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에게 내가 한글을 가르쳤다 내 아이는 이상할정도로 한 책만 계속 읽어달라고 했다 내가 그 책 내용에 질릴 정도로 한 책을 고집한 아이는 그 책을 통해 운율을 느끼면서 자연스럽게 그림을 보고 또 보고 나중엔 글자도 눈에 들어왔던것 같다 그런 아이는 제법 가르치지도 않았는데 글자에 관심을 갖았고 나는 글자는 놀이를 통해 배워야 한다고 생각해 고르기 놀이를 가위바위보를 한 후 하곤 했다
 아이는 내게 밤에 책을 읽어달라고 끊임없이 요구했고 그 요구를 거절치 못해 계속 책을 읽어주었다 그래서인지 내 아이는 책을 친하게 느끼는 것 같다 책을 싫어하지 않는다 
 하지만 책이란 것은 도서관의 책 표지에 나온 엘리자베스 브라운처럼 책의 세계에 빠져 현실속에서 요구하는 것을 하지 못하게 되기도 한다 
 내 경우는 엘리자베스처럼하지 못하고 현실의 요구 때문에 책을 오히려 멀리 했던 사람이다 책은 내게 즐거움의 대상이기 보다는 책은 무슨 내용인지 모를 땐 두려움의 대상이었고 현실속에서 할 일을 못하게 하는 유혹의 대상이기도 했다  그런 내게 우리 아이는 독서의 즐거움을알려 주었다 아이의 책을 읽어주면서 나도 자연스럽게 책을 좋아하게 되었다 
  엘리자베스는 책의 진정한 몰입의 즐거움을 내게 보여 주는 것 같았다 그리고 그의 행복은 나중에 그 책을 아낌없이 남에게 기증해 그 도서관을 찾는데에 있다는 메시지를 내게 주고 있다
 나도 아이를 키우면서 사놓은 책이 아이가 자라면서 방안 한 구석에 생명력없이 놓여있는 것을 보면서 다른 주인을 찾아주기 위해 교회 지하에 작은 문고를 만들었다 그리고 내 아이의 책과 다른 아이의 책과 신간을  모아 현재 35000권을 갖춘 작은 도서관을 만들었다 
 자신은 소유의 기쁨을 느끼는 것이 아닌 베품과 나눔의 기쁨을 느끼는 것에 의미를 두게 되었다

 황선미씨의 글을 또 다시 읽게 되었다 독서모임에 갔는데 그곳에 지도교사가 권한 책이었기에 읽기 시작했다 
 내가 초등학교에 다닐 때  선생님은 일기를 쓰라고 했다 일기를 쓰는 것이 글쓰는데 도움이 된다는 미명하에 선생님은 학생에게 일기를 쓰라고 하실 뿐 아니라 검사과정을 거쳤다
어쩌면 이 검사과정은 아이들을 믿지 못해서  온 과정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검사를 하지 않으면 아이들이 일기를 쓰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깔려있다 내가 어렸을 때 그런 생각까지는 하지 못했지만 지금의 나는 그런 점이 한없이 씁쓸하다
 일기의 내용은 거의 일상에서 일어난 일들의 나열에 불과할 때가 많다 일기를 쓰다보면 일상의 나열이 재미없는 것을 알게 되고 우리네 인생이 또한 늘 반복되는 일상같지만 때로는 큰 파도같은 감당하기에는 너무 어려운 일이 일이 일어나기도 한다 그럴 때는 글을 쓰면 때로는 마음을 가라앉게 하고 때로는 해결점을 발견하기도 한다 이럴 때 일기의 내용은 내 생각과 감정이 녹아지게 된다 이럴 때 자연스럽게 좋은 글이 나오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런데 어른들은 일기를 통해 글을 잘 쓰는데에만 너무 주목해 아이들에게 처음부터 좋은 글을 쓰게 강요하다보니 자연히 형식적인 글을 더욱 아이들은 쓰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일기 감추는 날은 동민이가 아이로 느낄 수 있는 심정을 참 잘 표현한 것 같다 울타리에 올라타고 싶은 심정과 자신보다  체구도 작은 경수가 윗학년과 어울려 그 울타리에 올라 균형을 잡으려고 하는 모습과 그것을 목격하고 그 내용을 선생님이 알게 된다 경수는 동민이가 일기에 그런 내용을 써서 알게 된 것이라고 오해하게 되고 그 갈등을 푸는 것으로 일기를 선택한 동민이는 선생님께 오히려 꾸중을 듣게 된다 
 일기를 쓰지 않으면 교실 정리를 해야 하고 선생님께 열쇠를 갖다줘야 하고 여러 번거로운 일이 많이 해야 했다
 하지만 동민이는 아무리 번거로운 일을 감당할지라도 자신의 가정에서 일어난 부모간에 타툼이라든지 엄마의 눈물과 아버지의 실직 등을 일기에 쓰고 싶지 않다고 했다 누군가 내 심정을 엿본다는 것은 때로는 그 점을 이용하고 싶기도 하지만 또 때로는 기분이 썩좋지는 않기 때문일 것이다  엄마는 일기의 내용 중 일부를 지우도록 하기도 했다
 감추고 싶은 내용의 일기를 위해 아이들 중 일부는 2권의 일기를 택하기도 한다 하지만 동민이는 그것을 선택지 않았다 동민의 선택은 일기를 내지 않고 번거로운 일들은 감당하는 것이 었다 어쩔 수 없이 일기를 내야 한 동민은 사실을 쓰고 그를 선생님이 보지 않기를 바란다
 
