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노을 맥주][서평]-그저 발이 닿는 대로 마음이 가는 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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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처럼 따분한 삶을 사는 사람에게 이 책은 시원했습니다. 방광에 꽉찬 액체들이 내 몸의 끝을 타고 시원하게 분출되는 것처럼... 이 책에서 쾌락은 어떤 도덕을 요구하지 않고 그저 발이 닿는 대로 마음이 동하는 대로 흘러갈 뿐이었습니다. 저는 모리사와와 같이 오토바이를 타고... 그저 풍광이 좋은 경치에 내 몸을 내려놓고 낚시도 하고, 굴도 따면서 자연인으로 돌아간 듯했습니다. 노숙자 아저씨와 같이 동굴 속에서 같이 맥주도 마시고 절벽에 부서지는 파도소리를 들으며 내 마음의 찌꺼기들이 씻어나가는 기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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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여행은 '보여주기식'이 많습니다. 좋은 데가면 좋은 거 먹었다고, 좋은 거 봤다고 '찰칵찰칵' 핸드폰을 꺼내고 찍어두기 바쁩니다. 그리고 SNS에 내가 이런 거 했지롱하면서, 못가본 친구들 가슴에 시퍼런 대못을 하나 쿡 박아둡니다. 여행이 언제부턴가 '내가 너보다 낫지롱~'이렇게 자랑하는 도구가 되어버렸는지...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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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리사와와 함께 오토바이를 타면서 저는 그저 내 뭔가 멋있어지려고 하는 내 '후카시'를 잠시 내려 놓았습니다. 그리고 모리사와가 남들 앞에 멋져보이기는커녕 그저 '자연인'이고 '생물인'이구나하는 것도 느꼈습니다. 은어 서른 한 마리를 먹고 들판에서 자신의 영역 표시를 해야 했던 처절한 모습... '초심자의 행운'이라지만 정말 말도 안되는 도구로 무지개송어를 낚는 부자(父子)를 보며, 궁색하게 따라하는 그의 모습에서 웃음이 나왔습니다. 비를 피해 들어간 불상 아저씨네 라멘집에서는 가장 맛없으면서도 가장 비싼 라멘을 먹었던 기억을 떠올리며... 라멘에 올려진 반쪽햄을 먹으며 새삼 햄이 이렇게 맛있는 것이었나를 느끼는 그를 보며... 내가 갔던 맛없던 식당들도 떠올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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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인생은 모험이라고 했는데, 저는 계속 뭔가 안정적인 것을 찾고, 제가 예상한 대로 움직이는 그런 세계를 원하는 듯합니다. 그렇기에 계속 제 계산에 맞지 않는 어떤 변수들을 거부하고 살고 있는듯합니다. 그 변수들이 내 삶을 흩어놓을까봐... 하지만, 내가 변수를 통제한다고 변수가 사라지는 것도 아니고, 내가 상수라고 믿었던 많은 것들도 수많은 변수로 파편화됩니다... 변수가 없는 인생이 말이 되나요? 설령 있다하더라도 재미가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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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면에서 이 책은 저를 계속 밖으로 떠 밀어붙입니다. 그러면서도 계속 '안돼~ 안돼~'하며 저항하는 저를

​'릴렉스... 브라더! 우리같이 모험하자...' 며 유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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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리사와처럼 맥주와 낚시대 등 캠핑도구만 있다면 그저 떠나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그날의 쾌락도 미래의 영광처럼 소중하게 다뤄야하지 않을까요. 오늘의 쾌락을 미룬다하여 미래의 내가 영광을 받을지도 모르는 일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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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리사와 아리가토.

붉은 노을 맥주 땡큐. 

