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것을 제대로 보려면, 그것에 너무 가까이 있어서는 안 된다.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보아야 사물도 제대로 보이기 때문이다. 삶을 제대로 영위하기 위해서는 철학적 사유를 통해 삶을 낯설게 만들어야 한다. 자명한 것을 문제 삼는 것은 거리를 두는 작업이고 낯설게 만드는 작업이다.

낯섦이 찾아오는 바로 그 순간 우리의 생각이 ?어나 활동하기 시작하는 시점이다.

우리의 생각은 기본적으로 예기치 못한 사건과의 조우, 즉 마주침으로부터 비자발적으로 발생한다. 비자발. 강제한다는 것.

들뢰즈는 기호라 한다. 아내의 홍조 띤 얼굴, 콧노래, 눈빛 등 모든 것이 바로 기호에 해당한다. 남편의 생각은 기호에 집중되어 있다. 기호의 의미를 제대로 풀지 못한다면 남편은 밤새도록 아니 영원히 생각에 생각을 거듭할 것이다.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예외적인 사건의 발생, 그 사건과의 우연한 마주침, 그리고 그 사건의 기호에 대한 해석의 과정.

* 죽음이란 사건이 우리에게 드러나는 방식

사건, 마주침, 기호. 

낮섦이 우리로 하여금 생각하도록 강요한다. 들뢰즈는 이런 낯섦의 의미를 찾는 것을 생각이라 여겼다.

기호의 해석. 기호를 해석하는 것은 그것이 우리의 삶을 너무 불편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자신이 느끼는 불편함을 해소하려는 어쩔 수 없는 의지 때문

인간의 생각이란 낯섦과 불편함을 친숙함과 편안함으로 바꾸려는 자기 배려다.

죽음에 대해 우리가 갖는 느낌. 죽음이 우리에게 진정 낯선 것인가 아니면 친숙한 것이낙.. 우리에게 중요한 문제다.

죽음에 대한 에피쿠로스의 생각을 보자.

..... 그렇다면 죽음은 산 사람이나 죽은 사람 모두와 아무런 상관이 없는 것이다. 왜냐하면 산 사람에게는 아직 죽음이 오지 않았고, 죽은 사람은 이미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매노이케우스에게 보내는 편지-

(에피쿠로스는 알렉산더 대왕에 의해 그리스가 멸망하는 것을 보며 자랐다. 현실의 무질서와 허무를 경험하면서 진리, 자연, 삶에 대한 철학적 성찰에 몰두한다. 개인주의에 매몰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새로운 공동체를 꿈꾸었던 사람이다)

내가 죽어서 생물학적 기능이 정지되면, 나는 내 죽음의 고통을 느낄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예전 야만적인 시대에는 사형수를 죽일 때도 바로 죽이지 않았던 것. 바로 죽이면 고통을 느낄 수 없기 때문이다.

사랑하는 사람이 불의의 사고로 죽었다는 소식을 듣는 순간, 우리는 정신이 혼미해짐을 느끼고 때로는 기절한다. 이유는 무엇일까. 고통스런 사건의 의미를 정당하게 해석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은 잘 이해되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의 생각은 죽음의 의미를 찾다가 파열되어 지쳐버린다. 마침내 우리는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스스로 기절이라는 무감각한 상태, 전혀 생각하지 않은 상태, 넋이 빠진 상태에 이르게 된다.

* 교환 가능한 것과 교환 불가능한 것

어떤 경우에 나는 사건의 의미를 찾는 사람, 즉 기호의 해석자가 되지만, 다른 경우에는 단순히 무관심한 방관자가 되는 것일까.. 

근본적으로 우리가 타자를 두 가지 방식으로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랑하는 이삭을 제물로 바치라는 하느님. 아브라함은 고민한다. 딜레마 속에 자신을 내던졌으며, 자신의 불안을 기꺼이 껴안았다. 하느님의 명령대로 아들 이삭을 제물로 바쳐야할 때가 다가오자, 아브라함의 불안과 고뇌는 극도로 증폭된다. 

이때 누군가가 아브라함의 고뇌를 위로하기 위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고 해보자. '뭐 그렇게까지 걱정하지 마세요. 당신은 지금도 젊으니까 아들 하나를 더 낳으면 되지요' 그러나 이런 위로가 아브라함의 고뇌에 정말 도움이 될 수 있을까.. 

