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커 가며 느는 것 중 하나가 거짓말이다. 눈에 뻔히 보이는 거짓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한다. 그럴 때 보면 웃음밖에 나오질 않는다. 아직 거짓말이 뭔지도 잘 모르고 있으니까. 그러나 반복된 거짓말은 좋지 않으니 제재해야 한다. 작은 거짓말이 큰 거짓말을 낳고, 나중에는 돌이킬 수 없는 상황으로까지 치달을 수 있다. 블레이크 넬슨의 <파라노이드 파크>(내인생의책, 2011)는 범죄를 저지른 청소년이 이를 숨기며 괴로워하는 모습을 담고 있다. 소년은 과연 진실을 밝힐 수 있을까?

스케이드보드에 한창 빠져 있는 주인공. 주말 밤 절친 자레드가 파티를 간 사이 홀로 파라노이드 파크에 간다. 파라노이드 파크는 마니아들만이 제 실력을 뽐낼 수 있다는 불법 스케이드보드장. 우연히 다른 친구들과 어울리게 된 소년은 스크래치와 함께 달리는 기차에 올라타는 놀이를 함께 하게 되고 이 과정에서 경비원과 충돌하여 경비원이 기차에 깔려 죽는 사고가 발생한다. 소년은 이때부터 깊은 죄의식에 빠지게 되고 친구는 물론 부모, 경찰을 속이며 괴로워한다.

주인공의 갈등은 충분히 이해할만하다. 돌이켜보면 학창시절에 그러한 경험을 한두 번쯤은 해봤을 것이다. 나또한 부모님 몰래 잘못을 저질러 전전긍긍하던 때가 있었다. 게다가 주인공이 겪은 끔찍한 일은 우발적인 사고였지 않는가. 처음에는 이를 합리화하며 잊으려 했지만, 처참한 광경은 그의 뇌리를 떠나지 않았고 죄책감이 마음속 깊은 곳으로부터 밀려 왔다. 더듬더듬 진실을 털어놓을까도 생각했다. 그러나 부모님은 이혼 수속 중이고, 자신은 이제 대학에 가야 한다.

구원은 뜻밖에 메이시로부터 얻게 되었다. 어릴 적부터 그를 지켜봐온 메이시는 자신의 잘못을 누군가에게 이야기할 것을, 정 힘들다면 편지로라도 써서 보내라고 이야기한다. 이 소설은 결국 자신의 잘못을 고해하는 형식을 빌어 메이시에게 전달되는 것이다. 비록 주인공이 잘못을 저질렀으나 이를 괴로워하고 구원을 얻으려는 과정은 질풍노도의 시기를 겪는 청소년들의 내면을 솔직하게 보여준다.

죄를 짓고도 나몰라라하거나, 죄책감을 갖지 않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금방 들통날 거짓말을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고 당당히 이야기하는 사람들도 참 많다. 고의적인 잘못이든 의도되지 않은 잘못이든 잘못된 일에 대해 ‘부끄러움’을 가지는 것이 인간의 도리다. 이 부끄러움이 구원의 단초가 된다. 그런데 이 부끄러움을 모르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지고 있다. 안타까운 현실이다.

by 꽃다지, 2011.10.22

다시 서사의 시대인가? 이야기의 중요성을 여기저기서 언급한다. 심지어 평소 잘 움직이지 않던 공무원들조차도 ‘스토리텔링’ 방식을 요구한다. 그러나 여기서 한 가지 오해가 있다. 이야기로 해야 한다는 당위성만 이해하고, 정작 이야기의 본질은 잘 모른다는 사실이다. 무엇으로, 그리고 어떻게 이야기를 구성할지에 대해서는 전혀 감이 없다. 무조건 시대가 요구하니 스토리텔링 방식 요건만 갖추면 된다는 식으로만 이해한다. 그러나 이야기의 구조를 갖춘다는 것은 모양새 흉내내기만으로 완성될 수 없다. <이야기의 힘>(황금물고기, 2011)의 출간은 그래서 반갑다. 이야기의 조건, 그리고 그 이야기가 지닌 매력을 분석함으로써 이야기의 중요성을 보다 구체적으로 제시한다.

이야기의 중요성이 많이 대두된 만큼 이야기를 잘 살려 성공한 예들도 종종 보인다. 스토리의 힘이 사람들의 마음을 잡아끌게 된 것이다. 일례로 최근에 성공한 황선미 작가의 <마당을 나온 암탉>(사계절출판사)을 보자. 동화의 성공에 힘입어 연극으로 오랜 기간 상영되었고, 최근에는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어 200만이 넘는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동안 제작된 한국 애니메이션들이 고전을 면치 못했다는 사실을 상기하면 경이적인 기록이라 할 수 있다. 이야기의 힘은 실로 막강하다. 이야기가 탄탄하지 못하면 바로 외면당할 수 있다. 국내에서 제작된 <디 워>와 세계적인 인기를 끈 <아바타>는 보다 명확히 대비된다. <디 워>는 국내에서 세계로 진출한 작품이라는 이유와 기술력을 인정받아 그나마 선전했지만 세계시장에서는 철저히 외면당했다. 그러나 <아바타>는 탄탄한 시나리오와 작품성으로 전 세계적으로 사랑을 받았다.

