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노처녀라고 손가락질 하는 것 같았다. 결혼을 못하고 있다고 수근거리고 있는 것 같았다. 불과 1년 전만 하더라도 나는 자신있게 무시했다. 결혼을 안하고 있다는걸, 하고 싶은 일이 있다는걸 누구보다 내가 잘 알고 있으니까. 그거면 됐다고. 그런데 올해는 누구보다 인생을 즐기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어느 순간은 조금씩 자신감이 없다. 외로움에 마음이, 확신이 흔들리고 있다.



길을 지나다 본 갈비 집 큰 유리창에 메뉴가 써 있다. 계란찜도 있고 김치찌개도 있고. 그런데 뭔가 어색해서 자세히 보니 ‘김치찌게’라고 적혀 있다. 글씨 옆 대문 크기와 막상막하를 이루는 것 같다. 그걸 골똘히 보다보니 이제는 내가 헷갈린다. 한 두번이 아닌데...

과연 내가 옳다고 믿는 것들이 정말 옳은 걸까. 너무나도 당당하게 쓰여진 김치찌게, 그 당당함에 나는 흔들린다. 저 사소한 맞춤법에서조차 자신 없어지는데 내 인생은 오죽할까. 초라하다.

평소에 시간을 쪼개 독서한다. 한때는 시집 모으기에 열심이었다. 어떤 노래라도 나오는 주크박스처럼 시를 달달 외우는 것도 아니었고 어느 구절에나 눈물이 고일 만큼 감수성이 풍부한 편도 아니었는데 시집을 모은 이유는 딱 하나다. 가슴을 건드리는 한 구절, 한 단어가 있기 때문이다. 그 한 단어에서 동질감을 느끼고 위로 받기 때문이다. 

이외수 작가님의 책들 또한 그렇다. 모든 구절이 감명스럽진 않다. 하지만 세상 만물을 바라보는 작가님의 시선이 좋고 생각이 좋고 그래서 그 마음이 좋고 그걸 몸소 행동하시는 모습이 무엇보다 좋다.

특히, 이번 신간 <자뻑은 나의 힘>은 절로 존경심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쓰러질때마다 일어서면 그만>이란 책이 나오고 얼마 후 작가님은 쓰러지셨다. 죽음이라는 단어를 생각해 본 적이 없기 때문에, 21세기에 암이라는 질병은 시련일 뿐이지 좌절은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크게 염려하지 않았다. 그런데 위암 수술 하신다는 날, 어이없고 부주의한 의료행위로 안타깝게 별이 지는 일이 발생했다. 죽음이라는 단어가 내 앞으로 성큼 다가왔다. 걱정됐고, 불안했고, 초조했다. 유명인에 지나지 않을 수 있지만 인생의 큰 스승이었으므로.
그런데 1년만에 작가님은 암을 이겨내셨고  일어나셨고 <자뻑은 나의 힘>이란 신간을 출판하셨다. "일어서면 그만"이라는 제목이  마음 깊이, 좀 더 깊이 와 닿았다.

 에세이를 읽을 땐 페이지 번호에 구애받지 않고 뒤죽박죽 펼치는 편인데 어쩐지 순차적으로 정독하고 싶어졌다. 표지에 많이 야윈 모습의 작가님은 그 어느때보다 환하고 자신있게 웃고 계셨다. 왠지 잃어가던 자신감을 찾을 수 있을것 같았기 때문이다. 

책은 유쾌했고, 힘이 있었고 그동안 선생님이 말씀하시던 존버라는게 뭔지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항암치료로 기력이 쇠했을때조차 떨리지만 누구보다 환하게 미소짓고 집필 하셨을 작가님의 모습이 그려졌다. 긍정적인 마음과 말이 얼마나 큰 힘을 내게 하는지 알게 됐다. 나는 왜 쓰러졌을때 주저 앉아있으려고만 했을까.

나를 사랑해야 가족을 사랑하고 세상을 사랑 할 수 있다는 걸 알았다.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가득 충전됐다. 앗싸, 자뻑은 나의 힘! 
존버정신으로 무장하고 마침내 암을 이겨내신 선생님처럼 나 역시 무장 할 것이다.  당장이라도 고깃집으로 달려가 김치찌개라고 고쳐 쓰라고 말 할 수 있다. 당신이 틀렸습니다. 내가 옳았습니다. 나는 버틸 것이고 이겨낼 것이고 해 낼 것이다.

자신감이 방전될때 언제든 꺼내 읽어 충전 할 수 있는 책! 우리는 누구나 쓰러질 수 있다. 하지만 누구나 이겨내고 있지 않았다. 하지만 누구나 이겨 낼 수 있다고 토닥여주는 책. 자신있게 추천 할 수 있는 책.

인생의 스승님, 이외수 선생님!

감사합니다. 



자뻑, 존버, 자신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