절대 그럴 수 없을 것이다. 

아브라함에게 이삭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단 하나뿐인 이삭이기 때문이다.

아브라함을 위로한 사람은 이삭을 다른 아들로 '교환 가능한 존재'로 보고 있다면, 아브라함 본인ㅇㄴ 이삭을 다른 어떤 아들로도 '교환 불가능한 존재'로 보고 있다는 것

특수한particular이란 표현은 동일하지만 다르다는 으미

단독적singular. 동일한 것이 여럿 있는.

아바라함에게 이삭은 단독적 존재였다. 그랬기에 아브라함의 고뇌와 불안이 의미를 가질 수 있는 것이다. 다른 것으로 바꿀 수 없는 것을 제물로 바쳐야 하기 때문이다. 

생각하도록 강제하는 사건이나 기호가 어디서부터 유래하는지 알 수 있다.

그것은 단독적인 사람, 다른 누구와도 바꿀 수 없는 사람으로부터 분출되는 것이다. 

* 사건과 무의미

생각이 발생하는 조건. 사건, 마주침, 기호.

생각의 비밀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가 항상 생각하고 있는 것은 결코 아니라는 사실.

그리고 생각을 한다고 하더라도 생각이 우리 자신의 의지에 따라 자유롭게 발생한 것이 아니라는 점. 

생각은 우리가 낯선 사건과 우연히 마주쳤을 때, 비 자발적으로 발생한다.

확실치 않은 의미 때문에 개별 상황은 하나의 사건이자 기호가 될 수 있다.

기호가 어느 한 방향의 의미만을 강제하지 않고, 오히려 모순되어 보이는 여러 의미를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애인의 눈물이란 기호는 분명, 모순적인 의미를 함께 내포하고 있고, 그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애인의 눈물은 아무런 정보를 제공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오히려 너무 많은 정보를 제공해서 '사랑한다'는 의미와 '사랑하지 않는다'는 의미를 동시에 내포하고 있기 때문에 남자를 골치아프게 한 것은 아닐까.

기호가 극단적으로 상반되는 내용을 동시에 품고 있기 때문이다.

이 점에서 볼 때 모순이란 말처럼 사건과 기호와 논리를 잘 표현해주는 것은 없다. 

모순된 사태와 마주치면, 우리는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도대체 이것은 무엇일까. 

사건이 우리로 하여금 생각하도록 만드는 힘을 가지게 된 것은, 이것이 바로 모순적인 방식으로 이야기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흔히 모순이란 무의미non-sense와 연결되어 이해되곤 한다. 우리가 아리스토텔레스와 마찬가지로 모순된 주장은 어떤 정보도 없다고 쉽게 생각해버리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실 '사건'과 그것을 표현하는 '모순'은 어떤 의미나 정보가 부재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런 의미나 정보가 너무 많이 존재한느 상태를 가리킨다. 그래서 무의미란느 것 역시 의미가 결여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의미가 과잉되어 있다는 것.

부조리는 으미의 결핍, 부족함에 의해 정의된다.... 그러나 무의미란 의미를 지니지 않는 것이기도 하지만 바로 그렇기 때문에 의미를 주는 역할을 수행함으로써 의미의 부재에 대립하는 것이다. -들뢰즈. 의미의 논리-

표면적으로 확정된 의미가 없다는 점에서 의미를 지니지 않는다고 볼 수 있지만, 무의미는 오히려 의미를 만들어주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무의미는 바로 우리의 생각을 끌어당기는 사건이 부눌하는 기호가 가진 힘이기 때문이다.

읨를 확정하기 위해서 우리는 사건에 들어갈 수 밖에 없다. 

사건이 내뿜는 기호와 무의미 속에 우리는 낯섦을 경험할 수밖에 없다. 우리의 생각은 이 낯섦을 친숙한 것으로 바꾸려는 삶의 무의식적인 의지로부터 기원한다.

2. 철학적 사유와 인문학적 경험

* 삼단논법의 숨겨진 비밀

철학이 모든 학문의 정수라면 논리학은 바로 철학의 정수라 얘기한다. 

