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혼자 노는 것을 아주 좋아한다. 아무의 눈치도 볼 것 없이 내 마음에만 충실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혼자 논다고 해 봤자 집에서 뒹굴거리면서 책 읽기일 뿐이지만 말이다. 그런 내 즐거움에 충실하다 보니 그만큼 가족을 등한시하게 되어서 문제가 생기기도 했지만, 우선 내가 즐거워야 가족을 대할 여유도 생긴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혼자 사는 즐거움>(2011, 사라 밴 브레스낙 지음, 토네이도 펴냄)은 '누구도 함께할 수 없는 나만의 행복 찾기'라는 부제만큼 자기 자신으로서 오롯이 누릴 수 있는 즐거움들을 무려 79가지나 소개하고 있다.

묘원 산책하기, 옛날 책 고르기, 머리카락과 화해하기, 희망상자 만들기, 좋아하는 색깔 만들기, 적절한 몸무게 찾기 등 눈에 보이고 몸으로 할 수 있는는 것들도 있지만, 이 책에서는 그런 몸으로 할 수 있는 일들에서도 마음을 들여다보는 방법을 이야기한다. 몸은 오래된 묘지를 걷지만, 오래된 묘지에 고여 있는 '파란만장한 삶이 끝난 후 얻어진 적막함'에서 행복의 의미를 찾아내 보라고 한다. 옛날 책 고르기에 관한 꼭지에서는 어슐러 르귄의 말을 빌려 '현재 자신의 모습과 앞으로의 모습을 이해하도록 도와주는 필수적인 지표'로서의 책을 만나기를 권한다. 머리카락과 화해하기는 자신을 사랑하는 과정의 일부로서의 평화를 받아들이는 과정이다.

저자는 작가, 학자, 가수, 디자이너, 피아니스트, 명상가, 미식가, 실용주의자 등 다양한 이들의 말을 인용함으로써 이야기를 시작하고 더 넓게 전개한다. 많은 이들이 이야기하는 삶의 모습은 그리 다르지 않았다. 물질적인 소비와 풍요가 아니라 정신적인 즐거움과 성장을 추구하는 것이 그 공통점이다.

미국 심리학자인 매슬로우의 욕구 5단계설(생리적 → 안정과 안전 → 사회적 → 인정과 자존 → 자아실현)에서 3단계 이상의 욕구를 충족하는 삶에 대한 방법들이다.

 

나는 지금까지 인생의 많은 부분을 혼자 놀면서 지냈지만, 그 시간들이 매우 얕고 가벼웠다는 점을 <혼자 사는 즐거움>을 읽으면서 새삼 깨달았다. 영적으로 성숙하는 것이 아니라 찰나의 즐거움을 추구하는 데 사용했기 때문이다.

작은 것에도 감탄하고, 서로를 위하고, 생각을 하며 살고, 내 영혼을 들여다보면서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노력하는 일에 대한 이야기를 읽으면서, 내 삶에 적용해야 할 점을 하나하나 옮겨 적었다. 고차원적인 즐거움을 위해 노력을 시작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