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그림책이나 동화가 과연 아이들만을 위한 책이라 할 수 있을까요?
주독자층이 아이들이겠지만 결코 아이들만 읽어서는 안되는 책들도 참 많다는 사실을
저는 종종 느끼곤 한답니다.
책장을 덮으면서 이런 건 부모들도 꼭 함께 읽고 생각해봐야해 싶은 책들도 꽤 많더라구요.
이번에 읽게된 유설화 님이 쓰고 그리신 『슈퍼 거북』이란 책도 그런 책이랍니다.
'빠르게 살자'라는 글귀가 씌여진 머리띠를 질끈 동여매고 있는 비장한 표정의 거북 한 마리가 있는
표지 그림부터가 뭔가 의미심장하단 느낌을 전해주지 않나요?
『슈퍼 거북』은 우리가 잘 알고 있는 '토끼와 거북의 경주' 이야기의
뒷 이야기라고 할 수 있어요.
느림보 거북이가 낮잠에 빠진 오만한 토끼를 이기고 난 후
그 거북은 과연 행복하게 잘 살았을까요?
토끼와의 경주에서 이긴 거북이 꾸물이는 스타가 되었어요.
걸핏하면 놀려 대던 이웃들도 슈퍼 거북이라며 꾸물이를 떠받들었죠.
온 도시에 슈퍼 거북 바람이 불어 너도나도 꾸무이를 흉내내느라 바빳답니다.
더이상 꾸물이는 옛날의 느릿한 거북이 꾸물이로 살 수 없었어요.
자신을 슈퍼 거북이라 칭송하는 이웃 동물들을 실망시킬 수가 없었거든요.
꾸물이는 진짜 슈퍼 거북이 되기로 결심했어요.
빨라지는 방법이 나온 책은 모조리 읽고 그대로 따라하기 시작했어요.
하루도 빼먹지않고 하루종일 훈련을 했지요.
꾸물이는 진짜 슈퍼 거북이 되었어요.
하지만 꾸물이는 너무나 지쳤답니다.
딱 하루만이라도 느긋하게 자고 느긋하게 먹고 예전처럼 천천히 걷고 싶었어요.
느릿한 거북이 아닌 슈퍼 거북이 되어 사는 꾸물이는 과연 행복한 걸까요?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말이 있지요.
근데 과연 춤 추는 고래도 행복해서 춤을 추고 있는 건지
꾸물이를 보면서 한 번 뒤지어 생각해 볼 필요가 있지않나싶어요.
슈퍼 거북이라는 이웃 동물들의 칭찬이 꾸물이를 진짜로 빠른 슈퍼 거북으로 만들었어요.
이웃들을 실망시키고 싶지않아서 꾸물이는 정말 많은 노력을 했거든요.
하지만 슈퍼 거북이 된 꾸물이는 정작 행복해보이지않는 것은 왜일까요?
우리 아이들도 마찬가지일거에요.
아이가 뭔가 하나를 잘 했을 때 특히 아이가 하기 싫어하거나 힘든 일을 잘해을 때
부모님들 비롯한 주위 사람들은
아이가 그것을 더 잘하기 바라는 마음에서 혹은 아이의 그 모습이 예뻐서 칭찬을 합니다.
아이는 부모님이나 그 누군가에게 더 잘보이고 싶고 칭찬을 받기 위해
더 노력을 하고 열심히 하려합니다. 꾸물이처럼요.
근데 그걸 정말 아이들이 원해서 하는 건지..
진심으로 스스로도 기뻐서 기꺼이 하는 것인지
세심하게 살펴줘야하지않을까 싶네요.
결국 부모님이나 어른들의 기준이라는 잣대에 맞춰
칭찬이라는 당근으로 우리 아이들을 내몰고 있지는 않는 건지 생각해보게하네요.
느림보이든 덜렁쟁이이든 아이의 가장 밑바탕에 있는 그 아이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인정해줄 때 아이도 부모도 누군가의 시선과 기대에서 벗어나
진정한 자신의 행복을 찾을 수 있지않을까하는 생각이 드네요.
거북이 꾸물이 역시 슈퍼 거북이 아닌 느림보 꾸물이일 때가 가장 행복한 거 같으니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