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란 머리로 외우는 것이 아니고, 몸과 마음으로 익히는 것이지요. 스스로 삶의 답을 찾아가는 것이지요. 세상에 정답이 어디 있습니까. 누가 만들어 놓은 답이 누구에게나 다 맞는 답은 아니지요. 스스로 찾아내는 것이 자기 삶의 정답입니다.
섬진강 시인 김용택에게 그가 나고 자란 임실군 덕치면 장산리는 어떤 곳이었을까? 산도 좋고 물도 좋은 곳은 분명하지만, 그것만으로 설명이 불가능하다. 그 곳은 그에게 삶의 이치를 깨닫게 해 준 곳이리라. 그가 집앞 냇가를 건너갈 때 38 개의 징검돌을 건너면서... 계속 커가는 느티나무를 옮겨심으면서... 배운 것이리라. 시인 김용택은 얘기한다. 자연이 하는 얘기를 그는 그저 받아적었다고... 맞다! 인간에게는 좋은 것이 별로 나오지 않는다. 우리 몸이 흙에서 왔듯이 우린 자연으로부터 뭔가를 듣고 받아적으면서 배워야 한다.
내 유년 시절을 떠올려 보면, 자연은 때로 나아게 새를 통해서 노래하고... 냇물의 흐름을 통해 다채로운 리듬을 알게 해 주었다... 광대한 겨울 밤하늘과 그 밤하늘이 짖누르는 이 땅의 적막함도 알게 해 주었다. 때로는 억수비로 불어난 흙탕물이 무서운 기세로 흘러갈 때 자연에 대한 거룩하면서도 두려운 경외심을 느끼게 해 주었다.
커가면서 나도 모르게 자연이 주는 음성을 듣는 것이 어려웠다. 도시의 삭막한 환경과 또한 경쟁으로 내모는 사회 문화적 환경이 나 자신만 돌보는 데 익숙하게 만든 것 같다. 내 옆에 있는 친구보다 더 공부를 잘 해야하고, 커가면서는 내 주변보다 더 좋은 곳에 취직하고, 지금은 내가 남보다 좋은 집에 살고, 좋은 차를 몰고... 아무튼 남보다 더 잘나야 하는 것이 되고 말았다. 언젠가부터 나는 속물이 된 것 같다. 그렇게 공부를 많이 했는데도... 정말 중요한 공부는 하지 않은 듯하다.
이 책을 읽으면서, 공부는 머리로 하는 것이 다가 아니구나 다시금 깨닫게 되었다. 진짜 공부는 몸과 마음이 하는구나 알게 되었다.
기술자가 와서 에어를 빼려면 보일러 물을 먼저 빼내야 한다고 호스를 가져오라고 했습니다. 호스를 끼우니까 뜨거운 물이 호스를 따라 나와 마당으로 떨어졌어요. 그러니까 어머니가 재빨리 뛰어나오더니 김이 나는 땅에다 대고 "눈 감아라. 눈 감아라. 눈 감아라"그러시는 겁니다. 그 모습이 너무 진지해서 가만히 쳐다보기만 했어요. 물이 다 빠져나가고 어머니가 허리를 펴자, 어머니에게 물어봤어요. "어머니 뭔 일이여?" "야, 이 땅속에 얼마나 많은 벌레들이 있겠냐? 갑자기 뜨거운 물이 들어가면 벌레들 눈이 머니까 내가 눈을 감으라고 했다." 그 말을 듣고서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옛날 어머니들은 나무 하나를 베거나 돌멩이 하나를 옮길 때도 날을 받았습니다. 무슨 말이냐 하면 이 나무를 베어야 되는지, 안 베어야 되는지 고민하는 시간을 가진 것이지요. 생명을 가진 것들을 자기의 생명과 똑같이 생각했던 것입니다.
땅을 일구면서 시인의 어머니는 자연을 사랑하는 것을 몸소 깨우쳤을 것이다. 자신만큼이나 함께 공생하는 자연에 대한 감사함도 더욱 커갔을 것입니다. 농토를 뒤엎고 건물을 세우는 것을 익히 보고 자란 나로서는 잘 이해가 되지 않는 장면이기도 하다. 도시 생활에 지치면 자연을 돌아보며 휴식을 취하며 자연을 단지 이용했던 나에게... 시인의 어머니의 자연에 대한 따뜻한 마음은 다른 별에서 온 사람의 마음같기도 하다.
또한 이 책을 통해 독서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보게 되었다. 시인은 혼자 책을 읽고 13년간 시를 썼다고 한다. 대학도 다녀보지 않았지만, 전집책을 파는 장수한테 도스토예프스키,헤르만헤세,앙드레지드 등의 전집을 사서 읽었다고 한다. 처음에는 책이 두꺼워 베개로 쓰다가 문득 읽었는데 너무 재미있어서 인물들의 이름을 메모해 가며 읽었다고 한다. 그러다가 자신의 생각도 정리하면서 글을 쓰게 되었다고 한다. 뭔가 뛰어난 작가가 되려고 한 것이 아니라... 목적없이 그저 마음에 떠 오르는 생각들을 정리하면서 그 생각들이 또 다른 생각들을 불러일으켰다고 한다.
시인의 고백을 들으면서 나도 책에 대한 서평을 써내려갔던 생각이 났다. 물론 시인의 그것과는 비교할 수 없지만, 책을 읽다보면 엉켜 있던 내 생각들이 실타래가 풀리듯 하나하나 풀리는 것을 느꼈다. 책 속 상황 속에 들어가보고... 책 속 주인공이 되어도 보고, 배경 인물이 되기도 하며 그 마음을 느끼면서 나 또한 상황을 보는 눈이 달라졌던 것 같다. 책을 읽고 사람을 더 잘 이해하게 되기도 하고, 사람을 만나면서 책을 이해하는 폭이 더 넓어지기도 했다.
시인이 책과의 만남을 통해 달라진 것은 단지 책만 읽어서는 아닐 것이다. 책을 읽으면서 생각을 정리하고, 또 사람들을 만나면서 책에서 배운 것을 적용해 나갔을 것이다. 더 나아가... 자신의 삶에서 벌어지 다양한 현상과 사건을 보며 느낀 것들을 정리하면서 또 다른 책이 되었으리라.
난 이 책을 통해 더 내 마음을 풀어내야겠다고 다시금 결심하게 된다. 내 생각을 영글지 않은 결론으로 성급하게 닫지 말고, 책 속으로 내 마음 속으로 더 깊이 들어가서 책이 던지는 질문에 내 마음이 찾는 해답을 깨우쳐가야 할 것 같다.
난 다시 배워야 한다. 뻔한 정답에 메이기 보다 시인이 느티나무를 다양한 관점에서 보면서 시점마다 다른 아름답고도 멋진 느티나무를 만난 것처럼, 나도 그렇게 내가 가진 사고의 틀을 깨고 경계를 허물어봐야 할 것이다.
이 책은 내게 도전이다. 고집스럽고 내가 가진 사고틀을 바꾸지 않는 나를 향한 시인의 태클이다. 그래서 조금은 아프지만 감사하고 사랑한다.
세상이 정한 숫자로 나와 세상을 쉽게 판단하는 나로 하여금 이 책은 내 사고틀을 깨게 해 주어 고맙다. 더 많이 생각하고 더 달리보고 더 다르게 생각해보자.
"새로운 생각은 받아들이는 힘에서 온다. "
관점을 달리하자.
더 깊어지자.
읽고 쓰고 생각을 정리하자.
위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하는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