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카이 사람들을 움직이려는 자야 시로지로의 이면공작은 성공을 거두었다.
12월에 접어들어 히데요시는 오기마루를 양자로, 혼다 사쿠자에몬의 외아들 센치요와 이시카와 가즈마사의 차남 가쓰치요를 오기마루의 시동으로 하여 오사카 성에 오도록 조건을 변경했다.
주군은 지금까지 오기마루님이나 그 모친에게 가족다운 일을 무엇하나 하신 것이 없어. 그래서 불안해진 것일세. 오기마루님이 오사카에서 히데요시의 사랑을 받는다면 친아버지의 냉담함을 깨닫고 도리어 아버지를 원망하게 되지 않을까 하고.. 그러므로 정월이 지날 때까지 같이 지내시며 박정하게 대했던 일을 보충하고 싶으신 거야.
(오늘은 이만...)
주군 해를 넘기면 가신들의 분한 마음이 반감된다는 것을 깨닫지 못하십니까?
가신들의 분한 마음?
그렇습니다. 오기마루님을 오사카로 보내시는 가장 큰 효과는 가문의 분한 마음을 한층 더 북돋기 위한 것..
이 분한 마음이 도쿠가와 가문의 결속을 더욱 굳게 한다는 것을 판단하십시오. 그러면 저 사쿠자에몬도 웃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런 일에 내 이름을 들먹이지 말게.
여기서 오기마루님을 보내신다 해도 그것으로 히데요시의 목적은 다 달성되지는 않습니다. 주군이 오사카에 오셔야 한다고 다시 사자를 보낼 것은 뻔한 일입니다. 히데요시의 속셈은 제후들이 모인 오사카 성에서 주군에게 머리를 숙이게 하는 일... 따라서 이번 양자 문제로 일이 복잡해지면 사자의 태도는 더욱 강경해질 것입니다.
그렇다면 내가 양자 문제를 순순히 받아들일 경우 나는 오사카에 가는 일을 거절할 수 있다는 말인가.
예. 우리에게는 다른 마음이 없다. 그러기에 오기마루도 두말없이 보냈다. 물론 오기마루를 만나고 싶지만 인질을 보내고 다시 호출까지 한다면 납득할 수 없다고 가신들이 반발할 것이다. 이렇게 말하면 히데요시도 강요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가즈마사. 과연 자네는 책략가로군. 그 능란한 언변으로 히데요시를 구슬리고 왔는가?
뭐.. 히데요시를 구슬렸냐고?
화내지 말게. 자네가 도쿠가와의 가신인지, 히데요시의 가신인지 모르겠다는 소문이 나돌고 있기에 하는 말일세.
뭣이...
(말도 안 되는 소리다. 여기 대해서는 이미 사쿠자에몬에게 마음을 털어놓고 쌍방이 각자의 입장에서 이에야스를 위해 목숨을 버리기로 맹세한 사이인데도...)
주군. 결단을 내리십시오. 사자는 대답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주군. 결단을 내리셔야 합니다. 이 사쿠자에몬의 말대로 단호히 거절하시고 일전을 벌일 준비를 하시거나 가즈마사의 말처럼 순순히 오기마루님을 오사카에 보내시거나..
(그렇다. 사쿠자에몬은 반대하는 체하면서 실은 옆에서 조언하고 있다.)
음..
주군. 제 의견을 받아들이시건, 가즈마사의 의견을 채택하시건 가신들에게는 뿌리깊은 불만이 남게 되리라는 점을 생각하셔야 합니다. 가즈마사의 의견을 채택하시면 강경론자들이 이를 가면서 분해할 것이고, 제 의견을 채용하시면 가즈마사와 같은 의견을 가진 자들이 무익한 싸움을 하려 한다고 불만을 품을 것입니다. 그 점을 잘 생각하시고 결단을 내려주십시오.
때로는 이런 고통도 맛보셔야만 대장이라 할 수 있습니다.
알겠네. 가즈마사의 의견을 받아들이겠네.
가즈마사. 이번에는 자네 의견이 통했으나 이것으로 우리 불만이 해소된 것은 아냐. 자네는 온건파이지만 도쿠가와 문중에는 강경?르이 자네에게 주먹을 쥐고 분노하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게.
어이없는 결정이야. 히데요시와는 당당히 싸워야만 하는 것인데.
그럼 곧 사자를 만나주십시오.
음..
이 때 가즈마사는 혼다 사쿠자에몬이 스스로 강경파를 자처하면서 다른 사람들의 방패 막이가 되려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시카와 가즈마사는 1585년 정월을 오사카 성에서 맞이했다.
히데요시의 양자가 된 오기마루의 근황을 알아보고 이에야스의 뜻을 받들어 히데요시의 속셈을 탐색하기 위해서였다.
지금은 내대신인데, 금년 7월 보름까지는 세이이다이쇼군으로 승진시켜주겠다는군. 세이이다이쇼군은 겐지의 직계가 아니면 될 수 없는 모양인데, 나는 예외인 것 같아. 나는 태양의 아들이니까.
(그렇구나. 조정에서도 히데요시가 천하인이란느 것을 인정한느 모양이다)
내가 세이이다이쇼군이 되면 내 명령에 거역하는 자는 역적이 되는 거야. 그렇지 않은가?
예. 그러합니다.
하하. 역적이 되는 거야. 그런데 가즈마사. 나를 난처하게 만들고 있는 것은 와카사의 니와 고로자에몬일세. 내가 몇 번이나 불렀는데 오지를 않아. 그러새 위함할까봐 걱정이라면 군사를 거느리고 와도 좋다. 잠시만이라도 얼굴을 내밀어 내 체면을 세워달라고 부탁하고 있는 중일세.
이에야스가 오사카에 온다면 그들도 본받을텐데 말일세.
어떤가. 이에야사를 오사카로 부를 방법이 없을까?
황송합니다마는 묘안이 없습니다.
나는 이제부터 기슈 정벌에 나서겠어. 물론 이것은 이에야스와 노부카쓰의 선동에 놀아나 내게 대항한 벌일세.
이에야스는 결코 돕지 않을 것입니다.
하하. 그 정도는 나도 알고 있네. 이에야스가 나와 싸운 것은 노부카쓰에 대한 의리 때문일세.
그렇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노부카쓰가 기슈에 항복을 권하러 가게 되었네.
노부카쓰님이..
지금쯤 노부카쓰는 기요스에서 하마마쓰로 향하고 있을 것일세. 한번 오사카에 가는 것이 좋겠다고 설득하려고.
아니. 노부카쓰님이 하마마쓰 성에도...
하지만 그 정도로는 이에야스가 결코 오겠다는 말을 하지 않을 것일세.
우선 기슈를 평정하고 다음엔느 시코쿠의 초소카베. 이것이 정리되면 엣추의 사쓰사 나리마사일세. 그 나리마사가 지금 계속 이에야스에게 밀사를 보내고 있네. 이에야스가 결정을 내리지 않으면 나도 제후들에 대한 체면이 서지 않아.
어쨋든 돌아가거든 그 뜻을 잘 설명하기는 하겠습니다마는...
어떨까. 차라리 내가 이에야스와 인척이 된다면..
예? 인척이라니요..
이에야스에게는 정실이 없어. 내 여동생을 주어 처남 매부 사이가 되면 이에야스도 체면이 설 것일세.
