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저택에서 나온 에스터는 마차를 타고 가던 중 뱀파이어의 습격을 받아 끌려가게 되는데,

그녀가 도착한 곳은 크리스의 성으로, 그녀는 크리스로부터 자신의 신부가 되지 않겠느냐의 제안을 받게 된다.

 

"우리의 결혼은 평화의 상징이 될 거야.

뱀파이어와 인간이 서로 사랑해서 태어난 네가,

뱀파이어의 왕과 서로 사랑해서 결혼한다. 멋진 시나리오잖아."

 

뱀파이어와 인간과의 공존을 바란다는 크리스.

길모어 후작의 담피로 딸인 에스터와의 결혼이 평화의 상징이 될 거라고 하지만 글쎄.

 

그가 에스터를 원한다며 그녀에게 결혼을 제안한 것이,

단지 인간과의 공존을 알리는 평화의 상징이라고 온전히 믿기에는 그가 의심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레온과의 관계도 그렇고, 뱀파이어의 왕이라는 크리스의 위치, 그리고 그의 의뭉스러운 성격을 봐도

에스터에게 바라는 것은 따로 있지 않나 싶다.

이미 그녀의 쌍둥이 오빠를 데리고 온 전적이 있는 만큼, 크리스는 과연을 무엇을 계획하는 건지.

 

레온과 에스터의 관계변화와는 별개로 크리스의 행보가 궁금하다.

어느 늦은 밤 중에 쿠라타야 전당포 안으로 한 여인이 남자아이와 함께 들어선다.

그녀는 물건을 맡기시려고 하냐는 전당포 주인의 말에

"이 아이를 저당잡히려고 합니다."라고 대답을 하는 것으로 그 주인을 당황케 만든다.

여인은 이 애는 키타가미 가의 적자이자 정식 후계자라며 가계도를 들이민 후

일족은 현재 이산가족이 됐다며 시간이 없으니 맡아달라고 한다.

"만약 3년의 기한이 지나서도 데리러 오지 않을 경우, 우리 손녀딸과 혼인시켜도 되겠습니까?"

주인은 동경의 대상이었던 여인의 명문가 집안에 손녀딸의 이름을 올리고 싶다는 마음에

흥정 아닌 흥정을 건네고 여인이 이에 응하는 것으로,

이 작품의 두 주인공인 아키와 시노부의 인연은 그렇게 맺어져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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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키는 프랑스 쥬얼리 샵 '듀가리'에서 외판원이자 감정사로 일하는 중이다. 하지만 그는 현재까지도 쿠라타야 전당포의 저당품이다. 그의 조모를 비롯한 그 누구도 여지껏 그를 찾아가지 않았기에. 오래전 시노부의 조부와 아키의 조모가 맺은 얼토당코않은 계약 때문에 수년이 흐른 지금 그는 시노부와 약혼관계가 형성되었다. 고등학생인 시노부와 말이다.

시노부는 특이한 아이다. 오랫동안 전당포에서 살아온 만큼 보석에 대해 잘 아는 건 분명한데 뭐랄까, 지식보다는 보석의 기운을 느끼며 그에 따라 움직인다고나 할까. 작가의 작품 중 '노다메 칸타빌레'의 여주인공인 노다메와 살짝 오버랩 되는 경향이 있는 만큼 확실히 평범한 여자아이는 아니다.

아키는 외판원으로 일하며 '뭔가'를 찾고 있다. 어릴 적 기억에 희미하게 존재하는, 일족 대대로 내려오는 행운의 붉은돌을. 그것도 신기하고도 수상쩍은 친구와 함께. 그 부분에 대해서는 아직 정확히 뭔가 진행된 것이 없지만 그것이 아키에게 있어 아주 중요하다는 것만은 알 수 있다. 그렇기에 아키에게는 쿠라타야 전당포 역시 중요하다. 전당포는 자신의 가족과 연결되는 유일한 단서이므로. 시노부와의 관계는 제 편의대로 이용하는 일면도 있지만 그녀에게 때때로 휘둘리는 것만은 역시나 '노다메' 속 치아키를 떠올리게 한다. 뭐 관계적으로 봐서는 확실히 노다메 커플과는 차이가 있지만.^^

시노부는 지금껏 그녀가 알지 못하는 아키의 속내를 조금씩 엿보는 중이다.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분명히 아키의 속내는 더 많이 읽히게 되겠지만, 아직은 극의 초반이라서 두 사람의 관계가 어떤 식으로 진행될지는 미지수다. 보석에 얽힌 인물들의 사연이 하나씩 드러날 때마다 아키는 한 발자국 전진하기도 하고 후회하기도 하는 등 제 목표를 향해 나가는 중인 만큼 약혼 상태인 두 사람의 관계가 어떤 형태로 바뀔지 기대된다.

임해연 작가님을 이 작품 '눈이나려 꽃'으로 접했다.

일단 제목이 특이하고, 궁중물이라고 해서 호기심에 구매해봤는데 그래, 역시 내 선택은 틀리지 않았다.

아니 내 호기심이 틀리지 않았다고 해야 하나.^^

 

스토리가 막힘없이 쭉쭉 뻗어나간다. 궁중물이라면 무릇 고구마를 두둑하게 먹어주는 게 인지상정이지만 작가님은 이를 뻥 차버리시고 시원하게 이야기를 진행하신다. 여주인 설화가 황후가 되기까지 왜 이렇게 막힘이 없는지, 스토리가 너무 빨리 진행되는 것은 아닌지 오히려 걱정될 정도였다. 물론 그렇다고 속전속결에 재미가 없는 건 아니다. 재미는 챙기되 속도까지 빠르니 완결이 빨리 되겠다는 걱정이 앞섰을 뿐. 아니나 다를까, 작가분 말씀이. 처음 이 작품을 시작할 때만 해도 6권 즈음해서 마무리를 지을 예정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야기는 길어지고, 고지가 저 멀리 떠나갔다고 하니, 나는 그저 흐뭇하게 즐거이 다음 권을 기다릴 뿐이다.

 

지아비인 황제의 사랑을 받기 위한 후궁의 암투. 그러나 황제의 사랑은 어느덧 황후인 설화에게. 설화는 황제의 아내로써, 친구로써, 신하로써, 그를 대하지만 앞으로 그녀의 마음이 어떤 형태로 황제에게 닿을지는 모를 일이다. 그 와중에 삼각, 아니 사각 오각 관계가 불거져나오는 것은 양념일 뿐.^^ 이제 서서히 태후와의 전쟁도 막이 오르니, 구중궁궐의 암투와 모략은 전쟁터를 방불케할 터, 어서 다음 권을 읽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