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CIA 요원 출신 작가의 화려한 첩보물 데뷔작, <레드 스패로우>

 

 

 냉전시대의 막이 서서히 내려가면서 비밀리에 작전을 수행하고 적으로부터 정보를 빼내오는 첩보 요원들의 활약을 다룬 첩보 장르에 대한 관심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닌지에 대한 우려가 있었다. 하지만 이런 우려를 비웃기라도 하듯이, 2013년에 데뷔를 한 제이슨 매튜스라는 신인 작가는 21세기 존 르 카레라는 찬사를 받으며 화려하게 등장했다. 데뷔작인 <레드 스패로우>로 에드거상과 국제 스릴러 작가상에서 최우수 신인상을 휩쓴 제이슨 매튜스에 대한 첩보물 팬들의 기대가 높은 이유는 그가 전직 CIA 요원이었기 때문이다. 작가로 데뷔하기 전까지 무려 33년이라는 세월을 CIA에서 보낸 그의 첫 작품이 신인 작가의 작품이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현실감이 느껴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 것이다. 특히 이 작품의 주인공이자 러시아 해외정보국 SVR 소속 요원인 도미니카 예고로바가 촉망받는 발레리나에서 최고의 첩보요원으로 어떤 과정을 거치며 변모하는지에 대해 매우 구체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박식한 교수 아버지와 음악가 출신인 어머니 사이의 외동딸로 태어난 도미니카는 인생에서 일어난 일련의 사건들로 인해서 첩보 세계에 발을 담그게 되고, 그 전까지는 굳이 알 필요도 알 수도 없었던 냉혹한 장면들과 마주하게 된다. 하지만 어릴 적부터 익힌 발레를 통해 얻은 신체 능력과 타인 주변부에서 나오는 색깔이 눈에 보이는 공감각자로서의 천부적인 재능으로 인해서 러시아 최고의 스파이로 성장하게 된다. 하지만 그녀의 활약을 탐탁치 않게 여기던 상사와의 마찰로 인해서 핀란드 헬싱키로 옮겨서 해외 첩보 활동을 펼치라는 새로운 임무를 받게 된다. 표면적으로는 헬싱키의 러시아 대사관 직원으로 일하면서 새로운 타겟인 네이트 내쉬라는 미국 CIA 요원을 노리게 된 그녀는 인생 최대의 위기인 동시에 새로운 운명과 만나게 된다. 자신들의 정체를 속이고 상대방을 포섭하려는 작전을 펼치는 러시아와 미국의 두 남녀 요원의 치열한 심리 게임은 그 결말에 대한 궁금증을 높이 끌어올린다.

 

 

 전직 CIA 요원 출신인 작가는 데뷔작의 주인공으로 러시아 정보국의 여성 요원이라는 설정을 하였는데, 이 점이 매우 흥미롭게 느껴졌다. 미국보다도 아무래도 국가를 위한 개인의 희생을 강요하는 분위기가 더 잘 어울리는 동시에 주인공이 갖추어야 하는 비밀스러운 사연이 비극성을 띄게 해주기 때문이다. 한 인간으로서 여자로서의 존엄성을 희생하고 첩보원이 되는 과정에서 굴욕과 수치심을 느꼈던 도미니카가 점차 심리적인 변화를 느끼는 것이 자연스러웠던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작가는 도미니카와 네이트 요원의 요원으로서의 활동과 애정 관계에만 중점을 두지 않고 그 두 요원의 배경이 되는 러시아와 미국의 정보국 내부 상황 그리고 그 곳에서 마찬가지로 첩보전을 벌이는 다양한 인물들을 그려내고 있는데 공을 들이고 있다. 이 데뷔작을 통해서 그야말로 존 르 카레와 이언 플레밍의 계보를 잇는 21세기 첩보물 작가로서의 자신감을 보여주었다고 평할 수 있을 것이다.

 

 

 

 

레드스패로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