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들은 죽음을 생각하는 대신 천년만년 살 것처럼 살아간다. 그러다 보니 삶에서 중요한 것보다 즐거운 것을 택하기가 쉽다. 그래서 병 때문에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으면 한동안 분노하고 절망하지만, 죽음을 받아들이고 나면 남은 시간을 최대한 보람있게 보내기 위해서 노력하고, 그 덕분에 행복했다고 이야기하고 세상을 떠난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너를 사랑하는 데 남은 시간> (2011, 테레닌 아키코 지음, 이덴슬리벨 펴냄)은 바로 그런 엄마의 이야기이다. 테레닌 아키코는 러시아 남자와 사랑에 빠졌고, 연애 끝에 결혼을 했고, 아이를 가졌는데 임신 중에 척수에 종양이 생긴 것을 발견했다. 치료를 받으려면 임신 중절을 해야 하는데, 자신 대신 아이를 택하고 항암 치료를 미룬다. 제왕절개로 아이를 일찍 낳고, 항암 치료를 했으나 암은 계속 재발하고, 결국 2년간의 힘든 투병 생활 끝에 2008년 세상을 떠난다.

<너를 사랑하는 데 남은 시간>은 엄마 테레닌 아키코가 딸 유리치카에게 주는 삶의 지혜들이 앞부분에 실렸고, 아키코의 투병 일지가 나오며, 그다음에는 아키코와 테레닌 레오니드의 삶이 소개된다. 마지막은 이 책의 편집자가 책을 만들기까지의 과정과 제작된 이후의 영향을 이야기한다.

 

자식이 죽으면 땅이 아니라 부모의 가슴에 묻는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커다란 슬픔이 계속되기 때문이겠다. 거꾸로 혼자서는 세상을 살아나갈 힘이 없는 어린것을 두고 먼저 떠나야 하는 부모도 눈을 감을 수 없을 것이다. <너를 사랑하는 데 남은 시간>에는 그 절절함이 가득 배어 있다. 아내를 간호하고 아이를 키우는 레오니드의 목소리도 들을 수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 외국인이다 보니 그것이 어려웠는지 직접적인 이야기가 나오지 않은 점이 조금 아쉬웠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같이 있다는 것만으로 소중함을 모른 채 살아왔던 가족에 대한 사랑을 다시 한 번 정비하게 되었다. 어느새 자신의 일을 스스로 할 만큼 훌쩍 큰 딸아이를, 오늘은 꼭 안아 주어야겠다.

 

 "말을 걸면 대답이 돌아오는 자리에 항상 존재하는 가족."

"그런 공기 같은 존재의 감사함을 잊어버리지는 않았나요?"

같이 읽으면 좋을 책 :

<매뉴얼: 하늘에 계신 아빠가 딸에게 들려주는 사랑의 메시지> (2008, 롤라 제이 지음, 그책 펴냄)

<국화꽃 향기 1, 2> (2000, 김하인 지음, 생각의나무 펴냄)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