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야스가 노부나가를 안 지는 벌써 25년이나 된다. 두 사람이 동맹을 맺은 것도 25년 전이다. 용케도 우의를 지속시켜 왔다고 이에야스는 깊은 감회에 젖었다.
5월 20일, 향연이 끝나고 이에야스는 노부나가와 헤어졌다. 그런데 이것이 마지막 이별이 될 줄은 아무도 몰랐을 것이다.
29일 이에야스는 사카이에 도착했다. 사카이는 120년 가까이 전란이 계속된 일본에서 누구의 무력에도 굴하지 않고 중국이나 남양의 배들과 무역을 한 특이한 고장으로 막대한 부를 축적해 왔다.
오다 노부나가가 남보다 앞서 통일의 기초를 닦을 수 있었던 것도 사카이를 손에 넣었기 때문이었다.
아케치도 모반을 결심한 이상 면밀하게 계획을 세웠을 것이다. 기슈 가도도 야마시로 가도도 야마토 가도도 모두 철저하게 차단했을 것이라 보지 않으면 안 돼.
아케치 미쓰히데의 모반에 세상은 깜짝 놀랐다.
지금까지 노부나가가 두려워 꼼짝도 못하고 있던 강도가 횡행하여 닥치는 대로 약탈하기 시작하고(질서가 무너지자 나타나는 혼란상)
이에 대해 농민들도 방어를 위하 죽창을 만들기 시작했다. 영주에게 불만을 품었던 농민들은 반란을 일으켜 폭도로 화했다.
반란자의 무리입니다. 얼른 길을 바꾸어야겠군.
황금을 주어 무마하면?
산적이라면 황금을 주어 무마하면 되겠지만, 반란자는 불평을 폭발시킨 폭도이므로 그것으로는 안 됩니다.
그렇다면 싸울 수밖에 없군.
암. 싸우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야.
잠깐. 인원은 8백 명쯤 되어 보이는군. 헤이하치로 그대가 가서 무엇을 원하는지 알아보게. 아니. 내가 물어보겠어. 우두머리를 이리 데려오게.
주군, 대화가 통할 상대가 아닙니다.
그것은 피에 굶주려 있을 때일세. 그러나 이성과 타산을 되찾으면 대화가 가능해.
데려왔는가..
나그네 무사들아. 입고 있는 것을 모두 벗어라.
.......
왜 가만히 있느냐? 저 멍석으로 만든 깃발이 안 보이느냐? 꾸물거리고 있으면 저 사람들이 몰려올 것이다.
그렇다. 만약 반항한다면 모두 죽이겠다. 어서 가진 것을 내놓아라.
너희들은 영주에게 원한이 있느냐? 있다면 그것이 어떤 것인지 말해 보거라.
뭣이?
누가 너희들을 괴롭혔는지 묻고 있다. 괴롭혔기 때문에 분노한 것이 아니겠느냐?
그렇다. 물론 그렇다.
그럼 상대가 누구냐? 멋지게 해치웠느냐?
암. 해치웠다. 목이 잘린 자가 백 명은 된다. 네놈도 목이 잘리고 싶으냐?
서두르지 말고 침착하게 말해보거라.
나는 너희들을 말을 잘 들어보고 상을 주려고 한다.
뭐? 상을.
그들이 소란을 을이키고 마구 칼을 휘두르는 것도 결국은 오랫동안 인종을 강요받아온 자의 열등감에 지나지 않는다. 이에야스는 이것을 꿰뚫고 있었다.
나는 스루가, 도토우미, 미카와 등 세 지방의 주인이다. 무장한 임무는 백성들을 난폭한 자의 손으로부터 보호하는 데 있다.
그래서 상을 주겠다는 말이냐?
우리는 속지 않는다.
내 말을 끝까지 듣거라.
백성들을 고통에서 구하는 것이 무장의 책임이기에, 너희들에게 묻는 것이다. 불만의 원인은 세납일테지. 세납을 얼마나 바치고 있느냐?
7할이다. 나머지 3할로 우리가 먹고 살 수 있겠는가?
그 3할조차 전쟁이 일어나면 빼앗아 간다. 그러므로 선수를 친 것이다.
멍석 깃발을 앞세우고 영주의 창고를 습격했느냐?
설마 다 같이 고생하는 이웃 농민들을 습격하지는 않았겠지?
뭣이? 이웃....
동료는 보호해야 한다.
알겠느냐? 오다님은 목숨을 잃었으나 다시 난세로 돌아가지는 않는다. 나의 군사 10만 외에 주코쿠에 나가 있는 히시바 치쿠젠의 군사 10여 만도 곧 돌아올 것이다. 혼란은 그 때까지일 뿐. 무장을 대신하여 너희들이 동료를 지키고 있거라.
이것이 그 상이다.
......
너희 두목의 이름이 무엇이냐?
앞으로 천하가 평온해지거든 나를 찾아 오너라. 반드시 힘이 되어 주겠다. 오늘은 이 황금과 증서를 줄 것이니 너희들 중 30명 가량을 선발하여 길을 안내하도록 하라.
행선지는 우지와다라에 있는 야마구치 도자에몬의 집이다. 이가 다라오 성주의 다섯 째 아들이 사는 집이다.
여보게. 필기도구를 이리 주게.
예.
너부터 이름을 대거라.
자.. 이것을 지니고 있거라.
예.
놀라운 지략이시다. 이것은 보통 사람으로서는 할 수 없는 일이야.
사실 그들은 이 증서와 황금을 받아들고는 쏜살같이 물러갔다. 반란자의 무리는 이에야스의 말대로 건장한 젊은이를 뽑아 길을 안내하도록 했다.
이리하여 호랑이 굴을 탈출한 일행은 그날 여덞 점(오후 2시)이 지나 기진맥진한 모습으로 야마구치 도자에몬의 집에 도착했다.
누부나가공이 이가를 정벌할 때 고가와 이가의 무리들을 가혹하게 처단하여 크게 원한을 품고 있다고 하오. 그들은 농민의 반란과는 차원이 다를 것이오.
이 재빠른 출발이 일행을 기다기고 잇던 위기를 아슬아슬하게 넘기게 하는 원인이 되었다.
계속 이길로 가시면 위험합니다. 이가와 고가의 무리들은 도쿠가와의 편이 될 것인가, 아케치의 편이 될 것인가 하는 걸로 두 파로 갈라졌습니다. 오다에게 깊은 원한을 품은 자들은 아케치에 가담하겠다고 하면서 저 앞에서 도쿠가와님 일행을 기다리며 매복해 있습니다.
나라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기둥이 있다. 그 기둥이 쓰러지면 하루 아침에 소란이 지상에 퍼치고 그 퍼진 소란 중에는 다시 다음의 기둥을 갈구하는 무의식적인 의지가 힘차게 움직이게 된다.
마고시로.. 그대는 내가 부탁도 하지 않았는데 왜 이가의 무리들을 찾아갔었나?
도쿠가와님을 돕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내가 약하다고 보았기 때문에 도우려고 했나?
아닙니다. 저희들을 인자하게 대해주셨기 때문입니다. 그 때 인자하시지 않았다면 저희들은 싸웠을 것입니다. 싸웠으면 이겼을지도 모릅니다.
그래도 싸우지 않은 것은 후환이 두렵다는 생각 때문이었을 테지.
예. 그 때 도쿠가와님을 공격했다면 이기고도 진 것이 됩니다.
인자하신 분을 죽여 이로 인해 못된 사람이 천하를 손에 넣는다면 농민들은 평생을 울면서 살아야 합니다. 인자하신 분임을 안 이상 이를 돕는 것이 도리라고...
반란자들이 납득했을 정도이므로 무사들도 틀림없이 납득할 것이라고...
그래서 이가의 무리에게 달려갔었군.
예.. 그랬더니 이처럼.. 도리라는 것은 강한 힘인 것 같습니다.
이에야스가 오우미에서 이가로 이어지는 험준한 산길을 헤매고 있던 6월 3일 오후...
하시바 치쿠젠노카미 히데요시는 빗추의 다카마쓰 성에서 포위망을 둘러보고 있었다.
다케마쓰 성은 히데요시의 수공으로 완전히 물에 잠기고 말았다.
여보게. 간베에, 모리는 빗추, 빈고, 미카사카, 이나바, 호키 등 5개 지역을 양도할 테니, 이 다카마쓰 성의 포위를 풀어달라는 제의를 해왔네.
그래서 무어라 대답하셨습니까?
5개 지역이라고 하면 대단한 양보인 것 같지만 빈고를 제외한 나머지는 아직 모리의 영지가 아니야. 따라서 그 조건을 한 마디로 거절했네.
첩자를 생포하고, 첩자가 가진 문서를 보는 히데요시.
그것은 아케치 미쓰히데가 모리 데루모토와 그 숙부인 기쓰가와 모토하루, 고바야키와 다카카게의 두 진영으로 보내는 편지인데, 노부나가를 혼노 사에서 그의 아들 노부타다를 니조 성에서 각각 죽였다는 것을 통지하는 것이었다.
다카토라. 저 놈을 남이 보지 않는 곳에서 죽여라.
히데요시는 어린 아이처럼 울기 시작했다.
이대로 가면 다시 난세로 뒷걸음치게 된다.
우대신님의 뜻은 내가 가장 잘 알고 있다. 그렇다. 내가 우대신님의 뜻을 계승하겠다.
내 힘으로 싸움이 없는 세상을 만들겠다.
간베에. 즉시 모리와 강화를 맺게. 성주인 시미즈 무네하루 한 사람만 자결하면 5천의 성병에게는 손을 대지 않겠다고 하게.
성주 한 사람만 할복하란 말씀입니까?
이 급변을 적이 깨닫게 해서는 안 돼.
예.
급변을 모르는 모리와의 강화는 쉽게 체결되었다.
다카마쓰 성의 성주 시미즈 무네하루는 5천의 생명이 무사하다면 자기 목숨 하나는 아쉬울 것이 없다면서 양군 사이에 배를 띄우고, 조용히 춤을 한바탕 춘 뒤. 깨끗이 ?고했다.
히데요시는 이것을 확인하고는 질풍처럼 거성인 히메지 성으로 출수했다.
6월 8일 밤 히메지 성에 도착한 히데요시는 2만의 군사를 편성하여 주군의 복수를 명분으로 내세우고 교토로 향했다.
11일에는 아마가사키, 12일에는 돈다...
그 재빠른 진격은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였다.
이 질풍같은 히데요시의 움직임에 미쓰히데는 당황했다. 히데요시는 당분간 빗추에서 움직이지 못할 줄 알았던 것이다.
뭐. 이데요시가 벌써 돈다에 도착했어?
예. 상상을 초월하는 진격입니다.
그 병력은?
속속 원군이 합세하여 2만에서 3만, 다시 3만 5천 등 차차 많아지고 있습니다.
우리 군사는 1만 6천, 그렇다면 2배 이상이군..
게다가... 나카기와 기요히데와 다카야마 우콘도 군사를 이끌고 히데요시 쪽에 가담했다고 합니다.
뭣이.. 우리 편이어야 할 나카가와와 다카야마가...
쓰쓰이 준케이는 어떻게 되었느냐? 오늘까지 군사를 거느리고 오겠다고 했는데, 아직 소식이 없느냐?
예.
호사카와와 쓰쓰이는 모두 어느쪽이 우세한지 눈치를 보고 있는 듯 합니다.
음.. 친척들도 믿을 수가 없군.
그렇다면 지금의 병력으로 싸울 수밖에 없겠어. 덴노 산을 점거하여 산 위에서 야마자키 가도로 진격해 오는 하시바군에게 총포 세례를 퍼붓는 거야. 그러면 그들의 진격은 멈추게 된다. 그 사이에 하시바군을 포위하는 거야.
그러나 하급무사에서 56만 석의 다이묘로 급성장한 히데요시는 빈틈이 없었다.
