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타임스> 경제부 기자, 폴라 호킨스(Paula Hawkins)의 스릴러 데뷔작, 

걸 온 더 트레인 (The Girl on the Train),  

전미 대륙을 홀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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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미 대륙에서 6초마다 팔린 초대형 베스트셀러'라는 문구에 혹해 읽었는데 결론부터 말하면 초반부에 이야기를 끌고 가던 강력한 힘이 후반부록 갈수록 약해진다. 이는 '후반부가 훨씬 더 촘촘하고 긴장감이 넘친다.'라던 뉴욕타임스의 리뷰와는 반대되는 내 생각이다. 내 경우는 범인도 빨리 찾았는데 사실 범인의 정체가 어느 시점까지 숨겨지느냐는 중요하지 않다. 범인을 숨기는 게 목적이나 목표가 아니니. 그 대신 범인의 범행 동기와 상황이 납득이 되어야 하는데, 아무리 범인 스스로 '계획적인 범죄가 아니라 그냥 끔찍한 사고'였다고 말하더라도, 글쎄 초대형 베스트셀러치고는 조금 빈약하지 않았나 싶다.  

 

 

 

여주인공 레이첼은 남편 톰과의 사이에 아이를 원했지만 실패해 그 상실감으로 알코올 중독자가 되었고, 남편은 애나란 이름의 늘씬하고 매력적인 여성과 불륜을 저지르고 떠났다. 레이첼은 직장에서마저 해고되는데 함께 사는 친구 캐시에게 그 사실을 숨기고 매일 아침 같은 통근 기차를 탄다. 기차를 타고 지나가면서 기찻길 옆에 늘어선 집에 사는 젊은 부부를 지켜보는 것이 그녀의 일이다. 서로 지극히 사랑하는 것처럼 보이던 그 집 부부를 부러워하던 그녀는 어느 날 아내, 메건이 다른 남자와 함께 있는 것을 목격하고 분노하는데 곧 그녀는 실종돼 경찰이 수사를 시작한다. 그런데 문제는 간밤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전혀 기억을 못하는 레이첼이 머리에 상처를 입었고 피가 잔뜩 묻어있다는 것이다.

 

 

 

기대를 많이 했던 작품인데, 베스트셀러에 대한 기대감이 충족되지 않고, 범인을 포함해 등장인물의 심리 묘사가 탁월한 편도 아니고, 범행 동기에 대한 설득력도 크지 않고, 화자로 등장하는 세 여성의 시선을 따라 이야기가 전개되며, 거의 모든 등장인물이 매력적이지 않다는 면에서 리안 모리아티의 <허즈번드 시크릿>과 비슷하다. 불륜(또는 <허즈번드 시크릿>에서는 어긋난 애정)으로 문제가 발생하는데 이것 역시 작품의 재미를 반감시키는 요인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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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과 직장을 잃은 절망에 빠진 여성이 기차를 타고 가면서 창밖으로 보이는 집에 사는 젊은 부부에게 가상의 이름까지 지어주며 지켜본다는 설정은 흥미로웠다. 심리가 불안정한 레이첼을 태운 기차가 마치 불안에 떨기라도 하듯이 덜컹거리는 소리가 들려오는 것처럼 몰입됐다. 레이첼은 저 멀리 보이는 대상을 자신만의 환상 속에서 동경하며 부러워한다. 사실 그들의 이름도 모르고, 그들을 제대로 본 적도 없으면서, 정말 막연하게. 중요한 건, 레이첼의 눈에 비친 그들의 모습이 아무리 '천생연분'처럼 보였어도, 그들 역시 결코 행복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레이첼을 통해 배울 수 있는 건, '내가 타인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이 과연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또 어디까지가 거짓일까?'하는 점이다. 내 기준에서 타인의 행복 또는 불행을 규정지으려 하지는 않았을까? 이러한 질문을 던진다는 점에서 '기차에 탄 여인 The Girl on the Train'이란 제목이 매력적이고, 단순한 듯 보이지만 내용과 컨셉을 잘 담아내고 있는 표지도 마음에 든다. 다만, 사건의 전말이 드러날 때에는 아쉽게도 이러한 매력과 재미가 이미 상당 부분 손실된 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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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즈번드 시크릿>처럼 이 작품에서도 신혼 때만큼 매력적이지 않은 아내는 남편에게 버림받고, 노골적으로 여성의 외모와 매력을 동일시한다. 하지만 살이 찐 아내와 그런 아내에게 싫증 내고 젊고 예쁘고 날씬한 여성과 바람을 피우는 남편은 어째 식상하다. 두 작품 모두 필요 이상으로 여성이 무기력하게 그려진 듯하다. 어머니로서의 여성은 충분히 강하지만, 인간으로서는 충분히 약하고 무력하다. 그런 면에서 볼 때, 애나와 레이첼의 관계가 특이하다. 결국, 사건을 수습한 사람이 레이첼이 아니라 애나란 것도 의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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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안 모리아티의 <허즈번드 시크릿>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이 작품도 맘에 들 확률이 높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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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그러고 보니, <허즈번드 시크릿>에도 세 명의 화자 중 한 명이 레이첼이다.   

 

 

리안 모리아티의 <허즈번드 시크릿> 리뷰

http://blog.naver.com/powersoul/220359280809 

 

 

LG전자 프랑스 법인을 10년간 이끈 CEO의 증언!

"한국인은 미쳤다!"

