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원
"무심한 세월이라고 어디 아무한테나 그렇게 해 주겠습니까. 전에 제가 듣고 마음에 좋아서 접어둔 말이 있는데요, 봄바람은 차별없이 천지에 가득 불어오지만 살아 있는 가지라야 눈을 뜬다, 고 안허든가요."

청암부인
"좋은 말이로구나. 세상에 있는 삼라만상, 목숨가지고 있는 것이라면 세월은 모두 다 그 품속에 안고 키워 주느니라. 들짐승, 산짐승, 물속에 살고 있는 물고기를 보아라. 아무도 안 멕여 주지마는 저절로 저 혼자서 맹수도 되고 맹금도 되어 호랑이, 독소리 용맹을 떨치지 않더냐. 산속의 나무들도 마찬가지고 사람 또한 그러느니라. 아이가 커가는 것을 보면 알 수 있지. 조막만하던 핏덩어리가 나이먹으면서 장성허는 것이 어찌 어미 아비가 키우는 것이랴......세월이 키워준다...... 허나 그것은 다 제가 타고난 목숨을 제 몸에 지니고 있을 때의 이야기다. 목숨만큼 소중한 것은 세상에 없지. 껍데기만 살었다고 목숨이 있는 것도 아니다. 살어 있으면서도 죽은 것은 제가 저를 속이는 것이야. 살어 있다고 믿고 있지만 실상은 죽어 버린 것이 세상에는 또한 부지기수니라. 어쩌든지 있는 정성을 다 기울여서 목숨을 죽이지 말고 불시 같이 잘 보존허고 있노라면, 그것은 저절로 창성허느니." 목숨이 혼(魂)이라. 혼이 있어야 목숨이야.

어쩌든지 살아야 한다. 그리고 그냥 껍데기로 살지말고 혼이 있어야한다. 요즘 같이 혼란스럽고 복잡한 세상에서 반드시 가슴에 새겨둬야 할 말이다. 세상은 날이 갈수록 복잡해지고 혼란스러워지고 있다. 그리고 심지어 불안하기까지 하다. 이럴때일수록 더욱 내 정신, 넋, 혼(魂)을 지켜나가야 한다. 

이제야 후기를 올리네요^^

동영상을 훑어보니 그때의 감동이 다시 밀려와 심장이 또 다시 콩콩 뛰네요.

공지영 선생님은 정말 언젠가는 한 번 꼭 먼발치로나마 만나고 싶었는데 의외로 그런 행운이 

이렇게 빨리 찾아와서 놀랍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했어요. 정말 간절히 바라면 이루어진다는 

어찌보면 하나의 진리가된 명제를 새삼 실감하기도 했구요.  

자리에 앉아 작가님께서 나오시는 모습을 본순간 왜 그리도 가슴이 설레던지요. 누군가를 진

심으로 흠모한다는 게 이렇게 가슴이 뛰는 일인것을 그제야 알겠더라구요. 누군가와의 만남을

이렇게 기다려본 적이 언제였던가...기억이 가물가물 하네요. 

독자들의 질문과 작가님의 대답이 이어지는 약 1시간 반동안의 시간이 어떻게 지나는 지도 모

르겠습니다. 볼이 뜨겁게 달아오른채 한마디 한마디 귀를 기울이다보니 어느새 질의응답 시간

이 끝났더라구요. 작가님의 사인으로 아쉬움을 달래며 사진도 못찍고 발걸음을 돌려야 했습니

다. 

이번 만남을 통해 ’작가라는 사람은 정말 열려있어야 겠구나’ 하는 생각이 절실하게 들었어요. 

타인의 아픔과 고통에 공감하고 그것을 내것처럼 받아들이는 가슴을 소유한 사람. 그것이 진

정한 작가가 아닌가 싶기도 하구요. 

평일이라 참석하기 쉽지 않았지만 그래도 이런 행운을 놓치지 않고 작가님을 직접뵈어서 얼

마나 행복했는지 모릅니다. 정말 그날은 제 역사에 가장 특별한 날로 길이 남을 것 같아요.  

기적의 도서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