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러니 세계사> (2012, 이성주 지음, 추수밭 펴냄)은 <역사의 치명적 배후, 성>(2010, 효형출판 펴냄)에 이어 두 번째로 만나는 이성주 님의 책이다. 역사문화콘텐츠 창작자로 소개된 저자는 전작에서도 정사에서 찾아보기 힘든 '언더 히스토리'들을 발굴하여 흥미로운 역사 속 성에 대해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었다.

이번에 읽은 <아이러니 세계사>도 '역사의 운명은 우연과 타이밍이 만든다'라는 설명 아래 우리에게 잘 알려졌으나 그 실상은 알려진 것과 다른 '아이러니'한 세계사를 다루고 있다.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라는 말을 통해 역사의 기록에 왜곡이 행해짐을 알고 있지만, 이 책에서 다루는 여러 새로운 상황과 왜곡들을 보다 보면 지금까지 배운 것에 대해 의심을 하게 된다. 그래서 저자는 책 말미 저자의 말에서 '우리가 믿고 있는 역사가 사실이 아닐 수도 있다'(350쪽)고 말하면서 '우리가 알고 있는 역사에 대해 끊임없이 의심을 품어 보자'(350쪽)도 제안한다. <아이러니 세계사>는 그런 의도로 서술된 세계사 이야기다.

책은 "상상력을 가로막는 것은 언제나 대중의 상식이다", "누구나 인생은 서툴다, 천재도 영웅도", "신념과 운명은 동전의 양면이다", "과하면 넘치게 마련이다", "게임에는 오로지 승자가 있을 뿐이다", "운은 우연과 타이밍이 만든다"라는 여섯 개의 카테고리로 나누어져 있다. 각 카테고리에는 다섯 개에서 일곱 개의 이야기가 포함되어 있다. 동서고금을 넘나들며 벌어지는 이야기들 중에는 다른 책에서 진지하게 읽었던 것도 있고 TV에서 본 것도 있고 이 책에서 처음 듣는 이야기도 많아서 흥미롭다. 크게는 한 나라의 흥망을 좌우하는 스케일 큰 이야기에서부터 작게는 과학자의 난제를 해결한 아내의 생활 상상력에까지 수준도 다양하다. 등장하는 이물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위인전에 등장하는 처칠, 제퍼슨, 링컨, 퀴리 부인, 계백, 데카르트, 톨스토이, 잔다르크 등 다양한데, 위인전에는 나오지 않는 이야기들이 많아서 놀라게 된다. 한 사람은 개인, 가정, 사회, 정치 등 다양한 면에서 다양한 모습으로 삶을 만들어 나가기 때문에, 한 면에만 초점을 맞추어 기술하게 된다면 사실의 왜곡이 일어날 수도 있는 것이다.

이 이야기들을 더욱 흥미롭게 만드는 것은 저자의 입담이다. 현대식으로 풀어서 서술하고 있어서 오래된 이야기도 박진감 넘치게 읽힌다. 우리나라 정치와 사회를 풍자하는 이야기를 간간이 섞어 가며 유머러스하게 풀어 내고 있어서 낄낄대며 읽게 된다. 정말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은 사실의 절반도 안 되는 것일까? 황우석 사태에서 느낀 것처럼, 진실을 외면하고 나라의 이익을 위해 만들어진 영웅에 대해 비판적인 시선과 사실을 보는 눈을 키울 필요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책이었다. 

저자를 따라, 안다고 생각하는 것에 대해서도 다시 한 번 물어 보자. "정말? 리얼리? 혼또니?"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