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문의 즐거움"은 제목처럼 배우는 것의 기쁨에 대한 이야기이다. 이 책은 배운 것의 많은 부분을 잊어버리면서도 왜 사람은 고생해서 배우고 지식을 얻으려고 하는지에 대한 내용으로 저자는 자신을 평범한 사람이라고 하는 수학자이다.

학문은 배우는 일이고 생각하는 일이며, 창조하는 일의 즐거움과 기쁨이 있다. 학문하는 이유는 지혜를 얻기 위한 과정이고, 지혜에는 넓이, 깊이, 힘의 세 측면이 있다고 한다. 지혜의 넓이는 배운 것을 다시 꺼낼 때 시간을 덜 들이고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혜의 깊이는 대상을 깊이 살펴보는 것이다. 지혜의 힘은 결단력을 유도한다.

수학자인 저자는 '특이점 해소'에 대한 꿈을 갖고 10년 안에 그 꿈을 이루어낸다. 수학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필드상을 37세에 수상하는데 그 상은 40세 미만으로 나이제한이 있다고 한다. 또 하버드 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받을 때도 제일 나이가 많은 사람이었다고 한다. 즉, 자신은 다는 사람에 비하면 천재가 아니고 오히려 평범한 사람임을 강조하는 것이다.

저자는 아버지로부터 '산다'는 것은 자기 스스로 벌어서 자기의 힘으로 살아가는 것이고 자선음덕(겸손하게 생활하고 근검의 미덕을 발휘하는 자세)의 생활 자세로 살아야 한다는 것을 배웠다. 절대적으로 자신의 편에 서 준 어머니로부터는 최악의 사태만 피하면 된다는 기준으로 자유방임형의 교육을 받았다.

평범한 사람이 한 분야에서 최고의 자리에 오르는 길은 역시 노력과 끈기 그 이상의 답은 없었다. 거기에 저자는 창의적 발상을 강조한다. 학문에 있어서 발견과 창조는 가치있는 것이다. 창의적이고 깊이 있는 발상을 하기 위해서는 중,고등학교 교육환경이 바뀌어야 하고, 오랜 시간 숙고하는 사고방식을 훈련해야 창의적 발상, 창의적 아이디어를 만들어낸다고 강조한다. 또 창조의 바탕이 되는 것으로 '소심'을 드는데. 소심이란 상대의 입장이 되어 보는 것이다. 무언가 창조하다가 벽에 부딪혔을 때는 유연성, 욕망(need가 아닌 want) 실제로 해보는 것 등의 방법을 이용해 극복할 수 있다.

또한 저자가 학문의 길에 즐거움을 느낄 수 있었던 것은 가까이 지내는 생활 주변의 사람들과 친구들을 인생의 스승으로 삼았기 때문이다. 자신에게 없는 것을 갖고 있는 친구나 존경할 만한 인물을 찾아 의식적으로 배우려고 했다.

아무리 친하고 존경하는 친구라도 그에게 빠져 자기 자신을 잃어버린 적이 없고 그래서 배반당한 경험도 없다고 하는데...사람들을 만날 때 경계를 긋고 그 사람을 대하는 저자의 태도는 다른 사람에게도 효과적인가..하는 의문이 들었다. 적당한 거리라는 것은 사랑하는 사람으로부터 상처를 받지 않기 위한 방어선이라고 하지만 그래도 요즘처럼 스트레스 덩어리 세상에 살면서 흉금을 터놓을 친구 한 명쯤은 있어야 하지 않을까...?

 

	부모는 크게 두 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 한 쪽은 자식들에게 존경받는 부모가 되기 위해 자신의 결점을 감추고 늘 좋은 점만 보이려고 하는 부모이고, 다른 한 쪽은 자식 앞에서 그대로의 모습을 드러내는 부모이다. 후자의 경우는 장, 단점을 감추지 않을 뿐 아니라 힘들 때는 힘든 대로, 고민이 있다면 그것을 자식들에게 이야기하고, 지쳤을 때는 그대로 흐트러진 모습을 보여 준다. 어느 쪽 부모가 자식들에게 더 좋은 본보기가 될까? 나는 후자, 즉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는 부모가 자식들에게 더 많은 것을 가르친다고 생각한다.
페이지 : 27~28쪽

