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에 특별한 관심은 없으나 그래도 저축을 해서 돈을 좀 모아야겠다는 생각은 하며 살고 있다. 그런데 막상 저축을 하려해도 쉽게 되지는 않는다. 소비를 그리 많이 하는 것도 아닌데 뒤돌아보면 남는 게 별로 없었다. 어떻게 하면 조금이라도 더 많이 저축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던 차에 <당신이 속고 있는 28가지 재테크의 비밀>(알키, 2011)을 읽었다. 가뭄에 단비를 만난 듯 내 고민을 시원스레 해결해 주었다.

내가 이 책을 읽고 나서 첫 번째 한 일은 통장 정리다. 책을 읽자마자 이렇게 바로 행동으로 옮긴 경험도 처음인 것 같다. 아내와 머리를 맞대 통장을 다시 분류하고, 체크카드 잔액표시를 신청했다. 사실 그 이전에도 나름 합리적 소비를 한다고 통장을 분류하긴 했다. 그러나 저자의 말대로 지출에 따른 통장분류는 별 도움이 안 되었다. 다른 통장에서 지출이 많아지면 결국 조금 모아둔 곳에서 바로 계좌이체 해 써버렸기 때문이다. 카드 사용도 웬만하면 자제하고 있었지만, 현금이 모자라면 쓸 수밖에 없었다. 그러면 다음 달 현금은 부족해지고 카드금액은 점점 불어났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합리적인 재테크를 조언한다는 것이다. 그동안 보아온 수십 종의 재테크 서적들은 모두 뜬구름 잡는 이야기만 늘어놓았다. 자산관리를 해준다던 보험설계사 선배나 지인들은 모두 상품만 강요했지, 상품을 판매한 이후에는 더 이상 전화연락도 없었다. 그러다 해약한 보험이 여럿이고 걸핏하면 돈이 모자라 적금을 깼다. 그러나 이 책에서는 누구나 들으면 솔깃할 만한 제안을 하지 않는다. 우선 현 금융시스템 하에서 사람들이 쉽게 속기 쉬운 진실에 대해 이야기한다. 사람들은 장밋빛 희망을 품고 금융사에서 제시하는 바를 수용하지만, 이를 끝까지 유지하며 가져가는 사람은 많지 않다. 설사 그러한 상품을 유지하더라도 기회비용의 측면에서 손해를 보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직장생활을 하면서 저자가 이야기하는 문제점들을 한 번씩은 경험해 보았다. 지금 돌이켜보면 정말 속이 터지지 않을 수 없다. 저자의 제안대로 통장분류를 제대로 해서 차곡차곡 저축만 했더라도 더 많은 돈을 모았을 것이다. 선배의 권유로 유니버셜보험에 들었다가 나중에 해약했다고 하니 선배는 덤덤하게 ‘잘했다’고만 했다. 자기는 이미 보험사로부터 받을 거 다 받았으니 문제될 게 없다는 투였다. 그래 이런저런 일로 열이 받아 보험도 일괄 정리하고, 신용카드는 하나만 다 남겨놓고 없애버렸다. 통장을 다시 분류하고 체크카드를 만들어 쓰기도 했다. 이 책이 최소한 5년 정도만 빨리 나왔어도 이러한 우를 범하지 않았을 터인데 참 아쉽다.

이 책의 저자인 박창모는 자산관리사로 활동하다 사람들을 상품판매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금융업의 현실에 분노하여 지금은 상품판매보다는 사람 개개인에게 실제로 필요한 자산관리법을 알려주는 자산관리사로서 활동을 하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책에서 이야기하는 바들이 매우 진솔하게 다가왔다. 자산관리나 재테크는 개인의 자산 규모나 수입지출을 잘 따져 신중하게 해야 한다. 남들 한다고 이것저것 따라 했다가는 낭패 보기 십상이다. 특히 사회 초년생이라면 이 책을 꼭 구입해 읽기 바란다. 자산관리가 잘 안 되는 직장인들도 읽으면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금융기업들이 날마다 광고하는 허황된 꿈을 좇기보다는 보다 현실적인 관리를 통해 자산을 늘려가야 할 것이다. 이 책은 적어도 내가 아는 한 가장 합리적이고 현명한 재테크 비법을 담은 책이다.