 

 

 

 

LG전자와 이해관계가 없다고 해도 도발적인 제목에 심기가 불편한 사람도 있을 것이고, 이해관계에 있거나 내부 사정을 잘 안다고 해도 저자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도 있을 것인데, 나는 그저 대한민국에서 어찌 됐든 손꼽히는 대기업의 외국 법인에서 10년을 일한 외국인 CEO의 눈에 비친 대한민국 기업과 근로자들이 어떻게 보이는가가 궁금해서 읽었다.

 

 

 

이 책의 저자이자 전 프랑스 법인 CEO였던 에리크 쉬르데주는 LG그룹에서 외국인 최초로 임원으로 승진하는 '영예'를 안는가 하면, 색전증으로 위급상황을 넘길 때도 있었는데 결국 10년을 다닌 그곳에서의 퇴사는 만족스럽지도 명예스럽지도 않았다. 그의 말에 따르면, 이 책은 '이제는 끝나버린 엘지에 대한 충성심에 대해 해명할 책임''에서 출발한 것으로 기업과 조직구성원들에게 전하는 '애정 어린' 쓴소리를 담아낸 것이다.  

 

 

다음은 이 책에서 저자가 소개하는 여러 사례 중에서도 가장 '드라마틱한' 것들이다.

사례 01  갑자기 서울에서 본부장이 온단다. 프랑스 대형 유통매장마다 연락해 

             경쟁 상품을 잠시 치우고 LG 제품을 전면에 진열해 달라고 부탁한다. 

             제발, 그가 갈 때까지만!

      02    부회장과 간부들이 식사를 하는 자리에서 한 외국인 간부가 부회장의 사진을

             찍어 그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고, 그 '순진무구한' 직원은 해고위기에 처했다!   

      03    갑자기 동료가 쓰러졌다. 피로누적과 스트레스 때문이란다. 의사에게 물었다.

            "그러니까 사무실에 언제 복귀할 수 있냐고요?"     

사실, 1번은 크게 새롭지 않다. 이와 비슷한 사례를 겪어도 보았고. 그런데 제3자의 입장에서 이 상황을 지켜보니 코미디가 따로 없긴 하다. 3번 역시 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크게 낯설지 않다. 압권은 역시 2번이다. 어쩌자고 '높은 분'께 카메라를 들이댔단 말인가! 사진 찍히는 걸 좋아하지 않을 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그걸로 사표를 쓰라 하니 이 상황을 외국인은 어떻게 받아들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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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 나오는 문제점 대부분은 LG전자에서만 나타나는 문제는 아니다. 한국 사회가 지나치게 결과만을 중시하고 선별, 탈락, 등급, 성과와 같은 개념에 목을 매다시피 하는 것도 이미 모두 아는 사실이고. 기계적인 야근과 그로 인한 개인과 가정의 희생과 붕괴는 성장과 발전(또는 승진)에 이미 가려진지 오래다. 그런데, 특별히 정부의 비호 아래, 기업들은 눈이 부시게 성장해왔는데, 과연 그 결과를 만들어낸 당사자들은 어떤가? 야근과 주말 근무를 일삼는 근로자들, 그들 인생도 그렇게 '반짝반짝' 눈이 부신가? 

또, 직장 내 지나친 경쟁구도와 파벌도 심각한 문제다. 경쟁이 심하고 상명하복 문화에 젖어있는 조직에 몸을 담고 있는 구성원들도 사실 그 조직에 뭔가 문제가 있다는 것, 그리고 개선되어야만 한다는 점을 알고 있다. 하지만 그들은 판을 바꿀 권한도 힘도 없다. 외국인 CEO 에리크 쉬르데주에게 주어지지 않았던 것처럼. 피라미드 최상층의 자성에서 시작하는 근본적인 변화가 없다면, 이 책에 등장하는 숱한 '미친 한국 사람들'과 다르게 회사 생활을 하기는 어렵다.

        

 

 

 

이 책을 단순히 '외국인 CEO의 분풀이'로 치부하기에는 분명히 새겨들을 만한 부분이 여럿이니, 그가 말하는 한국인과 한국기업의 장점은 장점대로 두고, 단점과 문제점들을 어떻게 개선할 수 있는지를 고민해 보는 계기로 삼는 것이 좋을 듯하다. 그런데 일부 주장에는 마음이 살짝 불편해진다. 스스로 에필로그에 '아무런 사심 없이 이 책을 썼다'고 밝히지만, 몇몇 독자들이 지적하듯 때때로 서양 우월주의 시선을 지우기 힘든 것도 사실이다. '한국 기업의 업무 방식은 인간적인 측면에서 매우 소모적이고 힘들지만, 그 효과는 부정할 수 없으며, 우리 서양인의 호불호는 중요하지 않다.'라는 말은 '너희는 잘못됐어. 하지만 우리 생각이 뭐가 중요하겠어?'라는 식으로 비아냥으로 들리기도 한다. 또 한국에 오기 전에 근무했던 소니나 필립스, 도시바 같은 일본 업체와 한국 업체를 비교하는 부분도 기분은 나쁘다.

 

 

 

한국인이 아닌 이방인으로서, 그가 한국 기업에 요구하는 것은 현지인과의 협력이다.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안정적인 성장을 이루려면 한국식 기업 문화를 무작정 따르라고 할 것이 아니라 현지 문화와 상황도 고려해 달라는 말이다. '혁신성이 지속될 때는 문제가 없을지 몰라도, 혁신이 부족할 때 기업의 성장은 한순간에 뒤집힐 수 있다.'고 일침을 놓는다. 그래, 사실 따지고 보면 이 책이 세상 밖으로 나오게 된 이유도 바로 거기에 있었을 것이다.    

 

http://blog.naver.com/powersoul/2204844658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