 

 

"천천히 깊게 읽는 즐거움"은 교과서 대신 소설책 한 권으로 3년 동안 공부시켜서 교수법의 혁신을 일으킨 한 선생님의 이야기이다. 일본에서 학생들의 실력이 떨어지자 하시모토 다케시 선생님의 "은수저 연구노트"가 다시 각광을 받게 되었다고 한다. 은수저 탄생 60주년이 지나고 나서 은수저 기수들의 졸업 이후까지 추적하여 선생님과 은수저 아이들을 취재한 내용을 기록한 것이다.

"은수저" 연구노트는 소설책을 이용한 종합학습적인 방법이다. 한 권을 천천히 미독(음미하며 읽는 방법)하며 3년 동안 읽게 한다는 문장은 너무 강하게 궁금증을 유발시켰다.

소설책 한 권을 미독하는 바탕에는 '대물일점호화주의'라는 것이 있다. 대물일점호화주의는 한 가지 가치 있고 질 좋은 것을 집중해서 철저하게 흡수하면 그것이 향후 모든 일의 바탕이 된다는 사고이다. 동양에서 말하는 '격물치지' 이론(문제에 가까이 가 원리를 알 때까지 끝까지 밀고 나가 비로소 깨달음을 얻게 된다)와도 흡사하다.

하시모토 다케시 선생님의 어린 시절은 불행의 연속이었다. 가정 형편이 어렵고 건강마저 나빴지만 학문하는 삶을 꿈꾸며 앞만보고 갔고, 그 열정에 어울리는 좋은 사람들을 만나 결국 교사의 꿈도 이루게 된다.

태평양 전쟁의 패배 이후 일본에서는 전국 학제의 개편이 이루어졌다. 하시모토 선생님이 근무하는 나다학교는 6년(12세~18세) 동안 '1교과 1교사 담당제'라는 독창적인 스타일의 수업을 채택했다. 1950년부터 다케시 선생님은 국어 교과서 대신 "은수저"라는 소설책 한 권으로 수업하는 기적의 교실을 탄생시켰다. 국어 교과서도 없고 노트도 필요없는 수업이다. 다케시 선생님이 자체적으로 개발한 인쇄물을 준비한다.

수업 방식도 색다르다. 수업을 하다 샛길로 빠지는 경우가 너무 많으면 아예 소설책 한 장을 못 읽을 때도 있다고 한다. 소설 속 한 단어에서 시작되어 다양하게 확대되는 수업은 학생들로 하여금 여러 영역을 넘나드는 재미를 느끼게 했다. 그래서 나다 학교에서 독특한 수업을 받은 학생들은 사회에 나가서 실제로 맞닥뜨린 벽을 계단으로 만들면서 성공하는 인생을 살게 되었다.

물론 수업이 진행되면서 시간이 흐르고 과학기술이 발달하고 사람들의 가치관도 변하자 다케시 선생님의 이런 수업에 반기를 드는 학생들도 있었다. 그 때 선생님은 조용하게 대답한다.

'속도가 중요한 게 아니다'....

'빨리 읽으면 아무 것도 남지 않는다'...

'시간이 걸려도 천천히 갈거다'...

선생님이 고심해서 개발한 프린트는 매뉴열에 의존하지 않는 수업개혁으로 은수저 수업은 기수를 거듭하며 일류 대학 진학률에 있어서도 뛰어난 결과를 거두게 된다. 사립학교 최초로 교토 대학 합격자 수 1위를 기록해 명문학교의 자리를 차지하는 성과를 얻는다.

다케시 선생님은 창의적인 수업을 잊지 못한 전학생 제자가 은수저 프린트를 부탁하자 매주 진도에 맞추어 프린트물을 우편으로 보내주는 열정을 가진 선생님이다. 또 은수저 커리큘럼을 시대에 맞게 리뉴얼해서 5회나 되풀이한 세상에서 보기 드문 훌륭한 선생님이다.

