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적인 피아노와 독특한 음색의 레지나 스펙터 러시아 출신, 안티포크, 존 쿠색, 박카스 CF, 밴 폴즈... 또 뭐가 있으려나. 레지나 스펙터 하면 떠올리게 되는 단어들이다. 전작 “Begin To Hope”의 “Better”라는 노래에 완전 꼽혀서 그 해 가장 많이 들었던 노래이기도 했다. 잔잔한 피아노 반주로 시작해 둥둥거리는 락사운드와 잔향이 있는 독특한 목소리. 우리나라에 많이 알려지게된 “On The Radio”를 통해서도 그녀의 아무렇게나 내지르지만 독특한 음색의 매력을 느낄 수 있었다. (On-The-Radio의 후렴구를 듣고 있자면 “언-더-레이디오” 가 아니라 “언-덥-레이디오”라고 부르는것 같다.) 특이한 발음 만큼이나 자신만의 개성을 담은 음색이 거슬리지 않는다. 오히려 자기만의 색깔을 확장시켜 주는 느낌이다.
그녀의 새앨범 “Far”를 듣고 있자면, 전작들인 “Soviet Kitsch” 와 “Begin to Hope”의 자유분방함은 좀 자제하고 대중적인 모습을 많이 보여준 것 같다. 독특한 발성과 음색은 여전하지만 피아노와 현악을 통해 극적인 전개를 보여주는 노래들이 많다. 통통튀는 피아노와 허밍이 인상적인 Calculation, “파란입술이 가장 인간적”이라고 애절하게 노래하는 Blue Rips를 지나 Folding Chair 의 귀여운 피아노와 꺾어지는 그녀의 음색이 가장 매력적인 트랙이다. 앨범에서 가장 어두운 곡 Machine은 클래식음악과 같은 피아노 편곡이 돋보인다. 앨범의 첫 싱글곡 Laughing With는 차분한 피아노와 현악의 구성이 잘 어우러진 곡인데 침잠되는 느낌의 차분한 진행의 곡이다. Human of the Year와 Two Birds는 가장 극적인 구성을 가진 곡이다. 라이브로 보게 된다면 흠뻑 빠져서 감상하게 될 노래. Dance Anthem of the 80s는 어찌보면 가장 레지나 스펙터 다운 곡이다. 꺾어부르기, 특이한 음색등 그녀의 개성이 듬뿍 담긴 흥겨운 곡이다.
Regina Spektor의 신작 “Far”는 노래 하나하나가 귀엽고 잘 다듬어진 노래들로 구성되어 있다. 하지만, 전작 “Begin to Hope” 앨범에 비해 다듬은 티가 너무 많이 난다. 포토샵 리터칭을 많이 해서 너무 샤방하게 보이는 사진이라고 해야할까? 각각의 곡이 아름답게 만들어 졌지만, 앨범으로 들었을 때의 감흥은 좀 떨어지는 편이다. 하지만, 매일 아침 버스를 타면서, 지하철을 타면서 듣게될 통통튀는 피아노와 아름다운 음색은 출근길을 한결 더 가볍게 해준다.
reginaspekto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