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에 사는 아이들이라고 해서 자연을 마음껏 뛰어다니며 물고기 잡으러 다니고 곤충채집하러 다니고... 해질 무렵 집에 들어가 내일은 또 무얼하며 뛰어놀까 신나는 마음으로 잠자리에 드는 줄 알아? 시골아이들도 학교수업 마치면 학원가고 집에 가자마자 학원숙제랑 컴퓨터 게임하느라 바쁘다구! 요즘 잘나가는 개그프로의 유행어가 떠올랐다.

도시엄마를 위한 시골교육법? 하버드대에 간 딸이 시골에서 자라고 공부했다니, '학원에 안가고 교과서로 공부했어요.' 의 엄마버전은 아닐까. 조금은 배타적인 태도로 펼쳐든 시골 교육법.

 

  30년 동안 시골에서 교사 생활을 한다는 저자가 말하는 핵심은 '시골'이 아니라 아이들이 자라나는 물리적 정서적 '환경'과 부모의 '사고방식'이었다. 자연이 주는 여유로움의 영향으로 도시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경쟁적이고 보다 인간적인, 아이 스스로 단련되고 뛰어놀 기회가 좀더 많은 시골지역에서 누릴 수 있는 장점을 경험과 관련지어 제시해 주고 있다. 물론 이 장점들은 시골이 아니어도 적용과 실천이 가능하다! 경험에서 우러나온 이야기들, 알고는 있지만 미처 실천하지 못하고 있던 이야기들이 편안한 글투에 담겨 마음에 쏙쏙 와닿았다. 제목만 보고 가졌던 시샘어린 반감이 몇 페이지를 넘기며 슬그머니 사그라들었다.

 

  아이의 인성과 학업 그리고 감성이라는 세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부모는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

  당장 시골로 이사를 가고 아이를 전학시켜야 할까? 아니다. 부모의 작은 변화만으로도 녹음이 우거진 산골로 귀농한 것만큼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저자가 제시한 교육법 중 기억에 남는 몇 가지를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긍정적인 정서를 가진 아이들은 쉽게 좌절하지 않고 도전한다. 아이의 긍정적 정서는 부모의 긍정적 칭찬을 먹고 자란다. 부모가 아이의 사소한 장점도 찾아 구체적으로 칭찬해 준다면 아이는 변할 것이다. (단, 제대로 된 칭찬방법을 알고 제대로 칭찬할 것!)

 

  요즘 아이들은 감성이 메말랐다. 특히 지독한 경쟁체제 속에서 친구마저도 밟고 일어서야 할 경쟁상대로 인식하곤 한다. 타인의 아픔에 공감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이다. 감성교육을 위해 아이들이 따로 학원에 갈 필요는 없다. 부모와 함께 시장이나 공원에 다녀오는 것, 그날 있었던 일들에 대해 아이와 이야기 나누는 것과 같은 소소한 일상만으로도 충분하다. 중요한 것은 부모가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자녀의 이야기를 들어주며 '함께' 한다는 것이다.

 

  편하게 공부하는 습관을 버릴 것을 강조한다. 책을 읽고 줄줄 외운 죽은 지식보다 조금 귀찮고 힘들어도 아이가 스스로 탐구해서 알아가는 과정이 중요하다. 스스로 탐구하고 학습하는 습관은 장기적으로 아이의 학업성취능력 향상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다. 저자는 딸이 마음껏 탐구할 수 있도록 달고나도 직접 만들고 물레방아의 원리를 이해하기 위해 직접 만들어보게 하였다고 한다. 요즘 아이들이 맹신하고 있는 인터넷 검색, 쉽게 얻은 것은 쉽게 나간다고 했던가. 자녀에게 공부 잘할 것을 강요하기 전에 부모도 아이들이 직접 탐구하고 체험할 수 있도록 할 것을 당부한다.

 

  부모의 입장에서 자녀에게 도움이 되는 것을 알려준다는 차원에서 아이들에게 이것저것 지시하고 간섭하곤 한다. 하지만 이는 아이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저자는 말한다. 아이 스스로 배우고 싶은 것을 찾도록 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대학생이 된 자녀를 위해 성적 이의신청까지 직접 하고, 취업과 결혼까지 간섭하며 시시콜콜 자녀를 챙긴다는 헬리콥터맘과 캥거루족. 자녀들을 바른 길로 이끌고자하는 부모들의 과욕이 부른 부작용이 아닐까 싶다. 임신한 친구가 아이가 태어나면 '아이를 위해' 운동1가지, 피아노, 미술학원은 기본으로 꼭 가르쳐야겠다고 말하는 것을 들으며 공감해 준 적이 있는데, 이 책을 읽으며 엄마의 경험에 따라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학원 교육들이 당사자에겐 어떤 의미로 받아들여질까 의문을 품게 되었다.

 

  이밖에도 부모로서 자녀를 위해 꼭 해야 하는 일은 철저히 하되, 그렇지 않은 일은 자녀 스스로 하도록 하거나 자녀로 하여금 부모를 돕도록 할 것, 공부와 함께 적절한 운동을 할 것, 아이가 자신의 생각을 당당히 말할 수 있도록 할 것, 아이를 위해 무엇이든 풍족하게 제공하려 하지 말것 등의 금과옥조와 같은 지침들이 많이 담겨 있다.

 

  책을 읽으며 저자의 딸 금나나가 그토록 뛰어난 학구열과 학업성취를 보이는 것은 당연한 결과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가 스스로 할 수 있도록 지켜봐 주는 것, 말이 쉽지 많은 부모들이 끝까지 아이를 기다려주지 못하고 먼저 손내밀어 해결해 주곤 한다. 아이가 컴퓨터 게임에 빠져 있을 때 게임하기 좋은 성능으로 바꿔주며 대신 게임을 얼마동안 할 것인지를 물어본다는 것. 웬만큼 마음을 열지 않는 한 쉽지 않은 일이다. 그렇게 참아주고 지켜봐주는 부모의 노력이 스스로 노력하고 도전하는 아이를 만들어 낸 것이다!

 

  "중요한 건 시골이 아니다. 부모가 어떤 사고방식을 가지고 아이를 대하는지가 중요하다."

그렇다. 이 책은 부모가 어떤 생각을 하고, 아이를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적고 있다.

지극히 상식적이고 소소한 일상 속에서 일어나는 일들, 알고는 있지만 자녀에 대한 욕심으로 인해 실천할 수 없었던 것들을.

꼭 도시엄마가 아니어도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