히데요시는 전에 아케치 미쓰히다의 장수였던 다카야마 우콘을 선봉으로 삼아 야마자키에 진격시키고,
역시 미쓰히데의 장수였던 나카가와 기요히데에게는 야마자키의 왼쪽 전방에 있는 덴노 산을 점거시켰던 것이다.
덴노 산을 빼앗긴 것은 미쓰히데에게 큰 타격이었다. 이 산에서 야마자키 가도로 진격해오는 적에게 총포를 퍼붓겠다는 것이 전술의 기본이었던 것이다.
미쓰히데는 덴노 산이 승패를 결정짓는 분수령이라 생각하고 이 산의 탈취에 전력을 기울였다.
당연히 다른 곳은 수비가 허술해진다. 그 허술해진 가와테에 이케다 노부테루의 군사 5천과 가토 미쓰야스의 군사 3천이 공격해왔다.
동시에 중앙을 맡은 다카야마 우콘과 호리 히데마사도 총공격을 개시했다. 어느 틈에 아케치군은 포위되고 말았다.
히데요시는 미쓰히데가 덴노 산에 집착하여 가와테의 수비가 허술하다는 것을 꿰뚤고 있었다.
아케치 군은 총퇴각하고, 아케치 미쓰히데는 싸움터에서 도망쳐 쇼루지 성에 들어가 농성했다.
승세를 탄 히데요시군은 즉시 쇼류지 성을 포위했다.
사카모토 성에 돌아가 군사를 재정비하기로 한 미쓰히데. 몇 명의 가신을 데리고 어둠을 이용하여 쇼류지 성을 탈출했다.
그러나 이 미쓰히데를 기다리고 있던 것은 폭도로 화한 백성들이었다.
백성들의 죽창이 미쓰히데를 공격했다.
날이 밝자 무참한 광경이 벌어졌다. 미쓰히데의 시체는 수풀 속의 도랑에.. 길가에는 옷이 벗겨진 가신의 시체가 진흙을 뒤집어 쓴 채 뒹굴고 있었다.
다케다의 옛 가신들 중에는 노부나가 공에게 원한을 품고 있는 자가 많아. 노부나가공이 세상을 떠났다는 것을 알고 어떤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지 살피고 돌아오게.
그대들의 수단 여하에 따라 고슈가 이 이에야스의 편이 될 수도 있어. 어떻게 하면 우리편으로 끌어들일 수 있을지 전력을 기울여주기 바라네.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
상대의 태도를 모르는데 어떻게 지시할 수 있단 말인가? 지시하지 않아도 실수가 없을 것이라 믿고 그대들에게 임무를 맡긴 것일세.
아버지의 위업을 상징하던 아즈치 성을 차남이 불태우다니.. 이런 난폭한 일이 있단 말인가.
당면한 적이 이용할 것을 두려워하여 불태웠다면 노부카쓰는 형편없는 겁쟁이.. 히데요시의 손에 들어갈 것이 두려워 불태웠다면 음흉한 책략가..
이에야스의 명을 받고 고후로 향한 혼다 노부토시와 나구라 노부미쓰는.. 고후에 도착하여 성주대리 가와지리 히젠노카미 히데타카에 대한 인기를 조사하고 있었다.
이렇게까지 가와지리 히데타카의 평판이 나쁜 줄은 몰랐네.
히데타카는 성주대리가 되지 지금까지 숨어 있던 무사들에게 즉시 신고하면 그 죄를 용서하고 예전의 땅을 그대로 소유할 수 있게 하겠다고 했다더군. 그리고는 신고하러 온 자들을 뒤뜰로 끌고 가서 목을 잘랐다는 것일세.
이제 와서 욕심이 생겨 나타나는 얼빠진 자들을 히데타카가 살려둘 리가 없지.
우대신님에게 배운 난폭한 위압정책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는 모양이야.
우대신님조차 혀를 내두른 이에야스. 그 말에는 어떤 속셈이 있을 것이다.
....
그렇지 않다. 이에야스는 이 혼란을 틈타 우리 영지를 ?앗을 생각일 것이다. 아마도 이 자들은 나를 죽이러 온 자객일지 모른다.
그런데, 그날 밤. 한 낭인이 몰래 두 사람을 찾아왔다.
우리에게 할말이 있다고?
까닭이 있어 이름을 밝힐 수 없습니다만, 가와지리 히젠에게 원한을 품을 백성의 한 사람이라 생각해 주십시오.
지금 고후 성안에서는 두 분에 대한 암살 계획을 짜고 있습니다.
어떻게 그런 것을....
성안에도 저희 동지가 많이 있습니다.
....
이 말씀을 드리러 온 것은 저희가 반란을 일으켜 가와지리 히젠을 습격해도 모르는 체하시기를 바라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도쿠가와님을 적대시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고후의 동지들을 속임수로 죽인 가와지리 히젠을 이대로 무사히 이 땅에서 떠나도록 할 수는 없기 때문에...
잘 부탁드립니다.
일이 복잡하게 됐군. 내일의 방문은 취소하세.
그것은 안 될 말이야. 지금 그 사나이의 말이 사실인지 알 수 없는 일 아닌가.
그 말을 ?고 성에 들어가지 않았다가 만약 아무 일도 없으면 주군을 대할 면멱이 없네.
그러나.. 우리가 살해당하면 개죽음일세..
개죽음이란 의미 없는 죽음을 말하는 게 아닌가. 만약 그 자리에서 우리를 죽인다면 도리어 백성들의 분노가 가와지리에게 더 쌓이게될 것일세. 그런 어리석은 일을 가와지리가 할 것 같나?
그럼 자네는 갈 생각인가?
물
여봐라 준비한 술을 내오너라.
만취한 혼다 노부토시. 히데타카로부터 죽음을 당한다.
반란군이 몰려온다.
오다의 성주대리 가와지리 히젠은 어디있소? 있거든 나오시오.
가외지리 히젠은 여기 있다. 너는 반란자의 두목이냐?
그렇소. 나는 야마가타 사부로베에의 부하였던 미쓰이 야이치로요.
용케도 감시의 눈을 피해 다니더니 결국 어리석은 백성들을 선동했구나. 내게 무슨 볼일이 있느냐?
오늘밤 이 집에 혼다 노부토시님이 손님으로 투숙했을 것이오. 혼다님을 이래 내 놓으시오.
뭣이. 혼다 노부토시를 데려다 어쩌겠느냐?
이 성의 양도에 대해 어떤 결정이 내려졌는지 노부토시님에게 직접 물어보고 싶소.
성은 아나야마의 무리가 도착하는 대로 건네주고 나는 도쿠가와님의 영내를 지나 교토로 돌아가기로 했다.
그 말을 본인의 입에서 듣고 싶소.
거절한다면..
죄송합니다마는 그 때는 노부토시님도 역시 살해된 것으로 알고 행동하겠소.
음.. 내가 좀 서둘렀던 것 같군.
안 된다. 그런 협박에 겁을 먹는다면 이 히젠은 무사로서의 체면이 서지 않는다.
그럼 성안에 있는 무사들에게 고하겠다. 만약 혼다 노부토시님이 살아 계시다면 우리는 그의 지시에 따라 행동할 생각이었다. 그러나 만날 수 없다면 더 이상 말하지 않겠다. 내일 하루가 지나면 이 성을 공격하여 히젠의 목을 베어 지금까지 쌓였던 원한을 풀겠다. 성안에도 다케다 가문과 인연을 맺었던 무사들이 많다는 것을 잊지 마라. 앞으로 하루만 여유를 주겠다.
일사불란한 움직임을 보니 단순한 오합지졸은 아니로군. 분명히 다케다의 잔당이 섞여 있다.
이튿날 아침.
다른 사람들은 어디 갔느냐?
황송합니다마는... 다른 사람들은 오늘 새벽에 성문을 열고 각각 사라져버렸습니다.
그렇다면 남아 있는 사람은..
80명 입니다.
히데타카로서는 믿을 수 없는 일이었다. 어제만해도 2천의 군사가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중앙에서 노부나가라는 기둥이 쓰러지자 히데타카도 맥을 출 수 없었다. 2천의 군사는 생각이 달라져 둘로 갈리고 셋으로 갈리는가 하면 다섯, 다시 열로 갈리는 것을 막을 길이 없었다.
주군, 남아있는 80명은 모두 주군의 뒤를 따르겠습니다. 각오하시기 바랍니다.
뭣이. 나보고 할복하라는 말이냐..
.....
가외지리 히젠님. 약속대로 목을 받으러 왔소.
뭣이.. 약속..
다섯 사람만 입성시켜 목을 내주라고 오늘 낮 모두에게 명령을 내리지 ㅇ낳았소.
그 말을 어디서 들었느냐.
무사답게 할복하지 않는 당신에게 정이 떨어져 80명 중에서 이탈한 사람으로부터 들었소.
뭣이.. 이탈한 자가 있단 말이냐..
놀라지 마시오. 50여 명이 이탈하고 이 성에는 당신 말고 22명만이 남았을 뿐이오. 여덟 명은 당신을 위해 장렬하게 순사하고 나머지는 부상을 입고 항복했오.
백성이 있어야 영주도 있는 것이오. 백성들을 마음대로 죽이는 영주를 따를 백성은 아무도 없소.
노부나가는 언제나 남의 의표를 찌르려 하고 또 그렇게 한 불세출의 천재였다.
그러나 기량이 떨어지는 가신이 노부나가의 기풍을 흉내내려 하면 그것은 비극으로 끝난다.
가와지리 히젠노카미 히데타카가 바로 그러했다.
오다 노부나가가 혼노 사에서 죽은 뒤 세상은 다시 난세의 양상을 띠게 되었다.
오다 노부나가가 다케다의 옛 가신들을 가혹하게 처벌한데 비해 이에야스는 회유책을 썼다. 다케다의 친족은 물론 신겐의 측근까지 기용하였으므로 다케다 가문 사람들은 모두 이에야스를 따랐다.
이에야스는 그 특유의 인내심을 가지고 착착 동부지방을 확보해 나갔다.
기요스 성의 회의에서 히데요시는 세살인 산포시님을 후계자로 결정했습니다.
차남인 노부카쓰님과 3남인 노부타카님에게 불만은 없었나?
물론 내심으로는 불만이 있었겠지요. 하지만 히데요시는 우대신님의 복수전을 하여 아케치 미쓰히데를 치고 또 모리도 완전히 제압했습니다. 오다 가문으로부터는 56만석을 받고 있었으나 아케치 미쓰히데의 영지 54만석에도 다시 모리를 제압하고 차지한 영지를 합하면 계산할 수 없을 만큼 엄청난 세력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 세력앞에 아무도 반대하지 못한 것이로군.
노부카쓰님과 노부타카님은 이미 성인이 되었으므로 앞으로 까다로운 문제가 생길지 모르므로 세살인 산포시님을 후계자로 삼았을 것이라는 소문입니다.
음.. 히데요시는 자기가 천하를 호령하겠다는 속셈이 있군.
그럼, 시바타 가쓰이에의 움직임은 어떤가? 75만석을 영유한 가쓰이에는 오다 가문의 으뜸가는 중진일세. 이러한 그가 히데요시에게 고개를 숙이고 있다는 말인가...
사실은.. 반감이 심한 것 같습니다.
그럴테지. 농민의 자식에 지나지 않던 녀석이.. 라고 늘 말하고 있었으나까.
지금은 노부타카님과 긴밀히 연락을 취하면서 무언가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습니다.
히데요시는 천하의 평정을 방해하는 자는 누구라도 그냥두지 않겠다고 공언하고 있으므로 어쩌면 머지않아...
싸움이 일어날 것이란 말인가?
그런데....
무언가 마음에 걸리는 것이라도 있나?
주군은 최근에 노부카쓰님과 가까워지셨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음. 이따금 편지 왕래를 하고 있네.