by 꽃다지, 2011.09.07

라쿠텐시장은 일본 최대의 온라인 쇼핑몰이다. 책을 읽기 전에는 잘 몰랐기에 인터넷 검색을 통해 몇 가지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쇼핑몰의 형태는 입점형 쇼핑몰이다. 일본 최대 규모이며, 점포당 매출액이 타 쇼핑몰에 비해 현격이 높다. 또한 라쿠텐대학 등을 통해 쇼핑몰 운영과 시스템 이용, 홍보 등에 대해 철저히 교육하고 관리한다. 입점쇼핑몰에 대한 각종 수수료 또한 높았는데, 높은 수수료에도 불구하고 그만큼 많은 매출을 올릴 수 있으니 인기가 높은 것이라 생각할 수 있다. 이번에 읽은 <라쿠텐대학(樂天대학)>(앱북스, 2011년)은 라쿠텐시장을 이끈 주요 비결이 무엇인지를 알게 한다. 평소 그들이 전하는 매장운영의 노하우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인터넷이 급속도로 번지기 시작할 무렵, 당시는 인터넷을 개설한 것 자체만으로도 상당한 프리미엄을 얻을 수 있었다. 기업들은 저마다 인터넷을 개설하기 시작했고, 인터넷 쇼핑몰이 새로운 시장으로 자리를 잡아갔다. 오프라인의 지명도만으로도 온라인에서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둘 수 있었다. 그러나 무엇이든 경쟁이 치열해지면 도태되는 곳이 생기기 마련. 많은 온라인 쇼핑몰이 생겨났다가 하룻밤 사이에 사라지는 일들이 비일비재하게 벌어졌다. 라쿠텐시장은 그렇게 치열한 환경 속에서 서서히 성장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라쿠텐시장의 미키타니 사장은 2010년 신년사에서 종래의 취급액수 목표를 상향 조정하여 15조엔으로 늘렸다. 그의 당찬 포부에 따르면 수년 내 일본 유통시장의 10%를 장악하게 될 것이다. 라쿠텐시장은 어떻게 이런 커다란 목표를 가질 수 있게 되었을까? <라쿠텐대학(樂天대학)>이 그 비결을 상세히 알려준다.

라쿠텐시장이 전하는 쇼핑몰 운영의 핵심은 가치를 전달하고 창조하는 데 있다. 가치를 제대로 알리기 위해서는 일단 이해하기 쉽게 전달해야 한다. 그리고 편익을 전달하는 힘이 우수해야 한다. 편익은 돈, 시간, 편안한 몸, 편안한 머리, 안심‧즐거움 등에서 찾을 수 있는데 편익이 높을수록 상품을 구매할 확률이 높아진다. 또한 가치를 창조할 수 있어야 한다. 남들과 똑같은 방식으로 상품을 판매해서는 판매량을 높이기가 힘들다. 차별화된 아이디어를 끊임없이 생산하고, 스토리와 연결시켜 새로운 이념을 만들어내야 한다. 그리고 상품의 강점을 살려 가치를 창출하는 특출함을 부각시켜야 한다. 이 책은 이 외에도 강한 팀을 만들어 스스로 달리도록 어시스트하고, 다변화시대를 대비해 목표를 달성하거나 감동을 줄 수 있는 방법 등에 대해 자세히 설명한다.

