못한)빌 클린턴은 정말 미국의 대통령이 될 수 없었을까? 

 

 

어려서부터 활달하고 사교적이던 힐러리는 우등생이지만 전형적인 공부벌레는 아니고, 모든 일에 호기심을 갖고 참여하는 활동적인 학생으로 학창시절 내내 반장이나 학생회 간부를 맡는다. 그런데 고등학교 재학 시절 남녀차별로 학생회장 선거에서 참패하고 위축되면서, 남녀공학이 아니라 웰즐리 여대(Wellesley College)에 입학한다. 힐러리는 그곳에서 자신의 가치관 형성에 막대한 영향을 끼친 세 사람, 폴 칼슨 역사 교사와 돈 존스 목사, 그리고 시카고 지역사회 조직가이자 활동가인 사울 알린스키를 만난다.

 

 

 

파격적인 웰즐리대 졸업연설로 유명인사가 된 힐러리는 예일대 로스쿨에 입학하고, 그곳에서 미국 최초의 아동인권운동가, 메리언 라이트 에덜먼(Marian Wright Edelman) 여사의 특별강연을 듣게 되면서 반드시 가난한 사람을 도와야겠다고 다짐한다. 그리고 그 절실함은 힐러리에게 정치를 해야 하는 목적으로 자리 잡는다. 그러던 중, 힐러리는 어찌 됐든 그녀 인생 최고의 파트너라고 해야 할, 빌 클린턴을 만난다. 빈틈없는 완벽주의자인 힐러리에게 사람들을 자기편으로 만들 수 있는 강력한 무기를 가진 빌 클린턴은 가히 최고의 파트너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흥미로웠던 점은 힐러리 클린턴의 변화 혹은 타협이다. 한때는 급진적인 여권주의자라며 비난을 받고, '아칸소의 맥베스 부인'이라 불리며 권력욕 강한 여자로 통하던 그가 더 큰 목표와 목적을 실현하기 위해 하나둘 내려놓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평범한 영부인을 원하는 보수적인 유권자들의 표를 의식해 평소 고집하던 자신의 성을 버리고 남편 성을 따르는 것이나, 온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남편의 민망한 성 추문에도 꿋꿋하게 남편 곁을 지키는 모습이나, 또 영부인이 아니라 정치인으로 정치판에 복귀하는 시점을 고민하는 모습 등 힐러리 클린턴은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더 신중해지고 노련해져 간다.

 
 

2008년 6월 7일 대선 후보 경선에서 오바마에게 패한 힐러리는 역사적인 패배 승복 연설을 남겼다. 이 연설에서 힐러리는 유리 천장이란 말을 하는데, 유리 천장(Glass Ceiling)이란 1970년대 미국의 한 경제 신문에 처음 등장한 용어로 여성의 경우 조직이나 사회에서 마치 유리 천장이라도 있듯 승진이나 출세, 성공이 어렵다는 뜻을 비유적으로 나타낸 표현이다. 이날 연설에서 힐러리 클린턴은 유리 천장을 완전히 깨부수는 데는 실패했지만, 적어도 천8백만 개의 금을 냈다며 자신을 지지해준 천8백만 유권자에게 고마움을 멋지게 표현한다. 과연, 힐러리 로댐 클린턴이 그로부터 8년 후 2016년에는 정말로 유리 천장을 산산조각낼 수 있을까?  한국어판 제목은 벌써 힐러리를 '프레지던트'라고 이름 붙였다. 만약 마이클 무어(Michael Moore)의 예상대로 도널드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면 이 책의 운명은 어찌 될지...

 

 

사족
1. 힐러리는 어머니에게서 '꿈꿀 수 있는 능력'을, 아버지에게서 '그 꿈을 이룰 수 있는 현실적인 실행력'을 물려받았단다.
부모로부터 물려받을 수 있는 최상의 것들을 물려받은 셈이다!

2. 힐러리가 웰즐리대 1학년에 재학 중일 때 친구들에게 자신이 미국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 되겠다고 선언했다고 한다.
그 친구들은 지금 대선에 도전하고 있는 힐러리를 보며 무슨 생각을 할까?

3. 빌 클린턴을 만나기 전에 사귀던 힐러리가 남자친구들은 힐러리가 대통령이 된다며 그녀를 놓친 것(혹은 그녀가 자신들을 차 버린 것)을 정말 후회하겠지?

객관적인 책 읽기
이 책의 저자 캐런 블루멘탈(Karen Blumenthal)은 전직 월스트리트저널 기자로, 주로 청소년이나 아동을 타깃으로 하는 논픽션 전문 작가로 활동 중이다. 스티브 잡스 전기 저자로도 유명하다. 이 책은 아동을 타깃으로 하는 책인데다가 현재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정치인을 다룬 책이므로 저자의 이나 이념 또 도서의 기획 및 출간의도를 살피면서 최대한 객관적인 시각을 유지하면서 읽는 것이 좋을 듯. 

