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언 27장 17절 "철이 철을 날카롭게 하는 것 같이

사람이 그의 친구의 얼굴을 빛나게 하느니라"는

내가 성경 전체에서 가장 좋아하는 말씀 중 하나이다.

 

살아 있었을 때나 세상을 떠난 후로나

C.S 루이스에 대해서는 양극단의 시각이 항상 병존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기독교계에서

루이스만큼 팬심을 자극하는 인물도 없다.

반면에 그의 교수직 진출을 끝까지 막아선 옥스포드의 교수들을 위시하여

회심 전 루이스의 행적을 문제삼아

이후 삶의 모든 것을 해석하려 드는 평전이 이어졌다.

 

 

 

루이스의 의붓아들인 더글러스 그레셤이

현존하는 최고의 루이스 전기라고 극찬한

<루이스와 잭>의 저자인 조지 세이어는

루이스의 제자이자 친구이다.

처음에는 영문학 담당교수와 제자로 시작된 이들의 관계는,

이후로는 사제지간을 넘어서

인격적인 우정을 나누는 친구 관계로까지 이어졌다.

수직적 위계 질서보다 우정의 길을 선택한 것이 

루이스라는 인물의 중요한 특징이겠다.

 

 

 

<나니아연대기>에서 아이들의 세상에 대한

놀라운 이해를 보여 주었고,

서간집에서는 자신의 삶을 드려 영혼을 섬기는 모습을 보였으며,

얼핏 보면 어렵고 현학적으로 보이는 그의 변증에서조차도

그 저변에는 따뜻한 배려심이 깔려 있다.

조지 세이어의 평전을 읽으면서 자연스럽게

'유유상종(類類相從)'이라는 사자성어가 생각났다.

루이스에 대한 무조건적인 두호가 아니라,

자신이 알아온 루이스의 진면목을 독자들에게 알려 주고자

최선을 다한 흔적이 역력한 책이다.

 

 

 

이 책은 홍성사 대표이신 정애주 사장님이 강력 추천하신 책이다.

신앙이라는 말은 많이 하지만

자신의 전 생애를 통해 몸소 보여주는 인물은 그다지 많지 않은데,

루이스는 우리와 그리 먼 시대 사람이 아니면서

신앙으로 살아갔던 '순전한 기독교인'이다.

때로는 지나치게 예민하고 심각한 감정상태에서 쓴 루이스의 글을

자신과 주위 사람들의 기억, 그리고 폭 넓은 관점으로 재조명한다는 것이

이 책의 큰 장점이다.

 

 

 

루이스의 저서 제목을 차용하면,

조지 세이어의 <루이스와 잭>은

루이스의 잃어버린 얼굴을 찾아준 책이라고 하겠다.

'역사는 도전과 응전'이라는 너무나 유명한 역사학자 토인비의 격언이

명실상부하게 부합되는 역사가 교회사이다.

증인된 개개인의 신앙이 주축이었던 기독교는,

수 세기에 걸친 이단들과의 대립과 세력 간의 갈등을 통해

2천년 지난 오늘날까지도 이어지는 유구한 교리들이 형성되었다.

 

 

 

특히 로마의 국교로 지정되기 전 까지의 시기는,

오늘날까지도 끊이지 않는 각종 이단적인 가르침들이 봇물 터지듯이 등장했다.

때로는 이들의 주장이 훨씬 우위에 놓인 듯한 때도 많았지만,

교부들을 비롯한 초대교회 성도들은 생명을 걸고 교리를 지켜왔다.

 

 

 

크리스천 다이제스트에서 번역된 펭귄 교회사의 첫 번째 책인 <초대교회사>는,

헨리 채드윅이라는 유명한 교회사가에 의해 쓰여졌다.

3백여 쪽의 네 권으로 2천년의 교회사를 담아내는 일은

결코 만만치 않은 작업이지만,

명불허전이라는 말처럼 이 뛰어난 역사가는

한 권으로 너무나 복잡한 초대교회의 역사를 담아내는 데 성공했다.

 

 

 

총 19개의 챕터로 구성되어 있는 이 책은, 시대 순서를 지키면서도

각 시대의 중심이 되는 인물과 사건, 그리고 주제를 놓치지 않는다.

복잡한 교리에 대한 내용이 비신학도인 나로써는 까다롭기는 했지만,

전문적인 판단을 보류한 채 역사로 받아들이는 태도로 흥미롭게 읽었다.

 

 

 

흔히 과거의 역사는 오점보다 영광이 강조되기 마련이다.

사실인지도 불명확한 요순시대를 태평성대로 그리듯이,

기독교인들도 초대교회에 엄청난 낭만적인 환상을 품고 있다.

하지만 이 시대의 교회를 지켜갔던 기라성같은 교부들 또한

자신의 상황에서 최선을 다 했을 뿐,

인간적인 불완전함을 보유하고 있었다.

특히 많은 갈등들의 이유가 각 도시의 주교들 간의 서열 싸움이었음은

일견 이해가 되면서도 실망스러웠다.

 

 

 

펭귄 교회사 시리즈는 번역이 다소 딱딱하고

내용이 압축적이라서 읽기에 만만치 않지만,

최고의 교회사가들이 프로젝트성으로 공동으로 집필한

교회사의 기본 텍스트이다.

반 만년이나 되는 한민족의 장구한 역사를 읽는다는 것은

단순한 호기심 만으로 도전하기에는 곤란하다.

그 분량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어쩔 수 없이 특정 시대와 인물,

그리고 사건을 다루는 책을 읽을 수 밖에 없지만,

역사의 진행과정을 통해 이어지는

도저한 물줄기를 파악하는 데는 분명 애로사항이 있다.

 

 

 

이러한 필요에 가장 부합될 수 있는 형식이 바로 만화가 아닐까 한다.

우리나라 교양만화의 일인자인 덕성여대 이원복 교수가

책임 편집한 <학습만화 한국사>는,

한민족 역사의 기원으로부터 2002년 한일월드컵에 이르는 긴 역사를

이백 페이지 미만의 스무 권으로 잘 정리한 책이다.

만화로 보는 한국통사라고나 할까?

 

 

 

이 책은 주로 야사로 이루어진 흥미 위주의 만화가 아니다.

특히 사료가 풍부한 대원군 때로부터의 근현대사에

절반 가까운 아홉 권을 집중 배분하였는데,

주로 보수언론에 기고를 하는 작가의 입장을 고려할 때

깜짝 놀랄만큼 좌우 어느 일방으로 치우침 없이 균형을 잘 잡고 있다.

근현대사 이면의 감추어진 사실을 이렇게까지

간명하면서도 흥미롭게 쓴 역사서는 여지껏 본 적이 없다.

 

 

 

각권 끝부분에는 앞에 만화로 보여준 시대를

보다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도록

각종 사료와 사진들이 있어서 더욱 유익하다.

과거의 역사를 앎으로써 앞으로 살아가야 할 세상을 그려 나가고,

그에 부합되도록 최선을 다해 오늘을 사는 것은

자라나는 세대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