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뼘 비엘 컬렉션은 제목에서 알다시피 짧은 분량의 단편으로 이루어지는 일종의 시리즈물입니다.

시리즈라고 해서 모든 작품이 연작되어 있는 건 아니고, 또한 연작 역시 개개의 단편으로 읽어도 무방한 단편들입니다.

이 작품은 그 중 하나로, 오메가버스를 기반으로 하고 있습니다.

모바일 기준으로 34페이지, 그중 본편은 30페이지 남짓합니다.

일반적으로 천원 금액의 외전보다 훨씬 짧은 분량이기에 처음 접하는 독자는 놀랄 수밖에 없는데,

저 역시 처음 접했을 때 분량이 너무 짧아서 뭥미 싶었답니다. 하하하.

 

배다훈은 일평생을 베타로 알고 살아왔으나 병원검진시 뜻하지 않게 임신이라는 진단을 받게 됩니다.

도무지 믿을 수 없는 결과에 배다훈은 자신이 베타라고 항변하지만 돌아오는 답변은 베타에 가까운 열성 오메가라는 것.

간혹 이런 사람들 중에 임신이 가능해지는 경우가 있으며 배다훈이 이에 해당된다고 하는데,

배다훈은 정체성 혼란을 겪는 와중에도 아이를 지우겠다고 다짐하지만

소심한 성격 탓에 병원에 방문할 때마다 아이가 얼마나 커가는지만 주구장창 보고 오고 맙니다.

 

아이 아빠. 변태성.

 

진짜 이름은 유태성이지만 원체 어마무시한 변태라서 변태성이라고 배다훈은 부릅니다.

섹스한 지는 1년 남짓, 동거한 지는 2년 째인, 스토킹에 의처증 기질까지 더해진 유태성과의 관계에서

배다훈은 절대 임신 사실을 알리지 않으려고 합니다.

솔직히 베타로 알고 있는 와중에 임신 사실을 믿지도 못할 터,

하지만 바람 핀다고 오인 받고서 질투심에 눈이 먼 유태성으로 말미암아

섹스로 죽을 뻔했던 배다훈은 결국 임신 사실을 털어놓습니다.

 

베타로 알고 있는 와중에도 임신했다는 말을 철썩 같이 믿으며 좋아하는 유태성을 보며

배다훈은 이것도 나쁘지 않다고 여깁니다.

뜻하지 않게 과거, 조선시대로 돌아간 그녀, 앨리스 한. 

홍 숙원의 몸에 깃들어서 방황 아닌 방황을 하는 것도 잠시, 

그녀는 전문직 앨리트로 무장한 여성답게 현실을 직시하여 이곳에서 살아남을 방도를 찾는 도중에

신의 배려인지 안배인지 여하튼 최종보스 임금님을 만나게 되니,

그녀의 시간여행 인생에서 한줄기 빛과 소금, 금수저가 냉큼 굴러떨어진 격이니 아니 반가울 수가!

 

그녀는 허울뿐인 임금, 허수아비 임금이 한 발 한 발 나갈 수 있도록 전문 비서를 자처하며 그를 돕는다.

이곳, 궁궐에서 나가기 위한 방법으로써.

홍 숙원이 그녀임을 임금께 알리지 못한 채로.

그것이 임금에게 어떤 상처가 될지, 자신 역시 상처받을 것을 미처 알지 못한 채로.

 

앨리스와 임금 사이는 점차 좁혀지고 마음을 허락하게 된다.

그 와중에 치언과도 접점이 맺어지니, 앨리스를 사이에 둔 두 남자의 관계가 요상하게 흔들린다.

아직은 셋 누구도 그 마음이 확연치는 않으나 조금씩 형태를 갖추는 상황.

하지만 그들의 마음과는 별개로 궁궐 내부는 간교하게 맞물려가며 그들에게 위협이 되는데.

 

마냥 울고 연약한 여성이 아닌, 대차게 제 상황을 헤쳐나가는 앨리스가 좋다.

그녀의 행보가 내심 기대된다.

그녀를 둘러싼 두 남자의 연심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지켜보는 건 덤!^^

 

타임슬립 소재가 득세하는 때가 있었다.

그다지 오래지 않았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는 것은 그만큼 소재의 재미가 오래 갔다는 반증이 될 터.

여하간 이 만화도 타임슬립이라는 소재를 배경으로 한다.

 

앨리스 한. 잘 나가는 글로벌 기업에서 역시나 잘 나가는 커리어우먼으로 사는 그녀에게 닥친 불운은,

그녀를 뜬금없이 조선시대로 인도하여 그녀에게 새로운 삶, 왕의 후궁으로써의 삶을 쥐어준다.

 

조선시대, 즉 한국사에 대해서는 일자무식(!)한 그녀가 

후궁으로 살아남아야 하는 궁궐은 망망대해와도 같지만,

그녀, 앨리스 한이 누구던가. 비상한 머리와 오롯한 현실감각을 지닌 그녀는 

거침없는 행동을 일쌈으면서도 이곳에서 살아나갈 방도를 찾기 시작한다.

 

그 와중에 남주인 왕의 행보는... 강화도령을 연상케한다.

왕실에서 나고자라 왕족으로 살아오지 않았기에 무엇도 제손으로 이룩할 수 없는,

그저 신하들의 말에 장단을 맞추고 

한껏 고개를 숙여야 고작 제 목숨을 부지할 수 있는 허수아비 왕.

작가가 그 시대를 배경으로 하지는 않았을 테지만 

이미지를 착용했으리라 여겨지는 남주의 설정이다.

 

아직은 초반인지라서 두드러진 이야기는 없지만, 커리어우먼으로 살아온 당찬 여주와 

제 목숨 하나 부지하기 어려운 어리숙한 남주의 케미는 기대감을 갖게 한다.

 

과연 두 사람의 만남이 어떤 사태를 불러올지, 

그녀는 왕을 어떤 식으로 변하게 만들지 다음 이야기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