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서점 인터파크도서

하우스 와이프 2.0

엘밀리 맷차 지음

허원 옮김

미메시스

커리어 우먼의 반란, 왜 그녀들은 다시 집으로 돌아가는가?

우리는 지금 커다란 조류처럼 밀려오는

새로운 가정의 시대를 목격하고 있다.

이는 초현대적인 현상인가, 엄청난 후퇴인가?

성차별적인 현상인가, 아니면 여성의 자이실현인가?

우리가 먹는 음식 안에 무엇이 들었는지를 아는 유일한 방법은 직접 만드는 것뿐이에요.

저는 홈 스쿨링에 대해 무척 궁금합니다.

공립학교에서 내 아들이 점심에 무얼 먹고 다니는지, 학교에 붙어 있는 광고들과 자동판매기에 파는 탄산음료, 그리고 청소에 쓰이는 세제 종류까지 정말로 걱정이 되거든요.

지난 21개월 동안 나는 너무 많은 식품 리콜 뉴스를 봤어요. 다진 칠면조 고기 리콜, 달걀 리콜, 치명적인 리스테리아를 일으키는 멜론 리콜, 몇 번인지 기억도 안 나는 쇠고기 리콜, 어린이용 주스 박스에 들어가는 사과 주스에서 검출된 중국산과 아르헨티나산 비소까지. 자잘한 다른 것들은 기억도 안 나네요. 그런 것들에 대해 걱정하고 싶지도 않고, 내가 먹는 음식이 어디에서 왔고, 이 안에 무엇이 들었을지 궁금해 하고 싶지 않아요.

학교는 아이들을 양 떼처럼 몰고 다니는 대신에, 정말로 아이들을 가르치던 시절이 있었고, 의사들은 뭔지도 모를 화학약품들을 아기들에게 주사하지도 않던 시절이 있었다. 예방접종의 종류는 3가지에서 36가지로 늘어났다. 증조할머니만 해도 식탁에 오른 모든 음식 재료 하나하나가 어디에서 온 것인지 정확히 알고 계셨다. 지금 우리는 수프 통조림 뒷면에 인쇄된 식품 청가물 이름을 발음하기도 쉽지 않다.

내가 집에서 하는 가사일 중 야채를 직접 기르는 것과 천 기저귀를 사용하는 것은 내가 지구를 위해 나의 본분을 다하고자 하는 욕구에서 나온 것이에요. 가장 중요한 두 가지이지요.

아마앞으로는 상점에서 뭐를 살 필요가 없을 것 같기도 해요. 항상 소비자가 되는 것 대신에 내 스스로 만들어 내는 방법을 알애낼 수 있을 것 같거든요.

몇몇 물건을 꼭 그걸 사기 위해 돈을 벌 필요가 없다는 걸 사람들이 깨닫기 시작했어요. 돈을 벌고, 사는 과정을 생략할 수 있는 것이 제법 많아요. 나도 집은 직접 청소할 수가 있고, 내 아이를 위해 장난감을 만들 수는 있거든요.

2세대 페미니즘 운동은 우리에게 유리천장을 뚫고 어디든 올라갈 수 있을 거라도 약속했어요. 그래서 우리 모두는 직장으로 나갔고, 곧 깨달았지요. 육아휴직도 너무 짧고, 가정이랑 직장 일이랑 다 잘하는 건 불가능하고 세상에 직장과 가정생활의 균형 같은 건 존재하지도 않더라고요.

저녁 차려 놓았어요. 내가 기른 것들고, 내가 직접 조리해서, 내가 수놓은 천 냅킨이랑 같이요 라고 말하는 걸 생각만 해도 성취감이 느껴지고 나에게 무슨 마법의 힘이라도 생긴 기분이에요.

바로 몇 세대 전까지만 해도 대부분의 여성들은 요리와 청소, 바느질을 할 줄 알았죠. 나는 평생을 버튼을 누르고 스위치를 움직이는 것만 해왔을 뿐이에요. 내 생활에는 전자레인지, 인터넷, 토요일 아침 만화영화가 전부였거든요.

나는 자연적인 육아에 관심이 많아 실행하려고 노력하는데요, 내 생활이라고는 전혀 남아 있지가 않네요.

나는 모든 일을 제대로 해야 한다는 강박이 있어요. 모든 것에 높은 기대치를 세워 놓지요. 그러다 보니 사는게 무슨 프로젝트의 연속같네요. 학교, 직장, 기타등등. 여기에 육아까지 임무가 하나 더 늘었어요.