선생님의 제자들도 선생님처럼 독특하고 재미있다. 몇 개의 장이 끝날 때마다 제자들이 들려주는 슬로우리딩법이 소개되는데, 자기 손을 움직여서 남기는 포트폴리오의 달인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어떤 제자는 은수저 속 메이지 시대의 고유명사와 사투리의 뜻을 찾기 위해 작가에게 직접 편지를 보내서 그 뜻을 알아내기도 한다. 또 책 자체를 노트로 만들어서 활요하는 방법도 들려준다. 어려운 책이나 고전을 읽을 때 이 방법을 사용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설책을 3년 동안 수업하는 것 외에도 독특한 수업방식이 하나 더 있었는데, 고등학교 2학년 학생들에게 고전을 소재로 공동 논문을 쓰게 하는 것이다. 이 활동을 통하여 학생들은 상대의 의견을 듣고, 자기의 의견을 이해시키고, 대립하는 두 사람을 중재하고, 커뮤니케이션의 기술이나 개성을 절충하는 방법을 배우게 되었다.

한동안 읽어야 하는 책이 너무 많아서 속독에 관한 책도 읽고 심지어 3배 빨리 읽는 법에 관한 책도 읽었는데 정말 급할 때는 도움이 될 수도 있겠지만 이런 독서법으로는 남는 것이 없었다. 그러던 차에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정말 너무 좋은 책이다. 읽는 사람에 따라서 별로일 수도 있겠지만 개인적으로 꼭 필요했던 책이었다.

책을 읽고 여러 가지 활동을 하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다른 책들이랑 내용이 헷갈리기도 하고 어떤 내용인지 가물거리기도 했던 건 내 기억력 탓도 있겠지만 제대로 읽지 않았기 때문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케시 선생님의 말처럼 속도는 중요하지 않다. 한 단어 한 문장을 깊이 있게 읽고 책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며 주인공이 되어 작품에 빠져들어 다른 등장인물과 함께 기뻐하고 슬퍼하는 학생들이 감정이입능력은 정말 놀랍게 느껴진다.

책을 읽어도 남는 게 없다고 생각되는 사람, 독해하는 힘을 키우는 방법을 배우고 싶은 사람이라면 꼭 읽어보라고 권해주고 싶다.

 

	당장 도움이 되는 것은 곧바로 쓸모없어집니다. 그런 것을 가르칠 마음은 없습니다. 무엇이든 좋습니다. 조금이라도 흥미를 느낀 것에서 마음이 동하여 스스로 깊이 파내려 가길 바랍니다. 여러분은 내 수업에서 힌트만 찾으면 됩니다.....이 인쇄물에 정답을 쓰기를 바라는 게 아닙니다. 그 순간 여러분에게 떠오른 진심이나 글을 남기면 됩니다. 그렇게 스스로 찾아낸 것은 여러분의 평생 재산이 됩니다. 언젠가는 알게 될 겁니다.
페이지 : 131~132쪽

 

 

 

"오래된 미래-라드크로부터 배우다"는 저자가 16년동안 라타크에서 원주민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개발로 인하여 사람들이 잃어버리게 되는 것과 그 회복의 가능성을 함께 고민하고 그 해결책을 제시하는 책이다.

1부는 라다크의 전통적 생활방식과 고유문화의 특징에 대한 이야기다. 2부는 경제개발로 인한 도시 지역에 나타난 변화와 그 결과를 비판하는 내용이다. 3부는 라다크인들이 수세기 동안 유지해온 사회적, 생태학적 균형을 희생하지 않고서도 그들의 삶의 수준을 향상시킬 수 있을거라는 확신을 갖고 '라타크 프로젝트'를 탄생시키는 과정에 대한 이야기이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자연, 인간, 문화, 경제는 모두 다양성과 다채로움을 유지하고 수용할 때 풍요롭고 조화로운 발전이 가능함을 깨닫게 된다.