히데요시에게는 노부카쓰님, 노부타카님이 눈 위의 혹이므로 언젠가는 제거하려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 때는 주군도 말려드시게 됩니다.
그것도 알고 있네.
알고 계시면서도 노부카쓰님과 가까이 하시다니..
이것으로 히데요시가 나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 알 수 있지. 나를 어렵게 생각하는지 아니면 안중에도 없는지...
나는 누구의 가신도 될 생각이 없어. 그러므로 히데요시의 태도를 보아 나도 마음을 결정할 것일세.
수고가 많았네. 다시 무슨 일이 있거든 알려주게.
자야 시로지로도 원래는 미카와의 무사였으나 이에야스의 명으로 사카이의 상인이 되어 이에야스의 눈과 귀와 같은 구실을 하고 있었다.
1583년 3월...
드디어 하시바 히데요시와 시바타 가쓰이에가 시즈가타케에서 격돌했다.
오다 가문의 으뜸가는 중신 시바타 가쓰이에로서는 히데요시에게 머리를 숙인다는 것은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그러나 천재인 노부나가가 하급무사를 다이묘로까지 발탁한 히데요시인 것이다. 이미 가쓰이에로는 대항할 수 있는 상대가 아니었다.
히데요시의 뛰어난 작전 아에 시바타군은 대패하고.. 가쓰이에는 에치젠의 기타노쇼 성으로 도망쳐 들어갔다.
하시바군은 추격의 발길을 늦추지 않고 기타노쇼 성을 포위했다.
시바타 가쓰이에는 자기 운명을 깨닫고 성에 불을 지른 뒤 자결했다.
또한 히데요시? 했다.
믿고 있던 가쓰이에가 죽고 형에게까지 공격을 당하자 노부타카는 상대의 요구대로 기후 성을 내놓았다.
노부나가는 아들인 자기를 설마 죽이지는 않을 것이라??차없이 노부카쓰에게 동생인 노부타카를 할복시키라고 명했던 것이다.
노부타카는 노마의 오미도 사에 들어가 할복했다.
히데요시는 주군의 아들 노부타카에게 직접 손을 대지 않고 노부카쓰의 이름으로 교묘히 할복시켰던 것이다.
돌아가신 노부나가공이 20년 동안 쌓아올린 것을 그 원숭이는 1년 만에 손에 넣었으니까요.
뿐만 아니라 나는 천하의 평정을 위해 태어난 태양의 아들이므로 평정에 방해가 되는 적은 결코 방치하지 않겠다고 큰소리를 치고 있습니다.
말을 삼가게.
입버릇이 나쁜 것은 저의 천성입니다. 그런데 주군은 노부카쓰님을 어떻게 하시렵니까? 다음에는 불씨가 노부카쓰님에게 떨어질 것으로 본다면 주군도 시바타 가쓰이에와 같은 입장에 놓이시게 됩니다.
내 대답을 들어서 어떻게 한다는 말인가?
주군의 각오를 알아야 저희 가신들도 대비할 수 있을 테니까요.
시바타 가쓰이에는 고집이 너무 강하고 생각이 부족했어. 나는 이번 히데요시의 승리를 기뻐하고 있네. 돌아가신 노부나가공의 자제와 가신들이 여럿으로 갈려 싸우면 세상은 다시 난세로 되돌아갈 것일세.
싸움이 없는 세상. 이것이 나의 염원..
그래서 히데요시에게 축하의 선물을 보낼 생각이야.
아니. 뭐라고 하셨습니까..
무시하는 태도를 취하면 나중에 까다로운 일이 생길 것일세.
말의 갑옷 5백 벌, 황금 1천 장을 보낼 생각이지만, 그 정도로는 아직 나의 기쁨을 표시하기엔 부족해.
원. 이런. 주군은 그 원숭이에게 몸을 굽히실 생각입니까. 그런 태도를 보이시려면 차라리 자결하시는 편이 좋습니다.
주군은 노부나가공의 생전에도 결코 가신이 아니라 미카와의 친척이었습니다. 그러한 주군이 히데요시의 부하로 전락하신다면 차마 그냥 보고 있을 수 없습니다. 이것은 저 하나만이 아니라 미카와 무사 모두의 마음입니다.
여보게, 싸우려 들진 말게. 나는 부하게 되겠다고는 하지 않았어. 대등한 입장에서 평화를 기뻐하는 거야.
대등? 그런 것을 히데요시가 인정할 것 같습니까? 그는 지금 천하인을 자부하고 있습니다.
그러다가는 영지를 전부 바쳐야 될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나는 내가 가장 소중히 간직하고 있는 '꽃무늬가 있는 차 항이라'를 선물하기로 했어
뭐라고요.. 뭐라고 하셨습니까..
내가 소중히 간직하고 있는 꽃무늬가 있는 차 항아리를...
마쓰다이라 세이베에가 선사한 그 차 항아리를..
그래..
하하하. 주군이 그 항아리를 주시겠다니 대단하십니다. 하지만 그 항아리는 박을 하셔야 합니다.
박...
예. 원래 명품에는 박 위에 다시 박을 해야 합니다. 주군은 그것을 받으셨을 때 기븐 낯도 짓지 않으시고 고마워하시는 모습도 아니었습니다. 그 항아리는 세이베에가 사카이에 가서 목숨을 걸다시피하여 겨우 손에 넣은 천하의 명품입니다.
그게 사실인가?
모릅니다. 하지만 명품이 아니면 박이 입혀지지 않습니다. 세이베에게 입수했다는 말을 듣고 소에키와 유칸 같은 사카이의 다인들은 이를 갈며 분하게 여겼습니다.
상당히 자세히 알고 있군.
모를 리가 없지요. 아무튼 그것은 다인들이 새로 천하인이 된 하시바 치쿠젠에게 헌납하려고 했던 천하의 명품입니다. 그것을 세이베에게 주군에게 바치자 인색하기로 유명하신 주군도 매우 기뻐하시며 5천 석의 영지를 상으로 주셨지요.
잠깐. 이 능청스런 영감이 못하는 소리가 없군.
끝까지 제 말을 들어보십시오. 히데요시란 너구리를 속이려면 그 정도의 박은 입혀야 합니다. 그런데 세이베에는 주군이 인색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나중에 틀림없이 구실을 대어 그 영지를 도로 빼앗을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처음부터 사양하는 것이 좋겠다고..
그 인색하다는 말은 부디 쓰지 말게..
주군이 인색하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없습니다 이럴 때 그 소문을 이용할 필요가 있습니다.
주군이 세이베에의 자손 대대에 이르기까지 공납과 부역을 면제해 주셨다는 명품. 그래서 하마마쓰에서는 이것을 5천 석의 항아리라고 부르고 있다... 하하하...
그건 그렇고 사자로는 누가 좋을까..
참으로 어려운 문제입니다. 젊은 사람이나 신분이 낮은 사람을 보내면 히데요시를 경시하는 일이 됩니다.
그렇다고 저 같은 사람은 원숭이의 얼굴을 보면 침을 뱉고 싶을 정도입니다.
사카이 다다쓰구와 오쿠보 다다요는 노부나가공에게 언질을 주어 노부야스님을 할복하게 만든 쓰라린 경험을 했기 때문에 사자가 되려 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리고 히데요시는 자기에게 접근하는 자는 반드시 자신과 내통하고 있다는 교묘한 소문을 퍼뜨립니다.
지금까지 히데요시가 성을 공격할 때 늘 성공한 것은 이 수법을 사용하여 상대를 불안에 빠뜨려 내분을 일으키도록 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사자를 내통자로 조작한다는 말인가?
일단은... 그러므로 사자는 가신들에게 살해될지도 모릅니다.
음.. 어려운 문제로군. 누군가 적임자가 없을까..
저도 깊이 생각해보겠습니다.
미카와 사람은 우직하기만 하여 외교에는 어둡네. 언질을 잡히지 않고 흥정도 하면서 미카와 무사의 근성을 지킬 수 있는 사람은 아무리 생각해도 자네밖에 없네.
사쿠자에몬. 히데요시이게 갔던 사자들이 그 후 어떻게 됐는지 알고 있나.
알고 있네. 알고 있으면서도 부탁하는 것일세.
여보게 가즈마사. 이런 부탁을 하는 나도 그만한 각오는 했네.
각오?
자네가 망하면 나도 망하게 자네가 할복하면 나도 할복하겠어. 자네 혼자에게만 짐을 지우지는 않겠네.
이 역할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자네밖에 없어. 가문을 위해 이렇게 부탁하는 것일세.
알겠네. 사쿠자에몬 고개를 들게.
그럼 수락해 주겠나.
여봐라. 술을 가져오너라.
히데요시는 면도날처럼 머리가 예리한 사나이라고 하더군. 불과 1년 동안에 20여 지역을 자기 세력 밑에 넣었어. 평범한 사람이 아니야.
가즈마사. 이에야스는 히데요시의 모략에 넘어가 자네를 죽일 정도로 어리석지는 않아.
이 때 가즈마사는 저도 모르게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5월 21일. 이시카와 가즈마사는 꽃무늬가 있는 차 항아리와 칼 한 자루, 말 한마리를 가지고 오카자키 성을 나왔다.
어떤 어려운 문제가 제기될지 모르는 어깨가 무거운 여행이었다.
이에야스의 사자로군, 먼저 서신이 왔기 때문에 기다리고 있었네.
이에야스라고 반말로 부르다니. 전에는 반드시 도쿠가와 님이라는 존칭을 썼는데..
우선 이에야스가 전하는 말부터 듣겠네.
이번 호쿠리쿠에서 거두신 빛나는 승리를 축하드립니다.
그래. 그래.
주군께서 직접 오셔서 축하드려야 마땅ㅎ오나, 최근에 너무 비대하여 보행이 곤란하십니다. 이에 제가 대신 오게 되었습니다.
그건 그렇고 산시치님은 참으로 애석하게 되었어. 기요스님은 너무 지나치셨어. 혈육에게 할복을 명하다니. 그렇지 않은가. 가즈마사..
그렇습니다.
그런데 이에야스도 많이 성장했어. 새로 성을 쌓겠다는 말은 없던가?
아직 거기까지는...
음. 아직 손이 미치지 못한다는 말이군. 나는 이번 가을에 오사카에 성을 쌓겠어.
주코쿠의 모리는 이미 내게 화친을 청해왔고, 에치고의 우에스기와도 이야기게 됐네. 시코쿠? 대한 충의라고 생각하네.
주군꼐서 꽃무늬가 있는 차 항아리를 헌납하라는 말씀이 계셔서 제가 가지고 왔습니다.
뭐. 꽃무늬가 있는 차 항아리.
받아주시기 바랍니다.
이것이 그부터 많은 이야기를 듣고 있었네. 내가 만천하에 선을 보여야겠군.
우선 니나와(오사카)성에 천하 제일의 성을 완성시키고, 여기에 천하 사람들을 불러 천하 제일의 명품을 위한 다회를 열겠어. 어떤가 가즈마사..
이에야스는 내 취향을 잘 파악했군. 명품에 대한 집념이 각별하다는 말을 들었는데, 내놓기가 여간 아깝지 않았을 거야.
예. 항아리에는 5천 석의 항아리라는 별명이 붙어 있습니다.
뭐. 5천 석의 항아리.
예. 마쓰다이라 세이베에가 그것을 주군에게 바쳤을 때 주군은 그 답례로 5천 석의 땅을 주겠다고 하셨기 때문에.
음. 어이가 없군. 이 명품에 5천 석이라니..
예?
나는 앞서 시즈가다케 전투에서 약간의 공을 세운 자들에게도 모두 5천 석씩 주었네. 그런데 이 명품에 대해 고작 5천 석이라니...
이에야스는 재물에 대해 너무 인색한 것 같군.