삼단논법은 철학이 무엇인지 혹은 철학적으로 생각한다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많은 시사점을 던져준다. 

대전제, 소전제, 결론에 해당하는 각 문장은 어떤 순서로 머리에 떠오르는가.. 삼단논법대로 대전제, 소전제, 결론의 순서인가..

그렇지 않다. 오히려 정 반대다. 구체적인 생각(소크라테스는 죽는다)을 떠올린다. 이는 일상적으로 경험하게 되는 익숙한 현상 가운데 하니이다. 그런데 이 생각을 다른 사람에게 얘기한다면. 내 생각에 소크라테스는 죽을 거야. 이 말을 들은 사람이 아무런 문제도 제기하지 않고 내 주장에 동의하면 더이상 이 생각에 연연하지 않을 것이다.

동의하지 않는다면 우리의 생각은 증명을 필요로 하는 주장이 된다. 어떻게 증명할까. 어떻게 상대를 설득할 수 있을까.

고민 끝에 '소크라테스는 사람이다'라는 생각과 '모든 사람은 죽는다'는 생각에 이른다.

상대방이 이 두 가지 전제를 참이라 받아들이면 상대방은 결국 '소크라테스는 죽는다'는 나의 생각과 주장을 거부할 수 없다.

논증의 순서와 사유으 순서가 반대로 되어 있다는 것을 분명히 밝힌 에른스트 캅의 이야기를 보자

질문자의 마음속에 삼단논법을 발견하려는 사유의 방향은 전제와 결론일나는 순서와는 사실 대립되는 것이다.

질문자는 자신의 사유를 전제로부터 결론에 이르는 방향이 아니라, 거꾸로 결론으로부터 전제에 이르는 방향으로 진행시킨다.

살인사건을 해결하려는 형사가 삼단논법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어떤 주장을 먼저 내세우고 이어서 그 주장의 근거를 찾는다고 할 수 있다. 용의자를 정하고(주장하고) 범죄 혐의를 입증(근거 제시)한다. 모든 사람을 용의자로 가정한다면 수사는 매우 오랫동안 더디게 진행되고, 십중팔구 미제 사건으로 남을 것이다.

삼단논법이란 것이 허구적이가나 완전히 관념적인 것만은 아니라는 것.

삼단논법에서 중요한 것은 논증이 구성되는 순서, 즉 대전제-> 소전재-> 결론의 순서가 우리가 생각하는 순서와는 반대로 되어 있다. 

불행히 상대방이 전제마저 계속 의심한다면 어떻게 될까.. 다시 그를 설득하기 위한 또 다른 전제를 생각해 내야 한다. 상대를 설득하겠다는 의지를 포기하지 않는다면..

* 이성의 의미와 한계

2006년 황우석 박사의 대국민 사기극이 밝혀졌다. MBC PD 수첩을 통해 제기된 의혹이 결국 사실로 밝혀졌고, 자랑스럽게 여겼던 한국의 줄기세포 연구는 전세계 사람들의 우스갯거리로 전락했다. 우리 사회에 만연한 거짓.. 거짓이 어떻게 생산되고 유통될까.. 순진하면 잘 속는다고 한다. 진실과 거짓말을 구분하는 능력이 없기에.. 순진하게 속지 않으려면 의심해야 한다. 엉터리 권위에 대해 끊임없이 의혹의 눈초리를 보내야 한다. 대중들과 평등한 대화가 이뤄질 때 지식인은 계몽의 오만에서 벗어나고, 대중은 속지 않을 수 있다.

 

1. 사람에 대한 거짓말 -정신과 전문의. 정혜신-

4,50대 남자들. 경영이라는 말을 편안하게 여기기에, '나를 들여다보기'라 하지 않고 '자아 경영'이라면 더 잘 이해한다. 결국 나를 들여다보는 작업인데.

 

구조 조정의 생존자라 할 수 있는 남은 자들의 심리공황 상태.

 

개인적인 것이 가장 보편적인 거라.. 그런데 개인적인 것에 집중하면 보편적인 것을 발견할 수 있지만, 그런 사고가 동시에 위험한 측면도 가지고 있다. 따라서 객관적(거리를 두고)으로 볼 필요가 있다.

