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크리스토프 그랑제의 소설들이 국내에서는 아직 크게 환영받지 못하는것 같다. 가장 큰 이유는 아마 소설보다는 영화로 그의 작품들이 먼저 알려졌는데 영화의 완성도나 재미가 크게 미치지 못해서 원작 소설까지 독자의 손이 가지 못한것이 이유가 아닐까 생각한다.  사실 소설보다 영화를 먼저 접한 독자라면 소설에 손이 가기 어려울 것이다.

여하튼 출간된다는 이야기가 꽤 오래전에 있었는데 꽤나 늦어진 편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기다린 보람이 있어서인지 출간된 신간을 읽어본 느낌은 재미있고 탄탄하다는 것이다. 이세욱씨의 번역또한 이 책을 좀 더 즐겁게 읽을 수 있도록 도움을 준 것 같다. 악의 기원 3부작중 첫번째 장편소설이라는 점은 향후의 후속편도 기대를 하게 한다.

그의 소설이 여타 스릴러 소설과 다른점은 단순한 복수극이나 종교에다가 살인을 접당히 섞어서 써낸 허술한 플롯의 소설과는 차별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기존의 크림슨 리버나 늑대의 제국, 돌의 집회에서도 그의 작품은 이야기속에 심리적인 몰입도와 등장인물 하나하나를 사소하게 다루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물론 이 책에도 살인사건이 등장하지만 못된 악마를 처단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그 악의 원초적인 그 어떤 것을 사유하는,즉 생각의 깊이가 미국 작가의 작품들과는 다른 점이 신선하다. 신선함과 탄탄한 이야기 전개, 인물들의 심리적 감정이 묘사, 허무하게 끝나지 않는 마무리 등 장점이 많다. 살인자를 그냥 단순히 나쁜놈으로 그리지 않았다는 것이 기존 유명작가들의 스릴러들과 다르다.

이 소설의 영화가 개봉하더라도 먼저 이 책부터 읽어보시기를 부탁드린다.

이미 출간된 책의 개정판이라고 한다. 그런데 작가도 제목도 처음 들어보는 책이었다. 알고보니 금세 절판이 되었고 작가또한 이 작품 발표후 10년 동안 신간을 내놓지 않았다고 한다. 일단 이 작품은 작가의 데뷔작 치고는 결코 가볍지 않으며 수월하게 읽히는 책이 아니다. 가벼운 킬링타임용 서스펜스 소설은 아니라는 결론이다. 아마도 이 개정판이 나오지 않았다면 영원히 이 작가도 모르고 작품도 읽어보지 못했을 것이다.

그리스 고전학을 공부하는 각각의 사연을 지닌 학생들과 그들을 지도하는 교수님 사이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이 심리전과 더불어 서스펜스한 분위기를 자아내면서 이야기는 치밀하게 전개된다. 특히 2권을 읽다보면 더욱 더 집중해야 한다.

이 책은 머리를 식히기 위한 가벼운 소설이 아니다. 그러나 이 장르 소설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선택해야 할 책이다. 재미와 무게가 같이 공존하는 알찬 전개로 감탄을 주는 소설이다. 서양 소설이면서도 지적인 부분이 필요하고 원서의 번역이 쉽지 않았다는 느김이 들었으므로 역자이신 이윤기 선생님의 공도 상당히 들어갔다. 특히 다시 빛을 보게 한 출판사에도 감사한다.

앞으로도 좋은 장르소설중에서도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았거나 만나기 어려운 작가들의 장르소설들이 이 시리즈로 많이 나와주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