 

 요즘 뜨는 작가이기도 하고 학교에서 선정한 도서이기도 하고 해서 이 책을 선택해 읽게 되었다 
 처음 읽을 때 조금은 특이하게 글을 써서 당황되었다 현실의 내가 등장하다 과거 16세의 내가 등장하는 왔다갔다하는 서술 때문이었다 하지만 읽어가면서 나름 재미를 찾을 수 있었다 왜냐하면 현실 속에서 과거를 회상하는 것으로 이해하면서 읽으니까 시간도 연결되고 시같다는 생각을 그리고 문학작품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작가와 비슷한 시대를 산 사람으로 그 당시 대학생이었다  나는 지극히 평범한 학생인데 반하여 학교에 다니는 몇몇 아이들은 늘 뭔가를 알리려는듯 목소리 높여 외쳤고 그 중 일부는 분신을 꾀하기도 했다 뭔가 그들을 그렇게 만드는 것이 있을 거라는 생각은 했지만 그들에게 귀기울여주지 못했고  동참은 꿈도 꾸지 않았다 평범한 나는 내 밥벌이를 위해 공부했고 학점따고 졸업준비를 했다
 언젠지 기억지 못하지만 신문에서 이런 글을 읽은 적이 있다 정치인들은 입시제도를 일부러 어렵게 만든다는 것이다 해서 많은 사람이 입시에 매달리게 해서 정치에 신경쓰지 않도록 한다는 것이다 나는 그 덫에 빠진 사람이다  정치인의 목적대로 살아준 사람이다 정치에 관심같기에는 너무나 현실이 바빴던 나였다 그러나 훗날 20여년이 지난 어느날 모 대학에서 광주사태를 사진으로 너무도 사실적으로 보게 된 나는 왜 그들이 분신했는지도 왜 그들이 그렇게 외쳤는지도 알게 되었다 한없이 작은 자신을 발견하면서 햇빛이 싫었다
 이 책은 광주사태를 보여주면서 작가의 큰오빠와 작은오빠가 어떻게 행했으며 작가가 그 당시 공장에서 일하면서 어떻게 작가의 꿈을 키워나가며 노조결성시 생길 수 있는 일을 표현해 주었다 당시의 공장에 다닌 사람들의 마음과 생활을 부분적으로 알게 되었다 또 이 책을 통해 광주사태를 다시 회상할 수 있었고 공장에 다니며 꿈을 키우는 자들의 삶을 엿볼 수 있었다 그리고 작가가  희재 언니와 사이에서 죽은 희재언니의 방을 자신이 열쇠로 잠갔다는 사실이 작가에겐 큰 상처였겠구나 생각하게 되었다
 상처에는 시간이 필요한 것 같다 작가는 오랜 세월 그 외딴방이 상처로 남았고 특히 희재언니의 죽음이 그 상처를 더 심하게 한게 아닌가 생각했다 우리는 모두 상처된 과거를 잊고 도망치고 싶어 한다 하지만 그 상처를 처절하게 바라보고 대면하고 받아들일 때 상처는 아무는 것이다 이제 작가는 외딴방이 남긴 상처를 다 털어냄으로 문학으로 승화함으로 상처가 아닌 문학으로 예술로 남기며 자신은 자유해지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