<이야기의 힘>은 바로 이러한 차이가 어디에서 기인하는지를 보다 명확히 분석한다. 단지 소재만 좋다고 해서 이야기가 되는 것은 아니다. 이야기는 탄탄한 구조를 갖추어야 하고, 등장인물이 명확해야 하며, 반전의 묘미가 있어야 한다. 또한 비극의 효과를 이용해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어야 하고, 관객을 알고 주인공은 모르는 아이러니 효과가 극대화될 때 제대로 성공할 수 있다. 물론 이러한 요건을 구비한다고 해서 이야기가 모두 재미있고 성공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 책은 ‘이야기 직접 만들기’라는 장을 통해 이야기가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는 상황들을 구체적으로 제시한다. 독자는 자신이 이야기를 만들 듯 사례를 따라 가며 이야기가 어떠한 조건에서 더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는지 알 수 있게 된다.

이 책을 읽고 나면 한 편의 스토리를 직접 구성한 듯 이야기에 대한 자신감을 얻을 수 있다. 게다가 저자가 소개하는 로버트 맥기의 <시나리오 어떻게 쓸 것인가>(민음인)를 한번 읽어보고 싶을 정도로 이야기의 힘에 빠져들게 된다. 책에서도 여러 번 언급되지만 이야기의 중요성은 두말 할 필요가 없다. 그야말로 감성의 시대다. 딱딱한 전자제품도 성능이 아닌 감동을 불러일으키는 스토리로 히트상품을 만들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이야기가 지닌 중요성만을 이해할 것이 아니라 이야기가 어떤 구조를 지니고 있고, 어떠한 방법들을 통해 그 힘을 발휘할 수 있는지 한번 살펴보는 것은 어떨까.

by 꽃다지, 2011.10.09

고령화의 몸살이 세계적인 이슈가 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우리나라는 이미 고령화사회를 넘어 초고령사회로 진입했다. 그만큼 고령화의 속도가 빠르다는 이야기이다. 평균수명이 높아진 결과이지만, 이는 낮은 출산율과도 깊은 연관이 있다. 젊은 세대는 늘지 않고 노인 인구만 늘어가니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 국민연금 재정위기설에서 살펴볼 수 있듯 젊은 세대가 부양해야 할 노인인구 수가 점점 늘어간다. 지금부터라도 현상을 명확히 파악하고 대비를 하지 않으면 심각한 사회문제가 될 수 있다.

<회색 쇼크>(반비, 2011)는 고령화사회로 떠나는 사전 보고서이다. 세계 곳곳의 고령화 사회를 찾아 이미 시작된 변화를 포착한다. 고령화사회로의 변화는 단순히 인구변화만을 불러오지 않았다. 가족관계, 직장과 일, 주거환경, 산업 등 도시 전체의 구조를 변화시키고, 삶의 풍경을 바꾸었다. 국가 전체가 고령화사회로 접어들 가까운 미래에 과연 어떠한 모습으로 변할지는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 그러나 <회색 쇼크>를 통해서나마 고령화사회의 일면을 짐작할 수는 있다.

이 책의 저자인 테드 C. 피시먼이 찾아간 고령화 국가(도시)는 미국의 플로리다와 록퍼드, 스페인, 중국과 일본이다. 이미 이곳에서는 고령화가 상당 부분 진척되었고, 시스템과 구성원이 눈에 띄게 달라지고 있었다. 그 중 가장 우려할 부분은 생산력의 저하다. 젊은이들이 떠나고 제조 기업과 공장이 다른 곳으로 이전했다. 그 빈자리를 고령자들과 이민자들이 채웠다. 산업은 서비스 중심으로 급격히 변모했다. 요양시설과 병원, 케어 서비스 등이 새로운 시스템을 구축해 나간 것이다.

저자는 고령화 사회의 일면을 취재하는 것과 동시에 노화에 대한 단상들을 함께 돌아본다. 장수가 우리에게 주는 의미, 노화의 진행, 과학이 노화를 막을 수 있는지의 여부, 고령화로 달라진 식탁 풍경 등 고령화에 관한 원론적인 부분을 고찰함으로써 고령화에 대해 폭넓게 고민하고 있다. 저자의 이러한 생각이 유의미한 것은 우리나라 또한 이미 초고령사회로 진입했고, 이에 대해 적절히 준비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이미 고령화도시가 된 곳은 그나마 형편이 나은 곳이란 생각도 든다. 노후를 보낼 최소한의 집을 장만할 수 있고, 케어서비스를 받을 만한 조건이 되는 노인들이 이주해 살기 때문이다. 그렇지 못한 노인은 다른 노인을 돕는 아르바이트를 하며 살거나 공동시설에 거주하며 여생을 보내야 한다.

노인을 포함하여 국민에 대한 우리나라의 복지수준은 OECD 가입국에 비교해 아주 형편없다. 지금부터 대비하지 않으면 국가경제 자체가 몰락할 수 있다. 복지비용은 사라져 버리는 돈이라는 생각은 아주 우둔한 발상이다. 보편적 복지수준의 확대로 육아와 교육, 고용과 의료, 노인에 대한 적절한 지원이 지속되어야 한다. 그래야 생산 가능한 인구가 적절히 유지되고, 소비가 증대돼 국가경제가 지속적으로 발전해나갈 수 있다. 복지를 선별적인 것으로 만들어버리고 자꾸 축소하려 한다면 멀지 않은 미래에 돌이킬 수 없는 난관에 봉착하고 말 것이다.

고령화는 이제 거스를 수 없는 대세다. 책에서 제시하고 있는 고령화 도시와 국가들을 먼저 살펴봄으로써 우리는 유익한 교훈을 얻고 이에 미리 대처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노인 자살률이 결코 적지 않은 현실 또한 상기해야 한다. 고령화시대를 준비하지 않으면 노년의 삶이 불행한 나라가 될 수밖에 없다. 이는 고령화문제를 개인이 아닌 사회적으로 함께 고민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by 꽃다지, 2011.09.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