 

심리학자는 인문학적 관점에서 사람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정신분석을 공부하고

정신분석과학은 사람에 대해 인문학으로 접근하기도 하지만, 의학을 통해 뇌의 구조나 영향 등을 살펴봄으로 생물학적 존재로서의 사람도 연구한다.

 

비판적으로 쓴 사람에 대한 걱정은 별로 없어요. 그런데 내가 긍정적으로 본 사람이 언제 사고라도 치면 그때는 어떻게 하나 하고 걱정하지요.

 

정신과를 찾는 사람들은 누구한테도 털어놓을 수 없는 자기 마음속 깊은 곳에 있는 진실을 말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아무렇지도 않게 거짓말하는 사람들을 진료실에서 만난 경험은 많지 않아요. 그리고 거짓말을 밥 먹듯이 하는 사람들한테 임상적으로 '성격장애'라는 진단을 내리는데, 그런 사람들은 절대로 병원에 오지 않아요.

 

사람이라는 게 단순화해서 예측하고 통제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라는 사실이 입증되었다.

 

몇 가지 행동으로 사람의 참과 거짓을 구별할 수 있으며, 실제로 그런 베테랑이 세상에 상당히 많다.

 

오랫동안 영화를 만들어온 사람은 자기들이 사람의 심리를 움직이는 일종의 공식 같은 것을 알고 있다고 믿는다. 이야기를 이 정도 진행하고 나면 여기쯤 사람들이 한번 웃을 수 있게 해줘야 해. 여기선 사람들의 마음을 약간 들었다 놔야 해. 이쯤에선 감정선을 건드려서 울려야 해..

그리고 사람들의 감정이 공식대로 움직이는 것을 보면, 과학적인 훈련이나 이론으로 사람의 심리를 파악할 수 있고 조작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의 심리를 간파할 수 있는 일종의 공식 같은 것이 있다. 프로이트도 비밀이라는 것은 몸에서 바깥으로 흘러나오는 것이기 때문에 감출 수 없다고 했다. 예를 들면 말할 때 자꾸 코를 만진다든지, 몸의 움직임이 많아진다든지 하는 몇 가지 사인들이 거짓말하는 사람들의 행동이라고 알려져 있고, 실제로 그것을 통해 거짓말을 구별하기도 한다.

 

* 모든 인간은 개별성을 가진 독립적인 존재

왜 어떤 사람과는 의견이 다른데도 잘 지내고, 어떤 사람과는 의견이 같은데도 사사건건 부딪치는 불협화음이 생기는 건가..

융은 이런 고민을 한 사람이다. 이 고민이 바탕이 되어 형성된 이론이 융의 심리 유형론이다.

 

사람의 문제는 무엇이든 간단하게 알 수 잇는 것 같지만,동시에 사람의 문제를 그렇게 간단하게 생각하면 여러 문제점이 생길 수 밖에 없으며, 따라서 간편하지만 상당히 위험한 방법이다.

단순하게 유형화해서 봄으로써 오히려 그 사람의 실체가 드러날 수 없는 문제가 있다.

 

자기가 선호하고 좋아하는 것을 더 보강하고 강화하는 사람의 심리를 '보강효과'라 한다.

마찬가지로 인간의 유형을 혈액형으로 나누고, 그 유형의특성에 자신이 타당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지속적으로 강화하면 결국 아주 파쇼적인 시각을 갖게 되기 쉽다.

 

사람에겐 다양한 생각이 있는데, 깡그리 무시하고 한 가지 기준으로 말하는 것. 이처럼 사람을 몇 가지 유형으로 나누는 사고방식은 사람의 실체를 정확하게 아는 데 상당히 방해가 되는 단순무지한 생각이다.

한 사람 한 사람이 모두 다르다. 사람을 유형으로 분류해서 이해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모든 사람이 다 개별성을 가지고 있는 독립적인 존재라는 것을 잊어버리는 순간 상당히 폭력적일 수 있다.

 

사람이라는 게 관게에 따라서 그 모습이 달라진다. 같은 사람이라도 상황에 따라 늘 바뀌는 존재. 내가 그 사람을 다른 상황에서 ?으면 전혀 다르게 인식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는 사실. 그렇게 여러 가지 모습으로 다양성을 구사하며 사는 게 사람이다.

