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도 내 편으로 만드는 대화법'이라는 제목이 눈에 쏙 들어와서 읽게 된 책 <적도 내 편으로 만드는 대화법> (2013, 이기주 지음, 황소북스 펴냄). 저자는 기자 출신으로 청와대에서 대통령의 연설문 작성자로 일했고, 현재 작가 겸 컨설턴트 겸 커뮤니케이션 전문가로 활동 중이라고 한다. 책 표지 날개에 실린 저자 사진을 보면, 경력에 비해 상당히 젊어 보인다.

 

'다투지 않고 상대의 마음을 얻는 32가지 대화의 기술'이라는 부제처럼 책에는 총 32개의 꼭지로 대화법을 설명한다. 가장 먼저 나오는 '상대방의 마음을 움직이는 대화의 비밀'은 상대의 마음을 여는 방법을 이야기한다. 유머와 호칭 등 직접적인 말의 형태로 전달되는 것뿐만 아니라 침묵, 표정, 몸짓, 경청, 의도 파악 등 비언어적인 것도 어마어마하게 중요하다. 저자는 미국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2011년 총기 사건의 추모식에서 51초간 침묵한 것을 제일 먼저 소개하며 이런 비언어적인 대화법의 위력을 설명한다.

2장 '누구에게나 통하는 기적의 대화법'은 이제 말의 내용과 형식에 초점을 맞추고, 어떻게 말하는 것이 효과적인지 소개한다. 여기에는 스몰토크와 빅토크, 액션과 리액션, 돌직구와 변화구 등 상대적인 개념들이 등장해서 이해를 돕는다.

3장 '호감을 부르는 말, 반감을 부르는 말'은 처음 나누는 대화, 거절, 칭찬, 뒷담화, 변명 등 구체적인 상황을 놓고 각 상황에서 어떻게 말하면 좋은지를 알려 준다. 특히 거절하는 법에 관한 구체적인 설명이 눈에 띈다.

4장 '적도 내 편으로 만드는 대화의 기술'은 다시 말을 하는 사람의 태도나 마음가짐으로 돌아온다. 상대를 내 식대로 바꾸려고 하지 말고,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것이 대화의 기본이다. 공격하지 말고 분노하지 말고 상대의 자존심을 살려 주라는 대목들을 읽으면서, 아이에게 윽박지르는 내 모습이 떠올라서 많이 민망했다.

 

영화며 문학, 통계 자료, 실제 인물들의 이야기까지 다양한 사례가 풍부하게 실려서 아주 생생한 분위기가 전달된다. 그리고 중요한 사항에는 순서까지 정해 주었다. 예를 들어 '세련된 거절을 위한 순서'는 '들어줄 수 있는 사안인지 여부를 판단한다 → 상대에게 '왜' 거절해야 하는지를 명확하게 표현한다 → 상대가 택할 수 있는 제2의 대안을 제시한다'의 3스텝이 소개된다. 이대로만 따라 하면 그토록 부담되는 거절도 부드럽고 세련되게 실행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또한 '좋은 예'와 '나쁜 예'를 같이 제시했기 때문에 내가 어느 쪽에 가까운지를 파악하고 개선할 수 있도록 했다.

 

가까이는 가족부터 시작해서 친구, 동료, 그 외 모든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눌 때 내 의사를 정확하게 전달하고 상대의 의사를 잘 파악하며 좋은 관계를 만들기 위해서는 올바른 대화법을 사용해야 한다. 나이가 들수록 더 편협해지고 더 성말라지는 내 모습을 반성하며, 여러 사람과 대화해야 하는 일을 시작하게 된 지금 이 책을 읽게 된 것이 참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눈으로 읽고 끝내는 것이 아니라 몸으로 익히도록 다시 한 번 읽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