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적인 개념에서 완전경쟁이 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조건이 필요한데, 그중 하나가 공급자와 수요자가 그 시장에 관해 완전한 지식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현실적으로는 그런 지식과 정보가 편중되고 많은 경우 은폐되기 때문에, 정보를 많이 가진 쪽이 우위를 점하게 된다.

시장이라는 경제적 공간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분야에서 이런 정보와 지식은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더 빠르고 정확한 정보를 얻기 위해 간첩이며 스파이 들이 사회 곳곳에서 활동하고 있는 것일 게다. 그런 관점에서 '위키리크스'라는 폭로 전문 사이트는 아주 커다란 힘을 지닌다. 조직의 내부에서만 알 수 있는 가장 직접적이고 깊숙한 비밀을, 신분이 드러날 위험 없이 털어놓을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곳이었기 때문이다. 이런 내부 고발자의 아지트로서 위키리크스는 국제 정치에서 핵폭탄급의 비밀을 폭로했고, 그 숨가쁜 과정을 함께한 영국 일간지 <가디언>의 데이비드 리와 루크 하딩 기자가 그간의 과정을 모아 <위키리크스, 비밀의 종말> (2011, 데이비드 리, 루크 하딩 지음, 북폴리오 펴냄)을 펴냈다.

 

위키리크스는 호주 출신의 뛰어난 해커인 줄리언 어산지(Julian Assange)가 2009년에 만든 인터넷 사이트이다. 폭로하는 정보의 중요성 때문에 겹겹의 보안 시스템을 갖추고 있으며, 대표인 줄리언 어산지 자신도 여기저기 거처를 옮기면서 추적하기 힘든 생활을 하고 있다.

위키리크스가 유명해진 것은 이라크에 파병된 미군 병사 브래들리 매닝이 넘긴 미군의 기밀 문서 수십만 건을 폭로했기 때문이다. 정보는 그 자체만으로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이 정보를 가공하여 데이터로 만드는 것이다. 이 데이터화 과정에 참여한 매체들이 바로 영국의 <가디언>, 미국의 <뉴욕타임스>, 독일의 <슈피겔>, 프랑스의 <르몽드>, 스페인의 <엘빠이스>였다. 그래서 이 책의 저자들은 위키리크스의 세기적인 폭로전의 주역으로서 이 흥미진진한 사건의 과정 전모를 함께할 수 있었다.

 

탐사보도 기자라는 이력에 맞게 저자는 줄리언 어산지뿐 아니라 브래들리 매닝의 삶을 세세하게 소개했고, 위키리크스가 만들어지고 확장하는 과정, 대대적인 폭로를 위해 정보를 가공하는 과정, 그 와중에 일어난 줄리언 어산지의 성폭행 혐의와 판결까지 세세하게 다룬다. 줄리언 어산지의 자서전을 제외한다면 가장 가까운 곳에서 쓴 글일지도 모르겠다. 개인적인 삶의 면에서 보면 안하무인에다 일구이언의 경향 때문에 믿음직하지 않은 면이 있지만, 세계의 정보의 자유를 위한 큰 획을 그은 인물이라 흥미로웠다.

위키리크스를 통해 시작된 정보의 자유는 더 나은 세계, 더 자유로운 세상을 만들기 위한 토대가 될 거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