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그래서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건가 하면 수집(마음을 쏟는 대상)할 때의 문제는 수가 아니라는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당신이 얼마나 그걸 이애하고 사랑하는가, 그런 기억이 당신 안에 얼마나 선명히 머물러 있는가 하는 것이다. 그것이 커뮤니케이션의 진짜 의미일 것이다. 122
책을 좋아했다
십대 시절에는 무엇보다 책을 좋아했다. 학교 도서관에 신간이 든 상자가 들어오면 사서에게 부탁해 책을 뺀 빈 상자를 얻어, 그 냄새를 킁킁거리며 맡았다. 그것만으로 행복했다. 그만큼 광적으로 책에 반해 있었다.
.....
그래도 가끔 책장에서 거듭되는 이사에도 살아남은 오래된 책의 책등을 바라보고 있으면,
'그렇구나, 나라는 사람은 결국 책에 의해 만들어졌구나' 하고 새삼 느낀다. 어쨌든 다감한 청춘 시절, 책을 통해 받아들인 압도적인 정보로 여기 한 인간이 완성됐다. 137 - 138
겨우 레코드 한 장 가지고 이만큼 스트레이트로 흥분하다니 이것도 복이라 생각하지 않는지? 198
================================================================================================
내 평생 처음이었다, - 고작 그 평생이란 숫자는 30년을 좀 넘었을 뿐이지만 -
무라카미 하루키의 책을 읽은 것은.
책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한 번쯤을 읽어봤을터인데.....도통 손이 가지 않는 작가요, 그의 글들이었다.
아마도-
"상실의 시대 읽었는데....장난 아니야, 야해."
- 라는 대학시절 친구의 말이 트라우마 아닌 트라우마가 되어서....성적 묘사만 잔뜩 그러진 책을 내가 왜 읽어야 하는 것인지에 의문이 들어서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그의 책은 피하고는 했다.
그런데- 그의 책은 상당히 잘 읽히고 잘 팔리는 책이었다, 전 지구적으로...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풀어내길래 이리도 사람들이 열광을 하는 것인가. 궁금정이 계속 증폭되어만 갔다.
....................................
그러던 중- 7월 초에....우연히 제목에 눈길이 가서 보니....무라카미 하루키의 책이었고-
게다가 번역가는 평소에 좋아하던 권남희님.
설마, "채소의 기분, 바다표범의 키스"라는 제목에 외설(?)이 녹아 있으랴-
게다가 찾아보니...그의 에세이집이라고 하니- 한 번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때마침 네이버 네일동에서 이 책의 서평단을 모집한다고 하니-
무라카미 하루키와 만남을 하늘이 점지해 준 것인가-?!
......라는 얼토당토하지 않은 생각을 하며 신청하였다. 사실 쓰면서 될 것 같은 기분에 휩싸여서...어라...? 하는 생각이 들기까지 했다.
....................................
자- 그러면 이 책과의 만남의 과정에 대한 이야기는 여기까지로 하고,
이 책의 느낌이란-
"너 편한데로 생각하고 살기를, 까짓꺼 말이야-"
- 이라는 무라카미 아저씨의 조언이 들리는 듯 했다.
자신은 소설가이기에 전문적으로 에세이를 쓰는 사람처럼은 못쓰지만 그래도 열심히 하겠노라...라며 양해를 구하는 시작글에....왠지 꼬장꼬장하면서도 반항적이며 거친 이미지로 오롯이 있던 무라카미 하루키의 모습이 파사삭- 흩어지기 시작했다.
음악을 들으며 동네를 어슬렁 거리는 천재같으면서도 다소 어수룩한 아저씨에게 즐거운 세상사를 듣고
허탈하면서도 순간순간의 '아-!' 라는 느낌을 맛보고 싶은 사람에게 꼭 쥐어주고 싶은 책,
채소의 기분, 바다표범의 키스.
무라카미 하루키씨에게 한 마디만 남기고 글을 마무리해야겠다.
- 음..제가 볼때는 그 바다표범의 기름이었나?...? 건강을 생각해서도 잘 드셨지만...
남들이 잘 맛보지 않는 것을 먹어보는 고통도....알아가는 것도 멋진 것 같아요. 무라카미 아저씨- 잘 하셨습니다!
p.s 아, 그리고- 앞으로 아저씨 책...자주 읽을께요~ 읽어보니....조금은 깐깐하지만 센스있는 멋진 분이셨어요~
# 마음에 남는 구절들
===================================================================================================
모두에게 좋은 얼굴을 할 수 없다는 것이 내 인생의 대원칙이다. 24
에세이를 쓸 때의 원칙 32-33
'피아니스트를 쏘지 말아주세요. 그도 열심히 연주하고 있습니다.' 35
올림픽 개최지를 발상지인 아테네로 고정하라는 주장 56
쿄모의 가모가와 강변길 67
공 하나하나마다 미묘하게 수비 위치를 이동하여 자세를 바로잡았다.
한 시합에 백오십 번의 피칭이 있었다면 정확히 백오십 번의 까치발을 했고, 마치 표범처럼 온몸에 힘이 넘쳐났다.
그 리듬이 훌륭했다. 어느 공 하나 힘을 빼지 않았다.
프로라는 것은 그런 것이군요. 나도 배워야지. 99
여성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이제 아줌마가 다 됐네" 라고 말하는 순간 그 사람은 진짜 아줌마가 돼버린다.
일단 입 밖에 낸 말은 그만한 힘을 발휘한다. 정말로.
사람이란 나이에 걸맞게 자연스럽게 살면 되지 애써 더 젊게 꾸밀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마찬가지로 애써 자신을 아저씨나 아줌마로 만들 필요도 없다.
나이게 관해 가장 중요한 것은 되도록 나이를 의식하지 않는 것이다. 112
그는 어느 날 문득 단테를 원서로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단지 그 이유만으로 한 달만에 이탈리아어를 습득했다. 192
....바쁘니까' 하시는 분은 이 다음을 읽지 않아도 좋다. 그렇게 바쁜 사람이라면 애초에 이런 에세이를 읽지 않겠지만.
2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