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서문을 읽다가 이 책을 고르길 참 잘했다는 생각을 다시금 하게 되었다.

 

아직 스스로를 ‘전문가’로 부르기는 부끄럽다고 밝힌 저자였지만 “진심을 다해 아는 그대로를 썼느냐?”는 질문에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그렇다”라고 대답할 수 있다고 한 그의 말에서 나는 기분 좋은 신뢰감을 느꼈다.

 

한동안 뷰티프로그램에 푹 빠져 지낸 적이 있었다. 원래 꾸미고 치장하는 것에 취미가 없긴 했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노력은 해보려고 했었던 시기였던 것 같다. 뷰티프로그램에서 언급된 제품들과 전문가 및 일반인들이 참여한 블라인드테스트에 1위한 제품을 직접 사서 써보기도 했다. 그리고 관심을 두던 화장품 브랜드에서 신제품 체험 이벤트를 할 때면 샘플을 받아 써보기도 했다. 하지만 테스트에서 1위를 했다고, 신제품이라고 해서 내 피부에도 다 맞는 건 아니었던 것 같다. 어떤 제품은 제품의 향이 강해서 코를 자극했고, 또 어떤 제품은 바르고 난 후 얼굴이 가려워서 다시 세수를 해야만 했었다. 몇 번의 화장품 고르기 실패 후에 나는 뷰티프로그램을 온전히 믿지 않게 되었고, 차츰 화장품 속 성분에도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렇게 화장품을 따져서 구입하는 건 내게 너무 힘든 일이었다. 막상 화장품을 사려고 갔다가도 화장품 성분들을 보다가 포기하고 되돌아오기 일쑤였다. 화장품에 대한 고민이 끊임없던 시기에 우연하게도 나는 이 책을 만나게 되었다. 책을 손에 들자마자 술술 읽혔음은 말할 필요도 없음이다.

 

이 책을 읽으며 특히 마음에 든 부분은 ‘~카더라’ 통신에 의해 잘못 알고 있던 정보들, 인터넷으로 떠도는 소문을 기정사실화 시켜 믿고 있었던 것들에 대해 알려준 부분이었다. 알쏭달쏭 ‘정말 그럴까?’ 싶었던 것들이 싹 해결되어 속이 시원해졌다. 그리고 화장품 브랜드에서 일하거나 관련된 분야가 아니라면 알 수 없을 법한 내용들도 알려주어서 재밌기도 했다.

 

만일 나처럼 주변에 화장품 브랜드나 잡지사 관계자를 지인으로 두지 못했다면 이 책을 옆에 두고 읽어보라고 추천해주고 싶다. 뿐만 아니라 친구들을 만날 때마다 이 책을 소개하리라 마음먹었다. 마지막으로 모양새는 좀 웃기더라도 나는 이 책을 옆구리에 끼고 화장품을 사러가야겠다고 다짐했다.

<섬세한 사람에게 해주는 상담실 안 이야기>에서 ‘섬세함’이란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있는 고유한 기질을 말한다. 그래서 섬세함이라는 특성은 새로운 것이 아니지만, 우리에게는 조금 생소하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 같다.

 

이는 지금까지의 연구들이 초점을 다른 곳에 두고 있었기 때문에 그 명칭이 달랐던 것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예를 들면, “감각 역치가 낮은”, “적응하는 데에 시간이 오래 걸리는”, “정서적으로 소극적인”,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는”, “긍정적이거나 부정적인” 환경에서 “감수성이 풍부한”, “상황에서의 반응이 민감한”등과 같은 용어로 섬세함의 특성을 설명해 왔기 때문이다.