아내는 딸들과 집안의 다른 여자들과 함께 물레를 돌려 실을 만들고, 옷감을 짜서 바느질을 하여 온 가족의 옷과 침구와 담요를 만든다. 그녀는 마당에서 농작물을 키우고, 대개는 뒷마당에서 간단한 도살도 직접 했으며, 비누와 양초를 직접 만들고, 야채를 절이고, 과일은 졸여 잼을 만들어 저장하며, 고기도 소금으로 절이고 훈제하여 저장하며, 버터를 만들고, 어마어마하게 많은 양의 빵과 파이와 케이크를 직접 만들었다. 매일매일의 집 안 청소와 일주일에 한 번 하는 빨래와 다림질, 봄가을의 대청소 역시 아내의 몫이었다. 아내는 교사인 동시에 의사와 간호사였고, 산파이기도 했다.

우리 여자들도 옳고 그름을 따지고 예의를 갖춰 의견을 내놓는 정도는 얼마든지 할 수 있어요. 가사일이나 물레 돌리는 일 말고는 생각 할 수 있는 것이 없다는 식으로 말해 주지 않아도 된다고요. 이런 상황을 용납할 수가 없어요. 절대 용납 못 해요.

안 그래도 어려운 가정생활에서 그녀는 독보적인 능력을 발휘한다. 닭이 있으면 얼른 다리를 나꿔채 잡았고, 가뭄이 들면 그 한복판에 서 있는 그런 상황이었다.

테이블차리기, 테이블치우기, 램프와 가스 등 정리하기, 화덕, 나이프, 포크와 스푼, 양철 보관통, 문 손잡이 등을 광 내기. 접시 닦고 말리기, 식사 뒤 남을 음식 관리하기. 금요일의 대청소, 부분적으로 나누어 하는 매일매일의 빗자루질, 더러운 쓰레받기 닦기 등을 포함한 빗자루질의 모든 것. 페인트칠한 표면 청소. 거울, 유리창 닦는 법과 창문 커튼 세탁하기. 과일 저장하기. 소스와 젤리, 케첩과 피클만들기. 빵, 케이크, 파이, 푸딩 만들기와 굽기. 고기와 야채 조리하기. 침대와 친구 올바로 정리하기와 침실 가꾸기. 가구를 고르고 배치하고 청소하기. 정해진 시간안에 세 끼 식사를 준비하고 세팅하여 코스별로 내기. 풀 먹이는 작업이 필요한 옷과 침구를 관리하고 세탁하고 다림질하기. 밤낮으로 아기 돌보기. 아이들을 씻기고 옷입히기. 아이들의 행동 지도하기. 아이들의 옷을 만들기. 그리고 아이들의 차림새가 시간, 장소, 기후와 온도에 적절한지, 얼룩이나 헤진 곳은 없는지 살피기. 안주인이 개인적으로 원해서 하게 되는 일들. 꽃꽃이, 친구 초대와 접대. 주변의 아픈 환자 돌보기. 아이들이 자라감에 따라 옷의 단을 넣고, 내는 일. 헤진 곳에 덧대어 짜깁기 하기, 뜨개질 하기, 레이스 뜨기, 여자아이 머리 땋기, 퀼트 바느질.

교외의 주부들은 하나같이 홀로 이 문제와 싸웠다. 침대를 정리하고, 시장에서 장을 보며, 소파의 슬립 커버를 고르고, 아이들과 땅콩버터 샌드위치를 먹고, 보이 스카우트와 걸 스카우트 모임에 아이들을 실어 나르고, 밤에 남편 옆에 누워서도 그녀들은 스스로에게 이 한 마디를 묻기가 두려웠던 것이다. 이게 내 삶의 전부란 말인가?

앞치마를 입은 여성. 블루베리 머핀. 손뜨개 느트로 덧옷을 입혀 놓은 찻주전자. 손으로 뜬 모자를 쓴 아기들. 빨랫줄 위에서 휘날리는 빨래. 나는 지금 나의 구글 리더를 둘러보는 중이지만, 기분은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1959년의 생활을 엿보는 것만 같다.

다음 세대를 이끌어 갈 가사일의 여신들은 창의성이 넘쳐 나지만, 경기 침체로 활동반경이 줄어든 여성들로서 블로그 세계를 장악해 가고 있다.

이건 정말로 커다란 사회적인 변화예요. 이 블로그들은 믿기 힘들 정도로 너무나 아름답거든요. 이런 블로그들은 여성이 창조적인 분야에서 자신의 역량을 얼마나 강화할 수 있는지를 보여 주는 새로운 방법이에요.

여성 블로거들과 엄마 블로거들이 블로그 세상, 주류 미디어, 그리고 브랜드에 끼친 영향은 유례를 찾아 볼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하다.

아마 더 힘들게 아이를 키웠을 거예요. 블로그가 없었다면 외부 세계랑 소통하는 배출구가 전혀 없었을 테니까요. 저는 교외에 살아요. 여기는 기반 시설이 부실한 주거지였이에요. 아직 보행자 도로도 없어서 아이를 유모차에 태워 산책을 나갈 형편도 안돼요. 아는 이웃도 전혀 없고요. 블로그가 없었다면 다른 사람과의 교류는 전혀 없을 뻔했지요.

