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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민병희 강원도교육감이 최근에 펴낸 책이다. 저자는 참교육을 외치다가 해직이 되었으며, 전교조가 합법화 된 후 교단에 복귀했다. 이어서 현 제도 아래서는 자신의 뜻을 펴기가 힘들다고 생각하여 교육위원으로 진로를 바꾸었다. 그러나 집행력이 없는 교육위원으로서는 할 수 있는 일이 한계가 있음을 절감하고 교육감에 출마하여 꿈을 이루었다. 저자와 비슷한 시기에 교단에 섰던 나로서는 그가 뜻하는 바를 알고 익히 알고 있었기에, 동지의 마음을 공유한다는 심정으로 이 책을 구입했다. 마지막 장을 덮으면서 느낀 마음을 몇 가지만 적겠다.

첫째, 공감대가 있으면 이해가 빠르다는 것을 느꼈다. 255쪽의 이 책이 그리 많은 분량이라고 할 수 없지만 교육에 대한 수상이라면 흥미보다는 건조할 것이라는 선입감이 들었다. 그러므로 완독하려면 이틀 정도 걸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하루 만에 읽을 수 있었다.

그 이유는 개인적으로 저자의 교육철학에 공감하고 있었고, 비슷한 세대를 살면서 함께 교단에서 근무했으므로 여러모로 공감대가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이 책의 중심 배경이 되는 춘천은 나의 학창시절을 보낸 연고지이기도 하다. 지역의 자연과 배경 묘사들이 마치 고향 소식을 듣는 듯해서 책장을 쉽게 넘길 수 있었다.

둘째, 예상했던 이상의 감동을 느꼈다. 나의 예상이라는 것은 이 책에는 홍보성인 글이 많으리라는 것이었다. 저자는 현직교육감이고 내년에 임기가 끝난다. 당연히 재출마를 하리라고 본다. 그렇다면 이 책에는 자신의 지나온 행적이나 교육감으로서의 업적을 홍보하는 글이 중심을 이룰 것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나의 예측이 틀리지는 않았다. 교육에 대한 저자의 철학과 참교육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했던 지난날의 행적, 그리고 교육위원과 교육감으로 재직하는 동안의 단상들이 소개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동을 느낀 이유는 그 내용이 과장이나 홍보라기보다 저자의 삶을 그대로 표현한 것이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나는 저자와 같은 학교에서 근무한 적은 없지만 비슷한 시기에 교직생활을 함께 했다. 그때 저자가 무엇을 위해서 어떻게 노력했는지를 알고 있고 때로는 성원의 마음을 보내기도 했다. 이 책에는 그것이 그대로 담겨 있다. 그러므로 저자를 알고 있는 독자는 책의 내용이 전혀 낯설지 않고 고개를 끄덕일 수 있을 것이다.

감동을 느낀 이유는 내가 저자라면 과장을 하지 않더라도 자신을 홍보하는 글을 더 많이 적을 수 있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참교육을 실천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을 극복하는 과정, 그런 노력에 의해 힘겹게 얻은 성과들을 보다 극적으로 구성해서 독자에게 감동과 흥미를 배가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은 담담했다. 교육과 환경과 삶에 대한 자신의 생각들을 진솔하게 표현했을 뿐이다. 저자를 아는 이들은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느낀 마음을 공감하리라고 본다.

셋째, 저자의 생각과 깊이에 놀랐다. 저자는 수학교육과를 졸업한 수학선생님이었다. 전교조 활동을 하면서 무수한 핍박도 받았다. 교육위원 활동을 하는 동안에는 보수적인 생각을 하고 있는 다수의 동료교육위원들 사이에서 소수파의 외로운 길을 걸었다.

나는 저자가 2기에 걸친 교육위원 활동을 하면서 교육에 대한 전반적인 상식과 철학은 갖추었겠지만, 치밀하고 투철한 성격을 지니게 되었으리라고 생각했다. 수학을 전공했으니 치밀할 것이고, 참교육을 위한 고단한 여정을 걷는 동안 투철함이 몸에 배지 않았겠는가? 그런 마음들이 글에서도 표현될 줄 알았다.

그러나 이 책에서 느낄 수 있는 것은 교육에 대한 저자의 확고한 신념과 함께 주변을 따뜻하게 바라보는 여유였다. 푹신푹신한 봄풀을 밟으며 계절을 느꼈고, 노랗게 물든 춘천 시가지의 은행나무에서 아름다움을 보았으며, 눈처럼 내리는 소양호의 안개 눈에 감동을 하는 모습에서 따뜻함을 느꼈다.

특히 놀란 것은 역사나 자연에 대한 해박한 상식과 깊은 이해였다. 글을 통해서 저자의 다양한 체험과 인간미는 물론 건전한 교육 철학에 대한 깊은 내공을 알 수 있었다.

넷째, 친근감을 느끼며 편안하게 읽을 수 있었다. 저자는 이 책에서 대화체의 입말을 자주 사용하면서 독자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갔다. 초등학생이나 중고생에게 학습이나 생활에 대한 도움말을 전하기도 했고, 수능을 앞두거나 마친 고3에게 격려와 위로를 전하기도 했다. 때로는 교단의 교육 동지들이나 강원도민을 대상으로 해서 자신의 교육철학과 함께 이루어야 할 미래를 전달했다.

