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라카미 하루키의 21세기 최고 히트작 1Q84다. 등장부터 엄청난 화제를 불러모으며 베스트셀러에 등극한 소설인데, 4권이 나오냐마냐로 말도 많았고 그게 벌써 10년이 지났다.
미국판은 3권 합본이 이미 있긴 했다. 국내서는 10주년에 힘입어 드디어 합본이 나왔다. 소장본으로만 좋다. 들고다닐 수 없는 판본이고, 더군다나 독서 시에 책상이 반드시 필요한 크기다. 하루키 팬이라면 말할 것도 없겠지만, 아무튼 구매했다면 다시 읽어봐도 흥미롭다.
하루키가 신간을 낸 지도 꽤나 시간이 흘렀다. 기사단장 죽이기가 3년 전이다. 여러모로 아쉬움을 남겼던 소설이었다. 하루키가 소설을 통해 그만의 월드를 구축했다면, 이제 다소 식상함이라는 그늘이 서서히 짙게 드리워지는 느낌이 든다. 그가 독자에게 선보일 신간은 하루키를 넘는 또다른 하루키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그렇지 않다면 과거 히트작으로 남는 작가가 될지 모를 일이다.  

마사 누스바움의 법에 대한 통찰을 다진 저작이다. 법철학자이자 정치철학자 등 여러 타이틀로 국내에 여럿 번역출간을 낸 저명한 학자이자 세계에서 인정받는 교수다. 아무래도 법에 관한 그녀의 전문지식과 식견은 법과 윤리, 인간 내면에 자리한 감정을 훑는 데 일가견이 있다 느낀다.
이번 혐오와 수치심 역시 이와 일맥상통하는 대표작이다. 우리의 법체계의 근간은 혐오와 수치심에 있다고 한다. 다소 놀랍지만 잠시 생각해보면 수긍이 가는 부분이 있다. 하지만 저자는 그러한 감정은 철저히 법에서 배제해야 한다고 말한다.
법이란 평등과 자유에 기반을 두는 데 의미가 있다. 따라서 타인을 강자논리로써 제압하는 식의 부당함은 평등과 자유에 상충되는 모순이다. 누구든 타인의 이해와 도움 없이 세상을 살아가기 힘들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저자는 고대 철학에서 현대사회의 일상까지 범주를 가리지 않고 차근히 자신의 논의를 확장시키고 다진다. 그럼으로써 독자로 하여금 다양한 지식과 시야를 선사하고 나아가 각자만의 통찰을 마주하게 한다.
저자 마사 누스바움의 책이 있다면, 따지지 말고 집어드시라. 결코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아리스토파네스는 그리스의 유명 희극시인이다. 구름이란 작품으로 소크라테스를 조롱하며 비판한 것으로도 알려져 있는데, 아닌 게 아니라 정치잭이 짙은 데다 또 그만큼 자기 소신으로 밀어붙이는 작가다. 그가 남긴 44개 작품 중 11개만이 현재 우리 곁에 남아 있다.
사실 이런 작품들의 소중함이야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 당대성을 확보한 문학, 예술은 사료가 되고 또한 현실성의 확장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아리스토파네스는 실제 있었던 사실들을 바탕으로 작품을 썼으므로, 당대의 생활상뿐만 아니라 현재의 우리가 바라볼 가치 등을 조명할 수 있도록 해준다.
5세기 전후 그리스는 문화적으로도 손꼽히는 강국이고, 현재도 읽히는 문학을 내놓았다. 오이디푸스 왕 등 비극이 주인 그리스 문학에서 몇 안 되는 희극은 그 자체만으로도 희귀한 가치가 있다 보여진다.
아리스토파네스가 보인 웃음과 해학은 여전히 유효한가. 그 점은 현재의 내가 판단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허나 희극의 요소는 유효함을 보여준다. 아무래도 시대와 배경을 알고 있는지에 따라 웃음의 농도는 짙어지겠지만, 어찌됐든 사람 사는 곳은 다 비슷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