예. 백성들이 본받을 정도로 검소하십니다마는..
그 말을 하고 있는 게 아니야. 주군을 위해 목숨을 바쳐 일하는 자들에 대한 대우가 너무 적다는 말일세.
황송합니다마는 모두 만족하고 있습니다.
음.. 좋아. 그렇다면 내가 장난을 좀 해볼까..
장난?
영지의 규모에 비례하여 성 쌓는 일에 협조를 부탁하겠다는 말일세. 이에야스의 영지는 미카와, 도토우미, 스루가, 가이, 시나노 일부를 합쳐 5개 지역일세. 나는 야마시로, 야마토, 가와치, 이즈미, 셋쓰 등 20여 지역을 가지고 있어. 즉 4분의 1 정도를 이에야스가 가지고 있으므로 그에게 4분의 1에 해당하는 비용을 부담시키겠다는 말일세. 어떤가. 재미있지 않나..
가즈마사는 소름이 끼쳤다. 히데요시는 지나가는 말처럼 이야기하면서 자기 위세를 과시하며 오사카 성 축조의 비용을 4분의 1이나 부담시키려 하다니, 이 얼마나 교묘하고 위협적인 비유란 말인가..
어떤가. 내가 이런 말을 하면 이에야스는 무어라고 대답할까?
그런 말씀을 하시기보다 차라리 비용의 반을 부담하라고 하면 어떨까 합니다마는...
뭣이. 비용의 절반을. 이에야스는 그렇게 부유한가?
아닙니다. 그렇게 말씀하시면 틀림없이 일전 불사의 뜻을 굳히실 것입니다.
하하. 재미있는 말을 하는군. 싸움을 하게 되면 더 많은 비용이 들 것일세.
그러나 지금보다 다섯 지역이 더 손에 들어오면 그것으로 보충이 될 것입니다.
(표정이 굳어지는 히데요시)
하하. 농담을 한 것일세. 그렇게 심각한 얼굴을 하지 말게.
이에야스는 지금 동부에서 기반을 굳히기에 여념이 없을 것일세. 이에야스에게 다른 마음이 없다면 나 역시 다른 마음을 갖지 않겠네.
예.
그런데 5천 석의 항아리라니 그런 어이없는 별명은 당장 취소하게. 그것은 이 명품에 대한 모독이야. 가령 이에야스 밑에서 5천 석을 받는 무사가 있다고 해서 그가 5천 석의 값어치밖에 없는 무사라고는 할 수 없어.
이에야스와 나는 사물의 가치를 결정하는 잣대가 달라. 나 같으면 기꺼이 10만 석은 내놓을 명품일세.
10만 석..
이에야스와 나는 신분이 다르므로 내가 4만 석을 내놓겠다고 할 때 이에야스가 1만 석을 내겠다고 하면 이치에 맞지만, 10만석의 20분의 1인 5천 석이라면 안목이 없다고 볼 수밖에 없지. 가량 그대가 내 밑에 있다고 하면 기꺼이 10만 석을 주고 성 하나를 맡겨 다이묘로 삼을 것일세.
다시 말해서 10만 석의 가치가 충분하다는 말일세. 5천 석이라니 너무 심해.
음. 이렇게 미끼를 던져 유혹하면 대부분의 사람은 마음이 움직일 것이다.
아니. 이것은 차 항아리 이야기일세. 하하.
이에야스가 부럽네. 항아리는 내놓더라도 그대와 같은 훌륭한 가신을 많이 가지고 있으니까.
고마우신 말씀입니다.
그해에 히데요시는 오사카 성을 쌓기 시작했다. 그것은 아즈치 성을 능가하는 거대한 규모였다.
외관은 노부나가를 생각하고 5층으로 지었으나, 내부는 8층으로 되어 있어 아즈치 성보다 훨씬 더 웅장했다.
오사카 성이 완성되자 오다 노부카쓰의 중신 세 명에게 편지를 보냈다.
노부타카님의 마지막 모습도 알고 싶고, 완성된 성도 보여드리고 싶으니 노부카쓰님이 한 번 오사카 성에 오시도록 권유해 주십시오 라는 내용의 것이었다.
뭣이. 히데요시가 나더러 오사카에 오라고? 무엄하지 않은가. 내가 더 윗사람이란 말이다.
히데요시놈. 내가 신하의 예를 드리라는 말인가. 용서할 수 없다. 오사카에 가서 힐문하고 오너라.
오사카 성.
참. 그렇군. 이 성을 보여드리고 싶은 마음에서 그만 내가 실례를 했네. 그 말은 취소하겠네.
그러나 취소로 끝날 일이 아닐세. 이 히데요시가 사과를 드려야 하겠어.
어딘가 회견하기에 적당한 장소가 없을까..
글쎄요.
참. 오우미의 미이 사가 좋겠군. 그 곳은 덴치, 덴무, 지토 등 천황 세 분이 온천을 하셨다는 유서깊은 사찰일세. 회견장으로 적당하지 않을까..
그럼 그렇게 정하도록 하세.
예.
여봐라. 중신 세 분이 일부러 오사카에까지 오셨다. 잘 대접하고 성을 구경시켜 드려랴.
세 중신은 히데요시에게 잘못을 인정하도록 했기 때문에 외교적으로는 성공한 셈이었다. 그런데 이상한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노부카쓰의 세 중신이 오사카에 와서 히데요시의 실력을 보고 변심했다는 소문이었다.
세 중신이 나가시마 성에 돌아와 보니 그 소문은 가신들 사이에도 퍼져 주위의 시선은 싸늘하기만 했다. 노부카쓰 조차도 냉담하게 대했다.
히데요시가 그대들을 크게 환대했다면서?
예.
그런데 왜 내가 오우미에까지 죽으러 가야 한단 말인가? 히데요시는 천하를 호령할 준비가 되었어. 준비가 되었으면 방해가 되는 것은 이 노부카쓰일 것이야. 그 정도의 것도 그대들은 모른단 말인가?
그러나 지금 히데요시에게 저항하는 것은 상대가 쳐놓고 기다리는 덫에 걸리는 것과도 같습니다.
그렇습니다. 지금으로서는 히데요시가 바라는 대로 미이 사에서 회견하여 다른 마음이 없다는 것을 보이고 나서 이에야스님과 상의하는 것이 상책일 듯 합니다.
좋아. 그렇게 준비하도록 하게.
예.
주군마저도 우리를 의심하시는 것 같아. 음..
이것은 깊이 생각해야 할 문제일세. 이러다가는 우리 가문은 분열할 수밖에 없네.
한 가지 방법이 있네. 우리 손으로 히데요시를 없애는 거야. 미이 사를 우리가 죽을 장소로 삼자는 말일세.
오우미의 미이 사.
어디에도 복병은 없다는 말이지.
예. 몇 번이나 조사했습니다.
언덕 아래와 좌위의 숲도 잘 살펴보도록 하게. 주군. 왜 그러나?
이 기회에 주군의 심중을 분명히 알고 싶습니다.
나의 심중..
우선 도쿠가와님이 어떤 확약을 하셨는지..
그 점은 염려하지 말게. 이에야스는 히데요시에게 은혜를 입은 것도 아니고, 의리를 지켜야 할 이유도 없어했네.
도쿠가와님이 후원한
그건 물을 필요조차 없네. 그보다도 나는 히데요시가 무엇 때문에 갑자기 회견을 청했는지 의심스러워. 무언가를 시도하려는 것이 아닐까? 설마 나더러 히데요시에게 머리를 숙이라고 하는 것은 아닐테지?
아직? 주군에게 의심을 받은 우리 세 사람은 미이사를 죽을 곳으로 삼자고 의견을??니 무슨 말인가..
물론 주군의 안녕을 위해서입니다.
우리 세 사람은??하기로 비밀리에 마음을 정했습니다.
뭣이...
주군에게는 되도??마는 만일의 경우가 생기면 큰일이므로 감히 말씀드리는 것입니다.
저희는 히데요시를 증오합니다. 뼈에 사무칠 만큼 증오합니다. 그 간교한 자는 표면적으로는 저희 세 사람의 체면을 세워주는 척하면서 뒤에서 저희를 함정에 빠뜨렸습니다. 저희가 히데요시와 내통했다고 터무니없는 소문을 퍼뜨린 것은 바로 히데요시입니다. 그러므로 이 원한을 풀지 않으면 저희는 무사로서의 긍지가 땅어 떨어집니다.
그러면 어떻게 하겠느냐?
주군과 히데요시의 회견이 끝난 뒤 은밀히 히데요시에게 할 이야기가 있다면서 면담을 청하겠습니다.
그 악당은 저희들의 입장이 어려움에 처했다는 것을 알고 있으므로 웃으면서 만나자고 할 것입니다. 중대한 이야기라하면 히데요시 쪽에서도 많은 사람을 곁에 두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 때 습격하겠다는 말인가.
예. 세 사람이 같이 덤벼들어 그 자리에서 두 사람이 죽더라도 한 사람은 반드시 히데요시의 목을 벨 수 있습니다.
그러나 만약 실패했을 때의 각오도 미리 해두셔야 합니다.
음. 그런 각오까지 했단 말이지. 그 동안 의심했던 것을 사과하겠네.
아시겠습니까..
그래. 만일의 경우에 대한 각오도 되어 있네.
어떤 각오이십니까?
만약 그대들이 실패하고 죽는다면 나는 곧 오우미로 돌아갔다가 가나시마에 달려가 도쿠가와님과 상의하여 군사를 동원하겠네.
그대들은 오다 가문을 재기시킨 기둥이므로 그대의 자식들 각자에게 영지를 주어 다이묘로 삼겠네. 알겠는가..
예.
그럼 절로 돌아가세. 절에 돌아가거든 적이 이 낌새를 알지 못하도록 각별히 주의하게.
안타까운 일이야. 그릇이 너무 작아.
노부나가는 일본의 평정이라는 큰 깃발 아래 천황을 받든다는 명분을 내세우고 강력하게 싸워왔다. 그러므로 사사로운 원한 때문에 궐기했다고 생각되는 미쓰히데에는 처음부터 서민들의 반감이 있었다.
히데요시는 그러한 사정을 세밀히 계산하여 주군에 대한 복수와 노부나가의 유업이란 두 개의 깃발을 내걸고 한낮의 태양을 연상하게 할 정도로 강렬하게 그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이 두 사람에 비해 노부카쓰는 대관절 어떤 각오와 기치를 내걸고 맞서려는지 세 사람이 알고 싶었던 것은 그 한 가지였다.
히데요시와 노부카쓰의 회견은 그 이튿날 이루어졌다.
듣자하니 노부카쓰님은 히데요시가 다른 마음을 가졌다고 의심을 하고 계신다고 합니다만.. 그러나 제게는 그런 마음이 없습니다. 히데요시는 돌아가신 우대신님의 비원을 성취하는 일만을 생각하고 잇습니다. 이것을 시기하는 자가 있어 헐뜯고 있는 줄 압니다마는 저로서는 웃음밖에 나오지 않는 일입니다. 하하.
조그만 더 마음을 넓게 가지시면 이 히데요시야말로 오다 가문의 초석임을 알게 되실 것입니다. 의심하신다면 당치도 않는 일이니 오늘로써 잊어 주십시오.
치쿠젠님의 그 말씀. 거짓은 아니겠지요. 이 노부카쓰는 의심 같은 것을 하고 있지 않아요. 맹세해도 좋소.
하하. 그 말씀을 듣고 히데요시도 안심했습니다 역시 만나기를 잘했습니다.
노부카쓰님. 나가시마 성은 여러 가지로 불편할 것 같아 유서 깊은 스에모리 성을 개축하여 드리려고 하는데, 자세한 것은 세 중신과 상의하겠습니다.
(이것은 상서로운 일일까. 불길한 일일까. 히데요시를 죽이기로 결심한 세 중신을 히데요시가 먼저 가까이하려 하다니..)