[행복을 인터뷰하다][서평]-노력할 수 있다면 행복하다

무더운 여름이다. 한 여름의 더위를 식혀줄 빗줄기를 내심 기대한다. 흐른 날씨 속에 부는 청량한 바람이 분다면 참 좋겠다. 내 뜻대로 잘 살아지지 않는 요즘에는 한 줄기 빗줄기같은 그런 것이 내 삶을 지나갔으면 한다.   비워내고 단단해진 저 조가비처럼   바다 어머니 흰 모래밭에 엎디어 모래처럼 부드러운 침묵 속에 그리움을 참고 참아 진주로 키우려고 했습니다 밤낮으로 파도에 밀려 온 아픔의 세월 속에 이만큼 비워내고 이만큼 단단해진 제 모습을 자랑스레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아직 못다 이룬 꿈들 못다한 말들 때문에 슬퍼하거나 애태우지 않으렵니다 행복은 멀리 있지 않으니 가슴속에 고요한 섬 하나 들여놓고 조금씩 기쁨의 별을 키우라고 먼 데서도 일러주시는 푸른 어머니 비어서 더욱 출렁이는 마음에 자꾸 고여 오는 넓고 깊은 사랑을 저는 어떻게 감당할까요? 이 세상 하얀 모래밭에 그 사랑을 두고두고 쏟아낼 수밖에 없는 저의 이름은 '작은 기쁨' 조가비 하늘과 바다로 사랑의 편지를 보내는 '흰구름 조가비'입니다.   -이해인의 시 '어느 조가비의 노래' 전문   이해인 수녀님의 러브레터 속에 나오는 이 시에 내 눈이 멈췄다. 처음에는 그저 고요한 시인 것 같았다. 작고 이쁜 조가비... 하지만, 조가비가 비워내고 채웠을 것들을 생각해보니 이쁜 내면이 자라기 위해 겪었을 갖은 파도들이 떠 올랐다. 답답하기도 하고 막막하기도 했으리라... 백사장에 누워 누구 하나 벗되어주지 못하는 고독의 끝을 조가비는 만났으리라... 못다한 꿈들과 말들이 있었지만, 조가비는 불평하지 않고, 그 운명에 순응했다. 그리고 썩어없어질 육신의 것들을 몰아내고 큰 파도를 따라 이리저리 흔들리며 점점 단단하고 아름다운 내면을 가지게 되었으리라... 푸른바다 엄마는 조가비에게 '고난'이지만 또한 내면의 악을 갈아내는 '희망'이며, 진정한 아름다움으로 이끄는 '철석임'이다. 푸른바다 엄마에 순응하는 조가비는 자신을 닫아놓지 않았다. 자신이 점점 아름답게 닳아가며 바다를 포용하여, 바다의 깊고 짠 맛을 주변에 전파할 수 있었으리라. 그래서 조가비는 행복하다. 외부가 어떻든... 가슴 속 섬을 오가며 별을 키우기 때문에... 그 별은 어떤 것도 앗아갈 수 없으며 오늘도 자라고 있다.   샘터 8월호에 수많은 크고 작은 미속 짓게 하는 에피소드와 생활팁들을 읽으며... 내 영혼이 맑아지는 기분이었다. 그러다... 계속 이 시가 계속 나를 붙잡고 말을 걸었다.  조가비를 생각하며,  난 무엇 때문에 한덩이 고깃덩이에 불과한 이 육신에 희망을 걸고 외부와 소통하지 않고 내 것만 지키려 그렇게 살았나싶다. 내가 먹는 고깃덩이가 더 커진다고 내가 살고 있는 달팽이집이 좀 더 커진다고 난 더 자유로워지는걸까? 오히려 조가비처럼 비워내고 단단해져야 아름다운 인생이 아닐까... 선착순의 경쟁 사회에서, 남보다 좀 더 높이 올라가야지 더 멋진 삶을 살고 있다고 착각하는 나를 조가비의 빛나고 아름다우며 날카롭기까지한 그 테두리가 내 둔하고 어리석은 내면을 훅 베고 갔다.   좀 더 비우자... 좀 더 나누자... 좀 더 사랑하자... 좀 더 돕자... 샘터8월호 속에 난 그러면 안되지만 시원하게 멱을 감고... 또 샘솟는 맑은 물을 마시며, 욕망으로 이글거리는 내 내면이 잠시나마 식어지는 것 같다. 하늘과 바다에 순응하는 법을 난 아직 배우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