사람은 본래 다중인격으로 살아야 오히려 정상이다.

 

as if성격. 자기 고유의 정체성이 없이 가까이 지내는 사람을 따라 자꾸 바뀌는 모습의 사람. 자신이 이상적으로 여기는 어떤 대상을 흉내 내는 데 굉장히 능숙하다.

 

사람마다 맡고 있는 역할에 따라서 다양한 모습으로 살아간다.

집에서는 굉장히 근엄하지만, 본가에 가면 고분고분한 막내 아들이 되는 사람이 있듯이.. 결국 그 중 어느 한 모습을 가지고 그 사람을 규정하는 것은 상당히 무리가 있다는 것이다.

 

* 사람의 모호함을 견디자.

사람들이 페르소나, 즉 역할성격에 고착되면 특정 인물에 대해서 상당히 잘못된 평가를 내릴 수 있다.

유명인에 대해 갖고 있는 잘못된 평가는, 우리가 그 사람의 페르소나에 과도하게 압도당해서 그 사람의 실체를 잘 보지 못함으로써 생기는 아주 흔한 현상들 중 하나다.

 

자신이 모시는 분에 대한 평가는 어렵다.

사람들이 아부하거나 아첨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심리적인 장벽 때문에 생기는 현상이 있다.

심리적으로 상대에 대해 범접하기 어려운 존재라고 과대평가하고 있어, 너무 긴장하기 때문에 사고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는 것. 그냥 자주 함께하는 보통 사람이면 그 사람이 하는 행동에 대해 왜 그러는지 충분히 사고할 수 있을텐데, 너무 얼어붙으니까 그게 작동이 잘 안 된다.

심리적 장벽이 있는 상대에게는 접근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과다하게 상징성을 부여하고 그 의도를 지나치게 깊게 해석한다. 사실은 그 사람에 대해 알 수 없는 게 아니고, 그냥 선입견 없이 인식하면 충분히 판단할 수 있다.

훌륭하기는 하지만 보는 사람이 거기에 지나치게 몰입하고 있어 일정한 거리를 두고 객관성 있는 평가를 내리지 못한다. 그렇지 않은 부분도 있는데,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인식하지 못하다 보니까, 그 사람에 대해 제대로 된 평가를 내리지 못하는 것. 그래서 알고보니 인간적이다, 알고보니 털털하다는 식으로 너무 당연한 얘기들을 굉장히 큰 무엇인가를 깨달은 것처럼 말하는 경우가 생긴다.

 

파커에게 세계 최고의 와인 감별사라는 권력이 오래 지속되다 보니, 기이하게도 그 사람의 입맛에 맞춘 포도주들이 생산되기 시작했다. 그 사람이 객관적으로 여러 사람들한테 좋은 입맛을 대변할 수 있어서 그런 권력이 주어진건데, 결국에는 그 사람 입맞에 맞춘 포도주가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권력이 과도하게 주어지면서 수단이 그냥 목표 자체가 되어버린 것. 맹목적으로 추종하거나 심리적으로 지나치게 몰입하는 경우를 항상 경계해야 한다.

 

보수주의자.

모호함을 견디지 못하고 평등에 대해 독선주의적 혐오감과 공격성, 그리고 막연한 두려움을 가지고, 권위주의적인 성격을 보인다.

사람이 모호한 것을 못 참다보면, 친숙한 것에 매달리고 미리 가지고 있는 단순한 고정관념만 더 강화시키는 일종의 질병 상태가 된다. 결국 사람을 이해하는 게 어렵고, 복잡하고 모호한 동시에, 또 그와 반대되는 측면도 있는것 같지만, 그래도 인내심과 시간을 가지고 여러 가지 측면을 보면서 그런 모호함을 견딜 필요가 있다.

인간관계에 보수주의가 생기면 사람이 자신이 바라는대로 굉장히 분명하고 명확하게 보이며, 그에 대한 결론도 간단하게 내려진다.

 

* 모든 인간은 불완전한 존재다

시골로 가니 희망이 있었다. 과연...