그럼 부디 다른 마음이 없다는 것을 믿어주십시오. 노부카쓰님.
음.
히데요시와 노부카쓰의 회견은 어이없을 만큼 간단히 끝났다.
노부카쓰가 본당에서 물러간지 얼마 안 되어 히데요시의 명을 받고 이시다 미쓰나리가 세 중신을 부르러 왔다.
저희 주군은 오사카의 일이 바쁘셔서 내일 아침 일찍 이곳을 떠나십니다. 그래서 곧 세 분 중신과 간담을 가지고 싶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알겠소.
일이 묘하게 됐군. 상대가 먼저 만나자고 하다니.
이것은 하늘의 뜻인지도 모릅니다. 의심을 갖게 해서는 큰일이므로 찾아가는 것이 좋을 듯 합니다.
시케ㅏ카와 요시후유도 여기에 이의가 없나?
예. 아시이님의 말씀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좋아. 곧 찾아가서 그 요물이 무슨 말을 하는지 잘 들어보게.
예. 주군도 각오하게 계십시오.
저 세 사람의 행동을 잘 살펴보거라.
예.
오. 기다리고 있었네. 좀 더 이리 가까이 오게.
자. 술잔을 받게.
그대들 덕분에 노부카쓰님도 제법 어른이 되신 것 같네. 그러나 아직 방심하면 안 돼.
아직 방심하면 안 된다니요?
그 눈을 보면 알 수 있지. 아는 것 같기도 하고 망설이는 것 같기도 한 그 흔들리는 눈 말일세.
어떤가. 그대들에게 무리한 말을 하지 않던가?
....
하하하. 역시 무슨 말을 한 모양이군. 나를 죽이고 오라고 했을테지. 하하하.
황송합니다마는 지금 그 말씀은 납득이 가지 않습니다.
나는 그대들 세 사람은 나와 마음이 같아 노부카쓰를 감시하고 있기에 안심하고 있네. 세상엔 사람의 가치를 모르는 자처럼 귀찮은 것도 없지.
황송합니다마는 주군을 감시한다는 말은 당치도 않습니다.
뭣이. 그렇다면 그대들은 이 히데요시와 생각이 다르다는 말인가.
우리는 노부카쓰님의 가신입니다.
무슨 소리를 하고 있나. 그렇기에 이 히데요시와 생각이 같다고 한 것일세.
그대들은 돌아가신 우대신님으로부터 노부카쓰가 잘못되지 않도록 돌보라는 명령을 받았을 거야. 나도 형제 중의 한 사람을 양자로 맞이하여 오다 가문과 친척이 된 것일세. 노부카쓰의 신변에 이상이 없도록 배려하는 것이 어째서 나쁘단 말인가..
자칫하면 세 사람에게 나를 죽이라는 분별없는 말을 할지도 모르는 자이므로 같이 상의하여 잘 보살펴야 하는 것일세. 하하.
세 사람은 히데요시를 죽일 기회를 엿보고 있었다.
그러나 상석의 오른쪽에는 후쿠시마 이치마쓰가. 왼쪽에는 카토 도라노스케가 날카롭게 눈을 빛내고 있어 좀처럼 틈을 보이지 않았다.
생각해보면 노부타카님은 가엾은 분이었어. 하지만 그 분은 중신의 기량을 꿰뚤어보는 능력이 없었어. 이것이 불행을 초래한 것이지.
그런 무분별을 노부카쓰님에게도 없다고는 할 수 없네.
어떤가. 그대들을 인질로 보내라고 하면서 오사카에 데려갈까?
아니. 저희들을 인질로.
그렇게 하는 편이 신상에 좋을 것일세.
그것이 저희들을 위한 길이라는 말씀이십니까?
그래. 장담할 수 있어. 노부카쓰는 의심을 잘하는 면이 있어. 세 사람이 나와 내통한다는 말을 할지도 몰라.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저희가 내통한다고 주군이 의심하실 것이므로 인질로 오사카에 데려가겠다는 말씀입니까..
그래. 인질이란 명목으로 그대들 세 사람의 목숨을 히데요시가 지켜주겠다는 것일세.
당치도 않습니다.
저희 주군은 그런 분이p>물론 입니다.
무슨 뜻으로 그런 말씀을 하시는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허어.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예. 전혀 이해할 수 없습니다.
그럼 말하겟네. 노부카쓰? 하고 있어. 이것은 이에야스의 가신이 내게 알려온 정보일세.
예....
아니, 속아서는 안 돈다. 이것이 히?나. 그런 노부카쓰이기에 나는 그대들을 오사카 밑에 있지 않으면 이에야스도 노부카쓰를 믿지 않을 거야. 그대들이 측근에 있으면 이에야스던 세상에 큰 풍파가 일어날지도 몰라. 어떤가. 이렇게 설명해도 모르겠나...
이 때 세 사람은 눈앞이 캄캄해??든 상황을 간파하고 거의 틀리지 않은 해답을 내놓고 있는 것이다.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다.)
말씀드립니다.
대장님이 말씀하신 그대로 입니다. 귀를 좀 기울여 주십시오. 뭐. 귀를 기울이라고. 좋아 모두 조용히 하게.
(그렇다. 히데요시는 역시 우리를 이리 불러들여 죽일 생각이었던 것이다.)
음. 내가 생각했던 대로구나. 아. 보이는 군. 보여. 횃불이 갑자기 동쪽을 향해 움직이고 있어.
세 사람 모두 이리 와서 보게. 저처럼 모두 동쪽을 향해 철수하고 있네.
누가 말입니까?
누구라니. 그대들은 정말 어리석군. 물론 그대들의 주군일세.
그럴리가...
틀림없는 주군. 무엇 때문에 이럴 때 우리와는 상의도 않고..
그렇기에 내가 말하지 않았나. 그대들 세 사람에게 목이 잘릴지 모른다고 겁을 먹고 이 절에서 도망치는 것일세.
설마. 그럴리가..
답답한 인간이야. 의심이 너무 많아서.. 그대들 세 사람이 모두 내게 돌아선 줄로 아는 것일세...
주군, 노부카쓰님이 무어라고 하셨습니까?
중신 세 사람이 히데요시와 내통하고 있으므로 없애야 하겠다고 했네. 그러나 처단하면 히데요시가 이것을 구실로 공격해올 것이 분명하므로 나에게도 싸울 준비를 해달라는 것일세.
중신 세 사람이 내통을??
아니. 이것은 히데요시의 책략이야. 미이 사에서 세 사람은 히데요시가 오사카로 가자는 것을 거절하고 돌아왔다는 말을 들었네.
그렇습니다. 그런데도 노부카쓰님은 도리어 이것을 의심한 것 같습니다.
노부카쓰님은 자기 목을 베려고 일부러 세 중신이 돌아온 줄로 생각했단 말인가?
예. 제가 입수한 정보에 의하면 다카가와 사부로베에가 자기도 성이 탐나 세 중신을 모함했다고 합니다마는...
안타까운 일이야. 집안이 기울어지려면 그렇게 되는 모양일세. 그러나 세 중신을 죽이면 노부카쓰님의 힘이 반감하게 돼. 그것이 오해라는 것을 알릴 길이 없을까?
히데요시도 그 점을 노리고 있습니다. 주군, 의심이 많은 사람은 일이 뜻대로 되지 않을 경우 더욱 의심이 깊어집니다. 이쪽에서 의견을 말하면 주군도 히데요시와 한통속이라고 의심할 것입니다.
그런 노부카쓰님이라면 우리에게 도움이 되지 않아.
히데요시는 노부카쓰님을 제거하고 나서 다음에는 이에야스를 노릴 것이 분명하네.
주군. 히데요시와 일전을 벌여 도쿠가와의 힘을 보여주는 것이 어떨까요?
싸움이 불가피하다면 싸워야 하겠지.
하늘을 찌를 듯 기세를 올리고 있는 히데요시와 싸우기 위해서는 충분한 준비가 있어야 합니다.
충분한 준비?
유리하게 싸우기 위해 계절, 불리해졌을 때 군사를 철수시키는 명분.
음. 가즈마사. 생각하는 바가 있거든 말해보게.
유리하게 싸우려면 3월이 좋을 것입니다. 눈이 녹기 시작하면 우에스기의 움직임을 무시할 수 없습니다. 가가, 노토, 엣추 등지로 진출해 있는 히데요시는 우리보다 더 우에스기의 동향이 마음에 걸릴 것입니다.
음. 불리해졌을 ?는.
우리가 노부카쓰님을 돕는 데에는 명분이 있습니다. 오다 가문과 도쿠가와 가문은 우대신님 시대부터 친척이므로 이를 돕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그리고 불리해지면 세 중신을 죽인 사실을 몰랐던 것처럼 하고, 그런 어리석은 일을 할 분일 줄은... 하고 얼른 군사를 철수시킵니다.
그렇게 하면 화친의 길도 남아 있는 셈이군.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세 중신을 희생시켜야 하는군.
노부카쓰님에게는 죄송한 일이지만, 돌아가신 우대신님과는 그릇의 차이가 너무 큽니다. 노부카쓰님은 도쿠가와 가문의 방풍림입니다.
1584년 2월 21일 . 사카이 가와치노카미 시데타다가 나가시마에 있는 노부카쓰를 찾아갔다.
싸움이 불리해졌을 경우도 계산에 넣은 후원이었다. 그 정도의 계싼도 없다면 도저히 히데요시를 상대하여 대등한 거래가 되지 않을 것이라 여겨졌다.
나가시마 성.
이 서신에는 만약의 경우에 대비하여 시게타다에게 모든 것을 일러 보낼테니 그를 나로 생각하고 기탄없이 상의해 달라.. 이렇게만 씌어 있군.
중요한 임무를 띤 사자들은 모두 이런 내용의 서신을 지참하고, 나머지는 마음에 담고 가는 것이 도쿠가와 가문의 관례입니다.
그럼 도쿠가와님은 그대에게 모든 것을 일임했다는 말인가?
저희 가문에서는 사자로 갔다가 적과 내통하는 그런 얼빠진 자는 없습니다.
... 그래야만 하겠지. 도쿠가와님은 어느 정도의 군사를 거느리고 오실까?
물론 전군이 출동합니다. 요소마다 폭동이 일어나지 않도록 군사를 배치하고도 약 3만은 될 것입니다.
그런데 나는 중신 세 사람을 처단하고 이로써 싸움의 계기를 삼겠다고 했는데, 여기 대해 이에야스님은?
글쎄요. 저는 세 중신에 대한 이야기는 전혀 알지 못합니다. 주군은 언제 싸움을 시작해도 지장이 없다고 하셨습니다마는... 세 중신에게 무슨 문제라도 있습니까?
아니. 이야기가 없었다면 그것으로 좋아.
그럼 저는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이에야스님에게 잘 말씀드려주게.
이봐. 세 중신에게 즉시 사람을 보내도록 하라. 도쿠가와의 사자와 밀담을 나눈 일에 대해 급히 상의할 일이 있으므로 즉시 나가시마 성으로 오라고 전하라.
급사는 각각 세 중신의 성으로 달려갔다.
오늘 모이라고 한 것은 이에야스에게 무어라 대답할 것인지 결정하기 위해서일세.
이에야스는 이번 일전이야말로 천하의 대세를 결정짓는 중요한 싸움이므로 가신들과 잘 협의하여 의견을 종합해서 알려달라고 했네.
그 결과에 따라 이에야스는 전군을 거느리고 정의의 싸움에 참가하겠다고 말해왔어.
나는 이미 결심했는데, 의견이 있거든 말해보게.
황송합니다마는 이번 싸움에 저는 반대입니다.
이유를 말해보게.
주군은 도쿠가와님이 전군을 거느리고 참전할 것이라고 하셨지만 믿을 수 없는 일입니다.
어째서 그렇다는 말인가?