현재도 지구촌은 지역중심경제와 글로벌경제의 대립 구도 속에 긴장감이 유지되고 있다. 라다크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게 된다. 전통적 생활방식을 유지하며 평화롭고 행복하게 살던 라다크인들은 글로벌 경제화 추진 세력의 압력으로 정체성에 대한 위기와 자기부정의 경향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게 된다. 그러나 위기를 깨닫고 서로 노력한 결과 상호 공존의 공감대를 형성하며 평화롭게 살기 위한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라다크의 전통사회는 자립정신, 검약정신, 사회적 조화, 환경적 지속성, 내면적 풍요로움이 있었다.

라다크인들은 경작하지 못하는 농지를 소유한다는 것에 의미를 두지 않고, 농사를 짓는 각 단계별로 신성한 의식을 치르고, 주인이 주는 잔을 몇번쯤은 사양한 후 차나 술을 받은 공손한 사양을 지키며, 한정된 자원을 조심스럽게 아껴 쓰고, 자신들이 기르는 가축을 늑대에게 물려 뜯겨도 평온함을 잃지 않고, 시간에 대해 넉넉한 여유를 남겨 놓고, 공존의 문제가 최우선이 되고, 세월이 흘러가는데 대한 두려움이 없는 사람들이었다.

그런데 인도 통치권 하에 있는 라다크는 1974년 인도 정부가 라다크를 관광지역으로 개방하며 큰 변화를 맞게 된다. 서구식의 개발과 미디어의 보급은 라다크인들의 정서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문화충돌 현상으로 자신들의 고유문화에 대해 열등의식을 갖게 되고 정체성이 흔들리게 된 것이다. 도시는 산업사회의 부작용을 그대로 나타냈다. 실업과, 쓰레기, 오염, 문명형 질병, 공해, 소외 현상, 사람들 간의 유대감 상실..시간은 곧 돈이라는 생각에 여유를 잃어버리고 말았다.

서구 사회의 획일적, 표준적 문화 인식과 경쟁적, 탐욕적, 이기적 모습으로 변화하는 인간 성향이 당연한 것으로 치부하는 태도가 주류를 이루는 가운데 우리 사회 또한 이런 경향을 보이고 있어 안타깝게 느껴진다. 한류란 이름으로, 꿈이란 이름으로 포장되어 공공연하게 경쟁을 유도하고 획일화된 문화를 양산하고 있다. 각종 오디션 프로그램들이 난무하는 가운데 어린 학생에서부터 나이 많은 어른들까지 각종 방송 매체에 몰리고 있는 현상은 너무나 안타깝다.

"문화는 개인의 특성을 형성하는데 있어 근본적인 역할을 한다"는 저자의 말을 떠올려보면 우리 사회의 이런 현상이 그냥 일시적인 유행이라고 진단하기에는 심각한 수준에 이른 듯...

이 책에는 인상적인 내용도 상당히 많다. 라다크인들은 혹독한 환경에서 견디기 위해 고기를 먹지만 생선은 먹지 않는다. 하지만 살생을 해야 한다면 더 많은 사람들이 먹을 수 있도록 큰 짐승을 택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한다. 생선을 먹는다면 더 많은 살생을 해야 하기 때문에 생선을 먹지 않는다고 한다. 또 라다크 사회에는 사람들이 갈등을 피해 갈 수 있게 하는 '자발적 중재자'라는 장치가 있다고 한다. 조정 역할을 하는 제 3자가 나타는데 누구라고 특별히 정해진 것이 아니라 그 상황에 따라서 자발적인 중재자가 생긴다고 한다.

재미있는 점은 라다크에서는 가장 질타를 받는 사람디 화를 잘 내는 사람이라고 하며 욕에도 화를 잘 내는 사람이라는 뜻의 욕이 있고, 사람들을 볼 때 외모보다는 성격을 중요하게 여겨서 '호랑이의 줄무늬는 밖에 있지만 사람의 줄무늬는 안에 있다.'는 말이 있다고 한다.

우리 사회에도 재조명되어야 할 전통적인 가치들이 많이 있는데...하는 아쉬움이 남든다.

 

	사회의 가치를 판단하는 여러 기준들 가운데 어떤 것이 더 중요한 것인가를 생각해본다면 사회적인 측면에서는 구성원들의 행복이 그 척도가 되어야 하고 환경적인 측면에서는 유지가능성이 그 척도가 되어야 한다.
페이지 : 251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