 

이 책은 지리산을 문학적으로, 사상적으로, 역사적으로 다루고 있다. 지리산 암자라는 특수한 공간에서 출발하여 불교와 우리의 역사와 문화, 정신이라는 보편성의 바다로 나아가고 있다. 지리산 23곳의 앚마를 통해 지리산에 깃든 역사와 정신문화의 뿌리를 찾고 자신을 찾아가는 구도의 길이기도 하다. (에필로그 중에서)

 

 

 

모든 것이 인연이라 했던가. 생의 의미를 희구하는 치유의 순례기라고도 불리는 헤밍웨이의 「태양은 다시 뜬다」와 동시에 읽은 책이다. 프랑스를 떠나 스페인에서 수많은 관중과 투우 경기를 즐기던 나는, 어느새 언젠가 한 번 들어본 것도 같은 지리산 어느 암자에 와 있다. 그렇게 카톨릭과 불교의 순례길을 동시에 거닐고 있다. 

 

 

부끄럽지만 아직 지리산에 가 본 적이 없는 나는 지리산에 대해 정말 아는 것이 단 하나도 없었다. 지리산에만 50여 개의 암자가 있는 줄도 몰랐고, 나아가 더 큰 문제는 지리산의 역사적, 사상적, 문학적인 가치를 짐작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최소한 지리산에 가보기라도 했다면 이 책이 지금과는 또 다르게 읽혔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런데 지리산 암자만을 다룬 책은 이 책이 처음이라고 하는 사실도 의외이기는 하다. 저자 김종길(필명 김천령)은 10년 넘게 지리산 암자 50여 곳을 모두 순례한 후, 그중 23군데를 다시 찾았고, 그것을 6개 부문-참선 암자, 전망대, 은둔의 땅, 별천지, 피안으로 가는 길, 잃어버린 암자-으로 나눠 전달하고 있다. 지리산 암자에서 '참나'를 구함과 동시에 인문의 산의 역사를 알리려 분주히 움직이는 그의 모습은 직접 담은 암자의 사진과 함께 깊은 울림을 전해온다.

 

저자는 지리산 북쪽 도솔암에서 암자 기행을 시작해, 동쪽→남쪽→서쪽으로 이동한다. 그런데 책 맨 뒤에 실은 이 암자 탐방 지도를 보니, 6개 부분별로 다르게 표시했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지도를 보면서 내 현재 위치를 안다면 더 의미 있지 않았을까 싶어서다.

 

 

조선의 내로라하는 수많은 선비가 지리산을 유람했고, 서산대사는 여기서 깨달음을 얻어 적극적으로 의병 활동을 펼쳤다고 한다. 이 책에서 만나게 되는 여러 인물을 따라 지리산 어느 고요한 암자로 들어가 나를 내려놓고 세상을 응시해보는 것도 이 더운 여름을 이겨낼 한 가지 방법이 아닐까 싶다. 만약 운이 좋으면 인도의 시인 까비르의 말대로 그대의 영혼을 찾을 수 있을 것이고, 세상은 더이상 환상에 지나지 않는 그 무엇이 아니게 되겠지...

 

결국 당신에게 불성이 있으므로 당신도 부처가 될 수 있다. 한발 더 나아가 밖에서 부처를 찾는 이에게는 '마음이 곧 부처'라고 했지만, 여기에 집착하는 이에게는 '부처는 없다'고까지 했다. '마음이 곧 부처'라는 것도 결국 방편에 불과하다는 것. 결국 마음도 아니고 부처도 아니다. 그 무엇도 아니다. 부처와 도는 저기에, 저 너머에 있는 게 아니라 여기, 오염되지 않은 이곳에 있다. (pp. 113~114)

 

-  저녁에 같이 술잔을 기울이던 그녀가 나에게 <금강경>을 읽어보라고 권했다. (나는 한 번도 읽어보지 않은)법륜 스님의 책에 나오는 구절을 들려주고, 그러다 시공간을 초월해 헤밍웨이와 도스토옙스키, 그리고 카프카에게로 나를 데려다주었다. 카프카의 난해함이 늘 못마땅하다는 그녀가 나에게 전하려 한 메시지는 결국 이 책이 말하려는 것과 비슷해 보인다.

-  나를 들뜨게 한 것은, 언젠가 좋은 글귀라고 여기저기서 옮겨 적고, 스크랩해뒀던 몇몇 문구와 구절들을 이 책에서 다시 만난 점이다. 읽으면 읽을수록 모든 것은 정말 인연으로 만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