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삼관 매혈기를 읽고 팬이 된 작가 위화. 사후 세계의 이야기를 다뤘다는 점 때문에 선뜻 손이 가지 않아 미루고 미루다 이제야 읽었다. <제7일>

주인공 양페이는 죽었다. 왜 죽었는지 알길이 없으나 어쨌든 눈도 코도 턱도 제자리에서 벗어난 흉한 몰골이다. 화장터 빈의관으로 오라는 연락을 받고 수의 대신 비슷한 잠옷으로 갈아입고 자기 팔아 상장도 찬다. 양페이는 죽었지만 죽은 그를 위해 예를 다해 줄 가족이 없다... 빈의관에 도착했지만 자신이 묻힐 땅이 없어 화장을 해도 영원한 안식을 얻을 수 없겠다는 생각에 자리를 벗어나 자신이 왜 죽었는지부터 기억을 떠올려보려 한다. 그리고 7일 간 여러 죽은 자들을 만나고 사랑하는 이를 찾아헤맨다...

작가는 죽은 자들의 세계를 참으로 현실적으로 그려내었다. 빈의관에 모인 죽은 자들은 살아있을 때처럼 돈과 권력으로 차별받는다. 일반인은 플라스틱의자에, 돈을 가진 귀빈은 소파에, 권력을 가진 최고 귀빈은 특별히 마련된 귀빈실에 대기하는 식이다. 모인 이들은 자신이 얼마나 넓고 비싼 땅에 묻힐 것인지를 자랑하고 뽐낸다. 돈이 없으면 죽어서도 떠돌아야한다!

빈의관을 벗어나 정처없이 걷는 동안 양페이가 만난 이들-매장되지 못한 채 떠또는 자들-도 누구 하나 돈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가난한 남편을 버린 아내, 불이 난 가게 문을 막고 손님들에게 음식값을 요구하다 죽은 가게 주인, 아파트 강제 철거 중 목숨을 잃은 부부, 여자 친구의 묘지를 마련하기 위해 신장을 판 남자... 읽으면 읽을수록 마음이 답답해진다. 하지만 지지리 궁상스럽고 답답한 그들의 삶을 들여다보면서 답답함보다 더 큰 먹먹함을 느낀 건 그 답답한 현실을 살아가는 그들의 마음에게서 누군가를 위하고 생각하는 '사랑' 이 보였기 때문이었다. 각자 죽음에 얽힌 사연은 그렇게 사람의 마음을 울리며 돈보다 중요한 무언가를 생각하게 한다.

서로 얽혀 있는 그들의 이야기의 끝에는 양페이와 그의 소중한 인연이 있었다.

그들이 나누는 이야기를 읽으며 오랜만에 펑펑 울어버렸다. 살아있음에 감사하며 살아있을 때 살아있는 이들에게 충분히 표현하고 사랑하며 살겠노라 생각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