블루오션 법칙이 등장했을 때 사람들은 레드오션에서 빠져나와 블루오션 시장을 만들어야겠다는 열망을 강하게 품었다. 그러나 차별화 전략은 쉽지 않았고, 블루오션이라 생각했던 시장은 이내 레드오션이 되었다. 책을 읽어본 결과 라쿠텐시장은 레드오션과 블루오션 시장의 중간쯤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같은 레드오션이라도 고객을 대하는 방법에 따라 일정한 성공을 거둘 수 있다. 거기에다 블루오션적인 아이디어와 가치를 추가한다면 확실한 성공에 이를 수 있다.

by 꽃다지, 2011.08.28

 

책은 여러 번 읽는 것이 좋다고 했다. 한 번 읽으며 느끼지 못하는 바를 두 번, 세 번 읽으며 새삼 알게 되기 때문이다. 이는 세상을 살아가며 경험이 쌓이고 환경들이 달라지는 데 기인한다. <마흔에 읽는 손자병법>(흐름출판, 2011년)의 저자 강상구 또한 이런 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패기만만하던 서른 즈음에 읽은 <손자병법>은 그에게 ‘싸움의 기술’이었고, ‘승리의 비법’이었다. 그러나 마흔을 넘어 다시 읽은 <손자병법>은 전혀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싸움의 기술이 아닌 ‘비겁의 철학’으로 느껴진 것이다. 느낌의 차이가 예상되었지만 이렇게 전혀 다른 느낌일 수가 있을까? 그렇다면 그는 왜 <손자병법>을 비겁의 철학으로 느끼게 된 것일까?

<손자병법>을 아직 읽어보지 못한 나로서는 무어라 딱히 의견을 낼만한 상황이 아닌 상태에서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역시 마흔을 준비하며, 마흔에 읽으면 어떤 느낌으로 다가오는 지가 오로지 궁금했을 따름이다. 그러나 머리말에 커다랗게 써놓은 비겁의 철학이란 말이 책을 읽는 내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이는 비단 손자가 써놓은 내용들 때문만은 아니다. 저자도 이야기하고 있지만, 나이듦에 대한 ‘인정’ 때문이라 생각한다. 혈기왕성하던 젊은 시절에 못할 것이 무엇이었나. 그러나 회사를 다니며 조직에 동화되고, 삶은 점점 조심스러워졌다. 되든 안 되든 부딪혀보기보다는 주·객관적 상황을 잘 따져 치고 빠질 때를 가리게 되었다. 그래서 어쩔 때는 너무 소심해 보이기도 한다. 물론 어느 것이 옳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저자는 ‘비겁의 철학’이라 명명했지만, 오히려 젊은 날을 반성한다. 현실을 인정하고 꼬리를 내릴 때는 인정사정없이 숙일 줄 아는 것 역시 용기라는 사실을 손자의 가르침으로 파악한다. 비겁자들의 말을 빌려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게 아니라 살아남는 자가 강한 자’라는 모토를 내세우며…. 부인하고 싶어도 현실에서는 40대를 지난 대부분이 그렇게 살지 않을까 싶다. 나 또한 회사에서 전략을 세울 때는 그러한 방향을 따른다. 무턱대고 덤볐다가 성공할 수 있는 확률은 그리 높지 않으니까. 부정하고 싶은 마음도 물론 있다. 때론 자존심을 죽여가며 일을 지속해야 하는지 심각하게 고민할 때도 많으니까. 그럴 땐 차라리 깨질 때 깨지더라도 한번 붙어보자는 마음이 강하게 일어난다.

어쨌든 나는 ‘비겁의 철학’이라기보다는 ‘인정의 철학’이라고 부르고 싶다. 손자가 옳은 말을 많이 했고, 저자가 느끼는 바처럼 살아남는 자가 승리하는 것이라 할지라도 그것이 곧 진리는 아니다. 눈앞의 작은 이익보다는 멀리 내다보는 혜안을 가질 필요에 의해 손자의 병법들은 올바른 전략을 제시한다. 그러나 때론 몸으로 부딪치며 겪는 실패들이 훗날 더 값진 결과들을 낳기도 한다. 마흔이 넘었다고 해서 너무 쉽게 (전략적으로) 머리 숙일 필요는 없지 않을까. 너무 전략적으로 따지지 말고 대의를 위해 나아갈 때도 있어야 훗날 후회가 없지 않을까.

by 꽃다지, 2011년 8월 1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