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 적절한 필자를 만난 듯하다. 70년대에 태어난 저자는 학원 세대라고 할 수 없다. 아마 초등학교 다닐 무렵에『학원』은 황혼기를 만나면서 사라지고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학원세대인 사람이 이 글을 집필하려고 했다면 지나친 감상이나 자아도취에 빠질 수도 있을 것이다. (당장 나의 리뷰부터 그렇지 않은가.)

저자는 10여권의 저서를 낸 아동문학가이며, 문학을 전공한 뒤 대학 강단에 선 학자이기도 하다. 학원세대라고 할 수 없지만, 학원을 모르는 세대도 아니다. 학원세대인 부모나 선배들의 학원에 대한 애착을 보면서 학원을 주목하지 않았나 싶다. 학원의 가치를 객관적으로 파악하고 분석하면서 평가할 적임자가 아닌가 싶다.

이 책에는 학원뿐만 아니라 학원과 동시대에 명멸했던 각종 소년소녀 잡지와 문학지, 종합지 등을 소개하고 있다. 그러면서 학원이 어떤 위치에 있었는지를 냉철하게 바라보며 학원의 존재 의미와 가치를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셋째, 하루 만에 완독할 수 있었다. 이 책은 흥미 있는 소설이나 감동적인 시가 담긴 문학책이 아니다. 본문의 상당부분이 박사학위 논문을 저본으로 한다. 학원에 실린 여러 작품들을 분석하고 평가하며 의미를 찾고 있는 학술서이다. 책으로 꾸미면서 독자에 대한 배려를 했다고 해도 기본적으로는 딱딱한 인문서이다. 367쪽이면 적은 분량도 아니다. 또한 나의 독서열이 이런 학술서를 즐기는 취향도 아니다.

그런데 어떻게 하루에 읽을 수 있었는가? 앞서 말한 대로 학원세대라는 자부심과 애정이 있기 때문이다. 언젠가 한글만 겨우 해독할 정도라서 문학 작품은커녕 신문도 읽지 않는 모친을 둔 작가의 수필집을 읽은 적이 있다. 그는 어머니가 자신의 작품을 발간할 때마다 어머니께 드리면서도 읽으시리라고는 기대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어느 날 고향집에 가보니 손때가 묻은 책을 들고 계신 어머니를 보고 목이 메었다던가?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자식이 쓴 책인데 어려울 것이 무엇인가? 학원세대라고 자부하는 내게 있어서 학원을 분석한 이 책이 힘들 것이 무엇인가? 딱딱한 글을 즐기지 않는 나이지만, 전혀 지루하지 않게 이 책을 넘겼다. 자식에 대한 사랑이 있으면 아무리 어려운 책이라도 읽을 수 있는데, 나 역시 그런 마음으로 이 책을 읽을 수 있었다.

넷째, 만시지탄을 느꼈다. 때늦은 탄식이라고 할까? 스스로 학원세대라고 자부한다고 했지만, 나는 학원세대의 전성기에 초등학생이었다. 나보다는 1950~1960년대에 청소년기를 보냈던 지금 60~70대의 선배들이 이 책을 더 반길 것이다. 이 책이 10여년만 더 일찍 세상에 나왔다면 어땠을까? 학원세대의 선배들이 좀 더 건강한 몸으로 독서를 할 수 있는 시기에 이 책이 나왔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라는 생각을 하였다.

이 책에서 향수와 감동을 느낄 독자들은 학원을 한 번이라도 읽은 사람들, 즉 1960년대 이전에 출생한 세대일 것이다. 훌륭한 독자를 일찍 만나지 못한 저자를 위해서는 물론이고, 추억을 되돌아 볼 학원1세대 선배들을 생각하면서 아쉬움을 느꼈다.

다섯째, 학원의 진정한 힘을 느꼈다. 나는 학원세대의 중심은 아니다. 학원을 오랫동안 보았다고 했지만, 작품을 투고하지도 않았고, 지금 문인으로 활동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교사로 교단에 서서 학생들에게 무엇인가 전해준 것이 있다면, 인터넷에서 블로거나 지식인 활동을 하면서 누리꾼들에게 어떤 의미를 남긴 것이 있다면 그 원천의 상당 부분은 학창 시절의 오랜 벗이었던 학원에 얻은 것이다. 학원세대의 중심이라고 할 수 없는 내가 그럴진대, 좀 더 학원과 가까웠던 학원세대에 있어서 학원이 얼마나 큰 영향을 미쳤겠는가?

유경환, 이제하, 황동규, 문순태, 민용태, 이성부, 이수익, 오탁번, 정공채, 이승훈, 정호승, 김구용, 박동규, 공석하, 김이탄, 이세방, 김해순, 김원호, 정진규, 김광협…, 학원이 배출한 문인들이다. 이들 뿐이 아니다. 그 수가 수백 명에 이르니 이곳에 적을 수도 없다. 대부분 선배들이지만 간혹 벗이라고 할 수 있는 이름도 있다. 아직까지 일면식도 없지만 학창 시절에 학원의 지면을 통해서 이미 알고 있는 이들도 있다. 그들과 학원세대라는 공감대를 지녔다는 것이 자랑스럽기만 하다.

개인적으로 또 하나의 기쁨을 적으며 글을 마무리하려고 한다. 학원세대에 속한다고 생각하고 있는 나로서 아쉬운 것은 정작 내 글은 학원 지면에 실리기는커녕 투고조차 한 번도 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가끔 나도 학원의‘독자문단’에 글을 보내볼까, 라는 호기를 품은 적이 있었다. 그러나 나의 필력을 스스로 알고 있기에 용기를 낼 수 없었다. 그런 나이지만 『학원과 학원세대』에 이렇게 리뷰를 남기는 기회를 얻었다. 이 정도면 학창시절의 꿈을 이룬 것이 아닌가 싶어서 스스로 대견할 뿐이다. 나와 같은 아쉬움을 지니고 있는 선배나 벗들이 있다면 그 마음을 이곳에 남김으로서 지금 내가 느끼는 즐거움을 함께 누리게 되었으면 좋겠다.

답답이와 말쑥이 (145쪽) 

이 책에는 학원에 실렸던 많은 작품과 자료들이 소개되고 있다. 

김경언 화백의 작품인「답답이와 말쑥이」를 보니

마치 학창 시절로 돌아간 듯 반가웠다.

 

학원명작선집 광고 (28~29쪽)

60~70년대 학생들의 거의 유일한 볼거리가 학원명작선집이었다.

의적일지매, 황금박쥐, 얄개전, 홍길동전…, 제목만 들어도 그리움이 밀려온다.

모델은 당시 인기 절정이던 아역배우 안인숙 양, 

1970년대『별들의 고향』으로 인기를 떨치기도 했던 그녀는 학원세대이기도 하다.

 

장수경, 학원과학원세대, 학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