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어렸을 때.아니 나이 먹어 첫사랑에 실패 한 후 소주 한 병을 머그 컵에 가득 담아 꼴깍 꼴깍 먹었던 그 날~
난 그 사람의 목소리를 듣고 싶었다.용기는 안 나고,맥주 한 잔이면 필름이 끈겼던 그 시절 소주 한 잔은 내가 의지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였지.
어느날 내가 죽었습니다는 한 소년의 죽음을 통해 친구를, 가족을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을 향해 정면 돌파를 하는 한 소녀의 추억더듬기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우리는 평생 자신이 지닌 오해를 풀어가며 살아가는 존재라고 들었던 적이 있다.
지나고 나면,서로가 서로의 진실된 자아를 만나게 되면 그동안 고사리처럼 배배꼬여 있던 진실에 눈을 뜨게 된다.
그 땐,그 시절엔 그것을 볼 수 있는 눈이 없는 걸까?그 땐 왜 그 걸 보려 하지 않는 걸까?
모든 것이 지나고 나면 보이게 되고,오해는 풀리게 된다.그렇게 후회하며,그렇게 다짐한다.
다시는 그런 일을 일어나지 않게 하겠다고..
그런 다짐의 순간,시간은 흐르고 다시 다짐의 순간은 찰나에 일어난 수 많은 기억 속에 존재하게 된다.
엄마가 재혼하여 새 아빠와 살아가는 반항을 실천하며 살아가는 중학생 유미,속 깊고 따뜻한 재준이는 서로 다른 환경과 성격을 가졌지만,서로가 서로에게 소중한 친구가 되어 주는 사이이다.각자 이성으로 좋아하는 여자친구,남자친구에게 발렌 타인 날 차이고 나서도 해결 방법은 확연히 틀렸던 아이들..
그런 그 둘 사이에 재준이의 죽음이라는 사건으로 둘 사이는 현제를 서로가 지탱해 주던 고무줄이 끊어지듯 휘청거린다.
친한 친구의 부재는 있는 그대로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던 반항아 유미를 웅클어들게 한다.
더 이상 싸울 것이 없는 세상,싸우고 나서 나를 치료해 줄 의사가 존재하지 않음을 의식하게 된 것일까?
그런 유미에게 재준이 엄마는 하늘색 노트를 들고 재준이의 일기장이라면 자신은 읽을 자신이 없으니 유미에게 읽어 보아 달라고 한다.
천천히..
자신이 재준이에게 선물했던 노트..
일기 쓰기를 좋아하지 않았다던 재준이의 일기장 첫 장엔 어느날 내가 죽었습니다라고 시작한다.
그 동안 재준이는 힘들고 어려울 때,또는 순간순간 자신이 죽었다고 생각하며 자신의 현재에서 떨어져 나와 자신의 상황을 바라보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였을까?그 나이 답지 않게 속이 깊고,친구의 마음을 헤아려 줄 수 있었던 것은...
그런 재준이가 유미 몰래,오토바이를 타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유미가 절대로 타지 말라고,타면 절교라고 말리던 오토바이를 재준이는 자신의 남자다움을 채우기 위해,짝사랑한 여자친구에게 잘 보이고 싶은 마음에 겁많고 조심성 많은 재준이는 자신을 뛰어 넘기 위한 방법으로 오토바이를 타다가 사고를 당하게 된 것이다.
그 사실을 알게된 유미는 오열을 한다.
재준이의 일기장엔 재준이가 힘겨워했던 순간들,선생님에 대한 감사,부모님에 대한 염려,소중한 친구 유미와의 속 깊은 우정,짝사랑 소희에 대한 맹목적인 순수한 사랑..그 동안 알지 못했던 재준이의 속 깊은 마음을 들여다 보게 된다.
소희를 원망하던 유미는 또 다른 감정을 떠올린다.소희에 대한 감사하는 마음을...
그렇게 짧게 살다 간 재준이가 그 짧은 삶 속에도 이렇듯 어여쁜 사랑을 느낄 수 있었던 건 누가 뭐래도 소희탓이니까. 소희가 아니었다면 재준이는 사랑 한번 느껴 보지 못한 채 이 세상을 떠났을 테니... ........180
유미처럼 나의 살에서 가장 잊고 싶은 기억을 떠 올려 보면 오히려 감사 할 만한 추억으로 기억 될 것이 있을까?
어쩌면,그 소주 한 잔으로 나는 오만가지 추태를 엄마와 오빠에게 보이고..울다 울다 지쳐 잠이 들었고. 아침에 일어나니 눈에 송충이보다 큰 눈두덩이를 달게 되었지만, 그 이후로 사랑 때문에 속아리는 하지 않게 되었던 것 같다.결국,그 웬수와 결혼하여 15년을 함께 하고 있지만...ㅋㅋㅋㅋ
가끔은 후회스럽다.
왜!!
다시 만났을까? 나 같이 멋진 여자가..뭣이 부족해서...
신랑은 그러지..그래서 헤어지자고 했잖아.그런데 네가 헤어진지 일년 만에 발렌타인 날 집 앞에 케익이랑 책이랑,그 동안 고마웠다는 편지를 두고 가는 바람에 술김에 너 한테 전화를 하게 됬지..
그 때 너한테 내가 왜 전화를 했는지 아이러니다.그 것도 휴지통을 뒤져가며 네 전화번호를 찾아가면서 말이다.새벽 2시에~~
그렇게 우린 둘 다 미쳐서 다시 만나 미친듯이 사랑하고, 미친듯이 싸우고,조용히 살아가고 있다.요즘은 미친듯이 반항하는 6학년 딸아이와 교육계엔 존재하지 말아야 하는 담임을 만나 아침마다 울면서 학교가는 2학년 아들을 위해 또 다시 머그컵에 소주가 아닌 책을 가득 담아 들이 마신다.차르르,,차르르...
딸 아이와 이 책을 함께 읽으며서,지난 시간 중 떠울리고 싶지 않은 기억 베스트 5를 정해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다.
그 기억이 아이에게 어떤 상처가 되었고,그리고 자신을 어떻게 변하게 하였는지 그리고, 그 때의 사건이 지난 지금은 어떤 감정이 드는지..만약 내가 지금 그 때로 돌아간다면..그리고..잘 견더준 어린 자신에게 고맙다고 말해 주었다.잘 견디어 주어서 고맙다고..
그리고,나는 미안하다고 했다.지나고 나니 딸에게 미안한 마음이 멍울멍울 올라왔다.
그렇게 유미처럼 재준이와 작별인사를 할 수 있었다.
아~~나는 신랑과 어떻게 작별인사를 하게 될까?
그 동안 절약하는 거.물 아껴 쓰는 거,정리하는 거.술 마시는 거,덕 분에 책 많이 읽게 된 거(나랑은 너무도 다른 당신과 살기 위해서..),아이들을 홈스쿨 할 수 있게 지원해 줘서,아이들과 몸으로 잘 놀아 줘서,그리고,tv좀 그만 보구,,책 좀 봐~~쌀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