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시그널 2>(클, 2016)에서는 ‘홍원동 연쇄살인사건, 인주 여고생 성폭행사건, 이재한 실종사건’ 등 모두 세 그룹의 미제사건을 다룬다. 세상이 갈수록 삭막해지고 있다는 것은 아마도 ‘가진 자’와 ‘못 가진 자’ 사이를 확연하게 갈라놓은 ‘돈’과 ‘권력’의 냉기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그 표현이 사실적이며 적나라하다. 이 같은 스토리를 토대로 독자에게 최고의 몰입(flow)을 제공하며 사건을 빠르게 전개해 나간다.
여기 세 그룹의 이야기는 깊은 한숨과 더불어 안타까운 마음을 자아낸다. 그 안타까움의 무게는 어느 사건이 더하거나 덜하지 않았다. 묵직한 중량감에 대한 차이를 전혀 느낄 수 없었다. 따라서 이따금 언론매체를 통해 접했던 ‘장기미제사건’에 대한 궁금증이 하나하나 해소된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그것이 설령 감정의 사치일지언정 이 책에 등장하는 피해자와 가해자의 심리상태를 들여다볼 수 있었다는 점에 흥미진진함을 얹어본다.
오래된 ‘무전기’를 매개로 과거와 현재가 끊임없이 소통하고, 꽉 막힌 사건의 단서들을 하나 둘 찾아내고, 그것을 바탕으로 장기미재사건의 실마리를 풀어나가는 과정은 그야말로 판타스틱하다. 이러한 장치는 곧 시공간을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스토리에 긴장감을 겹겹이 덧칠하여 등장인물들 사이에 팽팽하게 흐르고 있는 미묘한 심리 상태를 스케치하듯 한 올 한 올 묘사하고 있다.
이처럼 현재의 박해영 경위는 과거에서 걸려오는 이재한 형사의 무전기 덕분에 영원히 묻힐 뻔했던 장기미제사건을 통쾌하게 해결한다. 이들은 서로 공조하며 어떻게든 꽁꽁 숨어 있던 범인을 찾아내고 잡아들임으로써 모든 사건을 속-시원하게 해결한다. 따라서 이제 더 이상 해결되지 않는 사건은 없다. 이렇듯 독자로 하여금 격한 카타르시스를 맛보게 하는 것은 이 소설의 가장 큰 매력이다. 여기에 열린 결말이라는 통쾌한 상상력의 옷을 입혀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