예..
히데요시에게는 출가시킬 여동생이 없을 텐데. 무어라고 하셨습니까?
내 여동생을 정실로 삼으면 우리 두 사람은 처남 매부 사이. 그러면 이에야스도 체면이 설 것이라고 했네.
내대신님의 여동생이라고 하면...
아사히 말일세.
그 아사히님은 사지 히유가노카미님의 부인이 아닌가요..
지금은 그래. 하지만 이혼시켜서 보내면 되는 거야.
저.. 사지님의 부인은...
나이는 아마 43,4세일 것이라고 생각헤.
이에야스의 나이는?
44세입니다.
그렇다면 나이는 적당하겠군. 그렇게 결정짓도록 하세.
결정 짓는다고 하시지만...
가즈마사. 나의 양보에도 한계가 있는 거야.
이에야스가 이것을 거절하면 강화 직전이기도 하고 조정에 대한 의리도 있기 때문에 부득이 싸울 수밖에 없어. 나는 오래지 않아 다이쇼군이 돼. 명령을 어긴다면 역적이 되는 거야.
예.
나의 매부로서 힘을 합쳐 천하의 평정을 도울 것인가. 아니면 역적이 되어 오명을 남길 것인가.. 자. 어떻게 하겠는가?
잠시 생각할 여유를..
여봐라. 가즈마사님에게 차를 갖다 드려랴.
가즈마사. 인간에게는 정세를 바라보는 선견지명이 있어야 하는 거야. 만약 자네가 완고한 늙은이들의 미움을 받아 도쿠가와 가문에 있지 못하게 되는 한이 잇어도 이 일은 성사시켜야 해. 나는 언제라도 자네를 받아들이겠어. 내가 가진 것은 이에야??와 나가쿠테 싸움 때는 이에야스 편이었던 노부카쓰도 지금은 우리 편이야. 이에야스 편은 호조 정도일 거야. 그런데도 이에야스에게 승산이 있다고 생각하나.. 이 히데요시의 주판에는 착오가 없어.
내대신님.
오. 각오가 되었는가..
내대신님은 무서운 분입니다.
하하. 그렇지도 않아. 모든 것이 원활해지도록 하기 위해 피를 나눈 여동생까지 내놓으려는 것일세. 나는 천하인일세. 가즈마사.
황송합니다.
그렇다면 돌아가서 결말을 짓도록 하게.
예. 거절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하하. 이제야 내 진심이 통하게 된 모양이군.
진심이 통한 것은 아닙니다. 내대신님의 정략 앞에 꼼짝도 못하고 굴복한 것입니다.
가즈마사. 그 굴복은 히데요시에 대한 굴복이 아닐세. 대세에 대한 굴복이야.
그렇게 생각하겠습니다. 그럼 이만 물러가서..
그래 좋아..
정말 화려하다. 호소카와, 우기타, 하치스카, 호리, 마에다, 아사노, 쓰쓰이 등의 ?가 마치 대대로 이어오는 가신과 같이 웅장한 집을 짓고 살다니. 우리 주군과는 전혀 달느 위대함이 그 분에게는 있다.
가자므사는 자기 마음이 차차 경외로 기울어지고 있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었다.
비가 오거나 바람이 불거나, 하루에 활쏘기 30번. 이것이 10세인 나가마쓰마루의 일과였다.
나가마쓰마루. 너는 지금 마지막 화살을 손에 들고 무슨 생각을 했느냐?
나가마쓰 20발을 더 쏘아라.
예.
다섯 석이나 열 석의 녹봉을 받는 무사라면 그 정도로도 좋다. 그러나 너는 좀 더 쏘아야 한다. 계속하거라.
나가마쓰. 병졸들의 책임자라면 그것으로 족하다. 그러나 너는 좀 더 쏘아야 한다.
다시 20발.
됐다. 나가마쓰. 대장이란 고통스러운 것이다. 어떠냐.. 대장이 될 수 있겠느냐.. 쏘라고 하면 일생 동안이라도 쏘아야 하는 것이 대장이다.
땀을 씻거든 내 방으로 오너라.
예.
나가마쓰 이번에 너를 오사카에 인질로 보내려고 했으나, 저쪽에서 형을 요구하기에 오기마루를 보냈다.
예.
남에게 가면 부모 밑에 있는 것과는 다르다. 항상 마음의 긴장을 늦추지 말고 여러 가지 일에 신경을 써야 한다.
알고 있습니다.
알고 있다면 대장이 되기 위한 수업 외에 형들에 대한 의리를 보태어 혹독한 훈련을 계속 해야 한다.
예. 노력하겠습니다.
어째서 대장이 부하들보다 더 분발하고 조심해야 하는지 알고 있느냐?
모르겠습니다.
대장이란 존경을 받는 것 같으나, 실운 부하들이 계속 약점을 찾아내려 하고 있는 게야. 두려워하는 것 같으나, 사실은 깔보고 친밀한체하지만 사실은 경원을 당하고 있다. 또 사랑을 받는 것 같으면서도 사실은 미움을 받고 있다.
그러므로 부하를 녹봉으로 붙들려 해도 안 되고, 비위를 맞추어도 안 된다. 멀리하거나 너무 가까이해도 안 돼. 또 화를 내도 안 되고 방심해서도 안 돼.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좋은 질문을 했다.
부하는 반하도록 만들어야 하는 거야. 다른 말로 하면 심복이란 것인데. 심복은 사리를 초월한 데서 생긴다. 감탄하고 또 감탄하게 만들어 좋아서 견디지 못하도록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알겠느냐..
그러기 위해서는 일상의 행동이 가신들과는 달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머지않아 유능한 가신들을 모두 치쿠젠에게 ?앗기게 된다.
그렇구나. 아버지는 히데요시를 경계하고 계시는구나.
가신들이 쌀밥을 먹거든 너는 보리쌀이 많이 섞인 보리밥을 먹도록 해라. 가신들이 아침에 일어나거든 너는 새벽에 일어나야 한다. 인내심도 절약도 가신을 능가해야 하고, 인정도 가신보다 많아야 하고.. 비로소 가신들이 심복하고 너를 따르며 곁에서 떠나지 ㅇ낳게 된다. 그러한 대장으로서의 수업을 엄격히 해야 하는 것이다.
예. 깊이 명심하고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이시카와 가즈마사. 지금 돌아왔습니다.
오. 수고가 많았네.
오기마루와 자네으 아들들도 잘 있겠지?
예. 조금도 주눅 들지 않고 당당하게 지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치쿠젠은 내가 아파서 그대가 대신 왔다고 했더니 무어라고 하던가..
이미 히데요시는 치쿠젠노카미가 아니라 정2품 내대신이 되었습니다.
뭣이.. 가즈마사. 그런 말부터 꺼내는 것을 보니 그 내대신으로부터 어떤 어려운 문제를 떠안고 왔군.
어려운 문제가 생기리란 것은 주군도 각오하고 계셨을 것입니다.
알겠네. 순서대로 말해보게.
예. 실은 히데요시는 주군이 병환이어서 제가 대신 왔다고 했더니 그럴 줄 알았으므로 더 이상 말하지 말라며 손을 내저었습니다.
음. 그 사람다운 일이야.