도쿠가와님의 가신은 오카자키 성주대리 이시카와 가즈마사가 히데요시와 내통했다는 소문이 있습니다.
이시카와 가즈마사가?
그 소문은 믿을 수 없습니다. 히데요시는 그런 소문을 퍼뜨리는 사람.
그러나 도쿠가와님이 무엇 ?문에 전군을 동원하여 후원하려는지 그 속셈을 잘 파악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돌아가신 아버님에 대한 의리만이 아니라는 말인가?
언젠가는 자신에게도 떨어질 불씨라고 생각하고 주군을 내세워 교섭은 하지만 사실은 싸울 뜻이 없지 않나 생각합니다.
알겠네. 이에야스의 본심이 아니란 말이지.
주군.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그대도 반대한다는 말인가?
둑을 무너뜨리고 쏟아져 나오는 탁류는 어떤 힘으로도는 것 밖에는 다른 길이 없습니다.
그렇습니다. 히데요시는 적이기는 하나, 뛰어난 전략가입니다. 지금은 인내만이 필요합니다.
주군, 저희 세 사람을 인질로 보내면 히데요시도 무리한 요구는 하지 않을 것입니다. 가문을했던 대로구나.. 처단하라.
주군 왜 이러십니까.
닥쳐라. 인질 운운하며 뻔뻔스럽게 히데요시 밑에서 살아남?다는 소리냐...
살해당하는 세r>
오사카성.
히데요시는 이 때를 기다리고 있었다. 7일에는 이미??을 명하고, 다시 8일에는 쓰다 야타로에게도 같은 명령을 내렸다.
그리고 자신은 10일에 오사카에서 교토로 들어했다.
이 신속한 행동은 그가 이 일을 얼마나 기다리고 있었는가 하는 것을 말해주는 증거였다.
이에야스도 노부카쓰가 세 중신을 죽였다는?? 하마마쓰를 떠나 오카자키를 거쳐 기요스로 향했다.
3월 13일 기요스 성에 도착한 이에야스는 곧 노부카쓰와 전략적인 협의에 들어갔다.
이것으로 히데요시의 작전을 알았다.
우선 북부이세에서 전투를 시작하여 나를 그쪽으로 끌어들이고 그 허점을 노려 이누야마 성을 점령하고 나아가서 노부카쓰님의 이 성을 합락시킬 작정이었어.
고헤이타. 히데요시가 가장 싫어하는 것은 무엇일까?
싸움에 지는 일일 것입니다.
이 이에야스도 히데요시 이상으로 지는 것을 싫어해. 그 외의 것을 묻는 거야.
그것은 역적이라는 말이겠지요. 미쓰히데를 칠 ?는 그 말을 간판으로 내걸었으니까요.
음. 역적이란 말... 좋아. 주군의 영지를 가로챘을 뿐 아니라 그 자손을 잇따라 죽이려 한다. 이것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중국에도 유례가 없는 극악무도한 짓이아. 이런 역적을 그대로 내버려둘 수 없다. 그러므로 이에야스는 결연히 궐기하여 의로운 군사를 일으켜 영식 노부카쓰님을 위해 싸울 것이다. 일본에 아직 정의로운 무사가 남아 있다면 즉시 달려와 이 의로운 싸움에 참가하여 천인공노할 역적 하시바 치쿠젠을 응징해야 한다.
그런 내용의 팻말이라도 세우시겠다는 말씀입니까?
그래. 문장을 잘 검토하여 되도록 여러 곳에 많이 세우는 것이 좋겠다.
노부카쓰님. 이 팻말은 갈팡질팡하는 영내의 민심을 진정시키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영내의 민심이 동요하고 있다고 생각합니까?
이누야마 성을 빼앗겠을 뿐 아니라 북부 이세의 일도 곧 알려지게 될 것입니다. 손을 써야 할 수단을 반드시 강구해야 합니다.
주군. 이케다 쇼뉴는 고마키 산 부근에까지 와서 불을 지르지 않을까요?
이 녀석. 내 생각을 간파했구나. 그렇다면 저희는 곧 준비에 착수하겠습니다.
과연 주군잇다. 첫 번째 목적은 히데요시를 분노케 하는 데 있고, 둘째는 아마 쇼뉴를 흥분시키는 데 있을 것이다. 여기에 화가 나서 정확한 진군의 목표도 세우지 않고 오와리의 마을을 불사른다면 그것은 바로 주군의 뜻대로 되는 것이다.
누가 뭐라고 해도 침략군은 그 지방 백성의 협력이 없으면 정보를 얻을 수도 없고, 식량을 조달하기도 어렵다.
또 히데요시를 분노케하여 도쿠가와 가문이 자랑하는 야전으로 몰고 간다면 이 역시 이에야스가 원하는 바였다.
(주군도 이제 작전에 능숙해지셨어)
앞으로 분명 하시바 치쿠젠의 천하. 여기서 우리 이케다 가문의 실력을 과시해 놓는 것도 자손을 위해서 중요한 일이다.
이런 팻말이 여기저기에 세워져 있습니다.
하시바 히데요시는 야인의 아들. 원래 말을 끌던 병졸에 지나지 않았으나 노부나가공의 총애를 받아 장수가 되고, 많은 녹봉을 받게 되자 하늘보다 높고 바다보다 깊은 은혜를 망각하고 주군의 지위를 빼앗고 뿐만아니라 주군의 아드님이신 노부타카공과 그 생모 및 따님을 학살하고 그것도 부족하여 또다시 노부카쓰공에게 군사를 동원했다.
말로는 다 할 수 없는 대역무도를 묵과할 수 없어 우리 주군 미나모토 이에야스는 노부나가공과의 옛정을 생각하여 신의를 존중하고 노부카쓰공을 돕고자 궐기했다. 만약 히데요시의 이 용서할 수 없는 천인공노할 반역에 분노하고 의의 귀중함을 생각하는 자가 있다면 조상의 명예를 걸고 의로운 군사에 가담하여 역적을 토벌함으로써 민심을 안정으로 도모하도록 하라. 덴쇼 12년. 사카키바라 고히에 야스마사.
그냥 둘 수 없다.
아버님. 이 일이 치쿠젠님에게 알려지면 이누야마 성을 점령한 공도 허사로 돌아갑니다.
흥분하지 마라. 이것은 이에야스의 술책이야. 나는 몇 번이나 이에야스가 싸우는 모습을 보아왔어. 아네가와에서도 나가시노에서도. 야전을 하면 미카와군은 병졸까지도 맹호가 된다.....
팻말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이케다군을 격분시켰다. 이케다 모토스케와 모리 나가요시는 용감하게 하구로로 향했다.
나는 논부나가공이 어렸을 때 함꼐 마을로 나가 벌거벗고 씨름도 하고 춤도 추었네. 내가 오와리의 태수가 된다면 마을 사람들이 반가워할 것일세.
저 화재는...
방화인 것 같습니다.
적의 짓인지 우리가 한 것인지 당장 알아보거라. 적의 짓이라면 그것만으로도 우리는 이길 수 있다. 그러나 아군이 했다면 큰일이다. 오와리의 민심은 노부나가 공 이후 극도로 자의식이 높아지고 애향심이 강렬하다. 이 땅에서 인심을 잃으면 저항이 맹렬할 것이다.
불을 지른 것은?
물론 도련님이십니다. 적이 성채를 쌓고 있는 고마키 부근을 불살라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었습니다. 이것으로 백성들은 이에야스에게 협력하지 않을 것입니다.
정신 나갔느냐! 당장 모토스케를 불러라.
어쩌면 그렇게도 생각이 모자란단 말인가... 일렇게 되면 내가 오와리의 태수가 되어도 백성들의 원한은 그치지 않을 것이다.
모토스케. 네가 방화를 했느냐?
그렇습니다.
그러고도 오와리의 민심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
아버님은 너무 단순하십니다. 그런 아버님에게 배수의 진을 치시게 하기 위해 불을 질렀습니다.
아버님은 아직도 하시바 치쿠젠님을 친구처럼 생각하고 계시지만, 상대는 그저 가신으로만 생각하고 있습니다. 아무리 전공을 세운다 해도 미노, 오와리, 이세, 미카와 등을 고스란히 줄 리가 없습니다.
치쿠젠님이 약속을 어긴다는 말이냐?
뿐만 아니라 우리를 도쿠가와군의 전면에 내세워 전멸시키려 할지도 모릅니다. 그것이 현재 우리가 놓여 있는 위치입니다. 앞에는 패배를 모르는 치쿠젠, 뒤에는 그 이상 냉정한 도쿠가와. 그 양자 사이에 끼여 백성들의 민심을 기대한다니 말도 안 됩니다. 주위는 모두 우리의 적, 그 각오를 촉구하기 위해 자진하여 불을 질렀습니다.
그럼 방화의 목적은 아군의 결속을 다지기 위해서냐?
아니, 적을 강하게 만들기 위해서입니다. 더욱 강하게 말입니다. 그래서 우리 힘으로는 도저히 대적할 수 없다고.. 하면서 치쿠젠님에게 떠맡기자는 것입니다. 그러면 치쿠젠님도 오만한 콧대를 꺾고 반성할 것입니다. 치쿠젠님이 천하를 손에 넣을 사람이라면 반드시 한 번은 뼈저리게 느끼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그런 뒤에 승리를 거둔다면 비로소 쇼뉴가 잘 싸워주었다고 진심에서 말할 것입니다. 그런 체험을 하지 않고 이기게 되면 칭찬을 한다 해도 입에 발린 말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러나 만일 치쿠젠님이 방화한 일로 우리를 질책한다면?
그 역적이라고 한 팻말을 보여줍니다. 팻말을 읽은 백성들이 강력하게 적대시하기 때문에 할 수 없어 불질렀다고 대답하면 그만입니다. 그 팻말의 내용이 모두 거짓말은 아니지 않습니까..
음... 알겠다. 물러 가거라.
아버님. 달콤한 생각은 버리시고 우리 가문의 장래를 위해 심사숙고하시기 바랍니다.
그렇구나. 모토스케는 나름대로 우리 가문의 장래를 생각하고 있었구나.
오카사 성.
뭣이. 모리 무사니노카미 나가요시가 하구로에서 도쿠가와군에게 대패했어?
좀 더 자세히 설명하거라.
무사시노카미 나가요시는 이누야마 성 남쪽 10리 지점에 있는 하구로에 포진하고 있었습니다. 여기에 도쿠가와의 사위 오쿠다아리 노부마사가 습? 구라노스케가 먼저 총포에 맞아 쓰러졌습니다.
나가요시는 적을 맞아 혼전을 벌였으나 다시 사카이 다다쓰구의 군사가 합세하여 공격하는 바람에 패주했다고 합니다.
쇼뉴는 이누야마 성에서 원군을 보내지 않았느냐?
혼다 헤이하치로의 유격대가 이누야마 성을 노리고 있기 때문에 성을 비울 수 없었다고 합니다.
음.. 불길한 보고로군. 나는 그들에게 맡겨도 좋을 것 같아 오사카 성으로는 생각을 가진 자도 있는 것 같기 때문에..
역시. 내가 나가야 하겠다. 즉시 출전할 것이다. 명령을 전하거라.
3월 21일. 히데요시는 오사카 성을 떠났다. 총 병력은 7만.
24일에는 기후 성에 도착했다.
미쓰나리. 손에 든 것이 무엇이냐..
사카키바라 야스마사 놈이 강 서쪽에까지 와서 무엄하기 짝이 없는 팻말을 세우고 있습니다.
읽어보게.
이 불온한 글을 읽어도 괜찮겠습니까?
그대가 화를 낼 필요는 없다. 어서 읽어보게.
그럼 읽겠습니다. 히데요시는 야인의 아들. 원래 말을 끌던 병졸에 지나지 않았으나....
뭣이.. 고얀 놈.
