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표지 뒤에 환한 웃음으로 사진을 올리신 송기엽 작가님과

장난스런 미소를 머금은 지은이 이유미님의 사진이 책에 대한 기대감을 부풀리게 했다.

나무와의 만남을 사진과 이야기로 풀어낸 이 책은

한 페이지 한 페이지마다 나무의 모습을 글과 사진으로 담아내고 있다.

평소 손에 든 책을 섭렵하는 습관과 달리

아이가 사탕을 아끼며 빨아먹듯

며칠에 걸쳐 야금야금 책을 읽어가며

3월, 4월, 5월, ... 2월로 나무를 이야기하는 이유미님의 시선에 맞춰

3월, 4월, 5월, ... 2월, 이렇게 1년을 거쳐왔다.

이유미님은 나무를 그냥 나무로만 바라보지 않고

나무에 숨겨진 아름다움과 나무에 대한 견해들을 

편지를 쓰듯 차근차근 풀어내가고 있다.  

편지를 읽어가듯 책장을 넘겨가면서 김춘수 시인의 '꽃'이 떠올랐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평소에 무심히 지나쳤던 나무 한 그루에 멈추어서서

이 나무 이름이... 한번 더 생각하게 되고

제대로 그 이름을 불러줘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은

이 책을 읽는 모든 이의 마음이 될 거라 생각이 든다.

아름다움, 나무로 인한 우리나라의 아름다움을 

우린 너무 쉽게 잊어가고 나무에 대해 당연시하고 있는 건 아닌지.

우리 나무를 제대로 보존하지 못해왔다는 걸 깨닫게 되는 구절에서는

새삼 안타까운 마음이 일기도 했고

덜꿩나무나 음나무에 가서는

경상도 발음이 와전된 거 아닐까하는 의구심에 

인터넷을 뒤지고 책을 뒤지기도 하며 읽어간 책.

은행나무 꽃을 봤다 자신했는데 암꽃은 전혀 생소했던 일들이며

그냥 지나쳤던 나무들의 모습을 발견하는 여행이었음을 새삼 되돌아보게 된다. 

무심히 스쳐갔던 나무들, 그 나무들을 제대로 바라볼 줄 알아간다는 것

이러한 마음이 내 주위를 돌아보는 겸허한 마음을 안겨주는 게 아닐까

나무여행을 하는 내내 내 마음에 나무의 향기로 맴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