따라서 여기에 대해서는 다른 말을 않고, 이번 초봄에 오기마루님의 관례를 올리겠다는 것. 가와치나 이지므 중에서 1만 석을 주어 이름을 히데야스라 짓겠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히데야스?
히데요시와 이에야스에서 한 자씩을 딴 것입니다.
음..
그 이후 정월까지는 아무 일도 없었습니다.
정월까지는....
그러므로 저는 이대로 돌아오게 될 것이라고 착각했을 정도입니다.
역시 어려운 문제가 제기된 것이로군.
주군. 반드시 어려운 문제라고는 할 수 없을지도 모릅니다.
어려운 문제가 아니라면?
예. 히데요시의 비명이라 생각하는 편이 좋을 것입니다. 주군이 오사카에 오시지 않아 히데요시는 여간 난처해하는 것이 아닙니다.
당치도 않은 소리. 그 인간이 어디 난처해할 사람인가?
나는 이에야스에게 머리를 숙이는 한이 있어도 오도록 해야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런 말이야 했을 테지. 그 정도는 투구 위에 앉은 잠자리 정도로도 생각지 않은 인간이니까..
이번 7월 보름까지는 내대신이 아니라 세이이다이쇼군이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가능한 일일 것입니다. 이미 조정은 히데요시가 마음대로 움직이고 있으니까요. 그렇게 되면 히데요시는 이 나라의 군사력을 완전히 장악하게 됩니다.
뭐.. 세이이다이쇼군이 된다고? 그건 안 될 말이야. 세이이다이쇼군은 겐지의 직계여야 한다는 선례가 있기 때문에 다른 가문에서 될 수가 없어.
자기는 예외라고 했습니다. 이미 어떤 경로를 통해 내락을 받았을 것이 분명합니다.
세이이 다이쇼군이 되면 일본의 무장들은 일단 히데요시의 휘하에 들어가게 됩니다. 그러므로 이에야스와는 인척이 되고 싶다. 이 일을 잘 주선하라.. 그러면 인척의 성에 오는 것이기에 이에야스도 체면이 설 것이라고..
뭐.. 인척.
히데요시 가문과 연분을 맺자는 것입니다.
그야 오기마루를 양자로 보냈으니 이미 연분은 맺은 게 아닌가..
그런 뜻이 아닙니다. 주군에게 히데요시의 매제가 되라고 했습니다.
뭣이..
히데요시의 여동생 중에 아사히히메라는 여자가 있습니다. 이미 출가한 몸이지만. 이혼을 시키더라도 주군과는 싸우고 싶지 않다는 것이 히데요시의 심정..
출가한 여동생을 이혼시켜 내게 보내겠다고?
무서운 인간이다. 목적을 위해서...
가즈마사. 자네는 이
주군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십니까..
생각지도 않아. 그는 어떤 경우에도 비명을 지를?단을 강구하고 있어.
그런데 아사히것이.. 43세입니다.
뭣이.. 43세.
예. 그리고 지금은 사지 히유가노카미라?러므로 세상에는 히데요시가 궁지에 몰린 끝에 전례가 없는 무리한 일을 한다고 생각할 것이기 때문에 주군의 불명예는 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니까 나더러 수락하라는 말인가..
가즈마사. 나는 먹고 싶지도 않은 떡을 억지로 강요당하는 것 같아 구역질이 나는 심정일세.
당치도 않습니다. 히데요시는 또다시 어떤 생각을 할지 모르는 상대입니다. 주군도 그만한 각오를 하셔야 합니다.
무슨 일을 할지 모르는 상대이기에 방심해선 안 된다고 생각한 일이 있는가.. 가즈마사.. 여동생을 미끼로 나를 오사카에 끌어들여 여동생과 이에야스의 목숨을 교환할 생각이라고 한 번이라도 생각한 일이 있느냐는 말일세..
주군. 저로서는 그 말씀은 뜻밖입니다. 이시카와 가즈마사는 히데요시의 가신이 아닙니다. 대대로 도쿠가와 가문을 섬겨온 가신의 후예입니다. 한 순간도 그것을 잊지 않고 도쿠가와 가문을 위해 말씀드리는 것입니다.
지금 히데요시는 하늘을 찌를듯한 기세이므로 맞서면 안 됩니다. 히데요시는 주군보다 연상, 면목만 선다면 이쪽에서 먼저 히데요시에게 접근하여 거꾸로 제후들의 마음을 사로잡으면 자연히 익은 감은 떨어지게 마련입니다. 그때 천하는 주군의 손에...
나는 여간 부?하지 않아. 가즈마사. 그런 일을 어떻게 당장 대답할 수 있겠는가.. 너무 불쾌해. 자네도 사쿠자에몬의 의견을 듣고 와서 다시 이야기하세.
사쿠자에몬의 집.
뭐. 자네가 그런 말을 주군에게 했나..
아니. 자네도 반대하나?
당연하지. 너무 불쾌한 이야기야.
그럼 자네는 히데요시를 적으로 돌리고 싸울 수 있단 말인가..
아닐세. 평화를 유지하는 다른 수단도 있을 것이라는 말일세. 자네 말대로 아사히히메를 맞이하고 나서 주군이 천하를 손에 넣었다고 하세. 후에서어는 무어라고 할 것 같은가.. 이에야스는 목적을 위해 수단을 가리지 않는 더럽고 야비한 자라고 두고두고 웃음거리가 될 것일세. 가즈마사. 자네는 히데요시가 궁지에 몰려 무리한 일을 하려고 하나 주군에게는 수치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모양인데. 그것은 잘못이야. 그 불결한 제안을 한 놈도 그렇지만 아무 저항도 느끼지 않고 순순히 응한 자도 나쁘다는 말일세.
그런 자의 의견을 따를 사람은 없어.
사쿠자에몬. 그렇다면 자네 생각은..
노부나가 공이 죽은 뒤 제후들이 그렇게 빨리 히데요시에게 꼬리를 흔든 것은 무엇때문이라 생각하나?
그것은 히데요시의 실력일세. 실력이 뛰어나기 때문에 지금은 그의 말대로..
잠자코 있게. 실력이 있는 히데요시이기에 더더구나 섣불리 손을 잡아서는 안 되는 거야. 물론 싸움을 하지 않는 편이 좋지만, 히데요시에게 쉽게 멸망하거나 꼬리를 흔들 인물이 아니란 것을 보여줘야 하는 것일세. 일본의 무장들은 모두 히데요시 앞에서는 고양이였어. 이에야스는 약간 크기는하나 역시 고양이.. 라는 평을 받는다면 히데요시가 죽은 뒤 천하가 순순히 주군의 손에 들어올 것 같나? 고양이들이 사방에서 들고 일어나 다시 난세로 돌아갈 것일세.
그러므로 일본의 모든 고양이가 꿇어 엎드려도 이에야스만은 호랑이는 아니었지만 용이었다.. 고 분명하게 인식시켜야만 해. 호랑이가죽은 뒤에도 고양이들이 소란을 일으키지 못하는 거야. 히데요시의 눈에는 주군이 고양이로 보이는 것일세. 따라서 명분이 어떻다 해도 이 사쿠자에몬은 제휴는 절대로 반대하겠어.
