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애란 소설을 추천하는 사람들은 예전부터 주위에 많았다. 다만 그 친구들이 나보다 나이가 좀 어려서 나는 맘대로 '20대 여자들이 좋아하는 소설이겠구나' 하고 생각하곤 읽지 않았다. 그러다가 우연히 황석영 선생의 추천사를 보고, 이 감식안 좋은 노작가가 추천하는 것이면 읽어봐야 하지 않겠는가 하는 마음에 뒤늦게 읽게 됐다.

 

생각했던 것보다는 덜 발랄하고, 생각했던 것보다는 특별함조차 덜하다고 느끼면서도, 왜 나는 이 글이 이렇게 좋을까 의아해하며 읽었다. 예전에 표지만 보고, 저 (촌스러워 보이는) 빛바랜 풍선은 왜 저렇게 제목과 잘 어울리나 싶었는데, 책을 읽으며 들었던 느낌이 저 표지 같았다. 젊은 작가 특유의 재기발랄함보다는 오히려 신산스럽고, 그렇다고 예전 작가들처럼 마냥 우울하거나 슬프지도 않은 천연덕스러움이랄까 싶은. 아무렇지도 않게 읽는 사람 마음을 먹먹하게 하는 글이었다. 읽는 내내 두근두근했다. 이 작가의 다른 글도 어서 구해서 읽어야겠다.

이 제목을 보면 떠오르는 구절이 있다. 예전에 <남자의 자격>에서 이윤석이 어떤 고등학생 1일과외인가 해줄 때였는데, 그 아이가 장래희망이 공부와 그닥 상관없는데도 꼭 공부를 해야 하냐는 똘똘한 질문을 했다. 이윤석이 어떻게 답할지 정말 궁금했는데, 아 이 사람 진중하게 왈, “학생 때 하는 공부는 고속도로를 닦는 것과 같다. 나중에 네가 커서 어떤 길을 가든, 공부를 하면서 닦아놓은 그 길이 원하는 곳에 좀 더 일찍 데려다줄 수 있을 거다.” 뭐 이런 취지의 말을 했다. 똘똘한 그 친구,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하더라. 나 또한 아이를 키우는 입장인지라 언젠가 우리 아이들이 그런 질문을 하며 반항(?)할 때 들려줘야겠다고 생각했더랬다.
이 책을 보면서 이 구절을 떠올린 건, 이 책이 하는 이야기 또한 그런 맥락이기 때문이다. 지은이 소개만으로도 5천만 대한민국 사람들의 기를 능히 죽일 것 같은 미친 스펙의 소유자, 이형진의 입에서 나오는 얘기는, 난데없게도 ‘예의’다. 그래서 이 책을 읽게 됐다. ‘10살까지는 놀아야 한다’는 신조로 아직은 조기교육 안 시키고 방과후교실에서도 수학 같은 거 말고 연극이나 난타 같은 놀이성 수업에만 집어넣다 보니, 어느 새 애들 친구엄마들과는 대화가 안 통하는 이상한 사람이 되어버렸다. 이런 한가한(?) 엄마다보니, 성적자랑만 신나게 늘어놓는 공부법 책은 딱 질색이다. 그런데 이 아이는 자신이 왜 공부하고 열중하는지를 보여주는 데 공을 들인다. 그런데 그게 말도 안 되게 순진한 것 같은데, 끄덕끄덕하게 하는 면이 있다. 
비록 학창시절에 공부 갖고 반항해본 적은 없지만, 그렇다고 적극적으로 하지도 않고 벼락치기로 연명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생각해보니 나 또한 내가 왜 공부하는지를 몰라서 그랬던 건 아닌가 싶다. 공부가 다른 누구도 아닌 보다 나은 나를 만들기 위한, 나를 사랑하는 중요한 방식이라는 생각을 했으면 좀 더 적극적으로 열의를 갖고 공부하지 않았을까 하는 마음. 나중에 아이들이 공부는 해서 뭐하느냐고 따진다면, 이 책 얘기를 해줘야겠다. 어떤 길을 선택하든 너를 존중하겠지만, 그럼에도 네 인생에 대한 예의는 다했으면 좋겠다고.

건강에 도통 관심이 없다가, 친구 따라 강남간다고, 같은 팀 대리가 헬스를 한다고 해서 살아생전 처음 헬스장이란 데를 가봤다. 그런 데서는 쓸데없이 수줍어서, 트레이너에게 어떻게 하는지 제대로 묻지도 못하던 차에 이 책 리뷰가 좋기에 얼른 샀다.

그런데 참 친절하게 설명한 듯은 한데, 헬스에 대해 아는 게 없다 보니 계속 '이건 안 된다'고만 하는 이 책의 친절한 내용이 확확 눈에 안 들어온다. 안 되는 건 알겠는데, 그럼 어떻게? 하는 의문이 드는 것이다. 다른 분들 리뷰를 봤던 바로는 책의 내용이 틀린 것은 없다고 하니 '잘못된 피트니스'에 대해서는 이 책을 보면 되겠고, '어떻게 잘하면 되는지'를 일목요연하게 보여주는 다른 책을 함께 보는 게 어떨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나저나, 3개월 끊은 헬스를 3주째 못 가고 있으니, 이를 어쩌냐...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