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연말이 되면 격언 및 좋은 말을 담은 책들이 나온다. 한 해를 마무리하고 새해에는 좀 더 바람직한 삶을 살기 위한 노력일 것이다. 매일 한 장씩 넘기는 달력의 형식으로 나온 것도 있고, 매일 한 장씩 읽도록 나온 것도 있다. 인터넷 블로그에도 그런 말들을 매일 바꾸어 게시해 주는 위젯이 있으니, 마음만 먹으면 좋은 글로 하루를 시작하고 보내는 데 사용할 방법이 아주 많다.

<톨스토이와 행복한 하루> (2012,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에디터 펴냄)도 그런 격언들을 모아 담은 책이라는 점은 다를 바가 없으나, <전쟁과 평화>, <안나 카레니나> 등 세계적인 고전을 쓴 러시아의 대작가 톨스토이가 엮은 것이라는 특징이 있다.

 

<톨스토이와 행복한 하루> 책 초입에 보면 1903년 '중개인'이 쓴 머리말이 나온다. 1903년 당시 중병에 걸려 목숨이 경각에 달린 톨스토이는 사상가들의 금언이 적힌 일력과 복음서를 읽으며 지냈는데, 일력이 동나면서 '매일의 읽을거리를 위해 여러 사상가들의 글에서 발췌한 것을 스스로 편집하고자 했다'는 것이다.

그런 노력으로 엮인 이 책은 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2월 29일을 포함한 366일로 구성되어 있고, 하루당 하나에서 세 개까지의 금언, 속담, 경전의 구절 들을 엮어 놓았다. 멀게는 기원전 6세기의 공자와 노자부터 가깝게는 19세기에 활동한 존 러스킨, 아르투르 쇼펜하우어, 도스토옙스키 등까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있다. 당시만 해도 동양적인 문화의 전파가 많지 않았던지 동양 사상가로는 공자와 노자뿐이지만, 1893년에 <노자>의 번역에 힘쓸 정도로 노장 사상에 관심을 가졌다고 책 뒤쪽의 톨스토이 연보에 나온다. 그리고 1880년(52세)에 4권짜리 성서 번역 작업을 할 정도로 신앙심이 깊었음을 반영하듯, 성경 구절이 이 책의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그와 더불어 유태교의 지침서라고도 볼 수 있는 탈무드, 부처님의 말씀도 들어 있어서 다양한 종교에 대한 관심을 나타낸다.

 

금언의 성격이 그렇듯 길지 않아서 간단하게 읽히지만, 읽고 나서는 생각할 것들이 많아진다. 내 자신을 돌아보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방향을 잡게 한다. 매년 작심삼일로 끝나는 일이지만, 가까이 두고 매일 읽으면서 잠깐이라도 생각하는 시간을 가진다면 어느새 어제보다 나은 오늘이 만들어질 것이다. 톨스토이가 엮은 지혜, 선, 악, 이성, 증오, 회개, 희생, 도덕성, 양심, 생각, 사랑, 믿음, 죽음, 습관, 진리에 대한 금언들은 한없이 경박한 생각에 안정감과 중심을 부여하는 닻이 되기에 충분하다.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