사쿠자에몬. 알겠네. 나도 자네가 말하듯이 주군을 고양이로 보이고 싶지는 않아. 히데요시와 같은 호랑이는 아니지만 용으로 보이기 위해 갖은 노력을 다했어. 인질을 양자로 바꾸고 양가의 관계는 처남 맵 사이.. 이렇게 되면 면목이 설 것이라 생각하고 일을 한 것일세. 그러나 이제는 그 교섭에 자신으 없어졌어. 나는 히데요시를 설득할 능력도 없고 주군이나 자네를 납득시킬 힘도 없어. 이 정도에서 손을 떼야겠네.
무슨 소리를 하고 있나. 자네말고는 히데요시에게 사자로 갈 사람이 없네.
아니. 물러나겠어. 주군에게는 자네가 잘 말씀드리게.
기다려. 그러닌까 자네 견해로는 아사히히메를 거절하면 전쟁이 된다는 말이지?
그렇다고 생각하기에 주선하고 있는 것 아닌가..
음. 그렇다면 이렇게 하세. 가즈마사.
무엇 말인가..
히데요시에게 혼담은 받아들이겠지만 오사카 성에 가는 일은 나중에 결정하기로 하세. 히데요시에게는 가겟다고 하면서 그 아사히히메를 인질로 잡는 거야. 히데요시에게 잔뜩 골탕을 먹이자는 말이야. 만약 싸움이 일어나면 그래도 좋아.
그러면 주군은?
역시. 속여야겠지. 히데요시는 오사카 성에 오라는 요구를 철회했다. 그러므로 혼담까지 거절하면 너무 모가 나기 때문에 이 혼담을 받아들이자고 말일세. 주군과 가신들은 내가 속이겠어. 그러나 히데요시는 자네가 아니면 속이지 못해.
음..
그 여동생을 맞아들이고 나서 천천히 골탕을 먹이는 거야. 싸움은 피하면서 말일세. 그러면 천하의 고양이들을 지금보다 더 놀라게 만들 수 있어. 일이 제대로 되지 않을 때는 주군도 히데요시도 모르는 일. 자네와 내가 책임을 뒤집어쓰면 될 것 아닌가.
음. 그것도 하나의 방법일 수 있겠군.
히데요시의 여동생을 데려다놓고 한바탕 소동을 벌인 다음에도 얼마든지 손을 잡을 수 있어.
사쿠자에몬 자네는 무서운 사람이야.
하하. 이 검은 뱃속도 따지고 보면 빨리 천하를 평정시키고 싶은 마음에서 나온 책략이야. 우리는 그 제물일세.
알겠네. 혼담에 대해 이에야스가 승낙했다고 오사카에 편지를 보내겠어.
좋아. 이것으로 결정됐어. 오늘은 이대로 돌아가게. 두 사람이 입을 맞춘 것으로 보이면 안 되니까. 술도 식사도 접대하지 않겠어.
알겠네.
옛날에는 나도 어엿한 다이묘가 되어 부모형제를 편히 살게 해주고 싶었지. 이것이 염원이 되어 뼈가 가루가 되도록 애를 썼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끝날 수가 없었어. 출세라는 것은 고통스러운 업보일세. 지금은 부모를 희생시켜서라도 천하를 위해 일을 도모하지 않을 수 없어. 히데마사. 부디 이해해주게(도쿠가와와 인척 관계를 맺기위해 여동생을 이혼시키려는 히데요시)
이혼장. 이 종이 한 장으로 20여 년에 걸친 화목이 사라지다니. 우스운 일이야. 따지고 보면 아사히를 아내로 삼는다고 이애야스가 오사카 성에 올 면목이 선다는 것 자체가 우스운 일이고, 또 여기에 승복하는 다이묘의 생각 역시 기묘한 일이다.
아사히. 이 이혼장은 진심에서 나온 것이 아니오. 천하를 위해 충성을 위해서인 것이오.(할복하는 히데마사)
주군. 오기마루(이에야스의 아들)님은 히데요시의 양자로서 기슈 정벌에 참가하고 있습니다. 때가 때인만큼 히데요시의 공격을 받고 있는 상대를 감싸는 것은 적절하지 못합니다.
히데요시의 적이라고 해서 내가 보호하지 말라는 법은 없지 않은가. 나는 히데요시와의 충돌은 삼가겠지만, 굴복은 하지 않아. 그리고 네로쪽 이야기를 들으니 이번 일로 초소카베도 별로 힘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하더군. 노부카쓰는 이미 그 모양이 되었으므로 일본에서 나를 제외하고는 보호해줄 사람이 없을 것일세.
......
오사카에 가면 반드시 아사히히메와 혼인 이야기가 나올 것입니다.
내버려둬. 내버려 두라니까.
하지만 그것이 싸움의 계기가 될지도 모릅니다.
그렇지 않아. 내가 판단??지 히데요시에게는 나를 공격할 여력이 없어. 그때까지 나는 히데요시란 인간에게 되도록 골탕을 먹이해 보일 필요가 있어.
....
오 자네가 왔군. 마침 잘 됐네. 할 이야기가 있었는데 말일세.
무슨 말씀이십니?문에 4,5일 후에는 오사카로 돌아갈 생각일세. 그리고 다음에는 시코쿠 공략이야. 그런대 내가 미처 공격하지 못한 아이젠?? 명이 모두 이에야스에게 피신해 간 모양일세다는 말이지. 길이 엇갈렸는지도 몰라.
예. 저는 지난달 25일에 이미 오카자키를 떠났기 때문에....
그리고 또 하나. 재미없는 소식이 들리고 있네. 호쿠리쿠의 사쓰사 나리마사도 이에야스에게 도망쳤다는 소문이 있어.
거기 대해서도 전혀..
하하.. 그렇다면 이에야스는 이미 자네가 내 편이 된 줄 알고 숨기는 것일세.
설마 그렇지는 않을 것입니다.
가즈마사. 이에야스는 결심한 거야.
예?
이 히데요시를 어렵게 만들수록 이익이 된다고 계산했다는 말일세. 그러므로 아사히의 혼담을 진행시킨다 해도 소용없을 것이니 더 이상 그 말은 꺼내지 말게.
(일이 꼬이고 있다. 자칫하면 싸움이 일어날지도 모른다)
알겠나. 인내에도 한계가 있는 법일세. 시코쿠를 평정하고 돌아오면 그때는 도쿠가와 가문이 이 세상에서 자추를 감출 것이라고 생각하게. 시기는 7월일세. 이번에는 오사카오 오라고 통고하겠어. 그것이 마지막일세. 그러나 자네는 지금까지 애를 많이 썼으므로 구제하겠어. 싸움이 시작될 것 같으면 도망쳐오게.
내대신님... 다시 한 번 재고해주십시오. 그렇게 되면 이 가즈마사는 너무도 비참합니다.
그건 또 무슨 뜻인가. 자네는 구제해 주겠다고 하지 않았는가..
황송합다마는 이 가즈마사는 결코 저희 주군과 내대신님 사이에서 일을 추진시킬 수 있는 사람이 되지 못합니다. 두 분에 비하면 하찮은 벌레와도 같습니다.
묘한 소리를 하는군.
그러니 이 벌레에게도 작으나마 혼은 있습니다. 부족하기는 하지만 이 가즈마사는 두 분을 싸우게 해서는 안 된다. 두 분이 싸우면 천하를 위해 불행한 일이라 믿고 노력해왔습니다.
