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가 먼저다. 아직 나는 보지 못했지만 영화로 먼저 개봉이 되었으니 영화가 먼저라고 봐야겠다. 원작이 탄탄한데 영화로 만들어지는 경우에는 소설을 읽는 것과 영화를 보는 것 모두가 행복하다. 원작과 영화의 표현력이 비교도 되고 장면장면이 떠오르기도 하고 조금은 달라진 내용에 아쉬워하기도 하고 뭐 그러면서 작품을 보게 된다. 하지만 영화의 시나리오를 소설로 만드는 경우에는 좀 다르다. 왠지 좀 가벼워지는 듯도 하고 영화와 소설 모두 별반 해석의 다름이 없으니 별반 차이를 느끼지 못한다. 그래도 아직 영화를 보지 못했으니 영화에 대한 좋은 평을 뒤로 하고 소설로 『하모니』를 만나보게 된다.

 

교도소라는 곳.. 물론 죄를 지어서 가는 곳이다. 그런데 그곳에 있는 사람들이 다 의도적으로 죄를 지은 것은 아니라는 그러니까 본래 죄를 짓고 살만큼 나쁜 사람들은 아니라는 것을 소설로 접하게 된다. 환경이 사람을 만든다고 했던가. 남편의 폭력에 못이겨 뱃 속의 아이를 지키고자 살인을 저지르게 된 정혜 또한 그랬다. 다행이 여성수용자가 교정시설에서 출산을 하면 18깨월까지 함께 있을 수 있다는 지금의 법에 따라 정혜는 아들 민우와 교도소에서 지내고 있지만 곧 떠나보내야 함을 안다. 사형수 문옥도 남편과 자신의 조교의 바람앞에 결국 이성을 잃고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경우다. 여리디여린 몸이지만 눈에 독을 품은 유미 또한 의붓아버지의 파렴치하고 짐승같은 행동에 자신을 지키기 위한 행동을 했을 뿐이지만 두 이해받지 못한 상처로 마음의 문을 닫아 버렸다.

 

그런 그녀들에게 기회가 온다. 어느날 교도소를 방문한 합창단의 공연에 감동을 받고 이를 기회로 민우와의 1박을 원하는 정혜를 필두로 교도소 합창단이 결성이 된다. 처음에는 이런 오합지졸들이 없다. 아무리 문옥이 음대교수이고 잘 지도한다고는 하나 노래를 해 본 적없는 사람들을 데리고 음을 맞추기란 쉽지 않다. 더구나 그녀들의 연습을 지켜보는 교도관들의 차가운 시선은 더욱 지치게 할 뿐이다. 그렇지만 포기할 수 없다. 죄를 지었지만 목소리에 만큼은 그들의 맑은 영혼이 담겨 서로의 상처를 보듬고 보듬어 이제 환상의 하모니를 만들어 내게 된다.

 

소설로도 이렇듯 마음이 시린데 영화를 보았다면 분명 눈물을 펑펑 흘렸을 것이다. 영화로 만들어진 시나리오의 소설이 별로일 거라는 나의 편견이 무너지는 순간이다. 그녀들 하나하나의 사연에도 가슴이 시큰했고 그럼에도 목소리를 하나로 감동을 선사하는데 귀에 그 노래들이 울리는 듯하다. 어릴적 엄마가 불러주던 자장가 소리에, 내가 아이들을 위해 부르던 자장가 기억에 마음이 먹먹해지고 학창시절 정말 좋아했던 이문세의 <이 세상 살아가다 보면>을 흥얼거리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고 있다. 이런 것이 감동이란 것이 아닐런지.

 

영화를 보러 가야 겠다. 김윤진의 모성애 가득한 연기가 보고 싶고 나문희의 초연히 걸어가는 마지막 길에 인사를 하고 싶어진다. 자신이 교도소에 있음을 숨기고 펜팔을 했고 그 남자를 좋아했던 연실의 방긋방긋한 웃음이 보고 싶고 민우의 어리광과 재롱도 궁금해진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녀들이 만들어 낸 멋진 하모니, 교도소 담장을 넘어 세상을 울리고 있을 그 하모니가 너무나도 듣고 싶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