역시 이런 것은 읽지 않는 편이...
그럼 무엇 때문에 그것을 가져왔느냐?
괜찮다. 어서 읽어라. 이에야스놈이 나를 화나게 만들려고 일부러 쓰게 했다는 것은 알고 있어. 내가 그것에 얼마만큼 인내할 수 있?를 시험해 보려고 하는 것이야.
그럼 읽겠습니다.
노부나가공의 총애를 받아 장수가 되고 많은 녹봉을 받게 되자, 하늘보다 높고 바다보다 깊은 은혜를 망각하고...
주군의 지위를 찬탈했을 뿐 아니라 주군의 영식인 노부타카공과 그 생모 및 따님을 학살하고 지금 또 다시 노부카쓰님에게 군사를 동원했다. 말로 다 할 수 없는 이 대역모도함을 묵과할 수 없어 우리 주군 미나모토노 이에야스는 노부나가공과의 옛 정을 생각하고 의리를 존중하여 노부카쓰님을 돕고자 궐기했다.......
이제 끝났느냐?
예.
아무든 스 사카키바라 고헤이타 야스마사란 놈. 피가 거꾸로 흐르게 할 소리를 용케도 늘어 놓았어. 그러나 이 히데요시는 그렇게 쉽게 이야에스의 수법에 놀아나지는 않아. 어떤가. 잘 참았다고 생각지 않나.
잘 참으셨습니다.
천하인이 되려면 이 정도의 도량은 가지고 있어야 해. 참 우리 진영에서도 본때를 보여줘야 하겠어.
미쓰나리. 이쪽에서도 팻말을 세워야겠어. 부르는 대로 받아 쓰게.
사카키바라 고헤이타 야스마사는 비록 젊다고는 하나 사리를 분간하지 못하고 히데요시를 모함하는 무엄하기 짝이 없는 간사한 자로다. 그 목을 베어오는 자는 적과 아군 신분 고하를 막론하고 10만 석의 포상을 내릴 것이다. 하시바 치쿠젠노카미 히데요시.
목 하나에 10만 석이란 말씀입니까?
그래. 나는 이에야스처럼 인색하지는 않아.
히데요시가 이누야마 성에 도착한 것은 3월 27일.
쇼뉴. 이누아먀 성을 ?앗은 것은 큰 공로일세.
감사합니다.
그러나 고마키 산까지 점령했다면 기요스를 쉽게 손에 넣을 수 있었는데..
죄송합니다.
이 오와리는 그대 일가에게 줄 생각이므로 더욱 분발해주게.
예.
그럼 고마키에 가서 작전을 살펴보기로 하세.
지금부터 말씀입니까?
물론이지. 적진을 모르면 작전을 세울 수 없으니까.
갑옷을...
아니 그런 것은 필요치 않아.
고마키 산.
이에야스는 자기 진지에 있으면서 나에게 야전을 강요할 생각이군. 좋아. 좀 더 가까이 가서 살펴보세.
이 이상은 위험합니다.
내 몸에는 총탄이 박히지 않아. 그러나 내게 만일의 경우가 생긴다면 자네 부자에게 천하를 물려주겠네.
총탄에 맞아 죽을 히데요시라면 일찌감치 죽는 편이 나을거야.
대장이라고 태연한 체하는 이 교활한 허풍쟁이가 얼마나 놀랄지 두고봐야겠다.
(이때 발사되는 적의 탄환)
위험합니다.
쏘아라. 히데요시가 여기 있다.
이케다 기이노카미 모토스케는 등줄기가 오싹했다.
히데요시는 안색 하나 변하지 않고 어린아이처럼 상대를 조롱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사람의 실력에는 큰 차이가 있지 않다. 히데요시도 남보다 교활하다는 점에서 앞설 뿐이라고 모토스케는 지금까지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의 히데요시를 보면 초인이라 할 수 있었다. 전혀 공포의 빛을 보이지 않고 태연히 부채를 펴들고 있지 않은가..
히네노 빗추노카미. 이 진지는 그대들 부자가 맡도록 하게. 적은 야전을 할 각오인 모양이므로 이쪽에서도 서둘러야 하겠어.
(계속된 사격....)
탄환을 낭비하고 있군. 기이노카미 모토스케. 다음은 어디인가?
다음은 다나카 성채입니다.
좋아. 안내하라.
저 총성 속에서도 진지의 구축을 생각하고 있었다니. 역시 보통 사람이 아니야.
여기 입니다.
여기란 말이지.. 호리 히데마사. 여기는 그대가 맡도록 하게. 여기서 빗추 부자를 도와주란 말일세.
예. 저희 오른쪽은 누가 담당하게 되는지요?
그건 호소카와 다다오키가 좋겠어. 또 그 오른쪽에는 하세가와 히데카즈. 그 오른쪽에는 가모 우지사토가 좋겠어. 다시 그 오른쪽은 다카야마 우콘, 또 그 오른쪽은 가토 미쓰야스.
이곳이 격전장이 되려 하고 있었는데, 이케다 부자와 모리 나가요시의 이름은 끝내 나오지 않았다.
28일이 되자 양군의 움직임은 더욱 활발해졌다. 빗속에서 양군은 속속 군사를 배?여 진지를 굳게 다졌다.
이누야마 성.
아버님. 전에는 이누야마 성이 최전선이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치쿠젠님의 후방부대보다 더 뒤에 남아 있게 되었습니다. 이래가지고서는 공을 세울 수 없습니다. 치쿠젠님은 우리 힘을 믿지 못하겠다는 것이 아닐까요?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대로 있으면 전공은 모두 다른 장수에게 빼앗기게 됩니다. 오와리의 태수가 된다는 것은 꿈과 같은 이야기입니다. 그런데도 잠자코 계시겠습니까?
아니. 나는 치쿠젠님에게 간청하여 미카와를 공격할 생각이야.
미카와를...
그래. 이에야스는 어제부터 오늘에 걸쳐 미카와에서 속속 군사를 불러들이고 있어. 그러다 보면 미카와에는 공백이 생길 것이다. 이 때 오카자키를 공격하면 이에야스는 당황하여 오카자키로 돌아가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치쿠젠님이 과연 그것을 허락할까요?
허락하도록 만들어야지. 치쿠젠님은 장기전을 가장 꺼리고 있어. 7만의 대군이므로 식량을 조달하는 것만으로도 보통 일이 아니야. 우리에게 비장의 대책이 있다고 하면 귀가 솔깃해질 것이 분명해.
그 비장의 대책이란??
이에야스는 고마키 산도 지켜야 하기 때문에 동원할 수 있는 병력은 고작 1만 5천. 우리는 그 이상의 병력이 필요해.
이케다 군은 6천. 이 나가요시의 군사는 3천이므로 부족하지 않습니까?
부족하지. 이것만으로 치쿠젠님이 허락하지 않을거야.
그럼 어떻게?
치쿠젠님에게 미요시 마고시치로 히데쓰구님을 총대장으로 추대하겠다고 제안했어. 또 3천의 군사를 거느린 호리 히데마사를 감군으로 요청하겠어.
그럼 우리만 싸우는 것이 아니지 않습니까?
싸우는 것은 우리일세. 선봉을 맡을 생각이니까. 치쿠젠미은 조카인 히데쓰구를 ?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정도로 귀여워하고 있어. 이번 싸움에 공을 세우도록 하여 가능하면 양자로 삼을 생각까지 하고 있다.
옛날에 치쿠젠님은 승리를 눈앞에 두고야 비로소 노부나가님에게 원군을 요청했어. 그리고 승리를 거두자 노부나가의 원군이 있었기??가님도 그것을 잘 알고 있었지. 그래서 혼노 사에도 약간의 부하밖에 데리고 가지 않았어. 그것이 비극의 원인이 되었지만. 치쿠젠님은 자기가 그렇게 했던 만큼 우리가 히데쓰구님에게 공을 세우도록 하면 얼른 깨닫게 될 것일세.
그럼 군사의 배치는?
이케다 군 6천이 1진. 자네가??이 3진. 여기에 히데쓰구님의 8천이 4진. 그러나 4진은 후방에서 천천히 따라오기만 하면 되는 거야.
과연 그 정도의병력이라면 치쿠젠님도 반대하지 않을 것입니다.
어때. 비장의 대책이라 할 수 있겠지..
선봉과 2진을 나누기는 했으나 오자자키 성에 들어갈 때는 자네와 내가 나란히 들어가세.
예.
뭐.. 비어있는 오카자키를 공격하겠다는 것인가?
예. 미요시 히데쓰구님을 총대장으로 모실 수 있으면 우리들은 더욱 사기가 높아질 것 같습니다. 음..
이에야스는 미카와의 통로를 확보하고 있으므로 자유자재로 근거리를 왕래하고 있으나, 나는 오사카에서 왔기 때문에 보급이 용이하지 않다. 이에야스가 진지를 구축하고 지구전을 펴려는 것은 우리에게 보급이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거 정말 묘안이로군. 그래서 이야에스가 당황하여 오자카기로 돌아가면 우리가 뒤에서 습격하면 되겠어. 또 고립된 노부카쓰를 공격하기 쉽고...
하지만 오랜 친구인 자네를 위험에 빠뜨리고 싶지는 않아.
당치도 않습니다. 치쿠젠님이 노부나가공의 위업을 이어 천하통일을 하시는 데 도움을 드리는 것은 친구로써 당연한 우정입니다.
음.. 우정으로서 싸워주겠단 말인가..
예.
좋아. 자네의 제안을 승인하겠네..
감사합니다.
이리하여 미카와 침공군이 편성되어 고마키 산의 이에야스가 눈치채지 못하도록 미카와로 향했다.
뭣이. 적의 니노미야 마을에서 혼조 마을 북쪽을 지나 미카와 가도를 남하하고 있어
예. 지금 농민 한 사람이 알려 왔습니다.
그 농민은 이에야스를 유인해내기 위한 적의 첩자가 아니냐..
아니. 신원이 확실한 자입니다. 노부나가님이 생전에 반란이나 사고에 대비하여 은밀히 수당을 주고 농민 중에서 양성해 두었던 36명 가운데의 한 사람입니다.
좋아. 만나보겠다.
적이 마카와로 향한다고 알려온 것은 그대인가? 자세히 말하거라.
저어. 노부카쓰님을 뵙고 싶습니다.
염려하지 마라. 이 분은 기요스의 노부카쓰님을 돕고 계신 도쿠가와님이시다.
하지만 저흐는 돌아가신 노부나가님의 은혜를 입은 자들이기 ?문에...
음.. 믿어도 되겠군.
그러면 너무 늦다. 때를 놓치면 그대의 보고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말씀드리겠습니다. 분명히 이 눈으로 확인했습니다. 깃발로 보아 선봉은 이케다군. 이어서 모리군. 그 뒤를 호리군. 마지막으로 미요시 히데쓰구군...
뭣이. 미요시 히데쓰구가...
예.
수고했다. 물러가거리.
히데요시놈. 이 곳과 미카와의 통로를 차단하러 나섰군.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물론 나는 이 산에서 내려가 히데쓰구를 공격할 것이다. 총대장을 공격하면 이케다도 모리도 전진할 수 없다. 이시카와 가즈마사. 혼다 헤이하치로. 사카기 다다쓰구. 그대들은 이 고마키 산을 지키도록 하게.
나머지는 즉시 진격한다.
그날 밤 이에야스는 고마키에 6천 5백의 군사를 남기고 1만 3천의 군사를 지휘하여 몰래 산에서 내려왔다.
도쿠가와 군이 다른 길을 통해 오바타 성에 들어간 것은 4월 8일..
밤에 적진에 보냈던 척후가 돌아왔다.
이케다 쇼뉴와 모리 무사시노카미는 밤을 세워가며 미카와로 향하고 있습니다.
그럼 호리 히데마사의 군대는?