그것을 알기에 나는 아사히까지 이에야스에게 보내려 했어. 그런데 이에야스는 도리어 이것을 나에 대한 방패로 삼아 이 히데요시를 세상의 웃음거리로 만들었어. 더 이상 참을 수 없네.
다시 한 번 이 작은 벌레에게 이에야스를 설득할 기회를 주십시오. 이렇게 부탁드립니다. 작은 벌레의 뜻도 그것이 겹치고 겹치면 천하를 움직일 때의 힘이 될 것입니다. 이것을 간과하시나면 진정한 대장이라 할 수 없습니다. 천하의 평정은 백성들의 큰 소망입니다. 그 소망을 위해 조금만 더 참으십시오.. 이 가즈마사가 목숨을 걸고 이에야스를 설득해 보겠습니다.
하하. 알겠네. 알겠어.
이해하시곗습니까.. 이 가즈마사의 흉중을...
알겠네. 그토록 간청하는데 끝내 모른다고 할 수는 없지. 길가의 돌부처도 감동할 것일세.
감사합니다. 그 말씀을 듣고 저는 비로소 산 보람을 느꼈습니다.
그러나저러나 이에야스는 훌륭한 가신을 두었어.
예. 저는 이만...
히데요시님은 이제부터 천하의 평정을 위해 나서시게 되는데, 이에야스님에게 다른 마음이 없다면 그 증거를 보여달라고 하셨소.
그리고 도쿠가와님은 사쓰라 나리마사와 특히 새로운 사이. 만약 도망해왔을 때 숨겨주는 일이 있으면..
그러면 드디어 엣추를 공격하게 되겠군요.
사자는 돌려보냈으니 까다로운 요구를 해왔네.
중신 2,3명을 기요스에 인질로 보내라는 것이었어.
그렇다면 드디에 엣추 공격이 시작되겠군. 주군이 이처럼 병환인 나실 줄 알았다면 나리사마를 가까이 하지 않았어야 하는데..
사자에게는 이 중병을 말하지 않았을 테지?
아니. 분명히 병환 중이라고 했네. 하지만 그쪽에서 믿지 않더군. 묘한 일일세.
역시 아사히히메를 맞이해야 하는 것이었어.
허튼소리 말게. 가즈마사.
이 때 이에야스는 생사의 경계를 넘나드는 중병에 걸려 있었다.
인간의 생애에는 큰 위기가 세 번 있어.
어린아이에서 어른이 될 무렵의 무분별한 색정. 청년기에는 혈기에 찬 투쟁심. 그리고 불혹의 나이가 지나서는 자기가 이미 완성되었다는 자만심..
전하의 크나큰 뜻을 아무도 깨닫고 있지 못해요. 이것은 전하에게 실수가 있기 때문이에요.
뭐.. 내게 실수가?
전하의 전투방식이 간파쿠답지 못하다는 것을 깨닫지 못하셨나요?
하시바 치쿠젠과 간파쿠 히데요시의 전투방식에는 어떤 차이가 있어야 하는지 생각하신 적이 없나요?
뭣이. 하시바 치쿠젠의 전투방식과 간파쿠의 전투방식?
간파쿠라면 공략이 아니라 정벌이어야 했어요.
건방진 소릴 하는군. 공략과 정벌이 어떻게 다르다는 거야?
공략은 싸움에 이겨 상대를 멸망시키는 것, 정벌은 항복을 받으면 되는 싸움이에요. 그런데 전하는 일부러 네고로의무리 10여 명을 항복시키지 않고 하마마쓰로 쫓아버렸다면서요? 그런 싸움은 천하인의 전투방식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음.. 어쩌면 그토록 아픈데를 콕콕 찌르다니..)
천하인의 전투는 항ㅂ고시키는 것이 목적이란 말이지..
공격하여 멸망시키는 줄로 보였기 때문에 상대는 겁을 먹고 도쿠가와님에게 도주한 거예요. 도망해온 사람은 보호하지 않을 수 없고.. 도쿠가와님도 고민했을 거예요. 전하의 적이 될 테니까요. 그것을 보고 앞으로도 여기저기서 마음을 움직이는 사람이 나올 거예요. 다시는 그런 싸움을 하지 마세요.
그럼, 사쓰사 나리마사도 멸망시키지 않고 항복만 받아야 하겠군.
사쓰사 나리마사는 완고하기로 알려진 사람이에요. 그런 사람을 손에 넣어 보세요. 그러면 대부분의 다이묘는 물론 도쿠가와님의 마음도 풀리고 아사히님 역시 전하를 의심할 리 없어요.
정벌이란 멸망시키는 것이 아니란 말이지.
멸망시키면 원한이 남아요. 복종시켜 기꺼이 일할 수 있도록 해야만 진정한 간파쿠라 할 수 있을 거예요.
가즈마사는 자기 생각을 이에야스와 사쿠자에몬 두 사람밖에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이 안타까웠다. 히데요시가 이처럼 강대해진 것은 그의 위대한 재능과 전쟁에 지쳐 평화를 갈망하는 민중의 마음이 하나가 된 데에 원인이 있다. 그러한 시대의 조류에 맞서 무력만으로 이길 수 있다는 가신들의 어리석음에 화가 치밀었다.
그 세 가지는 누구나 생각하고 있습니다. 넷째와 다섯째 대책도 정해 놓으셨습니까?
넷째와 다섯째?
넷째는 체면을 버리고 즉시 오다와라의 호조 부자와 손을 잡을 것.
다섯 째는?
뻔한 일이 아니겠습니까. 오다와라의 호조와 긴밀한 관계를 더욱 공고히 하고 나서 히데요시의 혼담을 승인하시라는 것입니다..
우지마사는 생각했던 것보다 정세의 흐름에 어두운 인물이었네. 다만 호조라는 가문의 이름에 똬리를 틀고 있는 인물이었어. 이 실체를 히데요시가 눈치챈다면...
어리석다는 것은 큰 죄악이야..
(우지마사는 기고만장하여 이에야스의 가치도 모르고 히데요시가 두렵다는 것도 깨닫지 못하는 인물이었다. 이에야스는 회견을 하고 나서 그 사실을 절감하고 실망감으로 가슴이 가득 찼다)
간파쿠의 방식은 파격적일세. 전대미문의 일을 하고 있어. 그렇다면 이쪽에서도 전대미문의 방식으로 대하면 되는 거야.
지금 히데요시에게 속이 좁은 사나이란 손가락질을 받으면 평생토록 웃음거리가 되는 거야. 그러면 간파쿠는 잇따라 어려운 문제를 들고 나올 것일세.. .......
간파쿠가 파격적으로 나오면 나도 파격적으로 나갈 것일세. 간파쿠의 매부가 상경하는 것이므로 많은 군>
처음에는 조금 부족하다 싶은 것이 좋아요. 그래야 마음의 격려가 되니까..
거짓입니다. 무서워하실 리가 없지요. 그 증>
우대신님은 자주 말씀하셨지. 천하를 훔치려는 자는 많아도 천하를 걱정하는 사람은 적다고. 나?움이 없는 천하를 만들어보세.
(과연 이 사람은 그릇이 크다)
그런데 자네는 부드러운 여자가 좋은가 억센 여자가 좋은가?
