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르베르트 본 카라얀 만큼 클래식 애호가들 사이에서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리는 지휘자도 없을 것이다.
실제로 빌헤름 푸르트벵글러나 카를로스 클라이버에 대해서 안좋은 말을 하는 사람은 본 적이 없지만, 카라얀에 관해서는 그를 숭배하는 팬들이 많은 반면에 장사꾼 혹은 사업가라고 비난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은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번에 도이체그라모폰에서 출시한 82장의 CD, 카라얀의  60년대 레코딩을 들어 본다면, 카라얀의 음악성에 대해서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 조차도 생각이 달라질 것 같다.
오페라를 제외하고도 10년 동안 무려 82장의 레코딩을 남긴 카라얀은, 음악적인 완성도에 있어서도 최선의 노력을 다 한 흔적이 역력하다.
그 방대한 레퍼토리뿐만 아니라 스뱌토스라프 리히터,크리스토퍼 에센바흐 같은 최정상급 연주자들과의 눈부신 협연도 압권이고, 60년대 레코딩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뛰어난 사운드 또한 만족감을 선사한다.
클래식팬의 입장에서는, 카라얀이 아직은 사업가적 기질(?)을 발휘하기 보다는 음악에 집중하던 60년대 레코딩 전집을 파격적인 가격(액수만 놓고 보면 결코 적은 돈은 아니지만...)으로 구입 할 수 있어서 더없이 기뻤다.
하루에 한 장씩 들어도 82일이 걸리는 대장정을 끝까지 완주해 볼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