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 다니던 시절 3개월 과정 동안 책 3권을 읽고 리포트를 제출하는 교육을 받았는데, 언젠가부터 중국을 분석하고 이해하는 과정이 몇 개 신설되었다는 것도 기억에 남는다. 그만큼 중국인들과 사업상으로 연결된 우리나라 기업이 많아졌기 때문일 것이다. 지하철역 앞에서 좌판을 펼쳐 놓은 할머니의 나물도 중국산이 대부분이라는 말이 나오고, 저가 공산품에서는 메이드 인 차이나가 대세를 이룬다.

돌이켜 보면 내가 자랄 때만 해도 '중공'이라고 배웠고, '죽의 장막'이라 불릴 정도로 폐쇄된 나라였다. 그런데 그 후 20~30년이라는 그 짧은 시간 동안 도대체 중국 안에서 어떤 일들이 일어났기에 2008년 베이징 올림픽과 2010년 상하이 만국 박람회로 대표되는 현대적인 발전상이 가능했는지 궁금해졌다.

 

그래서 읽게 된 것이 <중국을 읽다 1980-2010> (2012, 카롤린 퓌엘 지음, 푸른숲 펴냄)이다.

저자는 파리정치대학을 졸업하고 중국외교학원에서 수학했으며, 주중 프랑스 대사관 언론 보도 담당관, 홍콩 주재 아시아 특파원을 지냈으며 1998년부터는 베이징에 상주했고 2004년부터 파리정치대학에서 중국 현대사를 가르치고 있다고 한다. 중국 현대미술과 작가, 문학에 대해 책들을 펴낸 예술 평론가이기도 하다니 30년 가까이 중국에 대한 연구와 일을 해 온 중국 전문가라고 하겠다.

 

저자는 그런 지식을 바탕으로 <중국을 읽다>에서 1980년 이전의 중국 역사를 80쪽에 걸쳐서 요약하고, 본문에서는 1980~1991, 1992~1999, 2000~2010의 세 시기로 나누어 중국의 정치, 경제, 문화를 설명한다. 이 세 시기는 앞에서부터 차례로 '덩샤오핑, 백 년 후 중국을 기획하다', '중국, 세계 자본주의와 충돌하다', '화평굴기(평화롭게 우뚝 일어선다)'로 특징 지어진다.

저자는 각 연도별로 일어난 중요 사건들의 실상과 그 의의를 설명하는데, 그 사건 또는 결정으로 인해 이후에 발생하는 일들이 드러난 상태이기 때문에 향후 미치는 영향까지 설명함으로써 입체적인 이해가 가능하도록 돕는다. 과거와 미래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것이다.

개발을 추진한 덩샤오핑의 의지에 따라 시장경제가 도입되었지만 여전히 공산당 일당독재가 펼쳐지고 있는 중국의 상황에 따라 국가주석, 총리, 전인대 의장이라는 권력의 핵심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분열하며 후계자를 양성하고 권력을 이양하는지에 대한 정리도 일목요연하다.

 

마오쩌둥보다는 모택동, 덩샤오핑보다는 등소평이 익숙하고, 우리나라의 현대사도 잘 모르는 터라 중국의 현대사에 대해 알아본다는 것이 처음에는 약간 부담이 되었다. 그러나 저자는 인구가 15억에 이른다는 이 나라의 숨가쁜 발전상을 꼼꼼하게 정리하면서, 딱딱한 사실들만이 아니라 그와 관련된 사람들의 발언과 통계 자료들을 많이 실었기 때문에 읽는 재미가 있었다. 흥미롭게 읽다 보면 중국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분위기를 잡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동북공정 같은 야욕을 드러내는 것이 두렵지만, 지피지기면 백전불태라는 손자병법의 말처럼 중국이라는 상대를 알아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인 중국의 현대사에 대해 가르쳐 주는 참 좋은 책이었다.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