그 중간이 좋은데, 전하는 어떻습니까..
나는 부드러운 편이 좋지만 이것만은 뜻대로 되지 않는다니까.
사나운 말 뿐이야. 전부 내 머리위에 올라 앉으려고 하거든. 간파쿠도 여자 엉덩이에 깔리게 마련이오.
그것 참 딱한 일이군요.
세상이 편안해지면 여자들이 점점 더 기승을 부릴 것일세. 하지만 이것 역시 태평한 세상의 증거라 생각하면 참을 수 있을 거야.
오카자키에 간 오만토코로와 아사히 등이 모두 그런 부류지만 눈을 꼭 감고 참도록 하게.
그런데 오만토코로가 오카자키를 떠날 때는 사쿠자에몬에게 배웅하지 말도록 해주게. 노인은 성미가 여간 까다롭지 않거든. 오만토코로는 이이 나오마사가 아주 마음에 드는 모양이었어.
노인이 화를 내고 무슨 말을 하면 나도 사쿠자에몬을 꾸짖지 않을 수 없네. 하하 사쿠자에몬은 내 앞에 나타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좋아. 오, 잔이 비었군. 더 마시도록 하게. 하하. 교토에 오기를 잘했어. 오사카에서는 제후들 앞에서 마음놓고 마실 수 없으니까.
이에야스는 예정대로 27일에 오사카에 가서 정식으로 히데요시와 대면했다. 대면은 대등한 입장에서 이루어졌다.
히데요시도 만족했으나 이에야스 역시 충분히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고 오카자키로 돌아갔다.
그로부터 한 달쯤 지나 조정에서는 히데요시를 태정대신에 임명하고 도요토미라는 성을 하사했다. 이로써 토요토미 히데요시가 탄생했다.
이에야스는 슨푸 성으로 옮겨 성의 수리와 무사들의 집을 짓는 한편 도시 계획에 착수했다.
그보다는 이 대군 뒤에 무수한 도쿠가와군이 대기하고 있다... 이렇게 생각하도록 만드는 편이 훨씬 더 적을 압박할 수 있는 것이다. 알겠느냐..
(패기는 부족하지만 냉정한 면이 있는 아이다. 앞으로는 그런 장수가 필요할지도 모른다)
사이고 부인은 대를 이을 분을 낳으셨을 뿐 아니라 하마마쓰로 이전할 때부터 잊어서는 안 될 소중한 분. 그런 분의 병환도 모르고 새로운 소실에게 ?을 잃고 계시다면 큰 실수. 그렇다면 노신과 중신들에 대한 취급도...
심신을 모두 가문을 위해 바치시고.. 자식들을 위해 일부러 교토에서 내려오시어 내전의 단속 등에 모든 힘을 기울이고 계신데도 주군은 지칠줄 모르시고 소실만 들여놓고 계시니 말입니다.
천하인이 되고 안되는 것과는 관계없이 천하인의 마음으로 살겠어. 백성과 신불을 두려워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을 마음에 새기겠어.
나는 저 후지산을 향해 이 성의 큰 방에서 오줌을 눈 일이 있어.
주군이 인질로 계실 때 말씀이군요.
그래. 미카와의 떠돌이라고 모두에게 조롱받던 무렵에. 그런데 지금은 이 성에 살게 되었네.
출세하셔서 감가무량하실 것입니다.
그렇지 않아. 그로부터 오랜 세월이 흘렀지만 나는 아직도 떠돌이가 아닌가 생각했었어. 따지고보면 인생은 모두 떠돌이, 그저 덧없는 여행만 계속하고 있는지도 몰라.
인간은 누구를 사랑하지 않고는 살 수 없다. 슬픈 숙명을 지니고 있는 여성은 더더구나 그러했다. 남편의 아들이거나 동생이거나...
생나무를 베어내듯 남편을 잃은 아사히 마님은 그 대상을 어느 틈에 생모를 잃은 나가마쓰에게서 찾으려 하고 있었다.
싫어요. 나는 오빠의 인형이 아니에요. 나는 오빠가 견딜 수 없을 정도로 실태를 저지르겠어요. 그런 여동생을 가진 간파쿠냐고 세상이 웃도록 만들겠어요.
간파쿠 전하와 오다와라의 호조는 반드시 싸우게 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것은 간파쿠 전하와 호조씨의 싸움이 아닙니다. 간파쿠 전하와 이에야스 아버님과의 냉전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어째서 그렇게 될까..
아버님 배우에 호조씨가 있으면 간파쿠 전하는 안심할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오다오라 정벌은 구실에 지나지 않고 실은 이에야스를 고립시켜 힘을 약하게 만들겟다는 의미를 갖는 싸움이라고.. 저는 생각하고 있습니다.
역시. 그렇게 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었어. 그런데 싸우면 어느쪽이 이길까..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호조씨 따위는 간파쿠 전하의 적수가 되지 못합니다. 따라서 싸움이 끝나면 우리 가문의 입장은 더욱 어려워질 것입니다.
그러면 아버님도 간파쿠와 싸우실 생각이 있을까?
천하를 위해 간파쿠 전하의 편이 되시겠지요.
그러면 나는 어떻게 될까.. 싸움이 시작되면 나는 너와 헤어져 교토로 가야만 할까.. 생각이 있을테니 알고 싶구나?
제 생각 같은 것은 아무 소용도 없습니다. 간파쿠 전하가 정하실 일이니까요.
그러면 나만이 아니라 너까지도 간파쿠가 결정하는 대로 움직일 수 밖에 없다는 말이냐.. 나는 납득할 수 없어. 간파쿠도 나도 한 어머니의 배에서 태어난 인간, 그런데 한쪽에서는 명령하고 다른 쪽에서는 따라야만 한다니 이치에 맞지 않아.
그것이 세상의 다툼을 줄일 수 있는 약속이라면 비록 이치에 맞지 않아도 따를 수 밖에 없고, 또 지는 것이 이기는 것이라고..
그럼 싸움을 피하기 위해 간파쿠의 지시를 딸야 한다는 말이지.. 너는 나를 좋아하지 않는 것만 같구나.
당치도 않은 말씀입니다.
그렇다면 내가 슨푸에 있는 것이 좋겠느냐..
당연하십니다. 간파쿠님이 허락하신다면..
알겠어. 그만 물러가도 좋다.
정실인 쓰키야마 마님의 비참한 최후도, 맏아들인 노부야스의 처절한 자결도 모두 난세가 불러온 희생물이다. 그 불행의 실은 아직 끊기지 않아 이에야스의 둘째 딸 도쿠히메도 오다와라의 우지나오에게 출가하여 전란의 회오리에 휩싸이려 하고 있다. 도쿠히메뿐만 아니다. 지금 이에야스가 주라쿠다이에 데려온 아사히히메 역시 간파쿠의 여동생이나 이미 산송장과 다름없이 되어 있었다.
세상에는 현격한 차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 현격한 차이믄으로는 경우에 따라 져야 할 자가 이기고 이겨야할 자가 지는 뜻밖의 일이 생기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 차이의 격이 다르면 어떻게도 할 수 없습니다. 절대로 이기는 쪽이 이기고 지는 쪽이 지게 되는 것입니다.
닥치지 못하겠느냐..