일단 어떤 이의 사적인 블로그를 얼마간 읽다 보면 어느새 그 사람은 모르는 사람이 아니에요. 조사 결과에 따르면 여성들은 온라인에서 만난 이들과의 관계를 오프라인에서의 우정만큼이나 진지하게 여긴다고 해요.

학교에 다닐 때는 무언가를 잘하면 상을 받기로 하고, 성적표에 A플러스를 받잖아요. 직장에서도 업무 능력에 대해 끊임없이 평가를 받지요. 그리고 집에서 아이를 낳아 키우고 살림을 하는데, 아무도 내가 하는 일에 대한 피드백을 주지 않는 거예요. 갑자기 내가 하는 일에 아무도 관심을 보여주지 않는 거지요. 블로그는 전업주부들에게 이런 식의 평가를 내려 주는 역할을 해요. 조리법을 하나 올려 놓으면 사람들이 와서 보고는 어머나 정말로 너무나 멋진 사진이에요. 라고 적어 주지요. 확실히 가사일을 뿌듯하게 만들어 주는 효과가 있어요. 그리고 블로그 덕분에 아주 적은 돈이라도 벌게 된다면, 그 뿌듯함은 더 키지고요.

나는 가끔 21세기형 여성해방운동가인 내 또래 여성들이 나를 구시대로 퇴보하는 사람으로 볼까 봐 자꾸 집안일은 아줌마답게 몰래 해버리게 돼요. 기사일에 열심이라고 해서 제가 여성해방을 가볍에 여기는 건 아니거든요.

여성이 아이들 돌보고 가정과 집 안팎의 일을 해내는 건 참으로 자연스러운 일같아 보이거든요. 제 생각에는 페미니즘이 좋은 영향을 많이 깨쳤지만 그와 동시에 가정일을 부정적으로 보게 한 면이 있어요. 하지만 제가 사는 소도시에는 제 나이대의 젊은 사람들이 의식적으로 전통적인 삶으로 돌아가는 것을 선택한 경우가 무척 많아요. 그리고 그 사람들은 이런 선택을 과거로 돌아갔다기보다는 대단히 혁명적인 선택이라 생각하고 있어요.

많은 여성들이 이런 이야길글 하지요. 어머, 나도 저걸 한번 해봐야겠어. 많은 사람들이 집에서 블로그를 하면서 제법 돈을 벌던걸. 하지만 실제로 방문객 수도 많고 운영자가 수익도 올리는 블로그들은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기까지 10년식 걸려요.

독자들이 종종 당신 글을 보면 아기를 갖고 싶어요. 저는 여태껏 아이들을 원한 적이 없었거든요. 라는 댓글을 남겨요. 나는 종래의 미디어가 보여 주던 모습과는 다른 결혼 생활과 육아의 실상을 보여 줄 수 있어서 기뻐요. 내가 보여 주는 모습이 더 생생한 데다가 훨씬 더 재미있거든요.

저는 삶의 속도를 늦추었고, 생활의 우선순위를 바꾸었어요. 나의 뿌리를 찾기 시작했고, 정말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교훈을 얻었어요. 가정은 직장보다 중요하다. 결혼 생활은 독신보다 낫고, 소박한 것들이 크고 복잡한 야망보다 좋다는 점이요. 나는 길들여졌고, 지금 훨씬 행복해요.

라이프 스타일 블로그를 읽는 것은 가공되지 않은 진실함과 심하게 반짝이는 환상의 기묘한 조합을 마시는 것과도 같다. 어느 순간 우리는 블로그 운영자의 참견 좋아하는 시어머니에 대한 솔직한 탄식에 고개를 끄덕이다가도, 잠시 후에는 바닥 수세미의 사용 후기인지 홍보 글일지모를 게시물을 읽고 있다. 운영자들에게 있어 블로그는 단순히 숨통을 틔워 주는 공간이거나 소속감을 주는 공동체일 필요는 없다. 종종 브러거든은 의도적으로 철저하게 계산된 그림을 보여 준다. 돈을 벌기 위해서이기도 하고, 물건을 팔거나, 특정 라이프 스타일이나 정치적인 견해를 홍보하기 위해서이다. 공동체 의식이나 유대감 같은 것을 바라고 블로그를 바라보던 보통의 독자들은 의도하지 않게 너무나도 많은 양의 마케팅 공세와 상업성을 띤 접근을 받는다. 하지만 반쯤 숨은 광고보다도 더 걱정스러운 것을 블로거들이 실생활 이라고 부르며 지나치게 이상적인 그림들을 보여 주면서 자신들은 돈을 벌고, 독자들에게는 환상을 팔면서 그것을 현실이라 부른다는 점이다.

이 책은 업체와 까페에서 무상으로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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