약간 거리를 두고 뒤따르고 있습니다. 아직 우리를 ?닺디 못한 것 같습니다.
총대장인 히데쓰구는?
이노코이시의 하쿠산 숲에서 야영하고 있습니다.
음. 다행이다. 이노코이시는 여기서 남쪽으로 약 27,8정. 오늘 밤 안으로 거디 도착하여 날이 밝기를 기다렸다 일거에 습격하기로 하자. 출전이다.
도쿠가와 군은 야음을 틈타 은밀히 오바타 성을 나왔다. 그리고 조용히 날이 밝기를 기다렸다.
도쿠가와 군은 하구산 숲의 히데쓰구군을 단숨에 무찌르고, 곧바로 호리 히데마사군을 공격했다.
여기서도 적과 아군을 분간할 수 없는 일대 혼전이 벌어졌다.
쇼뉴가 나가쿠테에 이르렀을 때 싸움터는 이미 누가 적이고 아군인지 분간할 수 없을 정도로 큰 혼전을 벌이고 있었다.
이케다군과 모리군은 혼전에 뛰어들었다.
이 때 모리군을 궤멸시킨 도쿠가와군이 이케다군에게 쇄도했다.
이케다 쇼뉴. 장남인 기이노카미 모토스케도 전사했다.
승리를 알리는 소라고둥이 울렸다. 이에야스군은 승리를 확인하고 군사를 철수시켰던 것이다.
이에야스가 고마키 산에서 내려와 이케다군을 추격한다는 것을 히데요시가 알게 된 것은 9일 아침.
히데요시는 직접 3만 8천의 군사를 거드리고 이에야스를 추격했다.
그 무렵 고마키 산에서는 격론이 벌어졌다.
어째서 이누야마 성을 빼앗으면 안 된다는 말인가?
주군은 이곳을 굳게 지키라고 하셨어.
주군은 이케다 군을 추격하고, 히데요시는 주군을 추격하고 있네. 이런 마당에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어서야 되겠는가?
함부로 움직이면 작전에 차질이 생겨.
이시카와. 자네는 진중에 나돌고 있는 소문을 알고 있나?
소문?
치쿠젠과 내통하고 있다는 소문일세.
뭣이. 내가 히데요시와 내통을...
암. 그러기에 이누야마 성에 대한 공격을 반대한느 것이 아닌가.. 그런 소문이 공연히 나도는 것은 아니야.
잠깐. 적과 내통하다니. 말을 함부로 하면 안 돼.
좌우간 나는 내 생각대로 행동하기로 결심했네.
기다리게.
기다리지 못하겠어. 팔짱만 끼고 있느니 차라리 히데요시와 싸우다 죽겠어.
게 섯거가. 원숭이 놈아.
어떤 놈인가?
사슴뿔 투구를 쓴 것을 보니 혼다 헤이하치로 다다카쓰입니다.
원숭이 놈아. 이 투구가 무서워 멈추지 못하느냐.. 호리병박이 미카와의 사슴을 만나 겁에 질렸느냐?
주군. 저 무례한 놈을 짓밟아 버립시다.
그만둬. 나의 진출을 방해할는 거야. 그보다도 어서 나가쿠테로 가야 한다.
이놈들아. 그 대군은 허수아바냐.. 살아있는 무사는 없느냐..
하하. 고작 5백 명으로 3만 8천의 대군을 공격하려 하다니, 죽으려고 환장을 한 모양이다.
내버려 두게. 상대할 것 없어. 죽을 작정을 한 놈을 죽이면 도리어 그들의 뜻대로 되는 거야.
혼다 헤이하치로의 행동으로 히데요시군의 추격은 반각(1시간) 가량 지체되었다.
이것은 결과적으로 이에야스에게 유리한 국면을 만들어 주었다. 그 사이에 이에야스는 얼른 오바타 성으로 철수할 시간을 ㅂ러게 되었던 것이다.
물론 혼다 헤이하치로는 이것을 계산한 행동은 아니었으나...
나가쿠테에 도착한 히데요시는 어디에도 적의 모습이 보이지 않자 당황했다.
미쓰나리, 혹시 혼다 헤이하치로의 함정에 빠진 것인지도 모르겟어.
함정 이라니요?
혼다 헤이하치로는 우리를 이리 끌어들이기 위해 그런 행동을 한 것인지도 몰라. 그리고 이에야스는 이미 고마키로 철수했을지도..
즉시 사방에 척후를 보내거리. 상황을 파악할 때까지 우리는 류센 사로 퇴각하기로 한다.
지략이 뛰어난 히데요시인 만큼. 일단 의심을 하게 되면 이것은 그대로 자신을 얽어매는 밧줄이 된다.
오바타 성.
주군.
헤이하치로..
이런 작은 성으로 철수하다니 말도 안 됩니다. 어?서 당장 히데요시를 공격하지 않습니까. 미카와의 장기인 야전을 펼칠 수 있습니다.
전투에서는 지나치게 이기면 안 되는 거야. 지금은 히데요시를 도주하게 하는 것이 진정한 싸움이야.
무어라고 하셨습니까?
그러다가는 히데요시이게 목이 잘립니다. 그래도 이겼다고 할 수 있습니까?
지금 히데요시를 죽이면 일본은 다시 난세로 돌아가게 된다. 나는 히데요시만큼 강하지 못해. 홧김에 히데요시를 공격하면 노부나가를 공격한 미쓰히데와 같은 꼴이 된다. 전국의 다이묘를 상대로 싸워야 하는 거야. 지금은 나 대신 천하를 손에 넣게 하여 전면에 나서게 하면 되는 것이다. 내가 그 밑에 들어가지만 않으면 된다.
나는 노부나가나 히데요시와는 다른 방법으로 천하를 손에 쥘 생각이야.
다른 방법으로 천하를...
노부나가나 히데요시, 그리고 다케다나 아케치도 모두 힘만을 믿고 너무 서둘렀어. 이 성급함에 빈틈이 있어. 신겐도 노부나가도 아케치도 이 때문에 쓰러진 거야.
나는 서두르지 않아. 오늘밤에 야습을 감행하여 사소한 승리를 거든 둘 무슨 이익이 있겠는가.. 만약 실패하여 무장을 잃게된다면 그야말로 엄청난 손해지. 손실으 크고 이익이 적다면 수지가 맞지 않는 거야.
하지만 히데요시의 목을 베면..
아까 말했지 않았느냐. 그러면 전국의 다이묘를 적으로 돌려야 하기 때문에 내 짐이 너무 무거워져. 이것도 수지가 맞지 않는다.
그럼 앞으로 어떻게 하시렵니까?
즉시 고마키로 철수하겠다. 당장 내일이라도 히데요시가 이 성에 쇄도할 것이다.
그러니까 히데요시가 공격해 왔을 때 이 성은 비어있는 상태로...
그래. 어이가 없을 테지. 사람을 놀라게 하는 것은 한 번으로는 부족해. 다시 한 번 놀라게 만들겠어.
그 말씀을 듣고 가슴의 응어리가 풀렸습니다.
그럼 즉시 놀라게 만들 준비에 착수하라.
그날밤 안으로 이에야스는 오바타 성을 버리고 고마키로 돌아갔다.
이튿날 류센 사에 있던 히데요시는 오바타 성이 비었다는 것을 알고 발을 구르며 안타까워했다. 동시에 이에야스의 뛰어난 전략을 다시 한 번 절감했던 것이다.
고마키와 나가쿠테 전투는 이에야스에게 일단 승리를 가져다 준 뒤 교착상태에 들어갔다.
이에야스는 지금 히데요시를 멸망시킨다 해도 그 후 천하의 다이묘들을 호령할 만한 실력이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자칫하면 아케치 미쓰히데의 전철을 밟게 된다. 그러면 세상은 다시 난세로 돌아가는 것이다.
난세를 종식시키겠다는 것은 이에야스의 비원이기도 했다. 어렸을 때부터 난세의 비참함을 뼈저리게 느껴온 이에야스에게 있어 평화를 갈망하는 마음은 신앙과도 같은 것이었다.
히데요시 역시 이에야스기 결전을 피하는 것을 보자 굳이 싸울 생각을 하지 않고 매일 바둑만 두고 있었다.
그동안 이시카와 가즈마사는 히데요시와 은밀히 강화를 추진하고 있었다. 이시카와 가즈마사의 활동으로 강화교섭에 들어간 것은 11월 중순이었다. 그때 이에야스는 이미 미카와에 돌아와 있었다.
히데요시는 이에야스에게 인질을 요구했다.
나도 인질을 보낼 생각은 없네. 히데요시 밑에 들어갈 수는 없어. 가즈마사 이 점을 염두에 두고 계속 교섭하도록 하게.
들었어. 터무니없는 요구가 아닐 수 없어.
그런 조건을 듣고 오다니 이시카와님은 히데요시를 위해 일하고 있는 것 같다.
역시 이시카와님이 히데요시와 내통하고 있다는 소문은 사실인지도 몰라.
그렇다면 없애버려야지.
주인님. 어디 가십니까?
오카자키 성의 성주대리인 이시카와님을 만날 생각이다. 이번 싸움에서 이시카와님만큼 전공을 세운 분도 없어.
그렇게 많은 공을 세우셨습니까?
적의 목을 많이 베었다는 뜻이 아니야. 쌍방에게 싸움의 불리함을 일깨워주면서 정확히 히데요시군의 움직임을 간파하여 아군이 여기에 대응하도록 포진할 수 있게 했어. 이로인해 얼마나 많은 인원이 목숨을 살릴 수 있게되었는지 모른다. 그 공은 비교할 것이 없을 정도야. 그러나 미카와에서는 이것을 ？틈北？ 못하고 있어. 이번에도 인질문제로 어려운 입장에 몰렸을 거야.
인질 문제는 히데요시 쪽에 무리가 있어.
이번 싸움은 노부카쓰님과 히데요시 사이의 전투. 우리 주군은 노부나가님의 은혜에 보답하기 위해 노부카쓰님을 도왔던 것 뿐일세. 그러므로 노부카쓰님과 히데요시의 강화가 성립되었을 때 주군은 아무 말씀도 요구도 없이 얼른 미카와로 돌아오셨어. 그런데도 인질을 요구하다니. 이치에 맞지 않아. 그대로 있을 수 없는 일이야.
그럼 어떻게 하시렵니까?
인질에 대해서는 거절하겠어.
그러면 다시 싸움을...
인질을 거절하면 그렇게 되겠지. 싸움은 원치 않으나 이치에 맞지 않으므로 그럴 수밖에 없을 거야.
이시카와님은 싸움을 막을 어떤 생각이라도 가지고 계십니까?
한 가지 방법은 있어. 오기마루님을 인질로서가 아니라 양자로 맞이해 주면 히데요시와도 친척이 되는 거야. 이렇게 하면 가문을 설득할 수 있을 것 같네.
이시카와님, 저는 사카이에 친구가 많습니다. 히데요시와 친한 쓰다 소큐, 시즈야 소안 등. 이 사람들을 움직여 배후에서 공작을 할까요?
할 수 있겠는가?
히데요시는 규슈를 평정할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출전 중에 주군이 오사카를 공격하시지 않을까 싶어 움직이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해관계를 따지면서 설득하면 가능하지 않을까 합니다.
싸움을 하면 히데요시가 손해란 말이로군.
히데요시는 비범한 사람이므로 차근차근 설득하면 금방 깨달을 것입니다.
자야. 돌아갈 때는조심해야 해.
예?
지금 이 가즈마사를 찾아오는 사람에게는 누구를 막론하고 감시의 눈이 빛나고 있어.
아니. 찾아오는 사람까지.. 마음 고생이 크실 지 이해할 수 있습니다.
철벽같은 의리라고 할까. 아니면 우직하다고 할까.
납득할 수없는 일에는 혈기에 못 이겨 무슨 일을 할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