노하셨습니까.. 하지만 참으십시오. 모처럼 이렇듯 군비를 강화하시지 않았습니까. 이 군비를 배경으로 삼아 화의를 청하십시오. 그러면 호조가문은 일본에 없어서는 안 될 유력한 다이묘로 행운이 지속될 것입니다.
이놈. 가만히 내버려두었더니 마음대로 지껄이는구나. 우리 가문은 여기서 간토를 다스린지 이미 4대나 된다. 그런데 이유도 없이 히데요시이게 굴복할 수는 없어.
히데요시에게 굴복하는 것이 아닙니다. 히데요시는 조정의 가신입니다. 히데요시는 일본을 통합하고자 하는 조정의 명을 실행하는 것 뿐입니다. 그런데도 상경하지 않고 군비에 몰두하신다면 나라의 질서를 어지럽히는 역적이란 낙인이 찍히게 됩니다. 역적의 이름으로 싸우는 것처럼 어리석은 일은 다시 없습니다.
세상에는 피해망상이란 벌레가 살고 있습니다. 이 벌레에 물리면 남이 모두 적으로 보입니다. 소중한 중신을 의심하거나 훌륭한 아내를 버리거나.. 이 벌레가 한 나라와 한 가문에 파고 들면 멸망의 벌레로 편합니다. 모두가 적으로만 보이기 때문에 어느 틈에 정말 적으로 바뀌고 맙니다. 망하는 자는 거의 모두 이 망상이란 벌레 때문에 스스로 망하게 되는 것입니다.
(신중하게 수세를 취하고 있다가 멸망한 자는 역사에 없다. 정세를 판단하지 못하고 스스로 적을 찾아 움직인 자들이 멸망했다. 다케다 가쓰요리도 나가시노에 나오지 않았다면 망했을 리가 없다. 또 이마가와 요시모토도 상경을 서두르다 덴가쿠하자마에서 목이 달아난 것과 다름 없다. 상경하기만 하면 아무 일도 없을텐데 무엇 때문에 호조는 간파쿠와 싸워야 한다는 말인가...)
즈이후. 아버님은 상경했을 경우 히데요시에게 살해될 줄 생각하고 계신다. 그렇지 않으면 영지를 빼앗길 것이라 생각하시는데 이것도 망상이라 할 수 있을까..
간파쿠는 그런 사소한 일은 생각지도 않고 있습니다.
그대의 말대로라면 도쿠가와님을 통해 속히 상경할 뜻을 전하거나 아니면 간파쿠의 사자가 도착하는 대로 전의를 버리고 그의 말에 따라야 하겠군.
천하만민은 모두 싸움이 없는 세상을 바라고 있습니다. 이제 남은 일은 성주님 부자으 결단 뿐입니다.
오다와라의 중신 마쓰다 오다리노카미 노리헤디가 호조 우지나오의 사자로 이에야스를 찾아왔다.
저희 주군은 도쿠가와님이 중재를 약속하신다면 상경하실 뜻이 있으신 것 같습니다.
(그토록 내가 권유했는데 이제야... 두 달 전에만 그랬더라면...)
간파쿠 전하가 동쪽의 정벌을 결정한 것은 9월 초였소.
그것은 저희들도 알고 있습니다.
표면적으로는 더 이상 호조를 용서할 수 없다고 다이묘들의 처자를 모두 교토로 불러들였쇼. 나도 아내를 주라쿠다이에 보냈다는 것은 알고 있을 것이오.
예. 하지만 그 무렵에는 아직 교섭의 여지가 있었다고 생각합니다마는...
그렇소. 그 무렵에는 아직 일말의 희망이 없지 않았소. 그러나 호조 쪽에서는 마지막 사자에게도 '죄송하다. 다른 뜻은 없으므로 곧 상경하겠다'는 대답은 하지 않았소.
주군과 우지마사님, 그리고 중신들의 의견이 일치되지 않아서.
알고 있소. 그래서 간파쿠도 결심을 굳힌 것 같소.
그러면 출병한다는 결의는 확고부동한 것입니까?
그 쪽의 군량 담당자가 오와리, 미카와는 물론 이 슨푸에까지 쌀을 구입하러 오고 있는 실정이므로 나로서는 중재에 나설 수가 없게 됐소. 아무튼 중신들과 잘 상의하도록 하시오.
마쓰다 노리히데가 돌아간 다음 날...
이번에는 히데요시의 사자로 오타니 요시쓰구가 왔다.
도쿠가와님. 드디어 전하께서는 호조 토벌을 결정하셨습니다.
불가피한 일이겟지요.
앞으로는 호조와의 왕래를 끊으시고 즉시 상경하시라는 말씀이 있었습니다.
음. 그렇다면 12월 초순에..
참고로 여쭙겠습니다. 그때는 나가마쓰마루님도 동반하시겠습니까?
그것이 전하의 분부라면..
아니, 전하의 분부는... 아닙니다. 주라쿠다이에 계시는 마님께서 마침 좋은 기회이므로 같이 오셨으면 하는 말씀이 있었습니다.
(호조와 동맹할 것이 두려워 인질이 필요하다는 말일까..)
그럴 수는 없소.
이유를 물어도 되겠습니까?
때가 때인 만큼 부자가 모두 성을 비울 수는 없소. 내가 상경하여 군사회의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로 나가마쓰마루를 상경시키겠소. 전투를 앞두고 하는 행동은 어디까지나 신중을 기해야 하는 것이오.
음..
그러면 출진은 언제쯤..
내년 봄쯤에.. 꽃구경을 할 무렵이 어떨까 하고..
호조 부자는 큰 실수를 한 것 같소.
그렇습니다. 자신의 분수를 너무 몰랐던 것 같습니다.
호조 정벌 후에 간파쿠 전하는 도쿠가오님에게 큰 선물을 주실 예정이십니다.
아니. 내게 선물을?
호조 정벌 후 간토의 8개 주를 도쿠가와 님에게 드리겠다고..
(그렇구나. 내 영지를 회수하여 다른 다이묘에게 지키도록 하고 나를 멀리 쫓아보낼 생각이구나)
허어. 믿어지지 않는 일이군요.
어째서 그렇습니까?
나는 이미 5개 지역의 영주, 여기서 간토의 8주까지 영유하게 된다면 일본의 반을 차지하는 셈이니까요.
음..
(흐흐. 우리 주군이 한 수 위다)
돌아가거든 전하에게 이렇게 전하시오. 이에야스는 그런 엄청난 은상은 사양할 것이라고..)
간파쿠의 독촉으로 12월 초에 상경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네. 규슈와 주코쿠에도 출전명령이 내렸다고 하더군. 다이묘들이 모두 처자를 인질로 내놓았다고 하는데, 우리도 나가마쓰마루를 교토로 보내야 할 것 같다.. 이에 대해 그대들의 의견은...
도련님의 인질 문제에 대해서는 주군이 직접 거절하신 줄 알고 있습니다마는..
