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흔히들 여자라고 말하는 인류의 특징은 무엇인가?

고금을 통틀어 수많은 남성들과 동류의 질문에 직면한 여성들이 끊임없이 고민하고 성찰해왔던 명제이지만 아직까지 그 명확한 해답이 나온 바는 없다(고 알려져 있다).

물론 저마다 내리는 결론이야 제각각이겠지만 500원짜리 XX활명수같은 속시원함이 없음이 안타까운 질문이라고 할 수 있다.

소설을 쓰고자 희망하는 나에게 있어서도 습작 속에 등장시켜야하는 무수한 여자에게 생명력을 불어넣고자 노력하지만 본질을 감히 추측조차 할 수 없는 존재 앞에 백기를 흔들 수 밖에 없다.

과연 나는(그리고 우리는) 저 유명한 멀더와 스컬리마저도 풀지 못한 미스터리 앞에서 맥없이 글쓰기를 멈춰야하는가?

그건 아니다. 비록 패배를 예감하는 싸움일지라도 끊임없이 달려들어 스스로 부서지는 동해바다의 파도처럼 밀고 나가야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유쾌한 하녀 마리사>는 그 치열한 노력의 일환이라고 볼 수 있다.

국적불명의 인물들이 종횡하는 그의 소설은 여성적 화자로서 서술된다.

잔인하도록 유쾌한 하녀 마리사...(하녀 대신에 마녀라는 말을 넣어도 무방할듯 하다)

철없는 남편때문에 프랭크노이로제에 걸린 행복한 주부

우아하게 맥빠진 제인 웰시

모형비행기가 죽도록 싫은 히스테릭한 쉰 두살의 드라마 작가

열거한 인물들에게서 나는 한가지 감상을 얻었다.

’이 얼마나 가열찬 여성들의 군상인가?’

때로는 통속적이고 냉정하면서도 폭발적인 주인공들을 보며 맨처음 던졌던 난해한 명제에 대해 떠올려본다.

 

그대, 끓어올라라 여성들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