이 책에서 초중고 각급학교 학생, 학부모, 교단의 동료, 도민 등을 상대로 자신의 생각과 꿈을 펼친 사연들이 담겨 있다. 다양한 대상과 계절을 고려하면서 설득력 있게 들려주고 있는 이 글들은 훌륭한 연설문집의 규범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섯째, 그래도 아쉬움은 남는다. 저자는 교육감으로 재직하는 동안 교교평준화, 무상급식, 학생인권 신장 등을 위해 노력했고 그것이 어느 정도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었다. 이 책에는 꿈꿔온 일들이 하나 둘 현실이 될 때 느꼈던 저자의 보람과 행복이 담겨 있다. 그러나 모든 사람이 그 생각에 공감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닌 듯하다. 일례로 저자가 강조했던 학생인권 존중에 대한 내 생각을 적어보겠다.

저자는 학생인권을 존중해주면 교권이 추락한다는 주장에 대해 다음과 같이 반론을 제기했다.

교사가 학생을 사랑하면 학생은 자연스럽게 교사를 존경하고 신뢰하게 된다. 그 반대로 학생이 먼저 교사를 신뢰하고 존경하면 교사도 학생을 사랑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요즘 학교는 그런 모습을 잃어가고 있다. 이제는 더 이상 그대로 내벌려 둘 수 없다. 그래서 학교인권조례 필요성이 나왔다.

하지만 이 문제는 조례나 규칙과 같은 법으로 풀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본다. 문화를 바꾸어야 한다. 선생님들도 체벌 없는 학교, 통제가 없는 학교를 바란다. 스스로 규칙을 만들고 그 규칙을 지키는 민주시민으로 자라길 기대한다. (80쪽 「똑같은 것보다 다 다른 것이 더좋아」에서)

위 글은 학생을 대상으로 쓴 글이다. 글의 대의에는 공감하지만, 교사에게 불손하고 친구들에게 폭력을 일으키는 학생들이 부모나 교사의 사랑이 없어서 그렇게 되었던가, 라는 생각이 든다. 학생의 인권도 중요하지만, 그로 인해 피해를 보는 다른 학생의 인권과 아무런 대처 방법이 없이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교사의 인권을 보호할 수 있는 방안은 부족하지 않았나 싶다.

언론자유와 학생인권을 비교해보겠다. 과거 유신시절과 신군부 독재 시절에는 언론의 자유가 없었다. 그것을 개선하기 위하여 많은 국민과 언론인들이 언론자유를 외쳤고, 지금은 어느 정도 언론 신장이 이루어졌다. 유신독재 시절에는 야당의 지도자가 단식을 해도 신문에 단 한 줄 나오지 않았고, 각 대학에서 민주화를 외쳐도 1단 이상은 실릴 수 없도록 규제를 했지만, 지금은 그런 경계는 무너졌다.

그러면 과연 아름다운 언론문화가 구현되었는가? 나의 생각에는 그 부작용도 적지 않다고 본다. 언론이 정도를 걷기보다는 오히려 조폭언론들이 활개를 치면서 새로운 권력으로 부상하였다. 고 장자연 씨의 비극이 일어났을 때 그들은 강력한 힘으로 파렴치한 행위를 저지른 의혹이 있는 총수의 실명은커녕 직장까지 거론하지 못하도록 협박을 했다. 결국 많은 언론들은 ‘00일보 0회장’식으로 보도를 해야 했다. 또한 확인되지 않은 보도 하나에 일국의 검찰총수까지 그 자리를 유지하지 못하는 등 새로운 권력의 하나가 되었다.

지나친 비유인지 모르지만, 언론자유를 위한 많은 사람의 치열한 투쟁이 조폭언론을 출현시켰고, 학생인권 존중을 위한 아름다운 뜻이 교권과 다른 학생의 인권을 짓밟는 학교폭력을 원인이 된 것이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과거 권위주의 시절에는 조폭언론은 없었고, 학생인권존중이라는 말이 나오기 전에는 교권추락이라는 말이 없었다. 그렇다면 다시 언론을 통제하고 학생의 인권을 생각하지 않던 과거로 돌아가자는 말인가? 그것은 아니다. 다만 그 방안을 나도 모르겠다. 혹시 저자가 이 글을 읽게 된다면 그 문제점들을 해결할 수 있는 대책까지 생각해 주기를 부탁하고 싶다.

이 책을 누구에게 권하고 싶은가? 이 책에는 저자의 삶이 진솔하게 담겨져 있다. 학생, 학부모, 교사는 물론 강원도민이 모두 읽어 보았으면 좋겠다. 저자의 정책을 지지하거나 비판하기 위해서는 저자의 생각과 꿈을 알아야 하지 않겠는가? 아니 지역을 떠나서 교육(특히 보수와 진보의 교육에 대한 관점)에 관심이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일독을 권하고 싶다.

민병희, 우리가슴마다씨앗하나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