 

이 책을 접하고 읽으면서 나는 섬세한 사람이란 걸 알게 되었고, 그동안 다른 사람들과 다른 내 모습들을 겪어오면서 내 자신에게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왔던 것들이 바로 ‘섬세함’을 특정 장애로 잘못 알고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이 책은 사실 읽으면서 이해하는데 꽤 힘들었다. 전문적인 내용들도 많았고, 번역된 문장들이 매끄럽지 않은 부분도 눈에 걸렸기 때문이다. 사실 일반인인 나보다는 상담자들이 더 읽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하게 되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내가 ‘섬세함’을 가진 사람이었기에, 그리고 그 ‘섬세함’에 대하여 충분히 알고 있지 못했기에 이 책은 내게 충분히 도움이 되었다. 또한 이 책은 섬세함에 대하여 충분한 정보들을 제공하고 있다. 전문적인 내용들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중요한 부분마다 요점을 정리해두었고, 실제 사례와 대화 예시들을 많이 담고 있었다.

 

무엇보다도 이 책을 통해 좋은 피드백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그 동안 ‘섬세함’이라는 용어 대신 ‘민감함’이라는 용어를 많이 사용하다 보니 부정적인 피드백에 내가 가지고 있는 좋은 것들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한 체 주위의 눈치를 살필 때가 많았던 것 같다. 그러나 이 책을 통해 ‘섬세함’이라는 용어로 인해 그 동안 힘겨웠던 내 자신을 되돌아 볼 수 있었으며, 잠시 내 스스로 위로와 격려의 말을 해 줄 수 있어 큰 힘이 될 수 있었다. 아무튼 앞으로 ‘섬세함’을 통해 내 자신뿐 아니라 주위의 많은 사람들에게 좋은 피드백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작은 소망도 이 책을 다 보고서 다짐해 본다.

하버드 대학교의 우수 졸업생들을 대상으로 기자들이 물었다.

“어떤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습니까?”

가장 많은 대답은 놀랍게도 ‘돈을 잘 버는 사람’도 ‘유명한 사람’도 아닌,

‘지금보다 글을 좀 더 잘 쓰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였다.

- 박하식, ≪이젠 세계인으로 키워라≫중에서

 

나 역시 글을 잘 쓰는 것은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었고, 글을 잘 쓰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래서 그동안 글쓰기 관련 책들을 여러 권 찾아 읽어 보았지만 내 글쓰기 실력은 별로 나아지지 않았다. 맞춤법은 하나부터 열까지 아무리 고쳐도 또 틀리기 마련이었고, 책 속에 나오지 않은 것들도 부지기수였다. 지금 다시 돌이켜보니 그 책들의 대부분은 그저 글쓰기 이론에 관한 지식들뿐이었다. 어찌되었건 글쓰기만큼은 ‘연습’이 가장 필요하고 또 충분해야 되는 것이라 생각하던 차에 이 책을 알게 되었다. ‘베껴 쓰기로 연습하는 글쓰기 책’에서 저자는 글을 잘 쓰기 위한 방법으로 ‘베껴 쓰기’를 추천하고 있다. 세상의 모든 위대한 창조는 서투른 모방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던가.

 

그리고 이 책에서 저자가 말하는 글은 실용문이나 논설문이 아닌 산문, 즉 에세이다.

 

좋은 글이란 무엇인지, 잘 읽히는 글을 쓰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소통을 위한 글쓰기를 위해 꼭 알아야 할 것은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과 답이 들어있는 책이다.

 

한동안 복잡한 생각 속에 파묻혀 지내다가 문득 이 책을 다시 읽기 시작했다.

 

이 책은 총 30장으로 구성되어있고, 각 장의 끝에는 훌륭한 작가들의 글을 실어 베껴 쓰기 교본을 수록하고 있다. 책 속에 들어있는 ‘베껴 쓰기’ 교본을 한두 페이지씩 베껴 쓰다 보니 복잡했던 생각들도 정리되면서 점점 이 책이 재밌게 느껴졌다. 책 속의 베껴 쓰기 교본을 모두 베껴 쓴 후에는 직접 작가들의 다른 작품들도 찾아 읽어보고 베껴 쓰기도 계속 해야겠다. 글을 잘 쓰고 싶다면 이 책과 더불어 노트와 필기구만 준비 하면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