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는 거의 모든 학생들뿐 아니라 졸업하고 난 이후에도 많은 직장에서 필수로 요구하는 지식이다. 예전에는 읽고 해석하기로 충분했다면, 이제는 듣고 말하고 쓰기 쪽으로 무게중심이 옮겨 가는 것이 달라졌을 뿐, '국영수'라는 주요 과목의 하나로 굳건히 자리하고 있다.

예전에 한비야 님의 책에서, 중국어 교재를 사서 책 한 권을 외우는 방식으로 중국어를 익혔다는 구절을 본 적이 있다. 이처럼 외국어도 암기 과목이라는 데 동의한다. 문법이 우선 기본이 되어야겠지만, 문법은 학교에서 충분히 배웠는데도 말 한마디 꺼내지 못하는 사람이 많은 것을 보면 영어 공부의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한다는 것을 새삼 느낀다. 더구나 이제는 회사를 떠났으니 영어에 대해 필기 시험을 볼 일이 없는 나 같은 사람에게는, 회화 위주의 영어 공부가 필요했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스피킹 3차 임계점 돌파를 위한 몸기억 영어 암송 훈련> (2013, 박광희, 캐나다 교사 영낭훈 연구팀 지음, 사람in 펴냄)이다.

 

이 책은 3권짜리 시리즈의 세 번째 권이다. 기초 생활 회화와 일상 스피치 240문장을 담은 1차, 의견 및 주장 말하기와 묘사 및 설명하기 240문장을 담은 2차에 이어 이번에는 질문 답변 실전회화문 240문장을 담았다. 그럼 '스피킹 임계점'이란 무엇일까? 영어로 말문이 터지기 시작하는 '스피킹 폭발점'(8쪽)이라고 저자는 이야기하는데, 최소한 10분 동안 우리말 번역만 보고도 영어로 술술 말할 수 있는 경지를 가리킨다. 우리말이 머릿속에 들어가 작문과 교정을 거치고 입으로 발음되는 것이 아니라, 눈에서 입으로 바로 연결될 수 있도록 머릿속에 이미 영어 은행이 들어 있어야 한다. 그런 은행을 채우는 것이 이 스피킹 임계점 돌파 시리즈인 것이다. 

1권과 2권은 아직 공부하지 않았는데, 질문과 답변으로 이루어진 3권을 보니, 어쩌면 외국 여행에 가서 또는 외국인을 우연히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는 상황에서는 3권이 가장 유용할 듯도 하다. 언젠가 딸아이와 함께 외국 여행을 가려고 마음먹은 내게는 딱 좋다.

 

하루에 외워야 할 문장은 다섯 개밖에 안 된다. 쓱 훑어보니 어려운 단어도 거의 눈에 띄지 않는다. 그렇지만 읽고 해석하는 것에서 끝이 아니라 먼저 눈으로 읽은 다음 입으로 따라 말하고 손으로 받아쓰는 등 해야 할 것이 많다. 따라 말하는 것도 처음에는 따라 말하기, 그다음은 주어진 우리말을 영어로 바꿔 말하기, 그리고 이어 말하기의 3단계로 이루어진다. 감사하게도 의미별로 끊어 읽기부터 말하기 3단계, 받아쓰기용 텍스트까지 동봉된 cd에 다 들어 있다. 이제 독자가 할 것은 표시된 대로 꾸준하게 제대로 머릿속에 채우는 것뿐이다.

part 1 짧은 대화는 이틀에 걸쳐 친구 묘사, 좋아하는 음악, 애완동물, 지구 온난화 등에 대해 네 가지의 질문이 주어지고 각 질문마다 한두 문장의 달린다. 이것이 part 2 긴 대화에 가면 3일에 걸쳐 질문 3개가 주어지고 각 질문마다 답이 무려 네 문장이다. 그만큼 깊이 있게 답할 수 있고, 그만큼 더 자연스러워질 수 있다.

 

지금까지 묵묵하게 읽고 쓰기만 했던 것에서 벗어나 이제는 입을 열 때가 되었다. 낯설고 쑥스럽더라도 내 억양과 발음을 들으면서 영어 은행을 채워 보자. 영어도 암기 과목이니 반복 또 반복은 필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