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항목에 대해 정의를 내려놓은 것은 사전이다. 명확한 정의와 더불어 과학적인 근거와 의미, 역사까지 다루게 되면 백과사전이 된다. 명확한 것이라든가 과학적으로 증명된 것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백과사전을 참고하는 것이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된다. 그렇다면 명확하지 않거나 과학적으로 증명되지 않은 심리적인 것, 엉뚱한 것이 궁금할 때는 무엇을 찾아보아야 할까?

일본의 시인인 다니카와 슌타로 님이 일본의 인터넷 신문에 연재했던 Q&A를 모은 책이 <무엇이든 대답해주는 질문상자>(2008, 이레)이다. 4살부터 65세까지 다양한 연령의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질문들에 대해 진지하거나 시적이거나 유머러스하게 답변하고 있다. 이는 시인이기 때문에 가능할 것이다.  

새벽녘 플랫폼, 떠들썩한 깊은 숲, 운동장의 아이들, 친구들에게 온 편지, 해질녘 해변, 출구의 점원들이라는 여섯 항목으로 나누어진 64가지의 질문은 '미래에는 무엇을 타게 될까요?'에서부터 '다니카와씨, 다니카와씨, 어디?'까지 다양하게 이어진다.

첫 질문, '미래에는 무엇을 타게 될까요?'에 대해 다니카와 슌타로 님은 구름이나 바람, 소리, 기분에 올라타는 것도 좋을 것 같다고 말하면서 기계가 아닌 탈것, 손으로 만질 수 없는 탈것이 미래의 탈것이라고 이야기한다. 만약 같은 문제를 과학자에게 물어본다면 자기부상열차나 전기자동차, 수소자동차 등을 들지도 모르고, 소설가에게 물어본다면 SF 영화에서 많이 보이는 개인형 비행물체를 상상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이처럼 과학적이거나 현실적인 대답이 아니라 구름이나 바람, 소리, 기분을 답하는 것을 보면 영락없는 시인이라는 생각이 든다. 궁금증 해결에 큰 도움은 되지 않겠지만, 마음의 여유를 찾을 수 있는 숲에 들어온 느낌이라고 할까?

사람은 왜 죽냐고, 나는 죽기 싫다고 말하는 여자아이의 질문에 대한 답으로는, 아이를 끌어안고 같이 운 다음 차를 마시는 것을 권한다. 말로 던져진 질문에 반드시 말로 대답할 필요가 없다고 하면서, 의미심장한 질문에는 마음과 몸을 같이 사용하여 대답하라고 권한다. 이 구절에 다니카와 슌타로 님의 대답에 관한 모든 자세가 담겨 있다고 생각한다.

아주 엉뚱한 질문들, 별 게 다 궁금하다고 여겨지는 질문들, 나도 궁금했던 것들에 대한 조용하고 따뜻한 대답들을 보다 보니 궁금증이 해결되었든 그렇지 않든 관계없이 차분하고 여유로워졌다.