야스마사. 그렇게는 안 될 것이야. 내가 돌아온 뒤에 보내겠다고 한 것은 보내지 않을 생각으로 그런 것은 아닐세. 우리에게 우리 나름의 근성과 생각이 있다는 것을 상대에게 알리기 위해서였어. 우리는 호조와 지금까지 우호를 유지해왔어. 따라서 간파쿠에게 굳이 경계심을 갖게 할 필요는 없네. 같은 편이 되는 이상 어디까지나 흔쾌히 한 편이 되겠다.. 이렇게 하는 편이 난처한 입장에 서지 않는 방법일세. 이번 싸움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간파쿠에게 괜한 의심을 품지 않게 하는 일일세. 그 점을 충분히 유의해야 하네.
흥..
이의가 있나? 영감..
이의가 있다면 들어주시겠습니까?
뭣이..
이것은 회의라 할 수 없습니다.
주군이 일방적으로 명령을 내리시고 있는 것 뿐입니다.
그러기에 의견이 있거든 말하라고 했지 않은가..
의견은 얼마든지 있습니다. 주군은 히데요시가 아무리 무리한 요구를 해도 비위를 건들이지 마라. 히데요시 앞에 무조건 복종하라. 이것이 충의라고 말씀하고 계십니다.
여러분 잘 들어보시오. 우리 주군은 언제부터인지 히데요시의 독기에 쏘여 얼이 빠지고 말았소. 앞으로는 히데요시의 명령이 제일이라 생각하고 봉사해야 할 것이오.
(이젠 혼다 사쿠자에몬도 너무 늙었구나..)
앞으로는 주군의 명령을 잘 듣고 함부로 입을 열지 마시오.
회의는 끝나고 모두 긴장한 얼굴로 자리를 떴다.
사쿠자에몬 회의가 끝났으니 돌아가도 좋다.
깜빡 꿈을 꾸고 있었습니다.
꿈속에 가즈마사 녀석이 나타났습니다.
뭐.. 가즈마사가...
나더러 은퇴를 하라고 하더군요. 언제까지나 오카자키 성을 맡아보고 있을 기량이 내게는 없다면서...
허어. 가즈마사가 그런 말을.. 가즈마사와 약속한 것이라도 있었나?
그런 녀석과 약속했을 리가 없죠. 녀석은 주군을 히데요시 공포증에 걸리게 한 장본인입니다.
그럼 어째서 꿈 같은 것을 꾼단 말인가. 꿈을 꾸었다면 무언가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었을 텐데..
오카자키에서 오만토코로의 거처에 땔감을 쌓았던 일이 마음에 걸려 은퇴를 생각한 것이로군..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그것이 주군의 말씀입니까?
땔감을 쌓은 일 때문에 히데요시가 두려워 은퇴를 하거나 하는 그런 얼빠진 사쿠자에몬인줄 아십니까?
설마 그렇지는 않겠지..
오늘은 이 사쿠자에몬이 주군과 일생일대의 결판을 낼 작정입니다.
주군은 말씀하셨습니다. 히데요시에게 굴복하는 것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히데요시가 두려워하는 감시자가 되겠다고.
나의 그 자세가 무너졌다는 말인가?
주군은 혼자 천하를 감시할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뒤에 강력한 가신이 있어야 비로소 가능한 일입니다.
그런데 오늘의 회의는 대관절 무엇입니까? 자신만이 신불의 마음을 알고 있다는 듯이 모두의 의견을 짓밟다니 말입니다. 마치 히데요시가 위대하다는 것을 인정하고 있으니 그대들의 의견은 듣지 않겠다는 태도가 아닙니까? 가신들이 히데요시를 두려워하지 않는다면 그야말로 이상한 일이라는 말씀이 아닙니까?
그러다가는 가신들이 모두 주군보다 히데요시가 훨씬 더 훌륭하다는 생각을 갖게 됩니다. 그러면 주군의 가치는 없어집니다.
어째서 솔직하게 히데요시에게는 섣불리 당하지 않는다. 지금은 어쩔 수 없이 한 편이 되지만 언젠가는 쓰러뜨려야할 존재.. 이렇게 분명히 말씀하시고 나서 어떻게 했으면 좋겠느냐고 묻지 않으신다는 말입니까...
알겠네. 영감...
아니. 아직 모르십니다.
고집불통인 영감이로군. 나는 그만 질렸네.
주군이 질리실 것은 없습니다. 히데요시를 질리게 만들어야만 상대의 섣부른 행동을 저지할 수 있습니다.
주군, 저는 좀 더 가즈마사의 꿈을 꾸고 싶기 때문에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은퇴에 대해 고려해 주십시오.
.....
과연 사쿠자에몬의 말이 옳다. 히데요시에 대한 공포증이 가신들에게 퍼지면 나의 존재는 무의미하게 된다.
호조 우지마사와 우지나오 부자가 백년 동안 번영에 도취되어 너무 오만해진 벌로 쓰러지게 될 싸움이라 생각합니다.
그것은 남이 볼 때나 그렇지 도쿠가와 가문에는 이 싸움이 좀 더 큰 의미가 있네.
알겠나. 히데요시는 처음부터 호조 따위는 안중에도 없어. 이것은 도쿠가와 가문의 영지를 교체시키려는 싸움일세. 주군을 하노케 너머로 몰아내면 오슈의 다테나 우에스기를 억제할 수 있고, 또 슨푸에도 자기 심복을 배치할 수 있는 거야.
주군이 상경하실 때는 오만토코로까지 인질로 보냈어. 그런데 호조 부자가 오만토코로를 인질로 보내면 상경하겠다고 똑같은 조건을 내걸었더니 깨끗이 거절했어. 이것이 바로 히데요시에게는 호조가 안중에도 없다는 증거일세. 히데요시는 상대가 강하면 태연히 인질을 보내지만, 안중에도 없는 다이묘에게는 인질을 보내지 않아.
분명히 그렇습니다.
문제는 여기에 있네. 히데요시는 오다와라 정벌이 끝나면 주군에게 영지 교체를 요구해올 것일세. 주군은 이것을 받아들일 생각이신 것 같네.
그러나 간토로 영지를 옮기라는 말이 나오면 가신들은 거의 모두가 반대할 것입니다.
바로 그것이 문제일세. 주군이 가신들의 불평을 잠재우고 결속시킬 수 있을 것인지, 결속시키지 못한다면 히데요시는 그 약점을 틈타게될 것이고, 또 다테와 우에스기도 적으로 돌아설 것일세. 뿐만 아니라 호조의 잔당도 내부에서 봉기할 것이므로 이 때가 도쿠가와 가문에게는 최대의 위기가 되는 거야.
(과연 이 노인은 선견지명이 있다)
어떤가, 녹봉도 명예도 목숨도 필요 없다는 각오로 분골쇄신하지 않으면 간토로의 이전은 실현될 수밖에 없는 것일세.
과연 방심할 수 없는 엄청난 음모입니다.
히데요시는 이에야스에게 영지 변경을 승낙시키기 위해 이에야스의 옛 영지인 미카와, 도도우미, 스루가의 세 곳을 노부카쓰에게 줄 예정이라 했다. 그러나 혼인이 성사되면 비록 호조의 멸망이라도 도쿠가와의 인척이 여전히 간토 8주와 인접한 땅에 남아 있게 된다. 내가 이에야스의 영지 교체를 생각한 것은 호조를 치는 것말고도 오다 노부카쓰와 이에야스를 떼어놓기 위해서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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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에스와 달리 노부카쓰라면 쉽게 휘어잡을 수 있다. 그렇다. 아사히의 청을 들어주는 것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