 

1929년 대공황은 많은 사람들의 삶을 바꾸어 놓았다. 긍정적인 방향으로 작용한 사람도 있겠지만, 반대인 사람들이 더 많았을 것이다. 불황은 실업을 친구로 데려왔다. 사회는 파시즘의 먹이로 전락했고, 전 세계를 휘저어 놓을 군사 무법자가 판치기는 상황이 초래되었다. 희망이 없는 삶. 절망으로 가득한 개인, 혼란스런 사회. 평화주의와 채식주의 그리고 집산주의를 추구하던 헬렌과 스코트는 자신의 신념을 지키며 소박하고도 평온한 삶을 위해 뉴잉글랜드 버몬트로 이주한다. 그들이 버몬트에서 추구한 것은 조화로운 삶이었다. 과연 이들의 앞에는 어떤 삶이 기다리고 있을까..

 

조화로운 삶을 위해 그들은 3가지 원칙을 정했다.

첫째는 독립된 경제를 꾸미는 것.

둘째, 건강을 지키고 더 건강해지는 것,

마지막으로 사회를 생각하며 바르게 사는 것이다.

 

첫째는 독립된 경제를 완성하자.

스스로 자급 능력을 갖추고 넉넉하고 만족스러운 삶을 시도한 그들. 결과적으로 그들은 일을 통해 삶의 기쁨을 키우고, 자기가 성장하는 것을 느끼고, 스스로 가치 있고 소중하게 여기는 마음을 가지게 되었다. 그들은 어떤 일이든 허투로 시작하지 않는다. 스스로 묻고 계획을 세우고 일을 진행했으며, 결과를 기록했다. 또한 경험을 통해 계획을 수정했다.

 

새로운 곳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언제나 그 곳 풍습을 있는 그대로 따라야 한다. 이런 과정은 주위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돌로 튼튼하면서도 편리하고 유지비용이 적게드는 집을 지었다. 무수한 시행착오와 난관을 겪지만, 제법 튼튼하고 실용적인 집을 완성한다. 그들의 집은 둘레와 조화를 이루고 동시에 실용성도 갖추고 있다.

 

집과 함께 중요한 것은 양식을 마련하는 일이다. 버몬트는 가혹한 기후와 척박한 땅을 가진 지역이다. 6,7,8월에도 서리에 피해를 입었고, 이 사실은 농사에 곤란한 문제를 안겨주었다. 가혹한 기후가 가진 한계를 알 고 있기에, 더 신경을 쓴다면 추위에 약한 채소와 추위에 강한 채소를 다른 방법으로 기를 수 있다. 그들은 슬기롭고 생각이 깊은 농부와 가까이 지내면서 어려운 문제를 해결한다. 문제가 어렵다고 포기하지 않고, 과거 버몬트의 황무지를 개척하고 자리잡은 사람들을 생각하며 조심스럽게 접근했고, 결국 성취했다.

 

둘째. 건강을 지키고 더 건강해지자.

건강할수록 더 충만하고 만족스러운 삶을 누릴 수 있다. 제대로 먹는 것이 가장 훌륭한 치료이며, 충분히 신경써서 건강을 지켜야 한다. 그렇다면 건강문제를 일으키는 원인은 무엇일까.

 

병은 좋지 않은 환경에서 사는 사람과 좋지 못한 음식을 먹는 사람을 공격한다. 반대로 알맞은 영양이 모여 있는 알맞은 음식을 먹어야 균형있는 건강을 지킬 수 있다. 건강한 땅에서 자란 곡식이며, 싱싱한 채로 가공하지 않고 먹는 것이 좋다. 가공 과정을 거치면 영양분을 잃어버리며, 음식 가공업자는 상품성을 높이기위해 부족한 부분을 검증받지 않은 재료로 채워 넣는다. 가공식품 대신 자연에서 얻은, 신선하고 맛있는 과일과 채소가 건강을 위해서 훨씬 더 좋다.

 

간단한 아침을 먹는 생활은 정오까지 버티지 못할 것이라 생각하지만, 건강하고 단순한 식습관은 버릇 들이기 나름이다. 가공하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음식으로 더 좋은 영양을 싸게 얻으므로, 불가능할 것 같은 일이지만 충분히 가능했다. 음식을 통해 섭취한 영양분과 에너지로 생업을 위해 일할 때는 땀흘리며 열심히 일했다.

