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나의 목표는 그동안 읽었던 책들을 다시 한 번 정독하는 해로 삼았다.

그 중에서 제일의 목표는 바로 이문열의 三國志다.

三國志는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없을 정도로 너무나도 유명하고 너무나도 많은 사람들이 읽은 책이다.

만화책으로도 읽었고,  이문열의 삼국지도 읽었고,  황석영의 삼국지도 읽었다.

그럼에도 읽을 때마다 놓쳤던 부분들도 있고, 읽을 때마다 새롭게 와 닿는 구절도 있고, 늘 새롭게 접할 수 있어서 좋은 책이다.

그리고 각 작가들 나름 평이 나오는데 그로인해 누구를 높게 평가했는가에 따라 작품을 읽을 때 와 닿는 느낌 역시 많이 다르다.

제 1권 桃園에 피는 義

1권은 三國志를 이끌어갈 인물들이 소개되는 도입부이다.

 

그 중에서 유비가 스승 노식과 헤어져서 돌아오는 길에 常山의 樵翁을 만나 깨닫는 장면이 이번에 읽을 때는 유난히 와 닿았다.

“나무가 오래되면 높이 있는 가지부터 마릅니다. 그리고 땅에 가까워 올수록 살아 있는 것들이 늘지만 그것도 그 고목의 줄기에서 시작한 가지는 오래잖아 말라들고 말 것입니다. 그러나 뿌리는 의지했으되 땅의 힘을 빌려 새로 돋은 가지는 싱싱했습니다. 세월이 지나면 반드시 또 하나의 巨木으로 자라리라 믿어집니다. 저는 바로 그런 가지가 되고 싶습니다. 이미 말라 가는 등걸에 의지하는 것이 아니라 땅의 힘을 빌려 새로 돋고 싶습니다.”

 서른 후반에 이르러 특히 지금까지의 삶과 앞으로의 삶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되는 때에 그 이야기를 몇 번이나 반복해서 읽으며 나름 지금의 삶의 뿌리는 의지하되 새로운 꿈을 꿀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 계기를 준 책이 고맙다...

무츠키는 그의 아내 쇼코에게 침대 시트를 다리미로 다려달라고 부탁한다. 그것이 그가 그녀에게 요구한 유일한 집안 일이다. 그는 남자 애인을 두고 있다. 하지만 그는 아내에게 나름 최선을 다한다.

쇼코는 알콜 중독자이다.  자신의 남편이 게이라는 것을 알고도 결혼했다. 그 사실을 알지만 그녀는 그를 무척이나 사랑한다.

곤은 무츠키의 남자 애인이다. 그러면서도 쇼코와 친하게 지내고 자신의 애인이 결혼한 것을 이해한다.

쇼코는 아이를 갖고 싶어하고 그것은 무츠키의 아이고 곤의 아이도 아니면서 그들 셋의 아이를 갖기 바란다.

이들의 기묘한 삼각 관계가 처음에는 ’역시 일본 소설이란...’ 이런 생각 속에서 읽어내리기 시작했다.

읽어내리는데 그들의 알 수 없는 서로에 대한 사랑이 가슴 속에 스며들었다.

세상에 소외된 계층들... 하지만 그들이 소위 말하는 정상인들을 소외시킨다는 생각이 자꾸 드는 것은 뭘까?!

게이라는 것을 알고 결혼했고, 그것이 친정집 식구들에게 전해지고 그로인해 닥쳐오는 일들을 그들은 나름 잘 견디어냈다.

곤은 떠났고, 그런 곤을 찾아헤매는 것은 애인인 무츠키가 아닌 그의 아내 쇼코. 그 결과 그녀의 남편에게 애인을 찾아서 같은 아파트에 살도록 배려해 준다.

이해할 수 없는 소재와 전개에도 불구하고 소설을 덮는 순간 내 가슴에는 제목처럼 반짝반짝 빛나는 무엇인가가 들어왔다.

 

 

제가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거든요. 몇 년 전만해도 볼만한 책이 없어서 이것 저것 뒤적거리니까 단골 서점 아저씨가 이 책을 권해주시더라고요. 책을 잘 안 읽는 탓에 문학에 조금 관심이 없고 어려워하던 아이들이 다른 책에 비해 쉽게 적응하는 것이 보기 좋아요... 덕분에 좋은 수업 이어가고 있어요... 좋은 책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