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리주의의 대표저서인 칼 포퍼의 추측과 논박이다. 논문과 강연문을 엮은 책이다. 칸트, 마르크스, 프로이트까지 다양한 철학과 주제를 다루었는데 독해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었다. 제목 추측과 논박은 칼 포퍼의 핵심개념을 담은 것이다. 즉 인식의 발전은 대담한 추측을 제시하고 그것을 논박하는 과정에서 이루어진다고 칼 포퍼는 말한다. 이에 따르면, 마르크스나 프로이트가 설파한 이론은 사이비 과학에 지나지 않는다. 왜냐? 논박이 불가능하므로, 전혀 과학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저자는 초반에 밝히기를, 우리의 모든 지식은 오류와 편견, 몽상, 소망 등이 뒤엉켜 있다고 한다. 진리에 이를 수 없다고 해도 진리를 탐구하는 자세와 노력을 이어가는 것이 최선임을 알아야 한다고 말이다.

인간의 지식과 경험 속에서 무수한 주제와 비판을 그만의 사상으로 재점검한 시간이었는데 특히나 범람하는 온라인 정보의 시대에서 우리가 어떻게 정보와 지식을 추출하고 걸러내야 할지 좋은 예시를 보여주고 있다고 느낀 소중한 독서였다.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후속작이다. 전작에서 알란 칼손은 양로원에서 도망치고 숱한 모험을 겪는데 그가 젊을 적 이야기랑 묘하게 중첩된다. 알란이 세계사의 주요인물들과 대면하고 역사를 바꾼 순간은 웃음을 터지게 했다. 

이번 신작은 제목부터 아예 대놓고 핵을 들고 도망쳤다고 해버렸다! 다름 아닌 북한이다. 101살 생일 열기구를 타다가 조난당하는데 뜻밖에 북한 화물선이 그를 구조한다. 알란은 어처구니 없게도 자신을 핵전문가라고 속이고 목숨을 구제하려 하지만 실타래는 꼬이기만 할 뿐이다.

요나스 요나손은 확실히 재밌는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재주가 있다. 현실속에선 벌어지기 힘든 일이지만 상상만으로 웃음이 나는 에피소드를 엮어내는 능력이 탁월하다. 이번 신간도 그의 장기가 십분 발휘되었다. 전편을 안 읽었다고 해도 상관없다. 왜냐하면, 재밌으니까. 그냥 읽으시라.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독서에 빠지기 좋은 소설이다.

 

 

 

마이크 덩컨이 로마사 주요부분을 개략 중점 정리한 책이다. 저자는 미국에서 로마사 관련 팟캐스트로 유명세를 치른 덕분에 책도 편찬할 수 있었던 모양이다. 그래서 그런지 대중에게 먹힐 만한 묘사와 스토리텔링이 상당히 흡입력이 높다.
그렇다고 소설처럼 상상으로 메워진 이야기들이 아니라 사료와 문헌에 따라 고증을 해서 믿고 읽어볼 만하다는 평가다.
사실 이 책 주요 지점은 마리우스, 술라, 카이사르 그리고 로마 공화정의 몰락을 다루고 있는데 이것은 마스터스 오브 로마와 상당부분 겹쳐서 두 서적을 잘 활용하는 것도 로마사를 즐기는 데 도움이 많이 될 것 같아 보인다. 콜린 매컬로의 방대한 소설을 읽지 않아도 이 책 하나로 재미와 감동을 충분히 느낄 수 있지 않나 싶다. 그만큼 저자가 상당한 지식과 필력을 무기 삼아 드라마 못지 않은 역사 스페셜을 썼으니까. 로마사 만큼 재밌는 주제가 어딨겠는가. 꼭 읽어보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