 

일할 때도 절대 서두르지 않았다. 서두르면 오히려 일을 그르치기 때문이다. 네 시간 동안 부지런히 일을 하고, 네 시간의 여유를 즐겼다. 책 읽고, 글 쓰고, 앉아서 햇살을 즐기고, 숲 속을 산책하고, 음악을 연주하고 시내 나들이를 다녔다. 먹고 사는 일에 매몰되지 않고 진정으로 바라는 일에 몰두했고, 이웃들고도 결실이 있는 진정한 관계를 맺기를 바랬다.

 

셋째. 사회를 생각하며 바르게 사는 것이다.

그들의 세 번째 소망은 성공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이웃들은 외부인들을 의심스런 눈으로 바라보고, 침입자라고 부르는 것은 당연한 일인지 모른다. 어떤 공동체든 외부에서 온 사람에게 공동체의 법을 따를 것을 요구하고, 풍습과 인습을 받아들이기를 바란다. 그런데, 헬렌과 스코트는 그곳 인습을 하나에서 열까지 곧이곧대로 따를 생각은 없었다.

 

채식을 하며 가공식품과 육식을 하지 않는 헬렌과 스코트의 방식은 주민들과 불협화음을 일으켰다. 스무해 동안 헬렌과 스코트의 충고대로 먹는 습관을 바꾼 사람은 없었다. 결국 서로 다르게 사는 데 동의했고, 서로의 취향을 인정했다. 콘크리트 굴뚝과 토론 모임, 마을회관에서의 댄스 파티와 술 문제에서 성공적인 것은 없었다. 다만 음악회를 통한 주민 단합은 일정부분 성공을 거두었다. 2차대전이 진행중 우편서비스가 중단되었을 때 마을 주민이 보여준 단합은 실로 놀라운 일이었다.

 

버몬트의 주민들에겐 건강한 공동체를 만들기위해 필요한 다양성, 차별성, 전문화를 이룰만큼의 사람이 없었고, 이념의 순수성, 집단의 동질성, 집단의 목적을 유지하기위한 통제가 없었다. 또한 버몬트 사람들은 강한 개인주의자였다. 결국 버몬트를 결속시키려는 실험은 실패로 끝났음을 인정해야 할 것이다. 물론 그들은 공동체를 만드는 일의 성공 가능성이 희박할 것이란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도 시도는 해 보았다.

 

닫으면서

현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조화로운 삶이란 어떤 것일까.. 조화로운 삶을 찾는 것도 쉽지 않지만, 실행 또한 만만치 않을 것이다. 각자가 처한 상황과 현실이 다를지라도, '될 수 있으면 바람직한 삶을 살아야 할 책임이 있다'는 말에는 공감이 형성될 것이다. 삶은 우리 모두가 몸 바쳐 벌여 나가는 사업과 같다. 일상 생활은 선택으로 이뤄진다. 선택의 갈림길에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해야할까. 사람은 자기 믿음에 따라 행동하거나, 믿음에서 벗어난 행동을 할 수 있다. 자기 믿음에서 벗어난 행동을 할 때, 그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결과를 일으키는 원인이 된다. 그리고 생각과 실천이 따로인 삶으로 인도하고, 조화로운 삶에서도 멀어진다.

 

우리는 순간순간, 날마다 자기가 더 바람직하게 여기는 삶을 살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 건강한 몸, 균형잡힌 감정, 조화로운 마음, 나은 생활과 세계를 만들고자 하는 꿈을 간직한 삶.  충분히 실현 가능한 삶이다. 오늘의 우리 모습은 어제까지의 내가 만든 것이고, 내일의 나는 오늘의 내가 만드는 것이다. 무엇이든 저절로 이뤄지는 것도, 우연히 이뤄지는 것도 없다. 내가 원하는 조화로운 삶이 어떤 것인지 생각하고, 실행에 옮길 수 있는 계획을 세우고, 하루하루를 충실히 산다면 조화로운 삶도 가능할 것이다.

 

조화로운 삶을 살다 스코트는 백 살이라는 명예로운 나이로 세상을 떠났고, 헬렌도 농사를 지으며 충만한 느낌과 목적 의식을 가지고 자연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한때 훌륭한 동반자와 함께 했던 인생을 마무리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