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이맘때 <데스노트에 이름을 쓰면 살인죄일까?> (2011, 김지룡, 정준욱, 갈릴레오 SNC 지음, 애플북스 펴냄)를 아주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이 난다. 일반적으로 현실에서 접할 일이 거의 없는 '법'에 대해, 책, 영화, 애니메이션 등 대중문화의 한 장면을 끌어들임으로써 생생하고 다채로운 설명을 해 주었던 것이다. 그 책을 통해 저자들의 이름이 뇌리에 박혔다.

 

1년 만에 다시 만난 김지룡 & 갈릴레오 SNC의 작품은 바로 <사물의 민낯> (2012, 애플북스 펴냄)이다. '잡동사니로 보는 유쾌한 사물들의 인류학'이라고 표지 왼쪽 구석에 자그맣게 쓰여 있다. 1498년부터 2012년까지 500년에 걸친 역사 중에서 이들의 레이더에 걸린 사물은 무엇일까?

은밀한 것들, 익숙한 것들, 맛있는 것들, 신기한 것들, 재미있는 것들이라는 다섯 개의 카테고리 안에 9~11개의 세부 항목이 들어가 있어서 총 49개의 사물(현상)을 소개한다. 면면을 보면 가장 먼저 나오는 성형수술부터 시작해서 익숙한 것들의 달력과 포크, 맛있는 것들의 마요네즈와 초밥, 신기한 것들의 콘플레이크와 나침반, 재미있는 것들의 아카데미 상과 뽀로로가 눈에 들어온다.

각 세부 항목으로 들어가면 우선 사진과 함께 사전적 정의를 제시한 다음, 그것이 겪어온 역사와 의의를 설명하는 형식이다. 짧게는 몇 년에서 길게는 수백 또는 수천 년에 걸친 역사가 있기 때문에 그 의의의 변화를 알아볼 필요도 있는 것이다. 흑백이라는 것이 좀 아쉽긴 하지만 사진 자료들을 다양하게 씀으로써 보는 재미도 제공한다.

 

그중에서 '헬로키티' 코너를 예로 들어 보자. 1974년, 단카이 세대에 속하는 일본 남자가 첫딸을 품에 안고서 풍족하게 키우겠다고 결심하는 장면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같은 시각 산리오 회사의 디자이너인 시미즈 유우코가 경쟁사인 강아지 스누피에 맞서기 위해 아기 고양이 키티를 디자인해 낸다. 그런 다음에는 다시 단카이 세대의 딸인 단카이 주니어 세대가 등장한다. 첫 장면에서 부모가 풍족하게 키우겠다고 다짐한 그 세대인데, 집단 따돌림과 원조교제 때문에 고통스러운 학창 시절을 보낸 세대이기도 하다. '단카이 주니어의 결핍된 정서와 키티 화이트의 디자인 요소가 맞아떨어졌음'(378쪽)을 알아냈고, 헬로키티에서 일본의 사회 현상을 읽어 내게 되는 것이다.

 

전체적으로 보면 이런저런 책들이나 TV 등에서 자주 본 내용들이기 때문에 낯설거나 새롭지는 않다. . 그렇지만 그런 사실들을 흥미롭게 구성하고 고급스럽게 편집함으로써 책을 읽는 재미를 주었다고 생각한다. <데스노트에 이름을 적으면 살인죄일까?>에서 느꼈던 흥미와 창의성, 재기발랄함은 없었으나, 일반적인 사물의 미시사에 대한 책으로 읽기에는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